차세대 EV 배터리 '리튬-리치 DRX' 양극재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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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2023.09.16 18:00 PDT
차세대 EV 배터리 '리튬-리치 DRX' 양극재가 뜬다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 안주현 박사 (출처 : 김현지/한미상공회의소, Shutterstock)

[더밀크 애틀랜타] 미국에서 본 EV 배터리의 미래 세미나
안주현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 프로젝트 박사 강연
"차세대 전지 고에너지 고출력, 충전 속도, 열 안정성 등 갖춰야"

배터리 신소재 개발에도 다양한 실험을 가능하게 하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와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플랫폼'이 절실히 요구된다. '높은 처리량(High-throughput)' 끌어내느냐가 신소재 개발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안주현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 박사

안주현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의 케미스트 프로젝트 사이언티스트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 신재생에너지 동향: 미국에서 본 EV 배터리의 미래' 세미나에 강연자로 참석해 '플랫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차세대 배터리 연구 동향 및 전망'을 주제로 강연한 안 박사는 배터리 분야 신소재 개발과 플랫폼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기존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배터리 소재 개발 연구가 활발하다"며 "새로운 소재는 점점 다양하고 복잡하고 복합적이다. 원자단위뿐 아니라 입자단위, 그리고 전극단위로의 개발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 사이의 크기에 따른 구조적 변화, 입자 내에서 깊이에 따른 화학적 변화 등을 모두 고려해야만 새로운 물질 발견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물질의 다양성 때문에 물질의 특성을 알아내거나 원인 규명하려면 한 두 가지 분석만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특성에 맞춰서 샘플 가용성에 따라 새로운 고도 분석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것이 안 박사의 주장이다.

안 박사는 최근 관련 연구분야에서는 높은 처리량을 의미하는 '하이스로풋(High-throughput)'이 가장 중요한 말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다양한 물질과 많은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뽑아내고 유의미한 결과물을 가져오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안 박사는 연구소 내에 인공지능(AI)과 로봇을 통한 자동화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버클리랩에서는 로봇과 AI를 활용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그는 "하루에 100개의 물질을 로봇이 합성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며 "이렇게 합성한 물질은 머신러닝(ML)을 활용해 예측한다"라고 설명했다.

안 박사는 배터리 분야뿐 아니라 여러 분야의 공동연구가 새로운 배터리 소재 개발에 '키'가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큰 시각에서의 배터리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 박사는 "재료공학, 화학, 로봇, 나노공학, 데이터사이언스, 로봇, AI를 아우르는 연구 플랫폼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조성되고 유지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테면 버클리랩에서 연구된 소재를 탑재한 배터리를 아르곤 연구소에서 대량 생산을 위한 제조공정을 연구하는 등의 협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차세대 배터리 연구 환경 (출처 : 안주현 박사 )

차세대 전지 요건? "고에너지 고출력, 신속한 충전 속도, 장기적인 수명, 저렴한 가격, 열 안정성, 그리고 풍부한 원자재"

안주현 박사는 이날 버클리랩에서 연구하고 있는 '리튬-리치 DRX'라는 신소재를 소개했다. DRX는 'Disordered Rocksalt(DRX) 머티리얼'의 줄임말이다.

현재 EV에 탑재되는 배터리는 크게 음극과 양극 그리고 전해질로 구성된다. 산화 환원 반응에 의해 전력이 나오며 용매 상태의 전해질에 따라 배터리 방식이 달라진다.

특히 가장 많이 사용되는 리튬이온 전지는 2000년대 소형 전지에서부터 개발이 시작됐다. 2010년이 되어서야 대량생산이 이뤄졌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배터리는 4세대에 해당한다. 기존 배터리보다 에너지가 높고 출력이 좋은 배터리 기능 향상을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안 박사는 "기후변화에 대안 우려가 최근 크게 대두됐고, 각국의 정책적인 변화가 시작되면서 배터리의 대용량화에 대한 연구 환경에도 변화가 시작됐다"라고 설명했다.

안 박사에 따르면 현재 상용화된 배터리는 다양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배터리 열 폭발에 따른 안정성이나 원자재 공급망 우려, 채굴을 위한 노동력 착취 등 사회 문제로도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의 과제 해결을 위해서 향후 차세대 전지에 대한 연구는 기술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사회, 환경 및 경제적인 측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된 다면적인 연구가 필수적이라고 안 박사는 주장했다.

그는 더불어 "차세대 전지는 고에너지 고출력, 신속한 충전 속도, 장기적인 수명, 저렴한 가격, 열 안정성, 그리고 지구상의 풍부한 원자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배터리로 나타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클리랩에서 연구중인 DRX (출처 : 안주현 박사 )

버클리랩 연구 양극재 '리튬 리치 DRX'... "수명, 에너지 월등"

차세대 전지의 성능을 결정짓는 요소가 바로 양극재다. 양극재는 크게 고량(High Capacity Energy)에 사용되는 산화 물질과, 고출력에 활용되는 인산염계 물질 등 두 가지 갈래로 나뉜다.

안 박사에 따르면 초기 리튬 이온 배터리에 사용되는 LCO(Lithium Cobalt Oxide) Cathode Material) 양극재가 주를 이뤘다. 이 LCO 방식을 개선하기 위해 양극재 개발이 이뤄져 왔는데 망간과 리튬을 다량으로 넣는 방식이 시도되어 왔다.

두 번째는 가격이 비싼 코발트를 니켈로 대체한 방식이다. 니켈의 경우 코발트보다 이온을 두 배 이상 뽑아낼 수 있었다. 또 리튬 리치 소재의 경우 구조가 불안정하고, 전지 수명이 급격히 떨어지는 단점 때문에 오랜 기간 연구가 이뤄졌지만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안 박사는 "결과적으로 니켈 리치 소재를 대체할 양극소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면서 니켈과 코발트를 사용하지 않는 차세대 소재가 바로 현재 연구 중인 '리튬-리치 DRX'라고 소개했다.

안 박사에 따르면 DRX는 화학 조성을 뜻하는 말이 아니라 결정구조를 의미한다. 기존에 리튬과 전이금속이 골고루 층에 배열됐다면 DRX는 리튬과 전이금속이 양이온 사이트에 무작위로 배열되는 방식이다. 리튬이 통과하는 확산 통로가 무작위로 무질서하게 이뤄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안 박사는 "연구 결과 새로운 물질은 충방전이 이뤄져도 오히려 구조가 안정화되고 성능이 안정화된다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결과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수명은 용량 270mAh/g, 평균 전압 2.85V, 그리고 에너지는 800Wh/kg 으로 기존 소재보다 월등히 높아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안 박사는 또 풍부한 원재료를 활용한 새로운 양극활 물질을 만드는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망간, 비활성 금속에 티타늄, 지르코늄 등을 사용했다고 부연했다. 실제 가격적인 측면에서 망간은 킬로그램(KG) 당 1달러, 코발트와 니켈은 각각 45달러, 18달러로 훨씬 저렴하다.

안주현 박사는 "현재 수명을 더 높이고, 충방전시 나오는 문제점 등이 보완되어야 한다"며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상용화를 위해 제조공정 향상 단계를 위한 연구가 아르곤 랩과 협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니켈 양극소재를 재활용하는 연구도 여러 대학과 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는데, 가격 및 효율성 측면에서 신소재 개발이 나을지, 아니면 기존 소재의 재활용이 나을지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주현 박사가 DRX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 : 한미동남부상공회의소 )

안주현 박사는?

연세대학교 화학공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9년부터 미국 에너지부 산하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거쳐 프로젝트 사이언티스로 근무하고 있다. 현재 에너지 저장과 분산 자원부서에서 관련 분야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현재 로렌스 버클리 국립연구소는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립 연구소로 샌프란시스코 베이에 위치해 있다. UC버클리대학에서 운영되고 있다. 현재 미국에는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로는 버클리랩 이외에도 브룩헤이븐(Brookhaven), 오크리지(OAK Ridge), 아르곤(Argonne), 스탠퍼드대 SLAC, 퍼시픽 노스웨스트(Pacific Northwest) 등이 있다. 이들 연구소는 협업을 통해 다양한 신소재 개발부터 제조 자동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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