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서거, 파운드화 급락, 인플레... 풍전등화의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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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Soonwoo Kwon 2022.09.08 15:42 PDT
여왕 서거, 파운드화 급락, 인플레... 풍전등화의 영국
(출처 : Shutterstock)

영국 정신적 지주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 총리 취임 이틀만에
에너지 비용 급등, 최악 인플레 유산으로 받아
첫 행보 경기부양책... "근본 해결책 아냐" 지적

영국 정신적 지주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96세의 일기로 서거했다. 영국 왕실은 8일(현지시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이날 오후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별세했다고 밝혔다.

1952년 스물여섯의 나이로 영연방의 수장이 된 그는 70년간 여왕 지위를 누렸다.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영연방의 군주 역할을 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현대사 그 자체로 평가받는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영국 육군으로 참전했고, 즉위 이후 영국 식민지 독립을 지켜봤다. 재임기간 중에는 공산권 붕괴, 독일의 통일, 유럽연합 출범, 영국의 EU 탈퇴, 그리고 가장 최근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을 목격했다. 그의 죽음을 두고 이코노미스트지는 "한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라고 평가했다. 여왕 서거 후 왕위는 여왕의 큰아들 찰스 왕세자가 즉각 자리를 이어받았다.

현재 영국은 정치, 외교, 경제적으로 풍전등화의 위기를 맞고 있다. 안으로는 보리스 존슨 총리가 사임하고 40대 리즈 트러스 총리가 부임한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다.

외부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지속되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한 상황이다. 여기에 영국 경제마저 '최악'의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달러대비 영국 파운드화는 경기침체 우려에 3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영국인들로부터 사랑받아온 최장수 군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8일(현지시간) 96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생전 모자와 형형색색의 옷을 즐겨입었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출처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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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경제 유산으로 받은 리즈 트러스... 소방수 될까?

리즈 트러스 영국 신임 총리 (출처 : Gettyimages)

지난 6일(현지시간) 취임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여러 악재를 돌파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취임 이튿날 파운드화 가치가 3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이틀 만에 영국의 수장인 엘리자베스 2세를 떠나보냈다.

트러스 총리는 마가렛 대처, 테리사 메이에 이어 영국 역사상 세 번째 여성 총리다. 또 데이비드 캐머런 이후 첫 40대 총리에 올랐다.

그러나 의미 있는 첫행보를 시작하기도 전에 보리스 총리가 남긴 경제적 유산은 가혹할 정도다. 영국 경제는 침체를 눈앞에 두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수십 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심각한 에너지 비용 급등에 따른 어려움에 직면했다.

영국의 가구당 연간 에너지 비용 지출 전망 (출처 : Cornwall Insight Group, 그래프: 김현지)

이 뿐만이 아니다. 생산성은 2000년대 초반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실질임금 하락과 파운드화 가치 하락도 경험하고 있다.

실제 7일 영국 파운드화는 1파운드 당 1.15달러를 기록, 지난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당시 기록한 1.50달러보다 하락했다. 이는 경기침체 우려 때문으로, 마가렛 대처 전 총리 시절인 198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역시 최고 수준이다. 영란은행에 따르면 이번 분기 영국의 인플레이션은 13%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또 GDP 전망 역시 이번 분기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3년까지 매 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악시오스는 "2024년까지 영국 경제성장은 역사적인 기준으로 볼 때 매우 취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계 소득은 세금과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올해 1.5%, 내년 2.25%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두고 악시오스는 7일 "리즈 트러스 총리는 악몽에 가까운 경제적 유산을 물려받았다"라고 지적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는 영국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과의 무역에 걸림돌이 됐고, 이민 제한으로 인해 노동력마저 줄어들었다"며 "인력난과 에너지 위기가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리즈 트러스 총리를 향해 "1979년 트러스의 정치적 영웅인 마가렛 대처가 영국 최초의 여성 총리가 된 이후 차기 영국 지도자에게 가장 어려운 경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트러스 총리는 신임사에서 경제부양책을 발표했다. 그는 지난 6일 취임사에서 "폭풍우를 헤치고 경제를 재건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경제, 에너지, 그리고 국민보건서비스(NHS) 의료 이슈 등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중 에너지 비용을 보조하기 위해 2000억 파운드(2300억달러)를 지출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에너지 비용 급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공급 부족 때문이다.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 보조금은 수요를 늘리는 역할을 할 뿐이며,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한 보상은 약속했지만, 식당 등 스몰 비즈니스를 위한 프로그램은 포함되지 않았다. 영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영국의 4~6월 파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증가한 5629건을 기록했다. 경제학자들은 올 겨울 연쇄 파산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국채 발행 확대와 같은 트러스의 경제정책 기조는 영국 채권시장을 흔들면서 금융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 자산시장에서 2년 만기 영국 국채 수익률은 지난 7일 3.14%를 기록하고,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3.16% 까지 치솟으면서 2011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파운드 당 달러가치 하락 (출처 : Tullett Prebon, 그래프: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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