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공화당은 왜 중간선거에서 실패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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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주 2022.11.13 16:08 PDT
트럼프와 공화당은 왜 중간선거에서 실패했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민주당 당대회에서 중간선거 사실상의 승리를 환호하고 있다 (출처 : Gettyimages)

트럼프가 결코 대선 패배를 인정할 수 없는 진짜 이유
경제 실정을 숨기고 반트럼프 정서를 자극한 바이든의 전략
공화당은 왜 중간선거에서 실패할 수 밖에 없었나

도널드 트럼프. 그는 실패한 경영인입니다.

트럼프가 말아먹은 비즈니스는 한 두 개가 아닙니다. 1991년 카지노 사업에 손댔다가 1년 만에 말아먹었죠. 카지노 이름은 트럼프 타지마할이었습니다. 금융업에 진출한 적도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업체였는데 사기까지 당하고 망했습니다. 중소형 항공사를 인수해서 트럼프 항공을 출범시킨 적도 있습니다. 적자만 보다가 헐값에 매각했죠. 트럼프는 자신의 이름을 딴 보드카도 팔고 스테이크도 팔고 음료수도 팔고 심지어 잡지도 팔아봤지만 싹 다 말아먹었습니다. 

그런데도 대중은 트럼프를 부유하고 성공한 인물로 기억합니다. 트럼프가 그렇게 믿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진짜로 성공하는 것보다 세상이 성공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걸 압니다. 그래서 실패했을 때조차 절대로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실패를 인정하면 세상이 실패자로 낙인찍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죠. 대신 실패를 성공으로 둔갑시키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는 성공해온 셈입니다. 성공한 기업가의 이미지로 미국 대통령의 지위에 오르는데까지 성공했으니까요. 

트럼프가 죽어도 못하는 것

트럼프는 실패한 대통령입니다. 적어도 재선에 실패한 것만큼은 명백한 사실이죠. 그렇지만 트럼프는 절대 자신이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평생 죽어도 실패를 인정해선 안 된다는 원칙으로 살아남았기 때문이죠. 트럼프의 친형은 자살했습니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보수적인 집안에서 실패자로 낙인찍힌 탓이었죠. 어쩌면 트럼프의 뼛속 깊숙이 실패는 죽음이라는 공포가 각인된 순간이었을 겁니다. 

이런 이유들 탓에 트럼프는 2020년 대선 패배를 결단코 인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미국 의사당을 유린해서라도 부정해야만 하는 팩트죠. 지난 미국 대선이 사기였고 자신은 대통령직을 도둑 맞았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어떤 면에선 너무도 트럼프다운 논리입니다. 트럼프는 그렇게 자랐고 그렇게 살았고 그렇게밖에 살지 못하는 사람이니까요. 트럼프월드에서 트럼프는 영원한 승자입니다. 

미 공화당이 2022년 11월 8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패배한 건 트럼프의 실패를 부정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중간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 569명 가운데 적어도 290명 이상이 2020년 대선이 사기라는 트럼프의 주장에 동조했습니다. 공화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의 입김이 거셌기 때문이었죠. 이렇게 트럼프한테 충성해서 경선을 통과한 후보자 리스트엔 공화당 안에서 트럼프의 유력한 대안 주자로 거론되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있습니다. 트럼프의 실패를 부정한 덕분에 공화당은 다 이긴 선거에서 실패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공화당이 트럼프와 함께 절벽으로 뛰어내렸다”고 평했죠. 

👉 트럼프의 2020년 대선 패배 이후 행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자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출처 : Gettyimages)

바보야, 문제는 경제가 아니야?

물론 여기엔 경제 실정을 숨기려는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선거 전술도 있었습니다. 당초 이번 중간선거의 큰 바람은 인플레이션 평가였습니다. 바이든한텐 불리한 구도였죠. 그래서 선거 초반부터 띄운 게 임신중지권 이슈였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24일 일명 낙태법으로 불리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지했습니다. 3600만명 이상의 미국 여성이 신체에 대한 기본권을 잃게 만든 판결이었죠. 지금도 미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게다가 낙태법 폐지는 민주당한테 불리한 선거 구도를 반트럼프로 다시 짜기에 딱 좋은 이슈였습니다. 미국 대통령은 대법관을 임명하기 위한 자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트럼프는 임기 4년 동안 무려 3명의 대법관을 임명할 수 있었던 운 좋은 대통령이었습니다. 덕분에 대법원을 보수화시킬 수 있었고 낙태법 폐지라는 결과로 이어졌죠. 결국 민주당은 임신중지권을 인플레이션에 필적하는 선거 쟁점으로 부각시키는데 성공합니다. 

그 결과가 이번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상원 승리를 결정지은 네바다주 선거입니다. 당초 네바다주 상원의원 선거는 공화당의 승리가 점쳐졌습니다. 정작 막판 개표가 이뤄진 라스베이거스 일대 지역에서 민주당표가 쏟아지면서 역전됐죠. 도시 지역표는 임신중지권에 민감합니다. 게다가 승리한 민주당 후보 캐서린 코르테즈 매스토는 여성입니다. 반면 패배한 공화당 후보 애덤 랙설트는 전형적인 백인 남성이죠. 무엇보다 트럼프가 직접 격전지인 네바다에 꽂아 넣은 트럼프 키즈입니다. 명백한 트럼프의 패배입니다.  

👉 낙태법 폐지와 미국 민주주의

(출처 : Gettyimages)

중간선거 이후의 트럼프웨이

그렇다고 트럼프가 순순히 패배를 인정할리는 없습니다. 트럼프는 이미 실패를 성공으로 둔갑시키는 거래의 기술을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1월 9일 트럼프는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어제 선거는 어떤 측면에선 다소 실망스럽지만 내 개인적인 관점에선 매우 큰 승리였다.” 트럼프가 선거 결과에 실망해서 측근들에게 소리를 질렀다는 얘기가 흘러나온 직후였죠. 

트럼프는 이번 중간 선거에서 330명의 후보를 지지했고 30번 이상의 지원 유세를 펼쳤고 트럼프 슈퍼펙은 수백만 달러를 모금했습니다. 목적은 2024년 대선에 출마할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였죠. 원래 트럼프는 중간선거 하루 전날인 11월 7일 오하이오 유세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계획이었습니다. 반트럼프 유권자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려는 민주당만 좋아할 일이었죠.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 지도부가 모두 나서서 트럼프를 말려야만 했다고 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공화당의 상원 패배가 확정됐지만 트럼프는 자신만의 성공 가도를 달릴 것으로 보입니다. 오는 11월 15일 예고된 중대 발표에서 트럼프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선거가 자신의 승리라고 애써 주장하면서 말입니다. 어쨌든 하원에선 다수당을 차지하는데 성공했으니까요. 바꿔 말하면 트럼프와는 지독한 앙숙인 권력 서열 3위 낸시 팰로시 하원의장을 끌어내리는데는 성공한 겁니다. 

그렇지만 이번 중간 선거 탓에 트럼프의 위세는 크게 약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번 패배가 나쁜 패배인 탓입니다. 트럼프의 힘은 전직 대통령이서가 아니라 차기 대통령 당선 가능성에서 나옵니다. 그런데 이번 중간 선거에서 펜실베이니아와 애리조나와 네바다에서 모두 트럼프가 밀었던 후보가 패배했죠.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승리를 결정한 승부처들입니다. 2024년 트럼프의 대선 경쟁력에 의문 부호가 찍힐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트럼프는 더 아득바득 실패를 성공으로 둔갑시키려고 발버둥칠 공산이 큽니다. 스테이크나 보드카처럼요. 그러자면 트럼프는 미국 사회를 더욱 분열시켜야만 합니다. 이번 중간 선거가 트럼프 죽이기였다는 프레임으로 지지 세력을 결집시켜야만 자신이 패배자가 되지 않으니까요. 이미 선거 결과 상원과 하원은 다수당이 갈린 상태입니다. 공화당 당선자 상당수가 트럼프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특히 하원은 임기가 고작 2년입니다. 2024년에 대선 출마를 노리는 트럼프와 임기 공동체죠. 따라서 워싱턴 정치의 분열은 필연입니다. 분열의 정치는 트럼프가 가장 잘 하는 일이죠. 

👉 미 중간선거 결과의 정치경제학

(출처 : 더밀크 장혜지)

지금까지 트럼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실패를 인정하지 않아서였습니다. 끝끝내 실패를 성공으로 포장해냈죠. 역설적으로 이런 트럼프의 성공학이 중간선거의 결정적 패인이 됐습니다. 이번 중간선거는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트럼프한테 대중적 성공의 열쇠가 돼주지 못한 첫 번째 사례입니다.

무실패의 트럼프 신화는 끝났습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었나 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나라가 어디냐고요? 러시아도 중국도 북한도 아닙니다. 바로 미국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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