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정치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 유호현 옥소폴리틱스 대표
[유호현 옥소폴리틱스 창업자 겸 CEO 인터뷰]
옥소폴리틱스, OX 방식으로 정치 성향 파악
전문성+데이터 실리콘밸리 의사결정 방식 정치에 반영
"AI는 시민 대변하고, 시민은 AI 선택 바꿀 수 있어야"
정치를 좌우로만 구분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정치는 이제 기후, 젠더, 경제 등 다양한 주제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인공지능(AI)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유호현 옥소폴리틱스 창업자 겸 CEO
챗GPT와 같은 생성AI의 등장이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정치플랫폼 옥소폴리틱스의 유호현 창업자 겸 대표는 인공지능(AI)이 정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유 대표는 "정치가 기후 변화나 빈부격차 등 다양한 주제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인공지능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대중들에게 생각할 꺼리를 만드는데 활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과거 다양한 시각에서 논의할 아젠다를 뽑아내고, 이 주제들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자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적으로 AI가 이것을 대신해 줄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과거 많은 리소스를 들여야만 가능했던 정치 홍보물이 인공지능을 통해 제로 비용으로 만드는 시대가 됐다"며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치적인 목적으로 선동하는 메시지를 전달해왔는데, 이제 AI가 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정치권에서도 인공지능(AI)이 활발하게 도입되고 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공식화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보다 더 주목을 받은 것이 있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epublican National Committee)가 공개한 동영상이 유권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영상은 현실감 있는 이미지를 통해 바이든 대통령 재선이 중국의 대만 공격, 미국 경제 붕괴와 같은 디스토피아적인 미래를 불러올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 홍보물은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사용해 만들어졌다.
RNC 측은 "100% AI로 제작한 선거 동영상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선거운동 기간 내내 생성AI 기술을 활용한 홍보물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공지능이 선거판을 좌우하는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유 대표는 "AI가 정치에 들어왔을 때 절대 군주가 될수도 있고, 독재자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을 정치에 올바르게 활용하려면 AI의 역할은 시민의 역할을 대변해주는 것에 머물러야한다. 이것을 통제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창업한 옥소폴리틱스는 시민들의 정치 성향을 테스트하고, 특정 사안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커뮤니티 플랫폼이다. 2019년 출시 이후 3년 만에 회원수 20만 명을 달성했다. 시민부터 정치인, 언론까지 참여해 영향력을 갖춘 정치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최근 유 대표에게서 AI가 정치에 미칠 영향과 방향, 그리고 기술이 접목된 정치플랫폼 옥소폴리틱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AI 시민 대변하고, 시민은 AI 선택 바꿀 수 있어야"
최근 하버드대 공공정책 대학원인 케네디 스쿨에서 옥소폴리틱스와 AI정치에 대해 강연했다. 'AI정치 3원칙'을 강조했는데...
"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시민을 통제하고 지배하기가 쉬워졌다. 앞으로 시민들은 수동적으로 배우는 사람이 될 수 밖에 없다. AI 때문에 특정 사안에 대한 왜곡이 심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됐다.
현재 유튜브만 해도 그렇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도 유튜버의 성향에 따라 완전히 다르게 해석된다. 유튜브는 한쪽 시각에서만 풀어주기 때문에 잘못된 인식을 사실인 것 처럼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
AI에 통제당하고 지배당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AI가 시민의 다양한 의견을 대변해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AI가 시민에게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목소리가 AI를 통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인간이 AI의 선택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AI가 아무리 올바른 옵션을 제시하더라도, 인간의 선택이 AI의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하고 바꿀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AI정치의 세번째 원칙은 AI가 스스로의 결정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AI가 선택을 내릴 때 사용한 정보와 데이터 출처를 명확하게 밝혀, 사람들이 그 근거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AI가 보조하는 '리퀴드 민주주의'를 현실로 만드는 방법에 대한 설명도 흥미로웠다. (리퀴드 민주주의는 고체와 같이 유연하지 못한 대의 민주주의와 달리 액체처럼 유동적인 민주주의를 뜻한다.)
"우선 정치 이슈를 찾는 것부터 시작한다. AI를 사용해 뉴스 헤드라인을 분석하고, 정치적인 주제를 추출한다. AI는 사법개혁 시위, 극우 극단주의자, 여성 정치인에 대한 폭력과 같은 주제를 추출한다.
이렇게 뽑은 주제의 뉴스기사를 분석해, 쉬운 용어와 이모티콘을 사용해 간결한 요약을 만든다. 그리고 특정 이슈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수집하기 위한 질문을 AI를 통해 작성한다.
최초에는 정치적인 입장을 확인할 수 있는 질문을 통해 OX를 묻고, 다음은 생각을 자극하는 질문을 AI를 통해 추출한 뒤 역시 OX로 묻는다. 이렇게 만들어진 질문들을 옥소폴리틱스 플랫폼을 통해 제시, 답을 얻은 뒤 OX를 선택한 사람들의 정치 성향을 제공하고 관련 이슈에 대해 토론하는 커뮤니티의 장을 열어주는 것이다.
이렇게 나온 데이터는 시각화를 통해 사용자에게 친화적인 방식으로 제공되고, 사용자는 여론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얻고 자신의 견해가 커뮤니티와 어떻게 일치하는 지를 알 수 있게 되는 프로세스다. AI는 사용자의 이해관계와 신념을 자동으로 대표하면서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
옥소폴리틱스, 어떤 회사?
옥소폴리틱스라는 이름의 의미가 궁금하다.
"기업 문화의 핵심은 결정권이 누구에게 있고, 누가 결정권을 행사하는가가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결정을 내릴 때 권위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실리콘밸리에서 일을 하다보니 많이 달랐다. 전문성과 데이터를 갖고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었다. 이런 부분을 정치에 도입해보고 싶었다. 데이터와 전문성을 도입해 정치에서 결론을 내리는 구조를 적용시켜보고 싶었다.
가장 간단한 방식이 OX로 답할 수 있도록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OX로 하는 정치. 그래서 옥소(OXO)폴리틱스가 됐다."
옥소폴리틱스는 어떤 일을 하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나?
"정치권의 의사결정이 시민들의 의사와 괴리가 많다. 오히려 정치권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조작하는 사례들도 나온다. 시민들이 직접 만든 데이터를 통해서 정치권에 영향력을 끼치는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이런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 사람들이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노는 곳을 만들고 싶었다. 이 놀이가 데이터가 되서 언론과 정치권과 정부에 제공하는 모델을 만들어왔다. 현재 앱을 통해서 정치 이슈를 만들고, 앱에서 나온 데이터를 정부나 국회, 언론 등에 제공하고 있다.
2019년 창업 이래 가입자는 20만 명으로 늘었다. 하루 최대 1000~5000명 수준이다. 20대가 가장 많고, 10대가 두번째, 30대 이상으로 갈수록 줄어든다. 젊은 세대가 기성 세대에 반항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지금은 시스템적으로 접근한다. 중학생들도 게시판에 와서 정치에 대해 의견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당이나 국회에서 젊은 세대의 의견을 많이 얻고자 한다. 정당 입장에서 MZ세대 입장을 들어보고 싶을 때 옥소폴리틱스의 데이터를 활용한다. 청년표를 잡아야 한다는 절실함이 있기 때문이다."
"좌우 아닌 다양한 시각차 인정하고 교류"
이용자 20만 명을 달성했다. 나름의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
"데이터를 수집할 때 가장 큰 어려움은 다양한 연령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커뮤니티도 다양한 연령대가 소통하는 곳은 없다. 우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부족' 개념을 도입했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일 수도 있고, 다른 부족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들어볼 수도 있다.
진보와 보수로 이름을 붙이면 싸울 수 밖에 없다. 대신 호랑이, 하마, 코끼리, 공룡, 사자와 같이 가장 진보적이 성향에서부터 보수적인 성향으로 이어지는 대등할 것 같은 부족을 중심으로 성향을 구분했다. 일주일에 한번씩 부족이 업데이트 되며 일주일마다 내 성향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파악할 수 있다. 오른쪽과 왼쪽이 그저 생각이 다른 것일 뿐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하고 싶었다.
페이스북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 정치와 관련해 대립이 일어나는지를 테스트했다. 그 결과 정치 성향을 밝히고 토론하면 논쟁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령 그냥 윤석렬 대통령이 잘한다고 하면 싸우지만, "나는 윤석렬 지지자인데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잘했다"라고 이야기하면 싸움이 줄어든다. 우리 플랫폼에서 부족을 밝히고 의견을 나눴을때 서로를 이해하려는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가장 의미있었던 변화는 극히 보수적이었던 한 선배가 "진보 진영이 무식한 줄 알았는데 나름 생각이 있었네"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봤을때다. 우리 플랫폼을 통해서 시각차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함을 느낀다. 좌우가 함께하는 세계 최초의 플랫폼을 만들어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AI 등장은 옥소폴리틱스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데이터를 엄청 많이 보유한 회사가 됐다. 이전까지는 댓글을 분석할 수 없었지만, 시간이 줄고 자동화가 가능해졌다.
또 뉴스 가져오고 요약하고 요약을 기반으로 질문 뽑아내고 질문에서 나온 결과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고서를 만드는 작업을 AI로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계속 생성해내서 여론조사 기관에서 뽑아냈어야했다. 그러나 이런 부분을 AI가 처리하고 이것들을 스케일업 할 수 있게 됐다."
"스타트업이 정치 바꿔야" 사명에 창업
창업은 왜 했나?
코로나19가 터지고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된 것이 계기였다. 2020년 5월 에어비앤비에서 소프트엔지니어로 일하다가 소속되어 있던 신 사업팀이 사라지면서 소위 말하면 짤렸다.
실리콘밸리는 해고가 되면 역설적으로 기뻐한다. 많은 퇴직 패키지를 받기 때문이다. 4개월치의 급여를 받았다. 직전 해 11월부터 옥소폴리틱스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었는데, 제대로 만들어보고 싶어서 가족과 상의해서 2020년 7월에 창업했다.
마침 한국에서 스타트업이 정치를 바꿔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벤처캐피털들이 있었다. VC 분들이 투자해서 총 30억 정도의 프리A 투자를 받았고, 얼마 전 브리지 투자를 마무리했다.
에어비앤비에서 일하기 전에는 트위터에서 자연어처리 분야에서 일했다. 트위터 한국어 텍스트를 만드는 일을 했다.
옥소폴리틱스 창업 초기 개발자가 10명이나 있었는데, 챗GPT의 등장으로 엔지니어가 많이 필요없는 상황이 됐다. 2시간 동안 할 일을 10분 안에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개발 속도가 10배 이상 늘었다. 하루 한 두개 태스크를 처리했다면, 지금은 5~6개를 한번에 처리한다.
최근 '옥소플레이북’이라는 책을 펴냈다. ‘역할조직’이라는 것을 언급했는데 이게 뭔가?
"옥소폴리틱스는 새로운 기업문화를 통해 변화를 이끌어내는 스타트업 조직이다. 구성원 개개인이 역할 중심의 권한과 책임을 갖고 자유롭게 일하고 있다. 책은 역할조직으로 일하는 방식을 풀어냈다.
역할조직은 수평, 수직적인 조직과 다르다. 실리콘밸리의 특징이 의사결정을 할때 역할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점이다. 물론 위계 조직이 어울리는 회사도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모든 회사를 다 위계조직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우리는 강한 의견과 약한 의견으로 구분해 의사결정을 한다. 약한 의견은 무시해도 상관없는 의견이다. 반면 강한 의견은 토론을 통해서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의견이다. 데이터를 보고, 이유를 생각하면서 합의를 보는 것이다.
'이기적인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라는 책도 냈다. 이기적인 직원들은 어떤 직원들인가.
"이기적인 직원은 의견을 내고 책임을 끝까지 지는 직원이다. 회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서 알아서 열심히 일하는 직원을 의미한다. 손흥민을 예로 들어보자. 손흥민은 토트넘을 위해 골을 넣는 것이 아니라 커리어를 위해 골을 넣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에서도 이기적으로 커리어를 위해서 열심히 일을 하고, 무슨 일을 할까를 고민하면서 '임팩트'를 높이다보니 조직에 기여하게 되는 것이다.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임팩트에 우선순위를 두고 일하는 직원을 뜻한다."
"AI를 활용, 공산주의 방식으로 일하는 것 피해야"
AI가 바꿀 일의 미래는?
AI를 활용해 공산주의 방식으로 일하는 것이 가장 최악이라고 본다. 팀으로 일하고 팀으로 평가받는 방식이다.
AI를 도입하면 사람마다 퍼포먼스가 달라진다. 임팩트와 노동량과 불균형이 엄청 심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노동량이 중요한 지표였고, 임팩트, 그리고 팀의 성과순으로 우선순위를 매겨왔다. 이게 다 무너질 것이다.
AI의 등장은 노동량과 산출물이 전혀 비례하지 않는 시대를 이끌어냈다. AI를 활용하면서 일하는 시간이 줄고, 효율성이 늘었다면, AI를 활용해서 고효율을 만드는 사람에게 돈을 더 많이 줘야 한다. '임팩트’ 중심으로 달라질 것이다.
기업에 따라 'AI를 사용하지 말자'는 기업도 나올 수 있다.
미국 진출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현재 유 대표는 실리콘밸리에 거주하고 있다.)
"AI덕분에 미국 진출을 현실화하고 있다. GPT-4를 활용해 미국 뉴스를 가져와서 요약하는 등 AI를 활용해 보다 쉽게 옥소폴리틱스의 콘셉트를 미국으로 가져올 수 있게 됐다.
특히 2024년은 미국 대선과 한국 총선이 있다. '빅뱅'을 노리고 있다. 미국 내 서비스가 한 두 달 내에 나올 것 같다.
모두가 다 정치가 양극화됐다고 느낀다. 누가 봐도 바보같이 돌아간다. 싸우지 않으면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다 속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도 바보가 아니지만 이런 시스템을 만들어놨다. 옥소폴리틱스의 목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