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목표는? 잘 포기하기도 중요하다
필자는 파트타임으로 수영장에서 라이프가드로 일하고 있다. 매년 1월 첫째 주 수영장에는 항상 사람이 많다. 새해 다짐으로 운동을 시작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둘째 주에 약간 사람이 줄고 셋째 주에는 더 줄어든다. 1월 마지막 주 정도 되면 수영장을 찾는 사람의 수는 보통 때와 다름이 없어진다. 새해 다짐이 한 달도 채 지속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래서 규칙적으로 수영을 하는 수영장 회원들은 오히려 첫째 주에는 수영장을 피하기도 한다. 너무 붐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동시에 2,3주만 지나면 하나도 붐비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경험으로 알고 있다.
2022년 새해가 밝았다.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다짐을 하고 거창한 계획을 세우는 시기다. 하지만 새해 결심과 계획은 너무 과하고 많아서 지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크게 마음 먹고 시작한 새해 계획이 작심삼일로 이어지는 일이 잦은 이유다.
인간인 이상 모든 계획이 예상대로 진행될 수는 없는 법. 열심히 하지 않아서 계획과 결심이 무너지기도 하지만 열심히 했어도 상황이 따라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포기를 해야 하는 순간이 오는데 ‘잘 포기하기’ 또한 매우 중요한 삶의 기술 중 하나다. 언제, 어떻게 포기하는 법을 아는 건 성공으로 가는 또 다른 길이다. 어쩌면 성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기술일 지도 모른다.
시카고대 행동경제학 존 리스트 교수의 예를 한 번 살펴보자. 리스트는 교수는 고교시절 골프 선수였다. 골프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프로 골프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 그런데 대학 1학년 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겼다. 그는 자신의 실력을 동료 선수들과 객관적으로 견주어 봤다. 정말 겸허한 마음가짐으로 자신의 점수와 통계를 살펴봤다. 그가 내린 결론은 자신이 좋은 프로 선수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프로 선수가 될 수는 있겠지만 생계를 꾸릴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어렸을 때부터 키워온 프로 골퍼의 꿈을 버려야 할까?
그는 일단 대학 시절 계속 골프를 쳤다. 수상도 몇 번 했다. 하지만 프로 골퍼가 되는 꿈은 접었다. 꿈을 포기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서두에 인용한 유명 미식축구 코치 빈스 롬바르디의 말대로 포기라는 말은 사전에 없는 것처럼 자란 그에겐 더욱 힘든 일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골프를 포기할 수 있었던 건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꿈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골프와 달리 자신이 경제학에는 상당한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 그는 성공한 경제학자가 됐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로 거론되기도 했고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공저)’라는 베스트셀러도 썼다. 리프트(Lyft)의 수석 경제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말한다. 사람들은 너무 포기를 하지 않는다고.
2월 ‘볼테지 이펙스(Voltage Effect)’라는 책 출간을 앞두고 있는 그는 최근 책의 내용을 토대로 한 글을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했다. 제목은 ‘Sometimes Winning Means Knowing When to Quit.’ 이기는 건 언제 그만둘지를 아는 것과 같다는 뜻이다. 동양의 멈춰야 할 때를 아는 ‘지지(知止)’와 비슷한 개념이다.
그는 글에서 ‘잘 포기하는’ 네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경제학자답게 과학적 통계에 기반한 원칙이다. 그 네 가지를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