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숙련공 단번에…HD현대 건설업계 흔들 키로 ‘AI’ 낙점
[CES2024] HD현대 ‘사이트트랜스포메이션’
CES 참가 3년 만에 기조연설 무대에 …바다 이어 육상으로 비전 확장
AI 기반 ‘X-와이즈’ 솔루션 첫선 “5년 걸리는 일 단번에”
구글 경영진·그라비스 창업자 등 글로벌 연사 참여
HD현대의 ‘업(業)의 본질’이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 제공 업체로 바뀌고 있습니다.정기선 HD현대 부회장
AI로 스마트건설 현장 만들겠다
HD현대그룹(현대중공업)이 바다에서 육지로 갔다. 지난해 바다를 강조했다면, 올해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로 육상의 건설업계 판을 흔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것.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10일(현지시각) CES2024 기조연설에서 자사 AI 기반 혁신 기술인 ‘X-Wise’을 전면에 내세웠다. 건설기계 장비를 생산,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데이터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포부다.
회사는 지난 2022년 CES에서는 ‘퓨처빌더(Future Builder)’를 2023년에는 기존 조선업 위주의 사업모델에서 친환경 에너지 생산부터 육지 이동까지 확장하는 '오션트랜스포메이션(Ocean Transformation)' 비전을 내세웠다. 올해 비전은 이른바 육상에서 기술로 혁신한다는 ‘사이트트랜스포메이션(Xite Transformation)’이다.
‘사이트트랜스포메이션’ 기조연설에서 정 부회장은 HD현대 건설기계 사업의 미래 전략을 구체화했다. 사이트트랜스포메이션(Xite Transformation)의 'Xite'는 물리적 건설 현장을 뜻하는 'Site'를 확장한 개념이다. 3D 업종의 대표 사례이자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하는 건설 현장도 첨단 기술을 접목하면 개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이날 정 부회장은 3대 혁신 목표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안전성 확보, 생산성 향상을 위한 무인·자율화, 친환경 에너지 가치사슬 구축과 탈탄소화 등을 제시했다. 비전을 현실화할 혁신 기술로 'X-와이즈'와 'X-와이즈 사이트'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X-와이즈'는 무인 자율 작업을 지원하는 AI 플랫폼이다. 머신가이던스(MG), 머신컨트롤(MC) 기능을 통해 숙련공의 작업 패턴을 학습해 기계가 알아서 작업하는 방식이다. 통상 중장비 기술자는 면허를 따도 5년 이상 조수로 일하며 일을 배워야 하는데, 이 기술을 적용하면 단숨에 ‘10년 숙련공’처럼 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X-와이즈는 향후 HD현대의 모든 산업 솔루션에 기반 기술로 적용될 예정이다. 'X-와이즈사이트'는 이 X-와이즈 기술이 적용된 건설 장비들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지능형 현장 관리 솔루션이다. 최근 HD현대가 개발한 건설기계용 인공지능(AI) 기반 머신 어시스턴트 ‘X-에이전트’는 건설 현장에서 장비 정보와 작업 환경, 작업 계획을 AI가 인지해 운전자에게 최적화된 장비 운영 가이드를 제공한다. CES2024 혁신상을 받았다.
향후 HD현대는 업계 선두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정 부회장은 “AI와 디지털, 로봇 등의 첨단 기술이 더해진 HD현대의 Xite 혁신은 건설 현장과 장비의 개선을 넘어 인류가 미래를 건설하는 근원적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우디 등판. 구글클라우드그라빅스 등 파트너사 포진
정기선 부회장의 오프닝 연설을 시작으로, HD현대의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한 국가 및 파트너사들의 설명이 이어졌다.
정 부회장의 기조연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관계자도 무대에 올라 협력을 확대할 것을 예고했다. 가다 알라무드 사우디아라비아 산업자원부 국제관계 자문위원은 “HD현대의 차세대 건설 장비와 현장 운영 솔루션이 ‘사우디 비전 2030’ 추진 속도를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HD현대건설기계는 최근 사우디로부터 굴착기 100대를 수주했다. 알라무드 국제관계 자문위원은 네옴 프로젝트를 비롯 ‘사우디 비전 2030’ 달성에 기여할 HD현대의 Xite 혁신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날 무대에 오른 그라비스로보틱스(Gravis Robotics)의 마르코 후터(Marco Hutter) 창업자는 자율형 4족 보행 로봇에서 출발한 자율 굴착기의 개발 목적과 건설 장비 로봇의 가능성을 발표했다. 최근 HD현대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구글클라우드의 필립 모이어(Philip Moyer) 부사장은 HD현대의 이정민 책임매니저와 함께 생성형 AI를 활용한 양사의 협업 로드맵을 공개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 이동욱 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능형 건설 장비와 ‘X-Wise Xite’의 결합을 통한 완전 자율 현장 솔루션 구현의 청사진과 함께, 친환경 생태계 조성을 향한 HD현대의 진정성과 기술력에 관해 설명했다.
HD현대 관계자는 “우리의 육·해상 비전은 지난 CES 2022에서 밝힌 퓨쳐빌더(Future Builder)로서의 역할을 실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세계 최고의 파트너들과 함께 인류에게 새로운 미래를 선사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정기선 부회장은 "현재 건설 산업 분야는 기술·혁신 면에서 가장 느리다"면서 "인류의 안전과 관련된 모든 측면이 건설 방식과 연관되기 때문에 이를 혁신하지 않고는 미래를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