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 "AI 혁명, 7년 안에 산업 구조 통째로 바꾼다"
“7년 내 산업 AI 판도 뒤집는다”…“AI 산업화, 지금 못하면 뒤처진다”
“AI 도입 3개월 만에 효율 20%↑”…AI 도입이 곧 ‘마진 게임’이다
디지털 트윈의 한계와 산업 AI의 조건: “AI에겐 조타수가 필요하다”
산업 AI의 확장: 전력·해양·생명과학까지 디지털 트윈으로 연결된다
증기가 사회를 바꾸는 데 60년, 전기는 30년이 걸렸지만, AI는 7년 이내에 우리가 의존하는 시스템에 내재화될 것.롤랜드 부시, 지멘스 CEO
“7년 내 산업 AI 판도 뒤집는다”…“AI 산업화, 지금 못하면 뒤처진다”
독일의 빅테크, 지멘스가 "AI를 산업 시스템에 내재화하는 데 7년이 걸릴 것"이라 전망했다.
이를 단순한 기술 트렌드 예측이라 볼 수 있을까? 그러기엔 너무 세부적이다.
지멘스가 어떤 회사인가. 지멘스는 50년 이상 산업 AI를 연구해온 1500명의 전문가와 25만 명의 도메인 인력을 보유한 기업이다. 전 세계 제조 기계 3대 중 1대에 지멘스 컨트롤러가 실행되고 있다.
이 방대한 산업 데이터와 운영 노하우가 AI 혁명의 기반이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이번 발표는 단순한 '예측'이 아닌 '실행 계획'에 가깝다.
롤랜드 부시 지멘스 CEO는 6일(현지시간) CES 2026 기조연설에서 "AI가 물리적 시스템에 도입되면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실세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힘이 된다"며 "올바른 기술, 산업 도메인 노하우, 올바른 파트너가 결합될 때 기업은 속도·품질·효율성으로 아이디어를 실질적 영향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의 핵심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 심화다.
지멘스는 전 세계 제조업을 장악한 기업으로 50년간 축적한 산업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이 데이터가 엔비디아의 GPU 컴퓨팅,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인프라와 결합되면서 '엔드투엔드 AI 산업 스택'이 구축된다. 문제는 이 스택을 먼저 갖춘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자본 회전율 격차가 분기마다 벌어진다는 것이다.
디지털 트윈이 제조업의 미래...100만배 시뮬레이션 시대의 도래
지멘스와 엔비디아는 산업 AI 가속화를 위한 5대 협력 영역을 발표했다. AI 네이티브 칩 설계, AI 네이티브 시뮬레이션, AI 기반 적응형 제조, AI 공장 설계·운영, 상호 기술 활용이다.
주목할 지점은 AI 공장의 엄청난 자본 집약도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1기가와트급 AI 공장은 500억 달러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는 전례 없는 수준"이라 강조했다. 그는 "500억 달러를 투입하는 수준의 프로젝트는 설계 변경을 용납할 수 없다. 결국 우린 디지털 트윈을 생성하고 모든 것을 사전에 시뮬레이션해야 한다"며 "디지털 트윈 없이는 성공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강조했다.
이는 산업 자본의 양극화를 의미한다.
500억 달러 규모 AI 공장을 짓는 기업(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AWS)과, 반세기 된 기존 설비를 디지털 트윈으로 최적화하는 기업(펩시코, 롤스로이스 등)이 공존한다. 전자는 플랫폼 기업의 과점을 강화하고, 후자는 기존 산업 자본이 레거시를 극복할 마지막 기회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 '베라 루빈'은 이 격차를 보여준다. 240kW 전력을 소모하는 220조 개 트랜지스터 시스템으로, 설계에 15만 엔지니어링 연도가 소요됐다. 지멘스는 이 전체 시스템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축하고 열 시뮬레이션을 직접 실행한다. 지멘스 EDA 소프트웨어를 엔비디아 CUDA로 재작성해 GPU 기반으로 전환하면 설계 속도가 100배, 시뮬레이션 규모가 100만 배 확장된다.
젠슨 황은 "엔지니어의 목표는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며 "미래에는 AI 에이전트가 엔지니어와 함께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설계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해 AI가 인간과 함께 협력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설계하는 시대가 올 것임을 암시했다.
“AI 도입 3개월 만에 효율 20%↑”…AI 도입이 곧 ‘마진 게임’이다
지멘스는 실증 사례를 통해 이 격차를 입증했다.
펩시코는 지멘스의 '디지털 트윈 콤포저'를 활용해 반세기 된 창고를 최적화했다. 물리적 건물을 짓기 전에 수백·수천 가지 레이아웃을 AI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미국 게토레이드 공장에서 3개월 만에 효율성이 20% 증가했다.
아티나 카니오우라 펩시코 최고전략·혁신책임자는 "모든 운영에서 자본 지출을 10~15% 절감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수개월 걸리던 작업이 며칠로 단축됐다"며 "물리적 플랜트에 단 1달러도 지출하기 전에 설계가 최종 설계인지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롤스로이스는 항공기 터빈 내 유압 펌프를 설계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AI와 지멘스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프로그래밍 시간을 80%, 공장 생산성을 30% 향상시켰다.
이는 제조업의 마진 게임이 재정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 제조업 마진은 규모의 경제, 공급망 효율, 노동 생산성으로 결정됐다. 이제 'AI 도입 속도'가 추가됐다. 펩시코가 3개월 만에 효율 20%를 달성했다는 것은, AI 스택 구축 속도가 곧 자본 회전율의 차이로 귀결됨을 의미한다.
디지털 트윈의 한계와 산업 AI의 조건: “AI에겐 조타수가 필요하다”
지멘스는 '엔드투엔드 AI 스택'의 세 가지 조건으로 올바른 기술, 산업 도메인 노하우, 올바른 파트너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강조했다.
부시 CEO는 "많은 기업이 디지털 트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AI 준비가 된 것이 아니다"라며 "디지털 트윈은 시뮬레이션은 가능하지만 실세계에서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추천할 수 없고, 컴퓨팅은 여전히 CPU 기반이며, 데이터는 사일로에 갇혀 있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트윈 자체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이를 타개하는 핵심은 산업 도메인 노하우다.
지멘스는 50년 이상 산업 AI를 연구해온 1500명의 전문가와 25만 명의 도메인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30개 산업 수직 분야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데이터가 중요하고 어떻게 클러스터링해야 하는지, 어떤 AI 애플리케이션이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어떤 결정은 인간에게 맡겨야 하는지를 식별할 수 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AI가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사람의 노하우와 경험이 AI의 조타수 역할을 하면서 디시전 메이커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것이 챗GPT나 클로드와 같은 범용 AI 모델과 산업에 특화된 AI의 결정적 차이다.
범용 모델은 언어를 이해하지만, 산업 AI는 '환각 없이' 공장을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부시 CEO는 "AI가 산업 세계에 배포될 때 신뢰할 수 있고 안전하며 환각이 용납되지 않는 방식으로 속도와 규모를 갖추게 하는 방법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젠슨 황이 "칩 설계를 소프트웨어 없이 하는 것이 비논리적이듯, 제조 공장을 디지털 트윈 없이 짓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이는 산업 노하우를 보유한 기업이 AI 시대에도 병목 지점으로 남을 것임을 시사한다.
“AI는 기술이 아닌 권력 구조의 문제”…MS가 밝힌 진짜 장애물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도 강화된다.
제이 파리크 마이크로소프트 코어 AI팀 책임자는 "AI의 세 번째 물결은 여러 에이전트가 협력해 비동기적이고 복잡한 장기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여러 모델, 자체 모델 훈련, 엔터프라이즈 데이터 통합, 보안, 규정 준수 등 엔터프라이즈급 추상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파리크가 말한 '추상화'란 무엇인가. 결국 '보이지 않는 과제'다.
그는 "고객과의 대화 중 70~80%가 기술이 아닌 문화·조직·인센티브 문제였다"며 "많은 직원이 개인 생활에서 AI 기술에 능숙하지만, 규정 준수·위험·보안 등 제도적 장애물로 인해 회사 내 사용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는 AI 도입이 기술 문제가 아니라 기업내의 권력 재배치 문제임을 드러낸다.
지멘스는 9개의 추가 산업용 코파일럿을 출시하고, 메타와 협력해 레이반 메타 안경 형태의 산업용 AI를 선보였다. 공장 작업자는 안경을 통해 실시간 음성 안내를 받으며, 어떤 버튼을 누르고 어떤 매개변수를 변경해야 하는지 핸즈프리로 확인할 수 있다. 초기 테스트 결과 작업 자신감과 생산성이 모두 향상됐다.
이는 숙련공과 비숙련공의 경계를 흐린다. 롤스로이스가 프로그래밍 시간을 80% 단축했다는 것은, 엔지니어링 노동의 가치가 '반복 작업 수행'에서 '문제 정의 능력'으로 이동함을 의미한다.
산업 AI의 확장: 전력·해양·생명과학까지 디지털 트윈으로 연결된다
AI를 산업 전반에 활용하는 범위는 전력 인프라의 최적화에도 적용된다.
최근 AI 공장과 데이터센터가 기가와트급 전력을 요구하면서 전력 병목 현상이 새로운 제약이 되고 있다. 지멘스는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즈와 협력해 핵융합 발전의 상업화를 지원한다. 또한 AI를 활용해 기존의 그리드도 최적화한다.
지멘스는 AI를 사용해 동네에 전기차 1만 대가 추가됐을 때의 영향을 시뮬레이션하고, 도시 건물들이 에어컨 온도를 30초만 조정해 그리드를 안정화하도록 조율한다. 지멘스는 이미 AI로 기존 그리드 용량을 신규 인프라 없이 20% 극대화하고 있다.
과거 전력 인프라는 발전소·송전망·변전소로 구성된 하드웨어 중심의 시스템이었다. 하지만 이제 AI가 실시간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공급을 조정하는 소프트웨어 정의 시스템으로 전환된다. AI 인프라 레이어의 재편이다.
디지털 트윈의 실제 적용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HD현대는 엔비디아 기술을 사용해 선박 전체의 디지털 트윈을 구축했다. 모든 너트와 볼트가 포함된 정밀 디지털 트윈으로, 선박에서 작업하는 사람들의 모습까지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부시 CEO는 "선박을 물에 띄우는 것은 단 한 번의 기회다. 문제가 발생하면 큰일이므로 디지털 트윈을 통한 완벽한 시뮬레이션이 필수적"이라 설명했다.
지멘스는 자율 주행 시스템을 위한 'PAVE 360 오토모티브'도 출시했다. 실제 차량 하드웨어를 복제하여 개발 가속화를 위해 실제와 같은 주행 조건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지멘스는 생명과학 분야에도 AI를 적용한다.
신약 개발은 10년 이상 소요되고 최대 20억 달러가 든다. 지멘스는 초기 연구부터 제조까지 모든 단계에 AI를 적용하여 생명과학 분야의 혁신을 가속화한다.
연구 단계에서는 루마(Luma) 플랫폼을 통해 흩어져 있는 수십억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AI로 통합하고 구조화하여 자연어로 질문할 수 있게 한다. AI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자의 거동, 움직임, 안정성 등을 이전보다 250만 배 효율적으로 시뮬레이션하여 가장 유망한 분자 구조를 식별한다.
제조 단계에서는 생물 반응기의 디지털 트윈을 사용하여, 실제 생산을 시작하기 전에 디지털 세계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고 품질과 최고 출력을 얻을 때까지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지멘스에 따르면 AI를 활용해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핵심 치료법이 시장에 최대 50% 더 빨리 출시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밝혔다.
더밀크의 시각: 전기처럼, AI는 곧 일상이 된다
지멘스는 현대 산업의 심장과도 같은 기업이다.
1847년 설립되어 전기전자, 자동화, 디지털 산업, 스마트 인프라, 에너지, 헬스케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지멘스가 CES 무대에서 선보인 AI의 활용과 생산성의 증가 사례는 그래서 깊은 인상을 준다.
지멘스가 제시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사실상 산업 밸류체인의 모든 단계가 재편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설계는 더 이상 엔지니어의 반복 작업이 아니라 AI 에이전트와의 협업이 되고, 제조는 공장 전체가 하나의 자율 시스템으로 작동하며, 운영은 실시간 예측과 자가 최적화로 전환된다.
롤랜드 부시는 키노트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전기처럼, 산업 AI는 곧 생활이 될 것이다.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고, 장비 고장과 정전은 드물어지며, 개인 맞춤형 의약품이 표준이 되고, 자율 주행 차량은 100% 신뢰성으로 움직이며, 지식은 전류가 전선을 통과하듯 자연스럽게 세대를 거쳐 전달될 것이다."
부시의 발언은 산업 AI가 어떤 수준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시사한다.
지멘스는 그 잠재력이 발현하는 시간의 범위를 7년으로 제시했다. 전기가 그랬듯이 AI가 세상에 완전히 스며들면 그 누구도 AI를 주목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그 '보이지 않는 시간'까지 누구에게는 기회의 창이 열리고 누구에게는 생존의 마지노선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지멘스는 CES 무대에서 단순히 기술 시연을 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산업 전반이 AI로 인해 재정의가 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AI의 등장이 초래한 '변화에 대한 요구', 이 요구에 어떻게 응답하느냐가 향후 10년의 산업 지형을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