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1987년 '블랙먼데이' 재현하다..R과 U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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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정 2024.08.05 10:59 PDT
글로벌 증시, 1987년 '블랙먼데이' 재현하다..R과 U의 공포
(출처 : DALL E / 크리스 정 )

[투자노트] 글로벌 증시 대폭락 ... 1987년 블랙먼데이 재현
코스피 사이드카 발동, 일본 닛케이 지수 12% 폭락
미국 경기침체 신호에 빅테크 실적 악화, 엔화 강세 겹쳐
미 연준 금리인하 늦었다

37년 만의 블랙먼데이를 재현한 글로벌 증시...공포에 휩싸이다

미국발 경기침체(Recession) 공포로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주요 증시가 일제히 8~12% 폭락하면서 각국이 역대 최대 증시하락을 보이는 '블랙먼데이' 현상이 나타났다. 미국의 경기침체 신호에 빅테크 기업의 실적마저 부진한데다 엔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나타난 공포 현상으로 풀이된다.

5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급락하면서 한국의 코스피 지수는 지난 거래일 대비 8.7% 내린 2,441.55, 코스닥 지수는 11.3% 하락한 691.28로 장을 마감했다. 한국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장중 낙폭이 커지자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도 발동됐다.

한국 코스피에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증시가 급락한 2020년 6월 이후 약 4년 2개월 만의 일이다. 코스피 사이드카는 코스피200 선물 가격이 기준 가격 대비 5% 이상 하락, 1분간 지속되는 경우 프로그램 매매를 5분간 제한, 급변하는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발동된다.

일본은 더 타격이 컸다.

닛케이 지수는 개장하자마자 7% 이상 수직 추락, 지난주 금요일과 비교해 무려 12.40%가 폭락한 31,458로 장을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 낙폭은 지난 1987년 10월 20일, 일본 경제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블랙 먼데이'를 뛰어넘은 것이다. 5일 폭락으로 니케이는 올해 주가 상승분을 모두 지웠다. 일각에서는 주가의 추가 하락을 점치고 있어 시장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말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결국 일본 증시는 지난 7월 11일의 역대 최고치에서 20% 이상 하락, 약세장(베어 마켓)에 진입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제조업체인 TSMC(TSM)를 비롯해 반도체의 중심지로 거듭난 대만은 벤치마크인 타이익스 지수가 8.35% 폭락하며 2만선이 무너졌다. 반면 중국 증시의 충격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본토 상하이 지수는 1.54% 하락한 2860.70에 마감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1.46% 하락한 16,698.36에 마감했다. 미국 빅테크와의 연계성 부족과 3년간의 침체로 인해 이미 저평가되어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위험 자산 회피 신호가 나타나면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도 요동쳤다.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11.35% 하락한 5만1477달러에 거래됐다. 지난 금요일(2일, 현지시각) 이후에만 무려 21% 폭락했고 암호화폐 전체 자산 가치는 월요일 하루에만 약 2700억 달러가 사라졌다 .

비트코인 하락 (출처 : Shutterstock)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에 아시아 증시 폭락 왜?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증시 폭락은 미국발 고용 쇼크가 '경기침체'의 신호로 받아들여지면서 미국 경기 활성화와 미국 주식 상승에만 의존하던 아시아에 직격타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의 실적마저 부진한데다 엔화 강세가 겹치면서 일본에서 특히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됐다.

일본의 종합상사 주식을 사들이며 일본 내 영향력을 키워온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버크셔해서웨이 실적을 통해 애플 지분을 거의 절반이나 팔아치웠다고 밝힌 것도 원인이 됐다. 버크셔는 이번 분기에만 750억 달러가 넘는 주식을 매각하며 현금 보유량을 늘렸다. 버크셔의 현금 보유액은 2770억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반면 '안전자산' 일본 엔화는 크게 올라 엔달러 환율은 낮아졌다. 5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강세로 엔·달러 환율은 장중 142엔대까지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이 142엔대로 낮아진 것은 지난 1월 초 이후 약 7개월 만이다. 지난달 초 161엔대까지 높아지며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던 엔화가치는 한달 사이 20엔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이는 미국 경제 침체에 대한 경계감 확산되자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이 크게 부각되면서 안전자산인 엔화가 강세를 보였고 특히 다른 선진국과 다르게 금리인상으로의 긴축 기조를 강화하던 일본중앙은행(BOJ)의 스탠스 역시 크게 작용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 등 글로벌 경제에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는 일본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 및 매출 둔화 우려로 나타나 증시 폭락에 일조했다.

(출처 : DALL E / 크리스 정 )

미국 실물경제, 모든 지표가 수축 영역으로 진입

미 증시도 폭락세...연준 인플레 대응 이어 침체 대응도 늦었다

더밀크는 지난 한 달 동안 견고해 보이는 미국의 경제가 수면 아래에서는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음을 전망하며 리세션 시리즈를 소개한 바 있다. 경기침체의 가능성이 생각보다 빠르게 왔기 때문이다.

[더밀크의 리세션 시리즈]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미 경기침체의 징후들…미국인 56%는 "이미 침체"

무너지는 미 가계…늘어난 부채만 3조에 연체율은 역대 최고

AI 버블의 시작 혹은 끝? 대세상승장 좌우할 피봇 포인트온다

실제 기업들의 경제에 대한 시각을 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신규주문과 생산, 그리고 수출과 재고가 광범위하게 침체에 빠지고 있음을 나타냈다. 제조업 PMI가 중요한 경기 선행지표로 인식되는 이유는 제조업이 경기 순환의 초기 단계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PMI 지표가 제조업 부문에서의 신규 주문, 생산, 고용, 공급업체 납품, 재고 등의 주요 활동을 포괄적으로 그리고 실시간으로 빠르게 측정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미국 경제는 현재 모든 지수가 수축 영역으로 진입했다. 세부지표 중에서도 빠른 선행지표로 인식되는 신규주문은 47.4로 6월의 49.3에서 하락해 역시 4개월 연속 위축됐다.

수요가 둔화되면서 공급 역시 침체에 빠졌다. 생산지수는 45.9로 6월의 48.5에서 2.6% 포인트나 빠졌고 6대 주요 제조업 부문에서 생산량 증가가 보고되지 않았다. 고용은 43.4로 6월의 49.3에서 무려 5.9% 포인트가 하락하며 제조업 부문의 노동시장이 빠르게 냉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이 주목하는 노동부 고용보고서도 고용시장이 예상보다 아주 빠르게 냉각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실업률은 4.3%로 급증했고 모든 지표가 냉각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경기침체의 가장 빠른 시그널로 인식되는 '샴 리세션 지표'가 발동됐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리인하 늦었나?...기업 활동은 이미 침체

샴 리세션 지표 발동! 침체 위험 커졌다

글로벌 증시의 폭락세에 미국 주식 선물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동부 표준시로 5일(현지시각) 8시 40분 기준 1226포인트가 빠진 38,646.00을 기록, 3.11% 하락했고 S&P500은 4.48%, 나스닥은 5.87%의 폭락세를 연출했다. 특히 나스닥은 한때 6.5%까지 떨어지며 서킷 브레이커 발동 직전까지 갔으나 이후 하락폭이 축소됐다.

특히 엔비디아를 비롯해 메타플랫폼과 애플 등 빅테크 주식이 각각 7% 이상 하락하며 시장 매도세를 이끌었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미 국채는 강력한 매수세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3.68%로 하락, 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연준이 미 경기침체 가능성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시장의 컨센서스가 강해지면서 국채금리 하락세는 더 가팔라졌다. 반면 달러는 하락했다. 미국의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또 다른 기축통화권인 유로화와 엔화로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 증시의 폭락세가 강화되면서 '공포지수'로 평가되는 CBOE 변동성 지수(VIX)는 50을 뛰어넘으며 팬데믹 폭락장이 한창이던 2020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경기침체와 기업 실적의 악화로 시장의 공포가 가속화되고 있지만 일부는 너무 과도한 반응이라는 평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 경제가 향후 1년 내에 불황에 빠질 가능성을 상향 조정했지만 이 수치 역시 25%로 낮은 수준이다.

다만 이전보다 강력한 연준의 정책대응은 이제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미 최대은행 JP모건은 연준이 9월과 11월 각각 두 번의 금리인하(0.50% 포인트)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을 고려하여 적정한 기준금리를 계산하는 데 사용하는 테일러룰(Taylor Rule)에 따르면 현재 연준의 정책금리는 약 170bp(1.70% 포인트)나 더 높은 것으로 평가, 경제를 지나치게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일러룰에 따르면 연준의 정책금리는 170bp(1.70% 포인트)나 더 높아 경제를 지나치게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 블룸버그 )
(출처 : Shutterstock)

그렇다면 ... 약세장 계속될까? 반등할까?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번 약세장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여부가 관심사일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장세다. 가장 최근 폭락 장이었던 코로나 팬데믹은 코로나19 감염병이라는 블랙스완 이벤트가 공포를 유발했다. 때문에 미 연준 등 각국 정부의 적극적이고 즉각적인 개입이 있었고 이는 전례없는 '현금 살포'에 이은 주가 랠리를 유도했다.

2024년 8월에 나타난 폭락장이 '반등' 포인트(시점)를 잡기 어려운 이유는 경기침체 공포 뿐 아니라 미 대선, 중동 전쟁 등 '불확실성' 이벤트도 예고 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선은 현 시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나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이나 누구도 당선을 장담하기 힘든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반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경제 기조 및 산업의 방향이 크게 달라진다. 이 같은 상황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원인이 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이 같은 금리 인하 정책에 따른 기대 심리는 올 상반기에 이미 반영됐기 때문에 연준이 9월 FOMC에서 금리를 인하한다고 하더라도 시장에서 반응이 미온적일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중동 전쟁 리스크 확산도 향후 주가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이스라엘을 겨냥한 이란과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 등의 보복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은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고, 미국은 중동 지역에 해군과 공군 전력 증파를 결정하며 중동을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 유가가 요동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글로벌 경제 안정을 위협하는 가장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당분간 침체(Recession)와 불확실성(Uncertainty)이 지배하는 시장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갈수록 매도와 매수 타이밍을 판단하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워런 버핏이 현금 보유를 늘린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다만 시장이 급격한 매도세를 연출하면서 과매도세로 단기적인 반등의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이번주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예고되면서 연준의 정책 대응 속도에 따라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속도와 기세 역시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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