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권 "휴머노이드 상용화 코앞, 확장성 논의할 때"... 3대 기업은?
[더웨이브 서울 2024: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대규모 투자유치 성공... 생성AI 열풍 시너지 효과"
휴머노이드봇 분야 삼각구도 경쟁... 중국 기업들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 확보
"배터리, 액추에이터 효율성 등 보완해야... 수익성, 온디바이스 AI 기술 대두"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업화는 이미 가시권에 들어섰다. 이제 어떤 산업을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업그레이드해야한다.한재권 한양대 에리카 로봇공학과 교수
우리나라 로봇공학 분야의 대표적인 권위자인 한재권 교수(한양대 로봇공학과)는 최근 더밀크와의 인터뷰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시점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한 교수는 "이미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수많은 플레이어가 활동하고 있다"며 "상용화 단계를 10으로 본다면 이미 8정도에 진입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생성 AI의 발전이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를 가속화하는 시발점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일을 수행하고 학습하면서 판단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능력이 로봇이 다양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생성 AI가 진정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구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에 모두가 로봇을 만들 필요는 없다"며 "다양한 관련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날 것"이라면서 산업적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완성차 업체가 차를 생산해서 판매하면 부품 회사들이 생겨나고, 렌터카, 택시, 보험 등 수십, 수백 가지의 관련 산업이 만들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한 교수는 "세상이 변화할 때 2차, 3차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업들이 생겨나기를 바란다"며 "이는 아이디어의 영역이다. 산업 자체를 보면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업들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대규모 투자유치 성공... 생성AI 열풍 시너지 효과"
생성AI 열풍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생성 AI가 이렇게까지 발전하지 않았다면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관심은 없었을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목적은 '하나의 로봇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데 있다. 이는 특정한 서비스를 수행하는 로봇이 아닌,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로봇이 인간의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로봇은 수백, 수천 가지의 일을 해내려면 모든 일에 대해 일일이 프로그래밍을 해야 했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어야만 원래 목적에 부합하는데 생성AI의 발전은 이를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을 내린 후 일을 수행하며, 학습을 통해 판단을 업그레이드하면서 다양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됐다.
오픈AI의 모델을 기반으로 한 피규어AI의 '피규어 01'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추상적인 질문에 대해 스스로 행동할 수 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생성 AI와 결합하여 진정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구현하고 있다."
올해 들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달라진 트렌드가 있나? 이를 체감하나?
"올해 가장 쇼킹한 사건은 대규모 투자를 받는 로봇 스타트업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그간 시장성이 없다는 선입견 때문에 투자 유치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올해 굵직한 투자들이 이뤄졌다.
피규어AI만 해도 6억7500만달러를 유치했다. 우리 돈으로 9000억 원 규모다. 피규어AI를 시작으로 캐나다의 생추어리AI, 아마존 물류센터에 들어가는 애질리티 로보틱스 등이 대기업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돈이 몰리고 있다는 건데 굉장히 특이한 현상이다.
우리도 시드 투자를 받았다. (한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을 만드는 '에이로봇'을 창업하고 현재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있다. '웰컴로봇'이라는 로봇을 서비스하고 있다.) 당초 15억원 펀딩을 목적으로 했는데 35억원으로 클로징 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업계에선 10년 뒤에나 벌어질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시간을 확 앞당겼다. 기술과 경쟁에 가속도가 붙었다. 비로소 상업화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활발한 비즈니스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상용화 이미 시작, 제조공정 및 물류 라인에 투입... 빠르면 내년 투입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어디까지 왔나?
"만약 상용화의 최종 단계가 10이라면 8 정도까지 왔다. 특히 B2B에서는 휴머노이드 봇이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점에 있다. 일반 소비자들이 로봇을 활용하는 시기는 아직 멀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초기 도입은 자동차 공장 생산라인과 아마존 물류센터 등에서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도입이 비교적 쉬운 단계부터 시작해서 처음에는 쉬운 일부터, 점차 어려운 일로 넘어갈 것이다.
로봇은 사람이 하기 힘든 일 중 상대적으로 쉬운 작업들이 우선적으로 도입될 것이다. 자동차 공장 생산라인에서는 힘든 작업들, 예를 들어 차량을 위에 두고 밑에서 작업하는 일이나, 물류센터에서는 지속적으로 물건을 나르는 작업들이 해당된다. 이러한 작업들은 정형화되지 않았고, 계속 이동하며 대응해야 하는 단순한 일들로, 휴머노이드 로봇이 수행하기에 적합하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제조 공정과 물류 라인에 투입되는 시점이 멀지 않았다. 빠르면 내년, 늦어도 2028년에는 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가능한 작업부터 시작해서 점점 확산될 것이다.
테슬라, BMW, 헝다, 메르세데스 벤츠 등 주요 기업들이 이러한 시도에 나서고 있으며, 경쟁이 붙으면서 빠르게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아마존은 물류센터에서 내년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해 상업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휴머노이드 로봇 인간과 협업, 안전한가?
"안전사고는 매년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인간이 로봇을 수리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대부분의 사고는 제조용 로봇과 관련이 있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접근법이 필요하다. 첫째는 기술적인 접근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하거나, 인간과 충돌했을 때 다치지 않도록 하는 기술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소프트 로보틱스'가 주목할 만한 분야다. 일반적으로 로봇은 강철로 만들어진다는 인식이 있지만, 외피를 부드럽게 하고 사람과 충돌해도 다치지 않게 만드는 노력이 학문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사람을 보호하는 제어 방법에 대한 연구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둘째는 제도적인 접근이다. 자동차가 등장했을 때 운전면허, 신호체계, 보험 등 제도적 보완이 이뤄졌듯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인구절벽과 노동절벽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으며, 로봇을 활용해야만 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휴머노이드봇 분야 삼각구도 경쟁... 중국 기업들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 확보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중 가장 앞선 기업은 어디인가?
"현재 로봇 공학 분야에서는 피규어AI, 테슬라, 그리고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삼각구도의 경쟁이 치열하다. 일론 머스크는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매우 의식하면서 X(전 트위터)에서도 견제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피규어 AI : 오픈AI와 협업하며 전략적 투자를 받고 있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 특히 생성 AI를 로봇에 어떻게 잘 적용할 수 있는지를 선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플랫폼 자체도 뛰어나며, 인공지능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능력이 압도적이다. 인공지능이 로봇의 행동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테슬라: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는 자동차 제조 경험이 로봇 제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경험 덕분에 테슬라는 로봇의 제조 완성도와 운동 능력을 상당히 높일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자율주행(FSD)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이를 AI 로봇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수행 중이다. 이 작업이 성공한다면, 테슬라는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AI 로봇 기술의 길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보스톤다이내믹스: 로봇 기술력으로만 치면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넘사벽'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로봇을 제어하고, 빠르게 운용하며, 뛰어난 운동 능력을 보여주는 데 있어 독보적이다. 그들이 쌓아온 기술적 노하우는 엄청나다. 하지만, 이러한 뛰어난 기술력을 어떻게 상용화할지에 대한 명확한 솔루션은 아직 부족해보인다. 보스톤다이내믹스는 '더뉴아틀라스'와 같은 전지구동 방식의 로봇을 개발하면서 다른 로봇회사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여전히 이를 어디에 활용할지 명확한 계획이 없다. 뛰어난 로봇 기술을 실제로 어떻게 사용할지를 찾는 것이 현대차의 큰 과제이며, 이를 해결하면 시장에서 선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 기업이 글로벌 기술 경쟁을 주도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뒤쫓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약 1년 정도 뒤처져 있지만, 저렴한 단가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미 로봇이 시판되고 있다. 예를 들어, 중국의 유니트리라는 회사는 저렴한 플랫폼을 9만 달러에, G1 모델을 1만 600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으로 기술의 격차를 보완하고 있으며, 매우 위협적이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잘 만드는지뿐만 아니라, 얼마에 잘 만드는지가 중요하다."
"배터리, 액추에이터 효율성 등 보완해야... 수익성, 온디바이스 AI 기술 대두"
휴머노이드 로봇을 더욱 고도화하는데 있어서 보완해야 할 기술은 무엇인가?
"현재 로봇 기술의 발전을 위한 주요 과제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운용 시간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의 배터리 기술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큰 배터리를 사용하면 운용 시간을 늘릴 수 있지만, 얼마나 큰 배터리를 탑재할지 결정하는 것도 중요한 선택 과제다. 이에 따라 로봇의 움직임과 배터리 크기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액추에이터의 효율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인간의 근육과 유사한 효율성을 가진 액추에이터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며, 전기 모터의 효율성도 개선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술 발전이 필요하다면, 로봇이 인간처럼 더 나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셋째, 수익성 문제다. GPU와 같은 고성능 컴퓨팅 자원이 로봇에 탑재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AI를 구동하기 위해서는 높은 계산 능력이 필수적이지만, 이는 많은 전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수익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저전력으로도 효율적으로 AI를 운용할 수 있는 기술적인 연구가 중요하다.
넷째, 온디바이스 AI 기술이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로봇 자체에 AI를 내장시키는 것이 클라우드보다 안전하다고 평가되며, 이를 위해 AI 칩의 발전이 필수적이다. 저전력이면서도 고속 계산을 가능하게 하는 AI 칩을 개발하는 것이 현재의 핵심 과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의 일의 개념을 어떻게 바꿀까?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은 점점 더 큰 압력을 받고 있다. 이는 인구 구조의 변화 때문이다.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해 생산 가능한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이 추세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사회적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경제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재난을 방지하기 위해 인간의 노동력을 기계가 대체하는 방향으로 '로봇 압력'이라는 개념이 부각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로봇의 활용이 필수적으로 고려되어야 사회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돌봄이나 간병 등의 분야는 매우 어렵다. 이러한 힘든 일들을 인간이 수행하기에는 많은 도전과제가 있다. 이런 분야에서 로봇의 도입이 필수적이며, 경제적으로도 힘든 일을 로봇이 맡으면 인건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된다. 이는 시장의 원리이며, 경제적, 사회적으로 로봇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어디에서 로봇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찾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으며, 이를 사업화에 잘 하는 사람들이 성공 스토리를 쓸 것으로 기대된다."
한재권 교수는 오는 19일 더밀크와 엑스포럼이 주최하는 더웨이브 서울 2024 포럼에서 강연한다. 이날 한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활용과 상용화를 주제로 생성AI 열풍과 함께 가속화하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의 현재와 미래를 소개한다.
더웨이브 서울(The Wave Seoul 2024)
일자: 2024년 6월 19일(수) ~ 20일(목), 2일간
시간: 6월 19일(수) 10:00~17:00 / 6월 20일(목) 10:00~17:10 (등록시간: 09:30~10:00)
장소: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룸 401호
주제: Next Billion
언어: 영어 / 한국어
더밀크 회원으로 가입하시면 실리콘밸리에서 나오는 혁신 비즈니스 트렌드와 자본의 흐름을 가장 먼저 파악하고 앞서갈 수 있습니다. 주 4회 뷰스레터를 무료로 제공합니다. 유료 회원으로 업그레이드하시면 더밀크 콘텐츠를 제한없이 보고 더밀크의 스페셜 리포트를 받아보고 이벤트에 참석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