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드론 1위 시장 바뀐다… 배송보다 큰 최대 수요처는?
하늘에서도 로봇 전쟁… 아마존·월마트·도어대시·우버, 배송 영공 쟁탈전
배송보다 더 큰 시장… 드론은 전력망과 인프라로 간다
바닥의 로봇 경쟁… 휴머노이드는 ‘실제 투입’으로 평가받는다
📌 더밀크 핵심 요약
- 아마존·월마트·도어대시·우버 등 미국 빅테크도 드론 배송망 확대와 직접 투자에 나서며 하늘 물류 시장 선점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 상업용 드론의 더 큰 성장축은 전력망·에너지·산업설비 점검 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다. 수주 걸리던 송전선 점검을 드론이 몇 시간 만에 끝내고, AEP와 PG&E 같은 전력회사는 드론을 정전 예방과 정례 점검에 이미 활용하고 있다.
- 미국에서는 스카이디오가 대규모 투자와 공급망 확대에 나서면서, 산업용 드론이 배송보다 먼저 실적과 시장을 만들어가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국립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인간형 로봇 한 대가 100미터(m)를 9.39초에 주파했다. 우사인 볼트가 2009년 세운 세계기록(9.58초)보다 빠른 기록이었다. 사흘 뒤엔 8.86초로 기록이 다시 단축됐다.
666개 팀, 2056대의 로봇이 참가한 제2회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게임을 두고, 외신들은 그 이면의 산업 규모에 주목했다. 포린폴리시(Foreign Policy)는 이번 대회를 "중국의 로봇 산업 지배력을 부각시킨 행사"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스마트 애널리틱스 글로벌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의 97%가 중국산이었다.
이 흐름은 로봇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걷고 나르는 로봇부터 하늘을 나는 드론까지, 사람을 대신해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이른바 '피지컬 AI(Physical AI)' 전반에서 중국은 유사한 방식으로 산업 우위를 다져왔다. 정부 지원으로 초기 시장을 만들고, 다수 기업이 동시에 제품을 쏟아내며 경쟁하고, 대량 생산으로 가격을 낮추는 구조다.
미국의 대응 역시 같은 틀을 반복하고 있다.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는 지난해 12월 중국 드론 제조사 DJI를 수입 규제 대상 목록(Covered List)에 올려 신규 모델의 미국 시장 진입을 차단했다.
5개월 뒤인 올해 7월에는 같은 논리로 외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의 수입까지 제한했다.두 조치의 조건은 동일하다. 부품 가치의 65% 이상이 미국산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늘의 로봇 전쟁… 아마존·월마트·도어대시·우버, 배송 영공 경쟁
중국이 로봇으로 화려한 쇼케이스에 나선 가운데, 워싱턴은 규제로 대응하고 미국 기업들은 조용히 실전 배치로 대응하고 있다. 그 실전 배치가 가장 먼저, 빠르게 벌어지고 있는 곳이 하늘이다.
아마존의 드론 배송 사업이 다시 확장 국면에 들어섰다. 지난 20일 아마존은 미국 내 드론 배송 서비스 지역을 연말까지 500개 도시·타운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현재 7개 주 11개 거점에서 운영 중인 서비스를 6배 규모로 확대하는 계획이다.
배송 대상은 5파운드(약 2.3㎏) 이하 소형 화물이다. 식료품과 전자제품, 의약품 등 아마존의 주요 판매 품목 상당수가 포함된다. CNBC에 따르면 프라임에어(Prime Air) 담당 부사장 데이비드 카본은 연내 드론 배송 100만 건 돌파를 예상했다. 2013년 제프 베이조스가 ‘30분 배송’을 제시한 지 13년 만에 드론 배송이 본격적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경쟁사들도 배송망 확대에 나섰다. 월마트는 알파벳 자회사 윙(Wing)과 협력해 2027년까지 드론 배송 거점을 27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5월 말 기준 누적 배송 건수는 100만 건을 넘어섰다.
도어대시는 지난 7월 29일 미국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항공운송사업자 인증인 ‘파트 135(Part 135)’를 취득하고 자체 드론 배송 사업 ‘도어대시 에어(DoorDash Air)’를 출범시켰다. 우버도 드론 배송업체 집라인(Zipline)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우버이츠 배송망에 드론을 도입하기로 했다. 목표는 2029년까지 하루 100만 건이다.
다만 사업 확장 속도는 규제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규제가 ‘가시권 밖 비행(BVLOS·Beyond Visual Line of Sight)’ 승인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지역과 노선별로 별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윙과 아마존은 관련 승인을 확보했지만, 도어대시는 아직 노선별 BVLOS 인가를 받지 못해 제한적인 운영에 머물러 있다.
업계는 FAA의 통합 규정인 ‘파트 108(Part 108)’ 제정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지역별 BVLOS 승인 체계를 전국 단위로 표준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당초 2026년 2월 1일까지 마련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지연됐다. 규정안은 지난 7월 10일에야 백악관 정보규제국(OIRA) 심사 단계로 넘어갔다.
아마존과 월마트, 도어대시, 우버의 경쟁은 배송망 확보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전국 단위 운항권을 얼마나 빨리 확보하고 이를 실제 배송 거점과 연결하느냐가 시장 확장의 속도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송보다 더 큰 시장… 드론은 전력망과 인프라로 간다
아마존과 월마트, 도어대시, 우버가 잇따라 드론 배송 확대 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상업용 드론 시장의 장기 성장축은 다른 곳에 형성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인프라·설비 점검 부문이 2030년까지 상업용 드론 매출의 25% 이상을 차지하며 민간 부문에서 농업을 제치고 최대 시장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드론의 경제성이 이미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드론 업체 센시스 테크놀로지스(Censys Technologies)는 고정익 드론 '센타로(Sentaero) 6' 한 대로 플로리다 데이토나비치~밈스 구간을 비행하며 77.7마일에 이르는 고압 송전 회랑을 점검했다. 전체 비행 거리는 83.4마일, 소요 시간은 2시간 30분이었다. 과거 헬기와 지상 인력을 투입하면 며칠에서 몇 주가 걸리던 작업이다.
비용 차이도 크다. 전통적인 헬기 점검은 시간당 1000~2000달러가 들지만, 드론 점검은 마일당 200~50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지상 인력은 하루 1~2마일, 헬기는 15~30마일가량을 점검하는 반면 드론은 속도와 비용, 안전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운영 성과도 축적되고 있다. 미국 대형 전력회사 아메리칸일렉트릭파워(AEP)는 지난 2년 반 동안 드론 점검을 통해 약 3000만 고객·분(customer minutes)의 정전을 예방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 PG&E는 2024년 한 해에만 30만 건 이상의 드론 점검을 수행했다.
적용 범위도 송전선에 그치지 않는다. 송유관 운영사들은 차량과 인력을 동원한 순찰을 드론 기반 회랑 점검으로 바꾸고 있고, 태양광 발전소에서는 열화상 카메라를 활용해 불량 셀과 핫스팟을 찾고 있다. 50MW급 태양광 단지도 수일 걸리던 지상 점검을 몇 시간 안에 끝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산업용 드론 시장에서는 스카이디오(Skydio)가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향후 5년간 미국 내 생산 확대에 35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미 국방부 전 부문과 29개 동맹국 군, 1200개 이상의 공공안전기관, 450개 이상의 유틸리티·에너지 기업에 누적 6만 대 이상의 드론을 공급했다.
스카이디오의 성장에는 중국 DJI에 대한 미국 내 규제 강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공기관과 유틸리티 시장에서 중국산 드론 사용이 제한되면서 스카이디오가 대체 공급자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닥의 로봇 경쟁… 휴머노이드는 ‘실제 투입’으로 평가받는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턴버그에서는 휴머노이드의 실제 도입 실험이 진행됐다. BMW는 피규어(Figure) AI의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 02’를 지난 11개월 동안 차체(body shop) 공정에 투입했다. 이 로봇은 BMW X3 3만 대 이상의 생산 과정에 참여했고, 배치 정확도는 99%를 넘겼다. 하루 10시간, 주 5일 실제 생산라인에서 가동됐다고 공개했다.
BMW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5월 후속 모델 ‘피규어 03’을 부품 시퀀싱 등 물류 공정에 추가 투입했다. 유럽 라이프치히 공장에서도 별도 휴머노이드 ‘AEON’의 파일럿을 진행 중이다.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는 더 직접적인 수치를 공개했다. 이 회사는 지난 6월 24일 스팩(SPAC) 합병을 통한 나스닥 상장을 추진한다고 공시했다. 상장 서류에는 자사 휴머노이드 ‘디짓(Digit)’의 누적 실가동 시간이 6만5000시간을 넘어섰고, 고객사로 셰플러(Schaeffler), GXO, 토요타, 메르카도리브레 등이 포함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상장 서류에 담긴 수치는 회계 감사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심사 대상이 되는 만큼, 기업이 제시하는 로봇의 실제 운용 실적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테슬라 옵티머스는 아직 다른 단계에 있다. 1월 프리몬트 공장에 3세대 로봇 투입이 시작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같은 달 28일 열린 4분기 실적발표에서 일론 머스크는 옵티머스가 “아직 유용한 작업을 하지 않고 있다”고 고백했다. 아직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설명이다. 테슬라는 옵티머스의 누적 생산 대수를 공식 공개하지 않았고, 2025년 내부 공장용 5000대 생산 목표도 실제 생산은 수백대 수준에 그쳤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국 내 기업들의 휴머노이드 공장 투입은 서로 다르다. 기업에 따라 실제 운용 성과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를 내놓기도 하고,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하지 않기도 한다.
휴머노이드 시장이 파일럿 단계를 지나 상용화 경쟁으로 넘어가고, 유니트리의 기업공개와 함께 기업 평가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얼마나 정교하게 움직이느냐와 함께 실제 공장에서 얼마나 오래 일했고, 어느 공정에서 어떤 성과를 냈는지가 투자자와 고객이 확인하는 핵심 지표가 되고 있다.
더밀크의 시각: 한국 드론 산업, ‘배송’보다 ‘산업 현장’부터 열어야
피지컬AI 시장에서 휴머노이드와 드론에 대한 미국의 대응 방식은 다르게 나타난다. 휴머노이드 분야에서는 외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와 미국산 부품 비율 확대를 통해 자국 공급망을 키우는 단계다. 반면 드론 시장에서는 자국 업체가 이미 공공·산업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한 상태에서 규제가 경쟁 구도를 더 유리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산업용 드론에서는 이미 시장과 실적이 먼저 만들어졌고, 정책이 그 흐름을 강화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 드론 산업의 기회는 역시 소비자 배송보다 전력망·발전소·항만·조선소 같은 산업 현장에서 먼저 커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에서도 산업용 드론은 정전 예방, 설비 점검, 유지보수 비용 절감처럼 기업이 바로 계산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고 있다.
한국 정부도 향후 5년간 약 2조원 규모의 공공 드론 수요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관건은 사업 숫자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반복적으로 드론을 운용하고 데이터를 쌓을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에 있다.
공급망도 함께 봐야 한다. 미국 스카이디오는 향후 5년간 미국 내 생산 확대에 35억달러를 투자하고, 미국 공급업체에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다. 중국산 드론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완제품뿐 아니라 모터·센서·카메라·통신·AI 등 핵심 부품의 원산지와 공급망이 경쟁력으로 올라오고 있다.
한국의 강점은 이미 드론이 일할 산업 현장이 많다는 점이다. 송전망, 반도체 공장, 조선소, 항만, 원전, 석유화학단지를 실제 테스트베드로 열고, 스타트업과 중견기업이 반복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한국이 노려야 할 빈틈은 자리는 산업용 드론 생태계에 더 가깝다. 국내 산업 현장을 얼마나 빨리 시장과 데이터로 바꿀 수 있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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