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 총칼보다 무서운 무기···탈레반에게 악용
새로운 이미지 만들고 반대 세력 길들여
최전선에서 스마트폰을 든 탈레반 군인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테러집단, 탈레반의 새로운 무기는 총과 칼이 아니었다. 바로 소셜미디어(SNS)다.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반대 세력을 길들이며 주요 메시지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통치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 중이다.
뉴욕타임즈(NYT)에 따르면 현재 탈레반은 수천 개의 트위터 계정을 운영 중이다. SNS로 외부 세계와 소통을 시도할 뿐만 아니라, 탈레반의 추악한 실체와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습을 세상에 알린다.
한 탈레반 관리는 8월 17일(현지시각)에 여성 의료 종사자들에게 직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안심시키는 영상을 트위터에 올렸다. 하지만 같은 날, 탈레반은 부르카(Burqa: 머리부터 발 끝까지 모두 천으로 감싸는 가장 폐쇄적인 이슬람 복장)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한 여성을 총살했다.
전 세계에 방송 된 아프간 시위대가 구타 당하고 총을 맞고 있는 장면과는 달리, 탈레반은 트위터 상에서 평화와 안정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탈리브 전사들이 약탈자와 도둑을 총으로 겨눈다는 합법성을 제시했다.
8월 13일(현지시각) 탈레반이 헤라트를 점령했을 때, 지역 사령관이자 탈레반의 적수인 이스마일 칸(Ismail Khan)이 민병대 지도자들과 함께 포즈를 취한 사진과 영상을 배포했다. 이스마일 칸이 억압되지 않은 편안한 모습을 일방적으로 보여줬다. 이는 "우리가 최대의 적인 이스마일 칸을 정중히 대한다면, 누구에게도 위험을 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세지를 전달해 탈레반의 평화와 통합의 이미지를 내세웠다.
토마스 존슨(Thomas Johnson) 해군 대학원 교수는 “탈레반은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내러티브(narratives)와 이야기를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인식했다"고 전했다.
NYT에 따르면 탈레반은 군인이 최전선에서 빠르게 보고할 수 있도록 마이크와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장비를 갖추게 하고 훈련을 시킨다고 전했다. 그룹 소셜 미디어 전술 독립 연구원인 압둘 사이드(Abdul Sayed)는 "스마트폰은 탈레반의 매우 성공적인 무기다"라고 말했다.
카불에서 탈레반 교육을 받은 많은 언론인들이 선전 사이트 로고가 있는 마이크를 들고 거리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탈레반의 자비프라 무자히드(Zabihullah Mujahid) 대변인의 트위터 계정에는 카불 지역 주민들을 인터뷰한 영상이 올라와있다. 그 중, 한 기자가 어린 소년에게 수도를 인수한 것에 대해 묻자 소년은 "우리는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이처럼 탈레반은 인권 유린과 폭력을 서슴치 않는 근본주의적 이슬람 교리를 고수하면서 SNS를 이용해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며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는 방법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