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성장의 걸림돌은 '고인물'을 그대로 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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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jin Kim 2024.04.18 23:54 PDT
스타트업 성장의 걸림돌은 '고인물'을 그대로 두는 것
(출처 : GPT-4, 손재권)

[롯데-더밀크 엘캠프 실리콘밸리] 한기용 업젠 대표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에서 끝난다
성장 멈춘 초기 멤버 ‘고인물’ 이 채용 비용 증가의 주범
실리콘밸리식 의사결정에 대한 오해있다.
중간관리자는 기업의 허리…중간 합류∙주니어는 성장한다고 느끼게 해야

스타트업은 성장 단계마다 필요한 인재가 다르다. 그러나 성장 단계에 따라 인재가 미스매치되는 경우는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흔하다.

한기용 업젠(UpZen) 대표는 14일(현지시각) 미국 산호세 KIC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2024 L-Camp(엘캠프) 실리콘밸리’ 프로그램의 연사로 나서 스타트업 인재관리법에 대해 조언했다.

그는 스타트업에서 흔히 보이는 대표적 실수로 소위 ‘고인물’ 방치를 꼽았다. 창업 초기 합류했지만 성장을 멈춘 직원을 가리킨다. 이와 함께 창업자가 어려운 대화를 회피하거나, 중간 합류 멤버에 대한 온보딩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문제도 언급했다.

한기용 업젠 대표는 SKT AI 센터, 몰로코(Moloco), 팀블라인드 등 다수의 기업에 데이터 관련 컨설팅을 진행했다. 전문 분야는 데이터 웨어하우스, 데이터 시각화(루커, 타블로), 추천 및 검색엔진, 빅데이터 기술(하둡, 레드시프트, 스노플레이크, 빅쿼리 등), A/B 테스트 시스템 및 실행시간 분석, 소프트웨어 글로벌화 등이다. 전 야후(Yahoo!) 엔지니어링 디렉터, 유데미(Udemy) 데이터 부문 시니어 디렉터를 역임했다.

창업부터 대기업까지 다양한 규모와 인더스트리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기반으로 스타트업 어드바이저와 엔젤투자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엘켐프 실리콘밸리는 롯데벤처스와 더밀크가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 한인 창업가 및 VC들과의 순도 높은 네트워킹 및 IR(투자설명회) 기회를 제공한다. 2022년에 시작해 올해로 3회를 맞았다.

한기용 업젠 대표(사진 위쪽 맨 오른쪽)가 스타트업 대표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중간관리자는 조직의 허리. 나보다 똑똑한 사람 뽑을 수 있어야

한기용 대표는 스타트업에서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강조했다. 허리 역할을 맡은 사람들의 역량이 조직의 역량이 된다는 게 그의 믿음이다. 이때 주의사항으로 소위 ‘고인물이 중간관리자가 되고, 이들이 사람을 채용하는 위치에 서게 됐을 때를 언급했다.

이들이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을 못 뽑는 경우를 잘 파악해야 한다는 것. 채용을 맡은 중간 매니저들이 자신보다 똑똑한 사람을 뽑을 수 없다면 전체적으로 팀 역량이 약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한 대표는 “회사에 고인물이 있으면 팀의 역량은 떨어지고 의사소통 비용은 올라간다”면서 “사람 수는 2배가 됐는데 팀의 역량은 1.7배 되는 경우”라고 말했다.

채용 시에는 사람들이 이력서를 많이 내지 않더라도 채용 잣대를 올려야 한다. 좋은 사람은 알아서 이력서를 내지 않는다. 대표가 직접 접촉해서 영입 노력을 해야 한다. 이때 성장을 멈춘 초기 멤버, ‘고인물’이 있으면 좋은 멤버를 어렵게 뽑아도 온보딩(적응)이 잘되지 않는다.

특히 신규채용자가 시니어일수록 온보딩은 더욱 중요하다. 이들이 처음 들어왔을 때 90일 동안 작게라도 성취하는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 또 처음에 방향이 맞지 않으면 바로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또한 어려운 대화다.

한 대표는 “좋게 얘기하면 이너서클(내 편)이고 나쁘게 얘기하면 고인물인데 이들이 조직에 얼마나 있느냐,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마음을 고치느냐, 혹은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나가느냐가 결국 회사의 성장에 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면서 “채용담당자(리쿠르터)한테 맡기고 이 사람들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결국은 창업자와 경영진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식 의사결정에 대한 오해

흔히 실리콘밸리 의사결정은 수평적이라고 생각한다. 한 대표는 반은 맞고 반은 오해라고 말한다. 모든 팀원이 자기 의견을 편하게 얘기할 수 있게 하되, 명확하게 수직적으로 의사결정 하는 게 실리콘밸리 방식이라는 것.

CEO의 지위도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는 최소 경영진의 50%가 바뀐다고 말했다. 그가 미국에서 다닌 스타트업 7곳 중 5곳이 CEO를 교체했다.

다만 전문경영인으로 교체한다 해도 사람에 따라 성과를 위해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기업이 고객에게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예를 들어 수익을 위해 가격을 올릴 거면 단순히 경영진이 교체돼서가 아니라 고객에게 가격을 올리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

그는 역할과책임(R&R)을 명확하게 나누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은 충돌을 피하려고 이를 명확히 나누지만 사람을 더 많이 뽑게 되는 요인이다. 더 중요한 건 더 똑똑한 사람을 뽑아서 이 사람들을 도와주고 자극해서 성공으로 이끄는 것이다.

공동창업자∙직원과 어려운 얘기할 줄 알아야

창업자는 어려운 얘기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때 어려운 얘기란 중간관리자, 공동창업자 등과의 소통이다. 이들과 공통의 목표를 공유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기여도 부분에서 다르게 느낀다면 이 같은 대화를 꺼낼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창업 초기 멤버가 성장을 멈췄거나 자신보다 똑똑한 사람을 뽑지 않는다면 지적할 줄 알아야 한다. 후기에 영입한 멤버나 주니어는 회사에서 성장하고 있다고 느끼도록 해야 이탈률을 줄일 수 있다. 한기용 대표는 “스타트업 성장통의 가장 큰 이슈는 결국 사람이다”라면서 “더 똑똑한 사람을 뽑아서 인재의 밀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성장 단계가 바뀔 때마다 다른 능력을 갖춘 사람을 뽑아야 하고, 걸림돌 되는 사람들한테는 어려운 얘기를 잘해야 한다. 좋은 사람을 잘 뽑아 온보딩 잘하고 이들이 성과를 낼 수 있게 하는 것이 창업가가 해야 할 점이라는 것.

한기용 대표는 “창업은 100m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이라면서 “틀리는 것을 두려워 말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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