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대해고·하버드 박사 축소… AI 전환기, 지식 생태계 "인간이 지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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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2025.10.29 15:38 PDT
아마존 대해고·하버드 박사 축소… AI 전환기, 지식 생태계 "인간이 지워졌다"
(출처 : 나노 바나나)

하버드 이공계 박사 모집 75% 축소, MIT·브라운대 등도 줄줄이 감축
글로벌 기업 초효율화 추진... '울트라 린' 전략 본격화
아마존 3만 명 감원 추진... 전체 직원 10% 해고 계획
AI 전환기, 인재 생태계 붕괴... 기술 패러다임 전환, 국가 경쟁력 약화 우려도

[핵심요약]

👉 AI가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 학위보다 ‘AI 활용 역량’이 더 중요한 시대 열려

👉 인재 공급망이 빠르게 약화되고 지식 생태계의 구조적 재편이 본격화

👉 하버드대 이공계 박사 모집 인원 75%, 인문계 60% 대폭 감축. 다른 최상위권 대학들도 박사 모집 규모 축소하거나 중단

👉 연방정부 기금 부족, 유학생 부족, AI 영향 등 복합적 요인

👉 아마존 3만 명 감원 계획 추진, 기업들 "인력 충원 동결 혹은 축소"

👉 MZ 세대는 구직과 주거비 부담 가중... 신규 대졸자 실업률 6.5%, 10년래 최고

👉 AI 전환기 구조적 변화 신호. 지식 생산 대학과 이를 활용하는 기업 모두, '인간 중심 구조' 줄여가는 흐름 뚜렷

대학을 다니면서 빚을 질 필요가 없다. 팔란티어의 학위면 충분하다.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의 이 발언은 더 이상 도발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AI가 산업의 핵심 동력으로 부상하면서, ‘엘리트 대학교육의 효용성’ 자체가 재검증받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방산 AI 기업으로 급부상한 팔란티어는 최근 고졸자 인턴 채용 확대에 나섰다. 이는 “명문대보다 현장 AI 역량”을 우선시하겠다는 메시지로, 미국 노동시장 전반에서 ‘학위보다 스킬(Skill)’ 중심의 고용 구조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전환의 시대, 인간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지식 생산의 중심이 대학에서 기업으로, 인재 평가의 기준이 학위에서 ‘AI 활용 역량’으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전통적 '인재 생태계'가 균열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버드, MIT 등 미국 주요대학들의 박사학위 과정이 최근 축소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미국의 8월 기준 신규 대졸자 실업률은 6.5%를 기록했다. 전체 실업률 4.3%를 웃도는 것은 물론,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10년 만의 최고 기록이다.

고등교육의 투자 대비 가치가 약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은 AI 자동화를 앞세워 채용 동결 및 축소·인력 감원·중간관리층 축소에 나서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대학의 재정난과 기업의 효율화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AI 중심 기술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화가 흐르고 있다. 지식 생산의 중심이 대학에서 AI 플랫폼으로, 인재 활용의 축이 인간에서 알고리즘으로 이동하는 ‘지식 생태계의 구조적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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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CEO (출처 : 그록 )

1. 인재 공급망의 약화: 대학 박사과정 축소

구조적 변화의 첫번째 시그널은 미국 주요 대학들의 박사(Ph.D.) 과정 입학 정원이 전례 없는 속도로 줄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이 수십 년간 지켜온 과학기술 분야 글로벌 우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국 명문대학들이 잇따라 이공계 박사 모집 인원을 축소하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악시오스 등에 따르면 하버드대는 이공계 박사 모집 인원을 75%, 인문계는 60% 대폭 감축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다른 최상위권 대학들도 모집 규모를 축소하거나 아예 모집을 중단하는 추세다.

네이처에 따르면 MIT는 올해 생물학 박사 모집 규모를 지난해보다 줄였다. 워싱턴대 천문학과는 내년 박사 신입생 모집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브라운대 역시 최소 6개 인문사회계 박사과정에서 모집을 중단한 상태다.

워싱턴대 천문학자 에밀리 레베스크 교수는 "박사과정을 아예 밟지 못한 학생들이 있을 것"이라며 "영원히 잃어버린 전문가 집단이 될 것이고, 영구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박사학위 과정 축소는 여러 복합적 원인에서 비롯됐다. 우선 연방정부의 연구 기금 축소가 결정적 타격을 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학 연구를 위한 연방 연구 자금 수십억 달러를 취소했다. 유학생 비자 규제 강화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8월 미국에 입국한 유학생 수는 비자 규제 강화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일부 대학들은 백악관과의 협상 과정에서 입학정책이나 연구정책을 정권의 이데올로기에 맞추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텍사스대가 백악관과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며, 트럼프 행정부는 자신들의 이념과 밀접하게 연계될 경우에만 재정 지원을 우대하겠다는 입장이다.

대학원생 노조 결성으로 인건비 부담이 커진 것도 한 요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유학생 비자를 철회하기 시작하기 전부터 이미 많은 학생들이 미국 대신 호주, 중국, 영국, 독일 등 다른 나라 대학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미국으로 들어온 유학생 추이 (출처 : AP)
(박사과정 축소는)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다. 이미 진행 중이던 추세가 가속화된 결과다.
줄리 포셀트 남가주대(USC) 고등교육학 교수, 악시오스와의 인터뷰 중에서

학위의 실질적 가치에 대한 회의론 확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예비 학생들이 빚을 지면서까지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피우연구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약 70%가 고등교육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AI의 등장’이 박사과정 축소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현재의 축소는 재정난, 정책 변화, 인력시장 불안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며 발생한 결과에 가깝다.

다만, 기업들이 AI 전환기에 맞춰 조직 전략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AI를 제외한 기초학분의 연구 인력 수요가 감소한 점은 일부 박사과정 축소에 영향을 미쳤으며, 그 파급력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

미국은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박사를 배출해 왔으며, 이들은 혁신적 발명과 질병 치료, 노벨상 수상 등 과학기술 발전을 주도해 왔다. 그러나 연구 자금이 고갈되고 신진 인재 공급이 약화되면서, 미국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과학·기술 분야 우위를 다른 나라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포셀트 교수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대학원 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며 "그것을 잃는 것은 큰 걱정거리"라고 강조했다.

2. 지식 활용 구조의 재편: 기업 인력 감축 및 자동화

대학 교육 생태계 전환은 글로벌 기업들의 전략 수정에서도 영향을 미쳤다.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지능(AI) 투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신규 채용을 중단하거나 인력을 축소하는 이른바 '울트라 린(Ultra-lean)' 경영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매출 성장과 이익 증대를 인력 증원 없이 달성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인 기업은 아마존이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아마존은 3만 명을 감원할 계획이며 1만 4000명에 해당하는 본사 직원을 해고할 계획이다. 감원 규모는 인사, 서비스, 운영 등 사무직의 약 10%에 해당한다.

아마존 근로자들 (출처 : Sutterstock)

아마존 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기술 기업인 에어비앤비는 7000명 규모인 인력을 비슷한 규모로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메타는 AI 부문에서 600명을 감원하겠다고 밝혔다.

JP모건 체이스는 최근 투자자 설명회에서 업무 수요가 발생해도 즉각적인 인력 충원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예 "신규 채용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까지 언급했다. 골드만삭스도 이달 전 직원에게 "연말까지 인력 증가를 제한하고 AI로 대체 가능한 직무를 축소하겠다"고 내부 메모를 발송했다.

세계 최대 고용주인 월마트는 향후 3년간 총 인원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타겟은 본사 직원 1000명을 해고하고, 공석 800개를 폐쇄하기로 했다.

기업들의 이런 변화는 인력이 줄어도 매출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 소프트웨어 기업 인튜이트는 지난 회계연도에 인력 증원 없이도 매출이 16% 증가했다. 재무나 법무, 고객지원 부문은 충원하지 않기로 했다.

기업들의 전략 변화로 인해 미국의 MZ세대는 취업난으로 인한 극심한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베이비부머의 자산 급증 속에서 MZ 세대는 구직과 주거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규 대졸자들은 2년 이상 구직활동을 통해 수백 건의 입사지원서를 제출하고,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파트타임 일거리를 찾거나 부모와 동거하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커리어 코치 벤 토빈은 WSJ과의 인터뷰에서 "컴퓨터공학 전공자들도차 수백 건의 지원서를 내지만 기업으로부터 답을 받기가 어렵다. 대부분이 부모의 재정 지원을 받거나 동거 중"이라고 전했다.

AI의 투자대비 수익률 (출처 : 알파센스, WSJ)

더밀크의 시각: 지식 생산과 활용의 양극단... ‘사람’이 사라진다

미국 대학의 박사과정을 축소하고, 글로벌 기업들은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고 있다. 겉으로는 교육과 고용의 별개 현상처럼 보이지만, 이는 AI 전환기라는 동일한 구조적 변화의 신호다. 지식을 생산하는 대학과 이를 활용하는 기업 모두, '인간 중심 구조'를 줄여가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학은 연구비 축소, 유학생 감소, 교수 충원 중단으로 고급 인재 양성의 선순환이 끊기고 있다. AI·생명공학·물리학 등 장기 연구 분야의 약화는 10년 후 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업은 인력 감축과 자동화로 단기 효율을 추구하지만, 조직 내 창의성과 혁신 역량이 함께 약화된다. 인재 수요가 줄면 다시 대학의 재정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고착되고 있다.

AI의 등장은 박사과정 축소의 직접 원인이라기보다, 재정·정책·노동시장 불안에 겹쳐진 '증폭 요인'이다. 그러나 이 상관관계가 고착될 경우, '기초 연구 약화 → 혁신 역량 저하 →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과 주가 상승이 가능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 주권 약화라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AI 효율성'이 '지식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대응 방향은 명확하다. 대학은 AI 리터러시를 갖춘 'PhD 2.0' 커리큘럼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정부는 기초연구에 AI 인프라를 지원하고, 기업은 감원과 동시에 핵심 인재 리스킬 파이프라인을 확보해야 한다. 반복 업무가 AI로 대체될수록, 탐구·창의·윤리 같은 인간 고유 역량의 희소성은 커진다.

지금 우리가 보고, 경험하는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AI 전환 속에서 인간의 역할이 재정의되고, 인재 공급망이 재편되며, 국가 경쟁력이 재구성되는 거대한 변화의 일부다. 필요한 것은 단순 대응이 아니라, 이 변화의 구조적 의미를 인식하고 선제적 전략을 수립하는 일이다. 효율성만 좇다 지식 기반을 잃는 우를 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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