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미군에 드론이 없다니…30만 대 ‘전쟁 공장’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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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구 2026.08.17 11:36 PDT
세계 최강 미군에 드론이 없다니…30만 대 ‘전쟁 공장’이 열린다
(출처 : 미 국방부 '드론' 홈페이지)

[기고] 모리스의 드론 패권전쟁 ①
-미군 전쟁의 사활을 걸고 '드론 지배 프로그램' 론칭... 오디션 통해 6만 대 발주서 즉시 발급
-러우 전쟁이 바꾼 승전 공식…미국은 드론을 ‘항공기’에서 소모성 탄약으로 재정의
-중국산 부품은 막히고 미국 생산은 부족하다…모터·배터리·카메라를 가진 한국의 공급망 기회

전쟁의 모습이 바뀌고 있습니다. 수백만 달러짜리 전차와 미사일을 위협하는 것은 이제 수천 달러짜리 드론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드론은 보조 장비에서 전장의 주력 무기로 올라섰고, 미국은 드론을 항공기가 아닌 ‘탄약’으로 다시 정의하고 있습니다. 더 싸게, 더 많이, 더 빨리 확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변화는 무기의 변화에 그치지 않습니다. 펜타곤의 조달 방식이 바뀌고, 실리콘밸리의 자본과 인재가 국방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중국산 부품을 배제한 자리에서는 모터·배터리·카메라·반도체를 둘러싼 새로운 공급망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드론은 지금 전쟁과 제조업, AI와 자본, 국가안보와 산업정책이 한꺼번에 만나는 최전선입니다.

더밀크가 ‘모리스의 드론 패권전쟁'을 기획한 이유입니다.

이 연재는 새로운 드론과 무기를 소개하는 데 머물지 않습니다. 펜타곤이 왜 수십만 대의 드론을 오디션으로 구매하는지, 중국 없이 드론을 만들 수 있는지, 자율비행과 군집 소프트웨어가 전쟁을 어떻게 바꾸는지,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돈과 사람이 왜 다시 국방으로 몰리는지를 추적합니다. 이 연재가 끝까지 놓치지 않을 질문은 하나입니다.

“그래서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미 콜로라도주 스프링스 남쪽의 미 육군 기지 포트 카슨. 제4 보병사단이 주둔한 이곳에서 지금 수십만 대 규모의 미군 자폭드론 사업을 결정할 실전 오디션이 벌어지고 있다.

미군 병사 한 명이 처음 보는 자폭드론의 조종간을 잡는다. 훈련받은 시간은 일주일. 곧 GPS가 끊기고 전파방해가 시작된다. 밤이 되면 어둠 속을 날아야 하고, 문과 복도를 지나 밀폐된 도심 공간까지 파고들어야 한다. 끝까지 표적을 찾아 임무를 완수한 드론만 살아남는다. 자폭드론이니, 정확히는 표적과 함께 사라진 드론만 합격한다.

드론 회사의 전문 파일럿(직원)은 조종할 수 없다. 평범한 미군 보병 병사가 일주일 만에 드론을 익히지 못하면 탈락이다. 트로피는 없다. 하지만 이 오디션 합격자(회사)에게 돌아가는 것은 즉각적인 6만 대 규모의 발주서다.

이 오디션의 이름은 ‘건틀릿(Gauntlet)’. 혹독한 시련의 관문이라는 뜻이다.

미 국방부의 드론 지배 프로그램(Drone Dominance Program·DDP)은 이 관문을 6개월마다 반복한다. 시험장에서 이기면 곧바로 공장으로 간다.

건틀릿 오디션이 등장하기 다섯 달 전인 2025년 7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미군 드론 지배력 해방’ 메모에 서명했다. 문서의 핵심은 단순했다. 소형 드론을 재사용 가능한 항공기가 아니라 탄약처럼 일회성 소모품으로 다루라는 지시였다. 한 번 쓰고 없어지는 탄약처럼 다루겠다는 뜻이다.

분류 하나를 바꿨을 뿐인데 조달의 문법이 뒤집혔다. 항공기는 수십 년 운용하는 자산이다. 성능을 검증하고 예산을 따고 계약하는 데 몇 년이 걸린다. 탄약은 다르다. 싸게, 많이, 계속 사야 한다. 국방부는 구매 권한을 대령급까지 내려보냈고 2026년 말까지 모든 분대에 저가 소모성 드론을 배치하겠다고 못 박았다.

첫 번째 전장은 인도·태평양이다.

그 순간 드론은 정밀기계 산업에서 물량 산업으로 넘어갔다. 미국이 원하는 것은 한 번의 완벽한 비행이 아니라, 매달 수만 대를 같은 품질로 찍어내는 능력이다.

이 게임은 반도체와 배터리에서 한국 제조업이 익숙하게 치러왔다. 더구나 이 계획은 이란 전쟁 전에 만들어졌다. 대 이란 전쟁 이후 미 의회에는 드론 전력을 더 늘리자는 요구가 거의 매일 쌓이고 있다. 2026년 현재, 국가 전력의 핵심은 '미사일'이나 '폭격기'가 아니라 '드론'이다.

드론 군단 (출처 : https://epropelled.com/blogs/blog/dow-s-drone-dominance-program-where-it-stands-right-now)

무기를 고르는 방식도 바꿨다

드론 지배 프로그램(DDP)은 2026~2027년 2년 동안 11억 달러를 투입해 AI 기반 일회성 공격 드론을 20만 대 이상 확보하는 계획이다. 첫 목표 단가는 5,000달러. 양산이 진행될수록 3,000달러 안팎까지 낮춘다. 핵심은 가장 뛰어난 한 기종을 오래 쓰는 것이 아니다. 경쟁을 반복해 성능은 올리고 가격은 계속 깎는 것이다.

기존 방산 조달이라면 요구조건을 만드는 데만 수년이 걸린다. 건틀릿은 반대다. 6개월마다 실전 시험을 열고, 병사가 직접 날리고, 살아남은 회사에 즉시 대량 주문을 준다. 무기를 고르는 시간이 ‘연 단위’에서 ‘주 단위’로 줄었다.

첫 건틀릿은 지난 2~3월 조지아주 포트 베닝에서 열렸다. 25개사 가운데 11곳이 살아남았고 네로스(Neros), 스카이커터(Skycutter), 모달AI(ModalAI), 오테리온(Auterion) 등이 총 3만 대 규모(약 1억5,000만 달러)의 발주를 받았다.

이 명단에서 모달AI를 보자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미국 공공안전 드론 기업 브링크(BRINC)에서 초기 드론을 개발할 때 드론 내부에서 영상과 센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두뇌’로 모달AI의 초소형 복셀(VOXL) 컴퓨팅 보드를 사용했다. 보드를 사다 꽂는다고 제품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었다. 실내와 GPS 음영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비행하도록 소프트웨어와 센서를 다시 통합해야 했다.그때 알게 됐다.

드론의 경쟁력은 부품이 아니라 '통합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하드웨어 회사들 사이에서 오픈소스 비행제어 소프트웨어 PX4의 본가인 오테리온이 상위권에 든 것도 같은 이유다.

이번 달 결승을 치르는 건틀릿 2는 난도가 달라졌다. 지난 6월 미시간 캠프 그레일링 예선에는 49개사가 79개 설계를 들고 왔다. 통과한 곳은 19개사. 이들에게 주어진 다음 과제는 5주 안에 실제 폭발물 페이로드를 단 드론 120대를 만들어 오라는 것이었다. 설계도나 시제품 한 대가 아니다. 당장 반복 생산할 수 있다는 증거를 가져오라는 요구다.

결승에서는 근접침투형 3개 기종과 장거리타격형 5개 기종을 뽑는다. 가격 상한은 각각 4,500달러와 5,500달러. 승자에게는 9월 6만 대 주문이 떨어진다. 10월에는 폭격 플랫폼을 겨루는 건틀릿 2.5가 이어지고, 2027년 건틀릿 3부터는 한 회 발주량이 15만 대까지 커진다.

속도는 이미 숫자로 확인됐다. 미 육군은 지난 3월 온라인 ‘UAS 마켓플레이스’에서 AI 기반 자율비행 기술을 앞세운 미국 대표 드론 기업인 스카이디오(Skydio) 정찰드론 2,500대, 5,200만 달러어치를 골랐다. 요구사항을 정한 뒤 발주하기까지 72시간이었다.

전통적인 절차라면 계약에만 1~2년, 실제 배치까지는 다시 몇 년이 걸릴 일이다. 72시간. 이 숫자가 미국 국방부의 조급함을 가장 정확하게 보여준다.

페이로드(Payload) 
드론의 사용 목적에 따라 탑재되는 장비 또는 무기를 통틀어 일컫는다. 열화상카메라, 미사일, 생존키트 등 다양한 장비가 있을 수 있다.

2027년, 드론만 100조원이 움직인다

건틀릿의 11억 달러는 시작에 불과하다. 미 국방부의 2027 회계연도 예산 요구안은 드론과 대드론 체계에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인 740억 달러 이상을 요청했다. 한화로 100조원을 훌쩍 넘는다. 아직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요구안’이지만, 워싱턴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는 분명하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국방자율전투단(DAWG)이다. 2026년 2억2,590만 달러였던 예산 요구가 2027년 546억 달러로 뛰었다. 약 240배다. 숫자를 처음 봤을 때 나도 단위를 잘못 읽은 줄 알았다. 지난 7월에는 무인체계 전반을 관할하는 국방장관 직속 관리관까지 신설됐다. 업계가 ‘드론 차르’라고 부르는 자리다. 2025년 예산법에는 소형 드론과 자율탄약에 135억 달러 이상이 담겼고, 본토 방공망 ‘골든돔’에도 초기 투자 244억 달러가 배정됐다.

계약은 이미 조 단위로 움직인다. 안두릴(Anduril)은 지난 3월 미 육군 대드론 체계 사업에서 최대 200억 달러 규모의 10년 계약을 따냈다. 레이시온(Raytheon)의 요격체계 계약은 50억 달러, 건틀릿 1 우승사 네로스가 7월 추가로 확보한 단독 계약은 5억 달러다. 7월 27일에는 AI 무인 전투기 CCA의 첫 양산기도 공장에서 나왔다. 프로그램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돈이 향하는 곳은 하나다.

더 많은 무인기, 더 싼 무인기, 더 빨리 만드는 공장이다.

[용어설명]

DAWG(Defense Autonomous Warfare Group, 국방자율전투단)  미 국방부가 자율주행 및 드론 전력 확보를 가속화하기 위해 설립한 핵심 무인화·AI 전투 체계 총괄 조직. 바이든 행정부 시절 '리플리케이터(Replicator)' 이니셔티브를 확대·계승해, 소형 소모성 드론뿐 아니라 장거리 공격용 무인 체계와 AI 기반 자율 전투 역량을 통합 개발·배치한다.

OBBBA(One Big Beautiful Bill Act)  2025년 7월 4일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포괄적 메가 법안. 대규모 감세와 미국 중심 산업·경제 재편이 골자이며, 드론 조달에 구체적인 사항이 담겨 미국의 드론 전략이 실체임을 보여준다.

CCA(Collaborative Combat Aircraft)  유인 전투기와 편대를 이루는 AI 무인 전투기.

안두릴(Anduril)  2017년 오큘러스 창업자 팔머 럭키(Palmer Luckey)가 세운 미국의 차세대 AI 방산 스타트업. 실리콘밸리식 소프트웨어 중심 개발 방식으로 '방산계의 테슬라'로 불리며, 최근 610억 달러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레이시온(Raytheon)  미국 방산기업의 대표주자. 패트리엇(Patriot), SM-3, 코요테(Coyote) 등 단거리부터 ICBM 요격까지 아우르는 세계 최고 수준의 다층형 미사일 방어·요격 체계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네로스(Neros)  2023년 캘리포니아 엘 세군도에서 설립된 군용 FPV 및 자폭 드론 전문 방산 스타트업. 중국산 부품 공급망을 배제하고 저렴한 대량생산 UAV를 공급하며 급성장 중이다.

드론 도미넌스 프로그램 리더보드 (출처 : https://dronedominance.mil/leaderboard.html)

세계 최강 미군은 왜 드론을 구하지 못하나

미군을 깨운 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을 때만 해도 드론은 전장의 보조 장비로 여겨졌다. 정찰용 드론이 적의 위치를 찾으면 포병이 사격하는 정도였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지면서 드론은 포병의 ‘눈’을 넘어 직접 표적을 공격하는 ‘창’이 됐다. 병력과 포탄이 부족했던 우크라이나는 민간용 부품으로 만든 값싼 드론에 폭발물을 달아 러시아군의 전차와 장갑차, 포병 진지와 보급 차량을 공격했다.

특히 FPV(First Person View) 드론(조종자가 드론 카메라에 잡힌 화면을 보며 직접 비행하는 방식)이 전장의 계산법을 바꿨다. 가격은 수백 달러에서 수천 달러. 숙련된 조종사가 운용하면 참호 속 병사부터 이동 중인 차량, 수백만 달러짜리 전차까지 정밀하게 공격할 수 있다. 값비싼 미사일이 맡던 일을 훨씬 싼 드론이 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드론은 전장 자체도 투명하게 만들었다. 양측의 정찰드론이 전선 위를 쉼 없이 날면서 병력과 차량의 움직임을 추적한다. 과거에는 밤이나 연막, 지형 뒤에 몸을 숨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전선 가까이에서 움직이는 순간 발견될 가능성이 커졌다. 발견된 표적에는 몇 분 안에 FPV 드론이나 포병이 날아온다. 전선 주변 수십 킬로미터(㎞)가 드론의 감시와 공격이 반복되는 거대한 소모지대로 변했다.

중요한 것은 드론 한 대의 성능이 아니었다. 수천 대를 잃어도 다시 만들어 투입할 수 있는 생산력과 개량 속도였다. 러시아가 전파방해 장비를 배치하면 우크라이나 업체들은 통신 주파수를 바꿨고, 재밍이 심해지자 광섬유 케이블로 조종하는 FPV 드론을 내놓았다.

방어 기술이 등장하면 몇 주 안에 이를 우회하는 새로운 드론이 전선에 나타났다. 개발과 시험, 조달, 실전 배치가 하나의 짧은 주기로 연결됐다. 기존 방산업체가 수년에 걸쳐 무기를 개발하는 동안 우크라이나의 드론 기업들은 전장에서 매주 제품을 업데이트했다.

변화는 육지에 머물지 않았다. 우크라이나는 폭발물을 실은 무인정을 흑해에 투입해 러시아 군함과 항만시설을 공격했다. 항공모함도, 대형 해군도 없는 나라가 값싼 무인정으로 러시아 흑해함대의 활동 반경을 좁히고 주요 함정을 크림반도에서 후퇴시켰다. 장거리 드론은 전선에서 수백㎞ 떨어진 러시아의 비행장과 정유시설, 군수시설까지 타격했다. 하늘과 땅, 바다에서 무인체계가 기존 무기의 역할을 하나씩 가져가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것은 ‘드론이 모든 무기를 대체한다’는 사실이 아니다. 포병과 미사일, 전차와 보병은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값싼 드론이 이 무기들의 눈과 방아쇠가 되고, 때로는 직접 공격 수단까지 맡으면서 전쟁의 비용과 속도를 바꿨다. 수백 대의 최고 성능 무기보다 매달 수만 대를 만들고 잃고 다시 투입하는 능력이 전투 지속력을 좌우하기 시작했다.

이 장면을 가장 놀랍게, 불편하게 지켜본 나라가 바로 미국이었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정교한 무기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선이 요구한 것은 대당 수백만 달러짜리 완벽한 무기 몇 대가 아니었다. 전파방해 속에서도 날고, 잃어버려도 곧바로 보충할 수 있는 수천 달러짜리 드론 수십만 대였다. 미국은 그런 드론을 설계할 기술은 있었지만 싸고 빠르게 대량생산할 공장과 공급망은 갖추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부품이었다. 세계 상업용 드론 시장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고, 모터·배터리·카메라·비행제어기 같은 핵심 부품으로 내려가면 중국 의존도는 더욱 높아진다. 미국은 안보를 이유로 중국산 드론과 부품을 밀어냈다. 문을 닫고 나서야 깨달았다. 정작 자국 군대가 대량으로 살 수 있는 미국산 드론이 없었다.

지난 1월 미 해병대는 대당 4,000달러 이하의 FPV 드론 1만 대를 공개 모집했다. 미 육군은 산업계에 “30만 대를 빨리, 싸게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세계 최강 군대가 수천 달러짜리 드론을 구하지 못해 공개 구인에 나선 셈이다. 30만 대는 미국의 야심을 보여주는 숫자이면서, 동시에 미국 드론 산업의 부족분을 드러내는 숫자다.

미 육군 병사들이 2026년 2월 17일 하와이 스코필드 배럭스에서 열린 대드론(C-UAS) 실사격 훈련 중 드론을 발사하고 있다. 이번 훈련은 드론 위협을 탐지·추적·무력화하는 실전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해 실시됐다. (출처 : 출처: 미 국방부)

브링크의 초기 멤버로 합류해 전략과 디자인을 맡았고, 지금은 미국 드론·피지컬 AI 스타트업에 투자한다. 안에서 회사를 키워보고 밖에서 투자해보니, 이번 변화는 신무기 도입만으로 보이지 않는다.

펜타곤이 실제로 사려는 것은 최고의 드론 한 대가 아니다. 미국 드론 산업의 생산능력이다. 발주량을 3만 대에서 6만 대, 다시 15만 대로 키우면 기업은 수요를 믿고 공장과 자동화 설비에 돈을 넣을 수 있다.

반도체법이 보조금으로 공장을 불렀다면, 드론에서는 구매주문서가 그 역할을 한다. 미 육군이 자체 생산시설 ‘스카이 파운드리(Sky Foundry)’를 세워 월 1만 대 생산을 노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래서 건틀릿에서 진짜 시험받는 것은 기체가 아니라 공장이다. ‘5주 안에 120대’라는 조건이 본질이다. 잘 나는 시제품 한 대보다, 같은 제품 120대를 제 시간에 내놓는 능력을 본다. 실제로 예선을 통과하고도 양산 과제에서 무너지는 회사가 나온다. 미국 드론 스타트업의 병목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생산이다.

더 어려운 조건은 가격이다. 미국 인건비로, 중국 부품 없이 4,500달러짜리 자폭드론을 만들어야 한다.

건틀릿 2부터 중국산 모터와 배터리는 금지됐다. 이 방정식의 답은 두 가지뿐이다. 제조를 극단적으로 자동화하거나, 믿을 수 있는 동맹국의 공급망을 끌어오는 것. 한국의 기회는 바로 이 틈에 있다.

중국에서 취소된 모터 주문

2025년 2월, 브링크에서 신제품을 개발하던 때였다. 팀을 돕기 위해 중국 티모터(T-Motor)에 모터 샘플을 주문했다. 드론 업계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세계 최대 모터 업체다. 임원 카드로 결제까지 끝냈다. 다음 날 주문 취소 통보가 왔다. 이유는 제품이나 결제가 아니었다. “미국 자율드론 회사 브링크에는 팔 수 없다”는 중국 정부의 결정이었다.

CEO에게 보고한 뒤에야 알았다. CEO를 포함, 회사의 몇몇 임원이 사실상 중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었다. 브링크가 다른 미국 드론 기업들과 함께 중국산 드론의 미국 판매 배제를 요구해온 대가였다. 부품 하나를 사지 못한 그날, 국가 간 패권 경쟁이 회사의 구매 버튼까지 들어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동시에 떠오른 나라는 한국이었다. 중국산이 막힌 자리를 누가 채울 것인가.

미국은 이제 관세로 답을 내놓았다.

미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3일 드론과 부품에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를 매기는 포고문에 서명했다. 국가안보상 민감한 대형·열화상 드론과 일부 핵심 부품에는 100%, 소형 드론과 기타 부품에는 25%가 적용된다. 한국·일본·EU 등에는 원산지 요건을 충족할 경우 15%가 적용된다. 발효 시점도 품목별로 달라, ‘전 품목 9월 3일 시행’으로 단순화해선 안 된다.

메시지는 선명하다. 중국 공급망은 밀어내고, 동맹국에는 제한된 통로를 열며, 미국 안에 공장을 짓는 기업에는 추가 선택지를 주겠다는 것이다. 드론을 탄약으로 바꾼 데 이어 관세까지 얹었다. 조달 정책과 통상 정책이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은 배터리 셀, 모터, 카메라 모듈, 정밀 사출, PCB, 방산 양산 품질을 갖고 있다. 미국 업체들이 지금 찾아 헤매는 부품들이다. 실제로 그들은 한국에 왔다.

그러나 주문이 계약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건틀릿을 통과하고도 부품을 구하지 못해 포기한 회사가 있다는 말도 미국 파트너와 업계 관계자들에게서 들린다.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미국 조달로 이어지는 통로와, 그 통로에 선제적으로 투자할 결단이 부족해서다.

시간표는 이미 돌아간다.

9월 건틀릿 2의 6만 대 발주, 10월 건틀릿 2.5, 2027년 초 회당 15만 대 규모의 건틀릿 3이 이어진다. 그사이 FCC의 외국산 드론·부품 인증 제한은 로봇으로까지 넓어졌다. 미국은 문을 잠그면서 동시에 동맹국에 좁은 문을 만들고 있다. 그 문이 오래 열려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모리스 구(Morris Koo)는 누구?

오브아이 벤처스(OVI Ventures) 창업자·대표. 실리콘밸리와 시애틀을 오가며 미국 드론·피지컬 AI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한다. 드론 회사를 안에서 키워본 오퍼레이터 출신 투자자다(링크드인).

미국 공공안전 전문 드론 1위 기업 브링크 드론스(BRINC Drones)에 초기 멤버로 합류, 전략 디자인 부사장(VP of Strategy and Design)으로 회사가 기업가치 1조 원에 이르는 성장 과정을 C레벨에서 함께했다. 미·중 드론 공급망 전쟁의 한복판에서 중국 정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당사자이기도 하다. 그 이전에는 삼성전자 협력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미국에서 석사를 마친 뒤 미국 최대 비상장 기업집단 가운데 하나인 코크(Koch)를 거쳐 컴캐스트와 HP에서 수석·팀장으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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