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E-4) 무산되나?
미 애틀랜타서 한미동남부 경제 파트너십 2.0 컨퍼런스 열려
미 동남부 6개 주 경제개발국, 한국 기업 유치 위해 열띤 홍보
"미국이 중국 제치고 한국 최대 수출국 부상... 요인은 대미 투자 급증"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E-4) 신설 법안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합니다. DC에서 누구도 이 법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어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한국-미 남동부(Southeast) 경제 파트너십 컨퍼런스. DC에서 참가한 법조인 A씨는 '한국인 전용 비자(E-4)'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법안이 상정되려면 로비가 필요하다. 결국 펀드를 통해 의원들을 지원하고, 로비를 통해서 법안이 상정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이뤄져야하는데, 누구도 이 의제를 다루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의원들도 알았다고는 하나, 실질적으로 움직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 정부 관계자 B씨는 E-4 비자와 관련한 복잡한 한국의 실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도 이 비자 신설을 위해 적극적으로 찬성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한국에서는 저출산, 청년실업 등 구인, 구직이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연간 일자리 1만 5000개가 빠져나간다고 좋을 게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자리가 빠져나가는 것 자체를 반길 정권은 없다는 의미다.
이어 "지금이야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를 단행하면서 관련 부품이나 상품을 미국에 많이 수출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수출 물량이 줄거나 미국으로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 되면 비자 신설 자체가 또다른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4 비자 신설법안은 '한국과의 동반자 법안(Partner with Korea Act, H.R.2827/S.1301)'의 일환으로 전문 교육을 받고 기술을 가진 한국 국적자에게 연간 최대 1만 5000개의 전문직 취업비자를 발급하도록 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이미 누리고 있는 혜택이지만, 한국 정부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남동부에 진출한 제조업계는 E-4 비자 신설의 중요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워싱턴 지부장은 "코리아액트는 DC에서는 익숙한 법안으로 지난 12년간 의회에 제출되었으나 아직 승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본사에서 숙련된 근로자들을 미국으로 데려와야 할 때가 있다"며 "미국 근로자에게 지식과 노하우를 공유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사안은 영주권을 신청할 수 없기 때문에 이민 문제가 아니다. 미국 제조 산업의 경쟁력 차원에서 다뤄야할 이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미동남부 경제 파트너십 2.0: 미 동남부 6개 주, 한국 기업 유치에 박차
이날 콘퍼런스는 주애틀랜타총영사관, 한국무역협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애틀랜타 무역관, 조지아, 노스, 사우스 캐롤라이나, 테네시, 앨라배마, 플로리다 등 미 동남부 6개 주정부가 공동으로 마련한 행사다.
'한미동남부 경제 파트너십 2.0'을 주제로 한 행사는 서상표 주애틀랜타 총영사, 이인호 무역협회 부회장, 앨렌 맥네이어 앨라배마주 상공장관, 스터트 맥홀터 테네시주 경제공동체개발 장관, 해리 라이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상무장관 등 주요 인사와 기업 관계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콘퍼런스는 각 주정부의 한국 기업 유치를 위한 열띤(?) 홍보의 장이 펼쳐졌다. 맥내어 앨라배마 상공장관은 "조지아주가 기아를 비롯한 자동차 기업들을 많이 유치하고 있지만, 2005년 현대차의 첫 북미공장을 유치한 것은 우리가 최초"라며 정통성을 강조했다.
라이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상무장관은 "미국 상무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파트너십을 통해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첨단 에너지 및 그리드 회복력 분야에서 세계적 선도 지역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첨단 에너지 분야의 새로운 기술 등에 많은 강점을 지닌 한국 기업과 계속 협력하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 제치고 한국 최대 수출국 부상... 요인은 대미 투자 급증"
최근 들어 조지아를 비롯한 여러 주에서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무역 규모만 봐도 쉽게 이를 알 수 있다. 제현정 무역협회 워싱턴 지부장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미 간 무역은 7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두 나라 간 무역이 1810억 달러에 달했다.
그는 "매우 주목할 만한 수치로, 한국은 미국의 여섯 번째로 큰 무역 파트너가 됐다"며 "올해 상반기에 이미 무역 규모가 1000억 달러에 달했다. 오랫동안 중국이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이었지만, 올해는 22년 만에 미국이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으로 부상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한국의 대미 투자 증가에 있다. 제 지부장은 "투자가 늘어나면 무역도 뒤따라 증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10년을 예측해 보면 이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11월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따른 정책 변화에 대한 우려도 내비쳤다. 그는 "녹색 전환과 에너지 정책 변화가 기업들의 투자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투자가 지역 경제에 지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여섯 개 주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컨퍼런스 오후 세션에서는 기업 ESG와 CSR을 주제로 한 패널토의 세션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는 김윤희 앳킨스릴리스 사업개발 상무와 스캇 모스코위츠 한화큐셀 시니어 디렉터, 대니얼 최 슈피리에 에섹스 CEO, 이종욱 삼성전자 CFO가 패널로 참석해 각사의 지속가능성 노력을 공유했다.
이어 코트라 애틀랜타 무역관(관장 신정수)은 노동법을 주제로 한 세미나를 마련,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다양한 노동법 이슈에 대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이어 각 주정부 경제개발국, 회계, 법무법인, 부동산 등 전문 서비스 기관과 기업 관계자들이 1 on 1 세션을 통해 개별 상담도 진행됐다.
서상표 주애틀랜타 총영사는 "이번 컨퍼런스를 시작으로 이 행사가 지속 가능한 행사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며, "투자 등 다양한 측면에서 미 남동부 지역과 한국 간의 소통과 교류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이러한 자리를 꾸준히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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