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도 갤럭시도 아니다... AI로 무장한 구글 ‘픽셀7’
뉴욕 신제품 공개 행사서 애플 아이폰 언급
픽셀7, 픽셀워치 등 하드웨어 신제품 대거 공개
텐서 G2 칩 적용… ‘컴퓨테이셔널 포토’ 등 AI 자신감
역대 최대 규모 주문… 스마트폰 판매량 두 배 목표
우리가 선보인 기능을 경쟁자(애플)가 따라한다는 건 기쁜 일이죠.(We take it as a compliment when others in the industry follow our lead)브라이언 라코브스키(Brian Rakowski) 구글 제품 관리 임원
브라이언 라코브스키(Brian Rakowski) 구글 제품 관리 임원(VP, Product Management)은 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진행된 하드웨어 신제품 공개 행사(Made by Google)에서 “구글 ‘픽셀(Pixel)’은 언제나 스마트폰 혁신의 리더였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7일 애플이 공개한 아이폰14 시리즈에 ‘올웨이즈온디스플레이(Always On Display·AOD)’, ‘충돌 감지(Crash Detection)’ 기능이 새롭게 적용됐다는 사실을 콕 집어 언급한 것이다.
AOD는 스마트폰 화면을 껐을 때도 날짜, 시간, 배터리 잔량 등 정보가 화면에 표시돼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다. 충돌 감지는 자동차 사고 등 강한 충격이 감지됐을 때 자동으로 구조 요청을 보내는 기능을 말한다.
그는 “AOD는 ‘픽셀2(2017년 출시)’때부터 적용됐었고, 충돌 감지 기능 역시 픽셀에는 3년 전 도입됐다”며 “천체 사진(Astrophotography)을 가능케 한 카메라 저조도 성능 개선 역시 일찌감치 선보였다”고 했다.
텐서 G2 칩 적용… “구글 AI 성능 구현할 유일한 프로세서”
구글은 이날 안드로이드 OS(운영 시스템) 기반 최신 스마트폰인 픽셀7과 픽셀7 프로, 최초로 선보인 자체 제작 스마트워치 ‘픽셀워치(Pixel Watch)’를 공개했다. 오는 2023년에 출시 예정인 태블릿 PC ‘픽셀 태블릿’에 관한 정보도 일부 포함됐다.
새롭게 선보인 픽셀 스마트폰의 가장 큰 특징은 구글이 자체 제작한 2세대 통합칩(SoC) ‘텐서 G2(Tensor G2)’가 탑재됐다는 점이다. 강력한 성능의 텐서 G2 칩 기반으로 구글 AI(인공지능)가 작동, 다양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구글에 따르면 텐서 G2 칩의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계학습) 성능은 전작 대비 60% 개선됐다.
강화된 AI 음성 인식과 ‘실시간 번역(Live Translate)’, 사진 화질 개선, 고화질 영상 촬영 및 손 떨림 보정(stablization) 같은 기능이 대표적이다. 음성으로 “웃는 얼굴”이라고 얘기하면 음성인식 AI ‘구글 어시스턴스’가 해당 이모티콘(emoji)을 정확히 선택해 문자로 보낼 수 있으며 다른 언어로 문자 메시지를 편하게 주고 받을 수 있는 실시간 번역도 더 원활하게 이용 가능하다. ‘클리어 콜링(Clear Calling)’ 기능을 사용하면 주변 소음과 음성을 구분해 더 명확한 목소리로 통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발표를 진행한 릭 오스테로(Rick Osterloh) 구글 하드웨어 부문 수석부사장(SVP, Devices & Service)은 “픽셀7은 단순한 스마트폰이 아니라 개인적이고 지능적인 컴퓨팅 경험을 제공하는 기기”라며 “텐서 G2 칩은 구글의 AI, 머신러닝 성능을 스마트폰에 그대로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프로세서”라고 강조했다.
‘컴퓨테이셔널 포토’ AI 자신감… 한국은 출시 안 돼
이날 소개된 픽셀7의 새로운 기능 중에서도 가장 강조된 것은 역시 사진 기능이었다. 사진은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기능이자 스마트폰 교체 수요를 자극하는 주요 배경이기 때문이다. AI 기술에 강점을 지닌 구글이 ‘컴퓨테이셔널 포토(Computational photography)’로 드라마틱한 성능 개선을 뽐낼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예컨대 ‘포토 언블러(Photo Unblur)’ 기능을 사용하면 과거에 찍은 흐릿한 사진,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을 AI가 또렷하게 바꿔준다. 사진 촬영 시 피사체를 확대하거나 축소해서 촬영할 수 있는 ‘디지털 줌’ 성능 역시 개선됐다. 픽셀 7 프로는 최대 30배 디지털 줌인이 가능하며 먼 거리에 있는 피사체를 줌인해 동영상으로 촬영하더라도 화면 흔들림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능도 탑재했다.
‘시네마틱 블러(Cinematic Blur)’ 기능을 활용하면 고가의 영상 촬영용 카메라와 비슷한 심도 표현이 가능하다. 인물 등 특정 피사체에만 초점이 맞고 배경은 흐려지므로 일반인도 영화 같은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것이다. 모두 AI 기반으로 작동하는 기능이다.
픽셀7의 최저 가격은 599달러, 픽셀7 프로는 899달러로 각각 책정됐다. 출시 국가는 전작(픽셀6) 12개 국가에서 5개국이 추가돼 총 17개로 확장됐다. 미국, 캐나다, 호주, 덴마크,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노르웨이, 푸에르토리코, 싱가포르, 스페인, 스웨덴, 대만, 영국에서 구매가능하다. 한국은 출시국에서 제외됐다.
더밀크의 시각 : 서로 닮아가는 구글과 애플
구글은 아이폰이 픽셀을 따라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픽셀 역시 아이폰에 적용된 아이디어를 차용하고 있다. 두 회사의 스마트폰 제품이 서로 닮아가고 있는 셈이다.
픽셀7 프로에 적용된 ‘안면 인식 잠금 해제(Face Unlock)’, 동영상 촬영 시 배경을 흐리게 만들어주는 ‘시네마틱 블러’ 같은 기능이 대표적이다. 아이폰은 각각 ‘페이스ID’, ‘시네마틱 모드’라는 용어로 해당 기능을 지원한다.
운영체제와 AI 및 칩 기술력을 핵심 경쟁력으로 앞세우는 전략 역시 비슷하다. 강력한 연산 능력을 필요로 하는 AI 관련 기능이 강조될수록 스마트폰의 두뇌인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의 중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몸에 걸치고 다니는 ‘웨어러블 기기’로 영역을 확장한 점도 마찬가지다. 이날 처음 선보인 픽셀워치에는 2021년 인수를 마무리한 자회사 ‘핏빗(Fitbit)’의 기술력이 상당 부분 반영돼 있었다.
매일 아침 수면의 질을 평가해 점수를 매겨주는 ‘슬립스코어(Sleep Score)’를 제공하고, 핏빗의 데이터 및 노하우를 활용, 가장 정확한 심장 박동수 측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픽셀 워치에서 구글 지도를 매끄럽게 사용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기존 서비스와의 시너지 효과도 강조했다. 비록 스마트워치 시장 후발주자이지만, 빠른 속도로 애플을 추격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하드웨어 부문 시장 성과도 양호한 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Canalys)에 따르면 구글 픽셀의 지난 2분기 북미 시장 점유율은 2%로 전년 동기 대비 230% 급증했다. 아직 점유율이 미미하긴 하나 성장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닛케이의 보도에 따르면 구글은 픽셀7 제작 물량을 800만 개 이상으로 잡고 있다. 내년 목표 판매량을 올해의 두 배 수준으로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알림] 이 기사는 미 뉴욕에 거주 중인 박원익 기자가 브루클린에서 진행된 하드웨어 신제품 공개 행사(Made by Google) 현장에서 취재한 내용입니다. 독자 여러분이 내주시는 소중한 구독료로 현장에 가서 직접 취재하고 인사이트를 전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