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15년 팀 쿡 시대 마감… 존 터너스 새 CEO가 열어갈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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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6.04.20 15:13 PDT
애플, 15년 팀 쿡 시대 마감… 존 터너스 새 CEO가 열어갈 미래는?
애플의 CEO 직에서 물러나는 팀 쿡(오른쪽)과 존 터너스 신임 애플 CEO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출처 : Apple, Gemini 편집)

[애플 CEO 교체 분석]
무엇이 바뀌나?... 9월 1일 전환, 일부 회사 운영에 관여
팀 쿡 15년의 유산 ‘위대한 운영가’ 시총 10배로… AI는 그늘
존 터너스 신임 CEO는 누구?... 하드웨어 라인업 진두지휘
조니 스루지 ‘최고 하드웨어 책임자’ 승진: 왜 중요한가
더밀크의 시각: AI 경쟁, 칩·디바이스 성능으로 극복할까... 한국은?

15년간 세계 최고 테크 기업 애플을 이끌어온 팀 쿡(Tim Cook) 최고경영자(CEO) 시대가 마감된다.  

애플은 20일(현지시각) 팀 쿡이 이그제큐티브 의장(Executive Chairman)을 맡고, 존 터너스(John Ternus)가 새 CEO로 취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환 시점은 2026년 9월 1일이며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스티브 잡스 이후 애플의 두 번째 CEO 교체라는 점에서 실리콘밸리 전체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무엇이 바뀌나?... 9월 1일 전환, 일부 회사 운영에 관여

애플에 따르면 팀 쿡은 오는 9월 1일까지 CEO직을 유지하며 존 터너스와 함께 권한 이양 작업을 진행한다. 

이그제큐티브 의장으로서 쿡은 전 세계 정책 입안자들과의 교류를 포함한 일부 회사 운영에 계속 관여할 전망이다. 

현재 비상임 의장직을 15년간 수행해온 아서 레빈슨은 9월 1일부터 독립 선임이사로 전환되며 터너스는 같은 날 이사회에 합류한다.

애플은 별도 발표를 통해 조니 스루지(Johny Srouji) 하드웨어 테크놀로지 수석부사장이 ‘최고 하드웨어 책임자(Chief Hardware Officer)’로 즉시 승진한다고 밝혔다. 스로우지는 터너스가 맡아온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조직까지 통합해 이끌게 된다. 

쿡은 공식 성명에서 터너스를 치켜세우며 “존 터너스는 엔지니어의 사고, 혁신가의 영혼, 그리고 성실과 명예로 이끄는 마음을 가졌다. 25년간 애플에 쌓아온 그의 공헌은 이미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는 의심할 여지 없이 애플의 미래를 이끌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그의 능력과 품성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이그제큐티브 의장으로서의 새 역할을 할 때도 그와 긴밀히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애플 주가는 1.04% 상승했고, 장 마감 거래에서는 0.93% 하락 중이다. 쿡 체제의 연속성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팀 쿡 애플 CEO가 WWDC24 기조연설에 앞서 청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출처 : Apple)

팀 쿡 15년의 유산 ‘위대한 운영가’ 시총 10배로… AI는 그늘

팀 쿡은 스티브 잡스가 건강 문제로 물러난 2011년 8월 CEO 자리에 올랐다. 당시 잡스는 쿡을 후계자로 직접 지명했다. 

쿡이 CEO를 맡던 2011년 애플의 시가총액은 약 3500억달러(약 515조원)였으나 현재는 4조달러(약 5887조원)로 10배 이상 성장했다. 같은 기간 연간 매출도 2011 회계연도의 1080억 달러에서 2025 회계연도 기준 4160억 달러 이상으로 4배 가까이 불어났다. 

쿡은 CEO 재임 기간 잡스가 닦아놓은 하드웨어 혁신의 토대 위에서 가장 복잡하고 정교한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했다. 그가 애플의 글로벌 공급망을 50개국 이상으로 확장하며 구축한 생산 시스템은 업계의 모범 사례로 불린다.

이런 그의 운영 역량은 경기 사이클과 지정학적 긴장에도 흔들리지 않는 안정적 마진 구조의 기반이 됐다. 특히 서비스 부문은 쿡 시대의 가장 빛나는 전략적 성과다. 앱스토어, 애플 뮤직, 아이클라우드, 애플TV+, 애플페이 등 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며 하드웨어 교체 주기에 덜 의존하는 수익 구조를 만든 것이다. 고성장·고마진 사업이라는 서비스 부문의 특성 때문에 월가의 큰 호응을 받았다. 

애플워치, 에어팟 등 웨어러블 카테고리도 쿡 체제에서 탄생했다. 특히 에어팟의 경우 무선 이어버드 시장 자체를 사실상 창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에는 인텔 CPU에서 자체 개발 애플 실리콘(M 시리즈)으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맥 제품군의 성능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2023년에는 공간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겠다는 야심 아래 애플 비전 프로를 세상에 내놓았다. 

또한 쿡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계를 포함한 미·중 무역 갈등 국면에서 탁월한 외교적 수완을 발휘하며 애플의 중국 사업을 지켜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그제큐티브 의장으로서 쿡이 앞으로도 전 세계 정책 입안자들과의 교류를 계속할 것이라는 점이 중요한 이유다. 

물론 쿡 체제의 그늘도 있다. AI 전략 지연이 대표적이다. 2022년 11월 챗GPT의 등장 이후 생성형 AI 열풍이 본격화되는 시점에 초기 대응이 늦었고, 뒤늦게 내놓은 ‘애플 인텔리전스’ 역시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엔지니어 출신 존 터너스 신임 애플 CEO (출처 : Apple)

존 터너스 신임 CEO는 누구?...  하드웨어 라인업 진두지휘

쿡의 뒤를 이을 애플의 수장으로 낙점된 존 터너스는 애플에서 반평생을 보낸 엔지니어다. 그는 1997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기계공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고, 졸업 프로젝트로 사지 마비 환자가 머리 움직임으로 작동할 수 있는 기계식 급식 팔을 개발하기도 했다. 

졸업 후에는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설계하는 엔지니어로 경력을 시작했다. 2001년 애플에 입사한 이후에는 애플 시네마 디스플레이 작업에서 시작, 아이패드 초기 모델 설계와 맥 개발을 차례로 맡았다. 

2013년 댄 리치오 휘하에서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으로 승진해 에어팟, 맥, 아이패드 개발을 총괄했고, 2020년에는 아이폰 하드웨어까지 책임 범위가 확장됐다. 이듬해인 2021년 수석부사장으로 승진해 리치오의 자리를 이어받게 된다. 

터너스는 현재 50세로 애플 경영진 가운데 젊은 축에 속한다. 때문에 장기 집권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아이패드, 에어팟, 아이폰, 맥, 애플워치, 애플 비전 프로에 이르기까지 애플의 사실상 전 하드웨어 라인업을 진두지휘한 경험이 가장 큰 강점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5년에는 페이스타임(FaceTime) 통화 시 화자를 추적하며 회전하는 스크린을 탑재한 탁상형 로봇을 개발한 비밀 로보틱스 팀까지 관할하기도 했다.  

그가 차기 CEO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올해 초부터였다. 최근 애플이 뉴욕에서 599달러짜리 노트북 맥북 네오(MacBook Neo) 발표 행사를 열었을 때 쿡이 아닌 터너스가 직접 제품을 공개한 것이다. 

그는 다음 날 굿모닝 아메리카에도 출연했는데, 이는 과거 쿡이 직접 소화하던 미디어 노출 역할을 물려받은 것이었다. 애플 전 구매 책임자 토니 블레빈스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터너스는 매우 꼼꼼한 엔지니어이자 신중한 경영자다. 탁월하고 명백한 쿡의 후계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조니 스루지 신임 애플 최고 하드웨어 책임자 (출처 : Apple)

조니 스루지 ‘최고 하드웨어 책임자’ 승진: 왜 중요한가

이번 인사에서 함께 발표된 조니 스루지의 승진은 애플의 전략적 의도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스로우지는 2008년 애플에 합류, 애플 최초의 자체 설계 칩인 A4를 개발한 인물이다. 현재 애플 실리콘, 배터리, 카메라, 스토리지 컨트롤러, 센서, 디스플레이, 셀룰러 모뎀 등 전 제품 라인의 핵심 기술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터너스가 이끌던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조직까지 흡수해 하드웨어 테크놀로지와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양 조직을 모두 통솔하게 됐다. 쿡은 스루지에 대해 “애플 실리콘 전략을 이끄는 데 독보적인 역할을 했다”고 밝혔고, 터너스도 “경영진 내 탁월한 파트너”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2025년 말 스루지가 다른 주요 반도체 기업의 CEO직을 제안받아 이직을 심각히 고려했다는 보도가 나왔을 당시 애플은 이를 일개 임원 유지 문제가 아닌 전략적 긴급 사항으로 처리했다. 보상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향후 조직 내 역할까지 논의에 올렸을 정도였다. 

애플이 자체 개발하는 애플 실리콘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에게 주어진 ‘최고 하드웨어 책임자라는 새 타이틀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로이터는 이번 교체를 두고 “AI가 주도하는 산업 변화에 맞서 애플을 이끌 장기 하드웨어 책임자에게 역할을 맡기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쿡이 운영의 달인이라면 터너스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제품 본질에 더 집중하는 리더라는 평가다. 

이는 AI 시대에 칩과 디바이스가 핵심 경쟁력이 되는 환경에서 긍정적 신호다. 업계 전문가들은 터너스 체제에서 애플이 기술 의제에 더 큰 비중을 싣게 될 것으로 관측한다. 다만 터너스에 대한 회의론도 있다. 

터너스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쿡의 업무 방식에 만족하는 이들이며 2023년 인터뷰에서 터너스가 생성형 AI에 대한 걱정을 일축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는 지적이다. 

애플 이사회는 결국 쿡의 ‘소프트랜딩’과 안정성을 선택했다. 쿡이 이그제큐티브 의장으로 남아 사실상 ‘멘토링 체제’를 유지한다는 점은 제프 베조스(아마존),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래리 엘리슨(오라클)이 CEO 직에서 물러난 후 이사회를 통해 영향력을 유지한 선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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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A18프로 칩 (출처 : Apple)

더밀크의 시각: AI 경쟁, 칩·디바이스 성능으로 극복할까... 한국은?

하드웨어 엔지니어가 세계 최대 기술기업 중 하나인 애플의 수장에 오른다는 사실은 업계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AI 경쟁이 칩·디바이스 성능 경쟁으로 치닫는 시대에 터너스 체제의 애플은 소프트웨어·서비스 중심의 경쟁 기업들과 더욱 차별화된 하드웨어 우선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가 클라우드와 AI 모델에 집중하는 사이 애플은 디바이스에 밀착된 온디바이스 AI와 공간 컴퓨팅으로 자신만의 경쟁 축을 세우려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어떤 신호를 읽어야 할까? 먼저 삼성전자, LG 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 애플 부품 공급망의 재점검이 필요하다. 터너스 신임 CEO가 공급망 품질과 기술 스펙에 더욱 세밀한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쿡이 글로벌 공급망을 비용 최적화 관점에서 관리했다면, 터너스는 기술 우선 관점에서 협력사를 평가할 수 있다.

터너스 체제에서 폴더블 아이폰, 애플 로보틱스 등 새로운 폼팩터 혁신이 가속화 될 수 있을지도 주목해야 할 포인트다. 삼성이 선도해온 폴더블·AI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터너스 체제의 애플이 애플 실리콘 기반 온디바이스 AI를 더욱 강력하게 추진한다면 엣지·온디바이스 AI 부문 시장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애플의 방향 전환에 맞춰 새로운 기회를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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