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29조 추가투자 공장 건설 '러시'.. K트라이앵글 속도낸다
[기획: 'K트라이앵글' 왜 주목받나]
EV, 배터리, 태양광 모듈 등 핵심기술 공급망 조성
SK온, 한화큐셀 등 추가 투자 예고 ... "조지아 물망"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형성된 미국 남동부의 한국기업 제조 클러스터 'K트라이앵글'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K트라이앵글'의 주요 투자 기업인 SK그룹이 또 한 번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면담을 갖고, 이 자리에서 220억달러 규모의 대미 신규 투자 계획을 밝혔다. 한화로는 29조원에 달한다.
화상면담이 이뤄진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여파 때문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건강상의 이유로 격리 중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최태원 회장은 "한미 양국은 21세기 세계경제를 주도할 기술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이런 협력이 핵심 기술과 관련 공급망 생태계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땡큐 토니(최태원 회장의 영어 이름)"를 연발하면서 "역사적인 투자"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이번 SK그룹의 투자는 미국과 한국이 21세기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SK그룹의 220억달러 신규 투자는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그린, 바이오 등 4대 핵심 성장동력 분야에 집중돼있다. 이중 150억달러는 반도체 R&D 협력과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시설 등에 투자될 예정이다. SK그룹 측은 "최근 발표한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70억달러 투자까지 감안할 때 대미 투자규모는 300억달러로 늘어난다"라고 덧붙였다.
또 백악관에 따르면 신규 투자로 2025년까지 관련 일자리가 4000개에서 2만 개 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SK그룹의 역대급 투자로 조지아주를 비롯한 남동부 지역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는 한국의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전기차(EV),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태양광 모듈 등의 부문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웨스트포인트 시의 기아 공장과 북쪽 커머스 시의 SK온 EV 배터리 공장, 그리고 최근 현대차그룹이 투자를 결정한 전기차 공장이 들어설 사바나 인근 엘라벨 시를 잇는 삼각형 모양의 'K트라이앵글'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SK그룹의 대규모 추가 투자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SK그룹의 EV 배터리 거점이 조지아주에 있기 때문이다. 조지아의 'K트라이앵글' 지역을 중심으로 한 남동부 지역에 SK그룹의 추가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더밀크는 최근 조지아주를 중심으로 한국과 미국의 경제협력 허브로 떠오른 미 남동부 지역의 투자 현황과 투자가 집중되는 이유, 그리고 미국 진출을 고려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3회에 걸친 기획 시리즈로 다뤄본다.
1회 K트라이앵글, 왜 주목받나
2회 (인터뷰1)김윤희 조지아주경제개발국 차관
3회 (인터뷰 2)신정수 코트라애틀랜타 무역관장
SK온, 한화큐셀 등 추가 투자 예고 ... "조지아주 물망"
최근 조지아주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지역으로 꼽힌다. 이미 기아 조지아 공장, SK온 EV 배터리 공장 등 생산 거점이 조성되어 있고, 1차, 2차 협력 기업들까지 진출해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SK그룹과 현대차그룹 차원의 신규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SKC는 지난해 10월 조지아주 SKC 부지에 반도체 글라스 기판 사업을 위한 거점을 건설하기로 하고 총 800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2023년까지 1만 2000제곱미터 규모의 생산시설을 건설해 양산을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글라스 기판은 하이퍼포먼스 컴퓨팅용 기판으로 SKC가 세계 최초로 선보이면서 업계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소재다.
현대차그룹도 지난 5월 조지아주에 첫 전기차 전용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2923 에이커의 부지에서는 연간 30만 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게 된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55억4000만달러, 약 7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한다. 이를 통해 8100여 개의 직, 간접 일자리도 창출할 계획이다.
태양광 모듈 생산업체 한화큐셀도 현재 생산시설이 위치한 조지아주 달튼 지역에 증설 계획을 발표했다. 한화큐셀은 1억7100만달러(2185억원)를 투자해 1.4 기가와트(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 공장이 완공되면 미국 내 단일 사업자로는 최대 규모인 3.1GW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공식 발표 이외에도 수면 아래서 또 다른 투자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도 감지된다. 우선 EV 배터리 제조사인 SK온의 제3 공장 건설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SK온은 현재 조지아주 외곽 커머스 시에 제1 공장을 완공했다. 현재 건설이 이뤄지고 있는 제2 공장 역시 연내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SK온은 제3 공장 부지를 물색 중이다. 관계자들이 조지아주,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 등 미 남동부 지역의 적절한 위치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최근 SK 온 건설 관련 출장자들의 출장 기한이 몇 년 연장됐다고 들었다"며 "이는 제3 공장에 대한 계획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냐"라고 말했다.
특히 26일 SK그룹의 대규모 투자 계획에 EV 배터리 부문의 투자가 포함된 것 역시 제3 공장을 염두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물류나 접근성 측면에서 아무래도 현재 제1, 제2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에 3 공장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태양광 모듈 미국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인 한화큐셀 역시 또 다른 투자를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한화큐셀은 조지아 지역 증설 이외에도 또 다른 대규모 투자를 계획 중이다.
이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놀랄만한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기업 차원에서 큰 포부를 갖고 있다"며 "현재 상황으로만 보면 조지아나 텍사스 지역으로의 투자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귀띔했다.
👉관련기사
미국에 'K트라이앵글' 생긴다... 현대차 7조원 투자 EV 공장
한국 대미투자 3년간 최소 36조원... 韓 공장 美 진출 가속 왜?
美 조지아주 한국 '전기차 산업단지' 된다... 현대차 SK 신공장 건설
"비즈니스 환경, 인력풀이 조지아 진출 요인"
조지아주경제개발국에 따르면 현재 조지아주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숫자는 130여곳에 달한다. 누적 투자규모는 110억달러, 그리고 창출 인력만 2만 2000여명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의 조지아 진출 이유는 비즈니스 우호적인 환경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미국의 입지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에리어 디벨롭먼트(Area Development)가 발표한 2021년 기업하기 좋은 주 순위에서 조지아주는 8년 연속으로 종합 순위 1위를 차지했다.
또 실제 비즈니스 매거진 '사이트 셀렉션(Site Selection)'이 지난해 조사한 기업하기 좋은 지역 조사에서 조지아주는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등과 함께 2위를 기록했다. 2013년부터 7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가 2위로 한 단계 내려앉았다.
CNBC의 2022년 주별 기업환경 조사에 따르면 조지아주는 노동력(Workforce) 측면에서 최고 등급인 A+ 평가를 받았다. 인프라 측면에서는 B+를, 그리고 교육과 생활비 부문에서 각각 B+, A- 등급을 기록했다. 노동력과 인프라, 교육, 생활비 측면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라는 의미다.
특히 기업들 입장에서 조지아주의 인센티브 혜택과 인력조달 능력은 다른 주들과의 차별화된 강점으로 꼽힌다. 주의 법인세는 지난 50년간 6.0%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난 2019년부터 법인세율을 개정해 5.75%로 낮췄다. 택스 파운데이션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주의 법인세율은 8.84%에 달한다. 뉴욕주 역시 7.25%다. 조지아주와 2% 이상 차이가 난다.
일자리 관련 혜택도 있다. 조지아주는 카운티별 재정 상황에 따라 기업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때마다 연간 1250~4000달러의 세금혜택(Job Credit Tax)를 제공받는다.
인력수급도 조지아의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 애틀랜타에서 열린 한미동맹 세미나에서 조지아 진출 기업들은 한결같이 '인력수급'을 기업 운영을 위한 최대 난제로 꼽으면서도 조지아 주정부 차원의 인력지원을 장점으로 꼽았다.
현재 조지아공대(GT), 조지아대(UGA), 에모리대, 조지아주립대(GSU)와 같은 주요 대학이 메트로 지역에 집중되어 있고, 각 기술대학들과 연계해 연구는 물론, 생산직에 필요한 인력을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
이는 주 경제개발국의 퀵 스타트(Quick Start) 프로그램을 통해 이뤄진다. 조지아 기술대학시스템과 연계해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지역 대학에서 교육하고 업무에 투입하는 방식이다.
일부 기업은 아예 부족한 인력풀을 확대하기 위해 퇴역군인과 파트너십을 맺고 인력을 조달하고 있다. SK온의 미국 자회사 SK배터리아메리카는 최근 조지아 주방위군과 파트너십을 맺고 '워크 포 워리어스 조지아(Work for Warriors Georgia)'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SK배터리는 향후 퇴역군인, 군인, 예비역, 군인 가족들을 신규 일자리에 채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