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나서는 WAIC 2026… 더밀크, 중국 AI의 실체를 파헤친다
[더밀크 혁신원정대] 상하이 WAIC 2026 현장 취재
WAIC 2026, 규모와 격이 달라졌다… 시진핑 국가주석 참석
7대 아젠다… 전략 파트너부터 로봇 전용구역까지
오픈웨이트 모델, 프론티어와의 격차를 좁히다
AI가 국가전략자산이 된 시대, 중국 AI의 실체는?
더밀크의 시각: 중국의 AI 경쟁력은 국가 단위 전략 결과물
더밀크가 2026년 하반기 첫 글로벌 혁신 현장 취재 목적지로 중국 상하이를 선택했다.
미국과 AI 패권 경쟁을 펼치며 글로벌 AI 산업 및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중국을 방문, 현지에서 생생한 인사이트를 전하기 위해서다. 오는 7월 17일(현지시각)부터 20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WAIC 2026(World Artificial Intelligence Conference 2026)’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AI 컨퍼런스 중 하나로 부상했다.
글로벌 테크 컨퍼런스를 직접 탐방하며 대한민국 기업과 창업가들에게 실질적인 인사이트 제공해온 더밀크 ‘혁신원정대’는 올해도 CES 2026, MWC 2026, 엔비디아 GTC 2026,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2026, 구글 I/O 2026 등 핵심 글로벌 테크 컨퍼런스를 잇달아 현장 취재해 왔다.
더밀크는 이번 WAIC 취재를 통해 중국 기업들의 기술 및 역량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직접 확인해 전달할 계획이다. AI가 국가 전략자산으로 취급되는 가운데, 중국의 AI 산업 정책, 전략이 어느 국면에 접어들었는지도 현장에서 확인한다.
WAIC 2026, 규모와 격이 달라졌다… 시진핑 국가주석 참석
올해 WAIC는 7월 17일부터 20일까지 상하이 엑스포 전시관, 국가급 하이테크 개발구인 ‘푸둥 장장(张江)’, 예술과 문화의 중심지인 쉬후이 웨스트번드(徐汇西岸) 세 권역에서 동시에 열린다.
주제는 ‘더 밝은 미래를 위한 AI 파트너십(AI Partnership for a Brighter Future, 智能伙伴,共创未来)’이다.
주최 측 발표에 따르면 전시면적은 10만㎡ 이상으로 늘었고 글로벌 기업 1100여 개가 참가해 3000여 점의 전시품과 300개 이상의 글로벌 신제품을 선보인다. 140여 개 포럼이 열리며 1400여 명의 국제 게스트가 참석할 예정이다. 2025년의 참가기업 약 800개, 전시면적 약 7만㎡ 규모에서 크게 확대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중국 최고 권력자 시진핑 국가주석의 참석이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시 주석이 WAIC 2026 개막식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AI 발전 및 거버넌스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구상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국가 정상이 산업 전시회 개막식에서 직접 AI 정책 비전을 밝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이 AI를 반도체·에너지와 같은 수준의 국가 전략자산으로 다루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WAIC은 올해 처음으로 독립적인 국제 학술 프로그램 ‘WAIC Academic(7월 18~20일)’도 신설했다. 튜링상 수상자이자 ‘야오반’을 설립해 중국 AI 인재의 대부가 된 야오치즈(姚期智) 칭화대 교수가 대회장을, 강화학습의 아버지로 불리는 리처드 서튼 교수가 국제 공동의장을 맡는다.
주최 측은 개막 전 튜링상·노벨상 등 저명한 학술 분야 연구자들의 참석을 예고했는데, 여기에는 딥러닝 3대 석학 중 한 명인 요슈아 벤지오 교수(유엔 AI 거버넌스 프레임워크 소개 예정), 2025년 튜링상 수상자 질 브라사르, 2025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오마르 야기가 포함된다. ‘실리콘밸리 정신의 아버지’로 불리는 케빈 켈리도 참석한다.
WAIC 2026를 관통하는 7대 아젠다
더밀크는 올해 WAIC에서 7개 핵심 아젠다 및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첫 번째는 AI가 단순 도구에서 ERP·CRM·MES 등 실제 업무 시스템을 조작하는 ‘업무 파트너’로 이동하는 흐름이다.
두 번째는 최고 성능보다 토큰당 비용과 전력효율을 앞세운 추론 효율·저비용 모델 경쟁이며 세 번째로는 중국산 GPU·NPU·슈퍼노드·광인터커넥트로 미국의 첨단 GPU 수출 규제에 대응하는 중국형 AI 컴퓨팅 자립 흐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네 번째는 보행·시연을 넘어 조작 능력과 연속 가동률로 평가축이 옮겨가는 체화 AI(Embodied AI)·휴머노이드의 흐름, 다섯 번째는 로보택시보다 항만·물류·캠퍼스 등 경로가 명확한 영역에서 먼저 수익화되는 자율주행 기술이며 여섯번째는 일반 소비자들의 관심이 큰 AI 안경·이어버드 등 온디바이스 AI 디바이스 제품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마지막 일곱번째는 오픈소스·워터마킹·로봇 사고책임 등 AI 거버넌스와 이를 발판으로 삼은 중국 기술표준의 해외 확산이다. 특히 화웨이의 ‘아틀라스 950 슈퍼포드(Atlas 950 SuperPoD)’가 처음으로 실물 전시돼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누가 오는가: 전략 파트너부터 로봇 전용구역까지
WAIC 2026에는 중국 최고 기업들이 총출동한다.
① 플랫폼·파운데이션 모델 진영의 알리바바, 바이두, 화웨이, 텐센트, 앤트그룹, 센스타임, 스텝펀, 아이플라이텍 ② AI 인프라·컴퓨팅 진영의 슈퍼퓨전(xFusion), 메타X, 수곤, ZTE, 우원신충(Infinigence AI), 칭웨이즈넝(Tsingmicro), 쿤룬신, 무어스레즈, 톈수즈신(Iluvatar CoreX), 그리고 ③ 소비자·산업·금융 진영의 JD닷컴, 레노버, 아너, 지멘스, 궈타이하이퉁, CICC, 중국 3대 통신사(차이나모바일·차이나텔레콤·차이나유니콤) ④ 로봇 분야에서는 유니트리, 애지봇(AgiBot), 푸리에인텔리전스, 유비텍(UBTECH), 갤봇 등이 참여할 전망이다.
투자·조달 매칭 구역에는 세쿼이아차이나, 힐하우스캐피털, 젠펀드(ZhenFund), 소프트뱅크차이나, CICC 등 80여 개 투자기관과 200여 명의 전문 투자자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GLM 오픈웨이트 모델, 프론티어와의 격차를 좁히다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의 강력한 성능도 WAIC 현장을 장식할 상징적 장면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중국 AI 스타트업 즈푸AI(Z.ai) 사례가 대표적이다. Z.ai는 지난 6월 13일 최신 플래그십 모델 ‘GLM-5.2’를 오픈웨이트(Open-weight, 공개 가중치)로 공개했다. 이 모델은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퍼스 4.8급의 성능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고 알려저 업계의 큰 관심을 받았다.
실제 Z.ai 측은 GLM-5.2가 수백만 명이 참여하는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의 프런트엔드 코딩 평가 시스템 ‘코드 아레나(Code Arena)’에서 전 세계 공개 모델 중 1위를 기록했다고 자체 발표했으며 종합 벤치마크인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 지수에서도 51점을 받아 오픈소스 모델 중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다수의 다른 벤치마크에서는 GPT-5.5와 오퍼스 4.7을 앞섰다. 100만 토큰 컨텍스트 윈도를 지원하고 MIT 오픈소스 라이선스로 배포돼 무료 다운로드·상업적 활용이 가능하다.
또 출시 첫날부터 화웨이 어센드(Ascend), T-헤드, 무어스레즈, 캠브리콘 등 중국 국산 칩을 지원한다는 점도 특징이다.
중국 오픈 모델의 기술 경쟁력은 자본시장에서도 확인된다. Z.ai 주가는 지난 1월 홍콩 증시 데뷔 이후 2000% 넘게 급등해 시가총액 1조 홍콩달러(약 1280억달러)를 넘어섰다. JP모건은 Z.ai의 올해 매출이 534%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조 역량이 곧 데이터 경쟁력… 피지컬 AI 인프라로 전환
로봇·자율주행 등 물리 세계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 역시 중국이 뚜렷한 우위를 보였다.
시장조사업체 및 관련 보도를 종합하면 2025년 기준 중국 기업들은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의 약 80~90%를 차지했다. 애지봇(약 5168대)과 유니트리(약 5500대)가 선두를 달렸다.
차이신 글로벌에 따르면 2026년 1분기에만 중국 임바디드 AI 기업들이 29억달러를 조달했고, 유니트리는 42억위안 규모 기업공개(IPO) 승인을 받았다.
중국 피지컬 AI의 강점 중 하나는 데이터 파이프라인이다. 레스트오브월드(Rest of World)에 따르면 광둥성 소재 데이터 벤더들은 전자·포장 공장 수십 곳의 노동자들에게 머리 카메라, 손목 센서 등 데이터 수집 장비를 착용시켜 손동작을 대규모로 기록하고 있으며 지방정부가 자금을 지원하는 40여 개 로봇 훈련센터에서도 사람이 로봇을 원격 조작해 옷 개기·다림질·닦기 같은 동작을 하루 수백 차례 반복 수행시키며 학습 데이터를 축적 중이다.
중국의 강력한 제조업 기반이 곧 피지컬 AI 학습에 필요한 실세계 데이터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인프라로 전환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 자국 최첨단 모델 해외 접근 제한 검토
WAIC 2026을 앞두고 주목해야 할 정책 변수 중 하나는 중국 정부가 자국의 최첨단 AI 모델에 대한 해외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다.
로이터는 지난 7일(현지시각), 중국 상무부가 최근 한 달간 알리바바, 바이트댄스, 즈푸AI(Z.ai) 등을 불러 자국의 최상위 AI 모델에 대한 해외 접근을 제한할지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논의에서 알리바바의 큐원(Qwen), 바이트댄스의 더우바오(Doubao), Z.ai의 GLM-5.2 등이 대상으로 거론됐으며 아직 공개되지 않은 차세대 모델과 오픈웨이트 모델까지 함께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한 방안으로는 독점 AI 기술의 무단 유출·탈취를 국가안보법 위반으로 분류하는 방안, 자국 AI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를 제한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다만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당국이 아직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았으며, 규제가 시행되더라도 향후 출시될 모델에만 적용될 가능성이 있고 명확한 시행 시점도 없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의 최근 움직임은 오픈소스로 세계 개발자 생태계를 흡수해 온 중국의 기존 전략과 상충하는 지점이어서 WAIC 현장에서 시 주석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중국 기업들이 이 이슈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더밀크의 시각: 중국의 AI 경쟁력은 국가 단위 전략 결과물
중국의 AI 경쟁력은 모델 성능 하나에 있지 않다. 자본 동원 구조, 제조 인프라, 정책, 자국 화폐 결제망까지 하나로 묶인 국가 단위 전략의 결과물에 가깝다.
WAIC의 성격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WAIC는 제품 및 기술 쇼케이스에 가까운 다른 글로벌 컨퍼런스와 달리 중국의 AI 공급망·산업 적용·정부 정책·거버넌스·투자 실증이 한 자리에서 연결되는 산업 실행 플랫폼이다.
중국 정부 차원의 전략과 실제 유료 고객이나 추론 비용, 인간 개입 빈도 등 사업성을 증명하는 수치를 현장에서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구체적으로는 중국이 첨단 GPU 수출 규제라는 제약을 국산 칩·슈퍼노드·광인터커넥트·소프트웨어 최적화라는 시스템 엔지니어링으로 어떻게 우회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개별 칩 성능보다 다수의 중간급 칩을 클러스터로 묶어내는 역량이 중요해진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한국 역시 이를 AI 클러스터·슈퍼노드 단위의 시스템 역량으로 연결하는 고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HBM 공급을 넘어 국내 AI 컴퓨팅 클러스터 구축과 소프트웨어 생태계 육성을 병행해야 한다.
중국이 피지컬 AI 경쟁력을 어떻게 구조적으로 강화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중국의 제조업 기반은 광둥성의 데이터 공장, 지방정부가 세운 로봇 훈련센터, 국유기업 조달을 통한 실증 확대 등 ‘데이터-제조-정책’ 단위로 구축돼 있다.
한국도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강력한 제조업 기반을 갖고 있지만, 이를 로봇 학습 데이터 수집과 정책적으로 연결하는 체계는 아직 초기 단계다. 최근 한국 정부가 발표한 3대 메가프로젝트를 이런 종합 인프라 구축의 시작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부 차원의 AI 모델 접근 통제는 미중 AI 기술패권 경쟁이 기술 확산과 기술 보호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중 전략으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자국의 AI 모델을 키우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폐쇄적이며 수동적인 기술 보호 정책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