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리더십에게 기대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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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a Moon 2022.03.08 18:23 PDT
새 리더십에게 기대하는 것
(출처 : Shutterstocks)

[뷰스레터플러스]
280조 기업 회장과 엄마, 둘 다 잘할 수 있을까?
웹3 생태계, 여성 참여 활발...‘백인 남성’ 벽 깰까?

안녕하세요. 뷰스레터 독자 여러분,

저희 엄마는 종종 할머니의 위대함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곤 했습니다. 할머니는 암에 걸린 남편을 일찍 여의고, 남겨진 어린 네 남매를 혼자 키우며 그 시절에 모두 대학까지 보냈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며 빚쟁이에게 쫒겨도 자식들에게 큰 소리 한번 안내신 할머니. 하루종일 일을 하고 와서 쌓여진 설거지를 보면 잔소리를 할 법도 한데, 되려 더 잘해주지 못해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슴 한 켠에 품고 사셨다고 합니다.

그런 할머니의 사랑과 희생 밑에서 큰 첫째 딸이 바로 저희 엄마입니다. 어릴 때, 저는 어린이집이 끝나면 할머니 댁에 가 밤 9시까지 일하는 엄마를 기다렸는데요. 보고싶은 엄마가 올 시간쯤이면 귀를 쫑긋 세우고 엄마 발자국 소리를 맞춰봤습니다. 차가운 김이 서린 엄마 외투 속에 쏙 안기면 그 때서야 졸음이 쏟아졌습니다. 엄마는 피곤한 내색 하나 하지 않고, 제가 잠이 들 때까지 등을 긁어주며 자장가를 불러주셨습니다.

‘워킹맘'이라는 단어가 생겨나기도 전에 할머니와 엄마는 일을 하며 가정을 돌봤습니다. 당연히 여겨졌던 그들의 고된 나날들이 이제서야 서서히 보입니다. 엄마는 한번 서럽게 우시며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당연한 것이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이렇듯 나의 편안한 일상은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으로 이어진 삶입니다. 113년 전 ‘빵(생존권)과 장미(참정권)’를 외쳤던 여성들을 기억하며, 저를 키워주신 엄마의 위대함을 가슴에 품고, 감사한 오늘을 살아갑니다.

3월 8일(미국 현지시각)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해 여성의 권리와 힘에 대한 더밀크 기사를 소개합니다.

280조 기업 회장과 엄마, 둘 다 잘할 수 있을까?

인드라 누이 펩시코 전 CEO (출처 : Marla Aufmuth)

글로벌 리더들은 기술과 금융으로 세상을 바꾸고 화성에 기지를 건설하는 건 쉽게 말하지만, 정작 가정에 대해선 잘 얘기하지 않습니다. 가정은 모두에게 어려운 문제죠. 가족 때문에 힘들어 하는 직원은 생산성도 떨어집니다. 자녀를 키우면서 커리어를 만들어 나갈 엄두가 안나 자녀와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층은 늘고 있습니다.

인드라 누이 펩시코 전 회장이 자서전 ‘마이 라이프 인 풀(My Life in Full)’를 출간해 직장 여성의 비애능력이 충만한 경영자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처음부터 성공은 아니었습니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면서 두 딸을 키운 누이는 육아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고 백인 남성들로부터 숱하게 무시를 당합니다. 하지만 펩시코의 첫 여성 CEO이자 포춘 500대 기업의 첫 비(非)백인 여성 CEO였던 누이는 펩시코를 건강한 식음료를 팔고, 환경친화적이며 '목적이 있는' 기업으로 만들어 나갔습니다. 누이만의 특별한 경영 방식은 무엇이었을까요?

280조 기업의 회장과 한 가정의 엄마, 두 개의 막중한 역할을 맡은 누이의 스토리를 자세히 들어보세요.

👉이 시대 리더의 삶

웹3, 여성 참여 활발...‘백인 남성’ 벽 깰까?

말이하 마비디 아티스트의 NFT 작품 (출처 : womenrise.art)

웹 2.0을 이끌었던 백인 남성들이 가상화폐와 NFT를 포함한 웹 3.0 공간을 이어 받아 주도하고 있지만, 여성들이 웹 3.0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여성 기술 혁신가, 수집가, 크리에이터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관심을 보이며 모두를 위한 웹3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여성 전용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커뮤니티 BFF가 있습니다. BFF는 여성이 암호화폐에 대해 배우고 블록체인 붐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해 설립된 커뮤니티입니다. 생성된 지 한 달이 조금 넘었지만 벌써 2만여 명의 회원이 모였습니다.

BFF를 만든 브릿 모린은 “웹 3.0의 핵심은 공동체가 모여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라며 암호화폐의 성별 격차를 줄이기 위해 플랫폼을 시작했습니다. 메타버스와 NFT는 커뮤니티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해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여성들이 이끌어가는 웹 3.0 생태계, 어떤 모습일까요?

👉평등, 포용 추구하는 웹 3.0

“What are your pronouns? (너의 대명사는 무엇이니?)”

UC버클리에서는 첫 수업시간마다 학생들의 성별을 물어봅니다. 제가 긴 머리를 하고 치마를 입었다고 함부로 여성이라 짐작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이름을 먼저 물어보듯이, 성별도 외관으로 추측하기 이전에 당사자에게 먼저 물어봅니다.

“She, her, hers”라고 하면 여성, “He, him, his”는 남성을 뜻하며, “They, them, theirs,”는 아직 성별을 정하지 않거나 구별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생물학적 성별을 의심없이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열린 배움의 공간인 학교에선 우리에게 주어진 것보다 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내가 나다울 수 있는 모습을 갖추고 서로 다른 걸 존중하는 자세를 가르쳐줬습니다.

오늘은 대통령 선거날입니다. 저도 투표하러 갑니다. 100여 년 전만 해도 여성에게 투표권이 없었습니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오늘날의 상식들이 꽤 오래동안 비상식적으로 다뤄졌습니다. 대선 후보들은 하나같이 양성 평등을 약속하고 일하는 여성들이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실제 지켜질지 의심스럽습니다.

역사를 기억하고, 상식을 의심하고, 부당함에 목소리를 내고, 소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정한 세상으로 바꿔가고 있는 여러분, 나의 한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더밀크 독자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더밀크 문준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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