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의 '역린'을 건드렸나? 샘 알트만 vs 오픈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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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3.11.17 21:37 PDT
누가 누구의 '역린'을 건드렸나? 샘 알트만 vs 오픈AI
샘 알트만 오픈AI 공동창업자 (출처 : Senate Judiciary subcommittee)

해임 직전에 통보... 그렉 브록만 오픈AI 공동창업자 X 통해 밝혀
“미라 무라티 신임 CEO만 전날 들어”... 일리아 수츠케버가 전달
샘 알트만 “이상한 경험... 살아 있는데, 내 추도사 읽는 기분”

역린(逆鱗).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 군주가 노여워하는 군주만의 약점 또는 노여움 자체를 가리키는 말.

17일(현지시간). 오픈AI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놀라운 발표를 했다. 항간에 떠돌던 GPT5에 대한 소문이 아니었다. 오늘날 오픈AI를 900억달러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만들고 생성AI 혁명을 일으킨 장본인인 샘 알트만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축출한다는 발표였다.

오픈AI 이사회는 이날 낮 12시 28분(PST, 미 서부 기준) 발표한 성명을 통해 “샘 알트만이 일관되게 솔직하지 못하다고 판단, 이사회 수행 능력을 저해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이사회는 더 이상 그가 오픈AI를 계속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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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진위를 파악하고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그렉 브록만 오픈AI 공동창업자가 따라 나섰다. 그는 17일(현지시각) “샘(샘 알트만 오픈AI 공동창업자를 지칭)과 저는 오늘 이사회가 내린 결정에 충격과 슬픔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렉 브록만 공동창업자는 이 발표 몇 시간 후인 오후 4시 즈음 “그만두겠다”며 사의를 밝혔고, 약 5시간 후인 오후 8시 42분 심경을 설명하는 글을 공개했다.

이날 오픈AI 이사회가 샘 알트만의 해임 사실을 공개하자 X(옛 트위터)를 통해 심경을 밝힌 것이다.

브록만은 “먼저 오픈AI에서 함께 일해 온 모든 훌륭한 분들과 고객, 투자자, 그리고 연락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저희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고 설명했다.

내전 또는 쿠데타

이렇게 전격적으로 공동창업자와 CEO가 이사회에서 축출된 것은 그동안 오픈AI 내부에서 회사의 방향을 둘러싸고 '내전'이 치열하게 진행됐고 이번 사태는 '쿠데타'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실제 브록만에 따르면 샘 알트만은 전날 밤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공동창업로부터 금요일 정오에 만나자는 문자를 받았다. 샘 알트만은 구글 미트(Google Meet, 화상 회의 솔루션)를 통해 회의에 참여했고, 그렉 브록만을 제외한 모든 이사회 멤버가 회의에 참석했다. 일리야는 샘 알트만에게 “당신은 해임될 것이며 이 소식이 곧 발표된다”고 말했다.

브록만은 이날 낮 12시 19분, 일리아 수츠케버로부터 회의 요청 문자를 받았고, 몇 분 뒤인 오후 12시 23분 구글 미트 링크를 전달받았다. 회의에서 브록만은 “자신이 이사회에서 해임되지만 회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직책은 유지되고, 샘 알트만은 해임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거의 비슷한 시점에 오픈AI는 이런 내용을 담은 블로그 게시물을 공개했다.

브록만은 “저희가 알기로는 전날 밤에 이 사실을 알게 된 미라 무라티 신임 임시 CEO를 제외한 다른 경영진(the management team)은 그 후 이 사실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쏟아지는 응원은 정말 감사하지만, 너무 걱정하지는 말라”며 “저희는 괜찮을 거다. 곧 더 큰 일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의 발표 이후 오픈AI 리서치 디렉터인 야쿠프 파초츠키(Jakub Pachocki), AI 잠재 리스크를 평가하는 팀을 이끄는 알렉산더 마드리, 오픈AI에서 7년을 연구원으로 근무한 시몬 시도르는 동료들에게 사임을 전했다. 알트만과 브록만을 따라나선 것이다.

샘 알트만은 브록만의 글을 공유한 후 자신의 심경을 별도로 밝혔다.

그는 “모두 사랑한다. 오늘은 여러모로 이상한 경험이었다. 아직 살아 있는데 내 자신의 추도사를 읽는 기분을 느꼈다”며 “쏟아지는 사랑이 정말 대단했다. 지금 당장 친구에게 당신이 그를 얼마나 훌륭하게 여기는지 말해 주라”고 했다. 그는 이어 “내가 떠나면 오픈AI 이사회는 내 주식의 전체 가치를 위해 나를 쫓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이사회의 조치를 샘 알트만도 예상치 못했으며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임을 암시한 것이다.

그는 전날에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 내 비즈니스 서밋의 최고 인기 스타였다. 어느 누구도 다음날 샘 알트만이 오픈AI에서 축출당할 것으로 예상치 못했다. 그는 APEC CEO 서밋에서 구글의 제임스 마키나 부사장, 메타의 크리스 콕스 CPO 등 고위 경영자들과 함께 패널 토론을 했다. 이 패널 토론은 스티브 잡스의 미망인인 로랜스 파월 잡스가 진행했다. 샘 알트만은 이 자리에서 "생성 AI는 인류가 지금까지 발명한 가장 혁신적이고 유익한 기술이 될 것이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누가 누구의 역린을 건드렸나?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아직은 소문에 불과하다. 더버지, 디인포메이션 등에서는 샘알트만과 이사회가 '개발 속도'를 두고 이견을 나타냈다거나 오픈AI에 총 130억 달러(약 16조원)를 투자한 대주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입김설 등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과거 샘의 여동생이 X(옛 트위터)에 게시한 '올트먼의 성적 학대' 주장을 해고와 연관 짓기도 했다. 하지만 전세계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자 빅테크 기업이 된 '오픈AI'를 뒤흔들만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실리콘밸리 주위에서는 이번 사태는 '이해관계 충돌'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등 미국에서 최고경영자가 쫓겨나는 이유는 주가 부진, 실적 악화로 이사회를 만족시키지 못하거나(디즈니 밥 체이팩 사례), 성추행 등 부적합한 행동을 하거나 CEO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반면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추구한 것이 '증거'로 밝혀지면 이사회를 소집, CEO를 회사에서 내쫓는 일이 있다.

샘 알트만은 실적 부진이나 부적합한 행동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관계의 충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 이사회에서도 '나는 네가 한 짓을 알고 있다. (당분간) 묻어둘테니 조용히 나가달라'는 식으로 성명을 냈다.

실리콘밸리 미디어 세마포(Semafor)에 따르면 샘 알트만은 '딥 테크'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벤처캐피털 펀드를 모금 중이었다. 샘 알트만은 오픈AI CEO로 재직하면서도 크고 작은 스타트업에 투자했었다. 그가 발굴하고 투자한(투자할) 스타트업이 오픈AI와의 경쟁을 넘어 미래 방향의 본질을 건드렸을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오픈AI의 '내전' 가능성도 제기된다. 샘 알트만은 오픈AI의 부상에 핵심 인물이자 용의 등을 탄 인물로 이미 '넘사벽'급 인사가 되서 오픈AI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다른 회사를 창업하거나 옮겨갈 수도 있다. 대외 활동과 연설도 활발히 하고 있다.

하지만 오픈AI 내부에서는 그가 외부 활동 보다 회사 '내부 문제'에 집중하기를 원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워낙 비영리 재단 성격과 영리 기업의 위험한 줄을 타던 기업이었다. 대표적 인물이 공동창업자이자 수석 과학자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였다. 일리야는 이번 '쿠테타'의 주역 중 한명이었다.

이사회는 새로운 CEO를 선임할 예정이다. 임시 CEO로 선임된 미라 무라티나 수석 과학자 일리야 수츠케버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들도 새로운 CEO가 선임되면 곧 회사를 떠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오픈AI 3.0 시대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 손'이 누구였는지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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