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즌, 미디어 손 뗀다... 5.6조에 '야후·AOL'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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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jin Han 2021.05.03 16:08 PDT
버라이즌, 미디어 손 뗀다... 5.6조에 '야후·AOL' 매각
버라이즌 미디어 (출처 : 버라이즌 미디어 홈페이지)

야후·AOL·테크크런치 보유한 통신 기업 버라이즌, 미디어 시장 철수
디지털 광고 분야서 구글, 페이스북 등에 밀려
통신 사업에 더 치중할 전망... 경쟁사 AT&T도 디지털 광고 회사 매각

통신 사업자 버라이즌(Verizon)이 콘텐츠 사업에서 손을 뗀다. 버라이즌은 야후와 AOL 등 디지털 미디어 부문을 사모 펀드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llo Global Management)에 5억달러(약 5조6000억원)에 매각한다고 3일(현지 시각) 밝혔다. 다만 매각 후에도 버라이즌은 10%의 지분을 보유한다.

양사 계약에 따르면 새로운 회사 이름은 ‘야후(yahoo)’가 될 것으로 보인다. CEO는 현재 버라이즌 미디어 부문 CEO인 구루 고랩펀(Guru Gowrappan)이 그대로 맡는다. 구루 고랩펀 CEO는 성명에서 “아폴로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아폴로의 전문 지식과 전략적 통찰력을 통해 야후는 시장 기회, 미디어 경험을 활용하고 디지털 광고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입지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번 거래는 장기적으로 회사의 성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버라이즌은 한때 세계 최고 인터넷 기업이었던 인터넷 포털 야후와 인터넷 서비스 회사 AOL을 인수하고 경영하는데 거의 100억달러를 투입했다. 지난 2015년 AOL을 44억달러에 인수했고, 2017년에는 야후를 사들이는데 45억달러를 쏟아부었다. 버라이즌은 이들 기업을 통해 대규모 오디언스(독자)를 확보,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경쟁하면서 디지털 광고 매출을 올리려고 했다.

버라이즌은 특히 AOL의 광고 기술과 보유하고 있는 미디어플랫폼을 활용해 디지털 컨텐츠 광고 판매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둘을 합쳐서 오스(Oath, 현 버라이즌 미디어) 사업 내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원하는 오디언스 규모 확보, 사업 모델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버라이즌 미디어는 원하는 매출을 올리는 데 실패했다.

고전 끝에 버라이즌은 지난 2018년 미디어 부문 대규모 자산 정리 및 정리해고도 몇 차례 진행했다. 이때 버라이즌은 "예상보다 낮은 수익, 경쟁력 악화 및 시장 압력 증가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이후 사업부 이름을 버라이즌 미디어(Verizon Media)로 바꿨다.

지난 2018년 버라이즌 미디어는 전 알리바바 임원이었던 고랩펀을 영입했다. 이후 버라이즌 미디어는 뉴스와 스포츠, 금융, 라이프 스타일, 야후 메일 등에 집중키로 하고 나머지 자산 매각에 나섰다. 당시 매각된 자산은 텀블러(Tumblr), 플리커(Flickr), 무비폰(Moviefone), 허프포스트(Huffpost) 등이다. 최근 버라이즌 미디어는 정상화가 됐는데, 과거 모습은 아니었다. 2021년 1분기 버라이즌 미디어의 광고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고, 전체 매출은 19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4% 늘었다.

양사 계약에 따라, 버라이즌은 매각 대금 중 42억5000만달러를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7억5000만 달러는 아폴로 우선주로 배당받는다. 매각 이후에도 버라이즌은 지분 10%를 보유하며 최종 거래는 올해 하반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버라이즌 미디어는 야후 브랜드(뉴스, 파이낸스,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AOL, 기술 미디어 테크크런치(TechCrunch), 엔가젯(Engadget), 콘텐츠 스튜디오 료트(Ryot), 대학 스포츠 사이트 라이벌스(Rivals), 여성 스토리텔링 브랜드 메이커스(Makers), 오토블로그(Autoblog), 모바일 앱 분석 회사 플러리(Flurry) 등을 보유하고 있다.

모든 브랜드를 합하면 이번 달, 글로벌 시장 기준 버라이즌 미디어의 월평균 활동 이용자는 9억 명 정도 된다. 버라이즌 미디어 기업 미디어 플랫폼 그룹(business-to-business Media Platform group)은 방송사 등을 대상으로 스트리밍, 컨텐츠 제공, 보안 및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한스 웨스트버그 버라이즌 CEO는 “미디어 부문 매각은 통신사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진행됐다”며 “아폴로는 버라이즌 미디어에 대한 강력한 비전과 전략을 가졌다. 야후가 새로운 소유주를 만나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아폴로는 인수 성명에서 버라이즌 미디어의 재무적 성장을 돕겠다고 밝혔다. 아폴로는 “우리는 야후의 성장과 디지털 미디어, 광고 기술, 소비자 인터넷 플랫폼의 성장을 굳게 믿고 있다’며 “아폴로는 미디어 기업과 기술 회사에 오랜 기간 투자해왔다. 이런 경험이 야후를 더 성장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아폴로는 미국 지역 미디어 가넷(Gannet), 케이블TV사업자 콕스 미디어(COX Media),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 랙스페이스(Rackspace) 등에 투자했다.

아폴로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야후 파이낸스나 스포츠 베팅 등을 통해 가입자 대상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개별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여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광고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만큼, 디지털 광고 매출 확대도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거래는 초창기 인터넷의 역사를 개척했던 두 기업의 새로운 전환점이기도 하다. 야후는 1990년대 후반 뉴스를 중심으로 전 세계 사람들의 인터넷 첫 화면을 장식한 거대 포털이었다. 당시 전 세계 이용자가 1억6000만 명이 넘었다. AOL역시, 전성기 3000만 명의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통신 서비스 회사였다. 그러나 이 두 회사는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당시 스타트업이었던 구글, 페이스북에 대체됐다.

버라이즌은 매각 자금을 5G 등 통신 부문 강화에 투입할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 통신사 AT&T도 지난해 디지털 광고 회사 잔드르(Xandr) 매각에 나서는 등 통신 기업의 자산 조정이 본격화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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