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 줄 입력하니 게임이 뚝딱”… 실리콘밸리 ‘바이브 코딩’ 열풍
실리콘밸리 ‘바이브 코딩’ 관련 이벤트 봇물… 왜?
AWS·구글, 빅테크도 주목… AI 앱 생태계 확산 시그널
더밀크의 시각: 커서·윈드서프 급부상… 누구나 창업가 된다
“지금 제가 할 일은 ‘클로드(Claude)’와 대화하는 것뿐입니다.”
3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 마켓 스트리트에 위치한 퍼스트 마켓 타워. 100여 명의 개발자들이 모인 현장에서 흥미로운 시연이 펼쳐졌다. 션 스트롱 앤트로픽 기술 파트너십 총괄이 앤트로픽의 에이전트(agent, 대리인) 코딩 도구인 ‘클로드 코드(Claude Code)’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웹 게임을 만드는 시연이었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자신의 랩톱 컴퓨터에서 클로드 코드를 켜고 “간단한 포켓몬 게임을 만들어줘. 게임 이름은 이모지몬(Emojimon)이야. 웹에서 작동되고, 포켓몬 대신 이모지(emoji)를 사용해 줘”라는 요청을 입력한 것뿐이다.
요청을 받은 AI는 즉시 게임 개발에 필요한 코드를 쓰기 시작, 단 몇십 초 만에 웹 게임을 만들어 냈다. 화면엔 다양한 이모지들이 포켓몬 캐릭터처럼 등장했고, 사용자 캐릭터를 이모지몬쪽으로 이동하자 대결이 시작됐다. 대결 화면에서 공격, 포획, 도망을 선택할 수 있는 완전히 작동하는 게임이었다.
스트롱 총괄은 같은 방법으로 게임에 체력 포인트(HP) 바(bar)를 추가하는 시연도 진행했다. 원하는 내용을 요청하는 것만으로 게임을 수정하는 것이 가능했다. 시연을 마치자 현장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실리콘밸리 ‘바이브 코딩’ 관련 이벤트 봇물… 왜?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에서는 최근 이런 형태의 ‘바이브 코딩(Vibe coding)’ 관련 모임이 연일 열리고 있다. 생성형 AI 모델, 관련 기술의 발전이 만들어낸 변화다.
바이브 코딩이란 컴퓨터가 이해하는 코딩 언어가 아닌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자연어(natural language)’를 통해 개발자의 직관과 감각을 더 풍성하게 활용하는 개발 방식이다.
AI 코딩 도구와의 대화를 통해 “80년대 클래식 게임 ‘느낌(vibe)’으로 만들어줘” 같은 요청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이브 코딩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오픈AI 공동 창립자 출신인 안드레 카파시 유레카랩(EurekaLabs) CEO가 지난 2월 소셜미디어 X에 이 용어를 처음 쓴 후 기술업계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실리콘밸리가 바이브 코딩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생산성 증대에 있다. 훨씬 적은 시간으로 같은 과제를 수행하거나 같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데이트 대응 및 조치도 빨라졌다. AI 기술로 개발자 1명이 10명 몫을 하는 ‘슈퍼개발자’가 되는 셈이다.
AWS·구글, 빅테크도 주목… AI 앱 생태계 확산 시그널
빅테크 기업 역시 이 분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날 행사는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인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운영하는 ‘AWS 생성형 AI 로프트(AWS GenAI LOFT)’에서 진행됐다.
아마존은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의 투자사이며 앤트로픽의 AI 모델을 포함한 다양한 AI 모델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아마존 베드록(Amazon Bedrock)’을 제공하고 있다.
AI 모델, 혹은 코딩 도구를 사용해 앱이나 서비스를 개발해 배포할 경우 AWS 클라우드,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구글 클라우드를 주로 활용하게 되므로 관련 생태계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AI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해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 사용량이 늘어나면 이들 빅테크 매출이 올라가는 구조다.
현장에 참석한 에릭 해칫 AWS 개발자 애드보킷(advocate)은 “이곳은 샌프란시스코의 다양한 기술 그룹, AI 그룹에 개방하고 싶은 공간이다. 오늘 이렇게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셔서 기쁘다”며 “AWS 앰플리파이(amplify) 같은 제품을 사용하면 빠르게 AI 기반 웹 앱을 구축, 서비스할 수 있다”고 했다.
더밀크의 시각: 커서·윈드서프 급부상… 누구나 창업가 된다
바이브 코딩 열풍은 관련 기업의 가파른 성장에서도 확인된다. AI 기반 코드 편집기를 제공하는 ‘커서(Cursor)’가 대표적 사례다. 시장조사업체 새크라(Sacra)에 따르면 커서는 단 12개월 만에 연간 반복 매출(ARR) 1억달러(약 1400억원)를 달성했다. 오픈AI가 약 6년, 도큐사인(Docusign)이 10년 가량 걸렸다는 걸 고려하면 매우 빠른 성장세다.
커서의 경쟁자로 급부상 중인 ‘윈드서프(Windsurf)’ 운영사 코디움(Codeium) 역시 커서만큼 빠른 성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날 세션 발표를 맡았던 아크샷 아그라왈 코디움 제품 담당자는 “미래에는 AI가 사용자의 요청에 반응하는 것뿐 아니라 다음 단계를 예측하고 내다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단순히 ‘사진 공유 앱 만들어줘’라고 요청해도 개발자의 과거 기록, 선호하는 아키텍처 등을 기반으로 맞춤형 앱을 만들어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바이브 코딩 열풍은 비단 개발자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코딩을 전혀 할 줄 몰라도 이 기술을 활용해 웹사이트 등을 개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4일 구글 마운틴뷰 본사에서 진행된 ‘바이브 코딩 위드 제미나이 2.5’ 행사에 연사로 나선 보크 엘스테인 인튜이트 프로덕트 매니저는 “2023년에 단 한 줄의 코드도 직접 작성하지 않고, 챗GPT만 사용해 웹사이트를 만들었다”며 “지금 우리는 과학에서 응용으로 옮겨가고 있다. 새로운 AI 세상에서는 모두가 기술인”이라고 했다.
물론 바이브 코딩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기존 개발자의 생산성을 높여주고, 아예 코딩을 하지 못 하던 사람들에게 문턱을 낮춰주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의존성을 높여 인간 개발자의 대처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AI 분야에 기업의 자원이 집중되고, 소프트웨어 개발 작업의 효율성이 개선되면서 개발자 일자리 감소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메타는 지난 1월 전 직원의 5%에 달하는 인원(약 3600명)을 해고한다고 발표했는데, 주요 배경이 AI 투자 및 효율성 확대였다.
실리콘밸리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런 추세가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석이다. 최근 실리콘밸리 액셀러레이터 와이콤비네이터(YC)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중 약 25%가 코드의 95%를 AI로 생성(W25 배치)했다는 보고가 나오기도 했다.
카파시 CEO는 “LLM(대규모 언어 모델)이 너무 좋아졌기 때문에 바이브 코딩이 가능해졌다”며 “요즘에는 키보드를 거의 만지지 않는다. 실제로 코딩을 하지는 않고 그냥 보고, 말하고, 실행하고, 복사해 붙여넣기만 하면 (프로그램이) 대부분 작동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