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출 하면 400억, 美 진출하면 6조”... 크로스보더 VC 새 길 연다
[더밀크 인터뷰] 정태흠 대표·김동환 COO
미 동부 기반 아델파이벤처스 설립… 바이오테크·헬스케어 집중 투자
크게 성장하려면 미국 진출해야… 기술력 있는 한국 스타트업에 기회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 특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도
2017년 한올바이오파마는 3000만달러(약 400억원) 규모의 선수금을 받고(전체 마일스톤 5억달러) 스위스 로이반트와 자가면역질환 치료 항체신약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런데 로이반트는 이 신약 기반으로 곧바로 자회사 ‘이뮤노반트(Immunovant)’를 설립,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습니다.정태흠 아델파이벤처스(Adelphi Ventures) 대표
3월 28일(현지시각) 뉴욕 맨해튼에서 만난 정태흠 아델파이벤처스(Adelphi Ventures) 대표는 “2019년 12월 스팩 합병 방식으로 상장한 이뮤노반트의 기업가치는 45억달러(약 6조원)에 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제약회사들이 대부분 ‘라이선스 아웃(License-out, 기술이전)’ 방식을 취하다 보니 훌륭한 기술력, 유망 신약 후보 및 치료 물질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정 대표는 “데이터를 보면 빅파마(Big Pharma, 글로벌 제약사)가 한국 바이오테크에 지분 투자한 사례가 전무하다”며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관한 기술력은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한국 회사에 직접 투자하는 것에는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훌륭한 신약을 미국으로 가지고 와서 미국 회사를 설립하면 이 문제가 해결된다”며 “미국의 경우 아예 투자회사 내부에 연구소(Lab)를 만들고, 특정 기술 기반의 회사를 자체적으로 설립하는 바이오 전문 벤처캐피털(VC)도 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크로스보더(cross-border, 국경을 넘는)’ 바이오테크 투자 전문 VC 아델파이벤처스를 설립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회사들이 한국에만 머물며 성장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컸다는 것. 한국 바이오테크의 기술력을 고려할 때 미국 제약·바이오, 투자업계를 잘 아는 조력자만 있으면 성공을 만들어 낼 확신이 들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세대 바이오 벤처캐피털리스트인 정대표는 2000년 한국 최초의 바이오테크 펀드를 결성한 후 바이오니아, 제넥신, 메디톡스, 바디텍메드 등 약 60개 기업에 투자, 바이오산업을 가장 잘 이해하는 투자자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지난 2018년에는 미국 보스턴에 투자 펀드 운용사인 KSV 글로벌 이노베이션을 공동 설립해 미국 동부 지역에서 활발한 투자 활동을 이어 왔다.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인 나스닥 상장사 클린나노메디신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하기도 했다.
워싱턴 D.C. 인근 메릴랜드주에 사무실을 둔 아델파이벤처스는 이 지역에 위치한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미국 식품의약국(FDA), 미국 국립보건원(NIH) 관계자들과 긴밀하게 교류하며 신약후보물질 발굴 및 규제 등 주요 이슈에 대응하고, 뉴욕, 보스턴 지역까지 커버하며 투자 활동을 벌여나간다는 계획이다.
푸드테크 및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전문가인 김동환 파트너 겸 최고운영책임자(COO), GSK,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한 글로벌 빅파마에서 사업 개발을 해온 이정수 벤처파트너, 씨티은행 뱅커 출신으로 오름과 반트AI 등 바이오테크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활동해 온 김재원 벤처파트너 등 관련 분야 전문가로 팀을 꾸렸다.
정 대표는 “이미 아델파이벤처스의 펀드에 출자를 약정한 LP(limited partner)들이 있고, 미국 LP들 역시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며 “초기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기 때문에 회사당 투자금은 100만달러에서 500만달러 사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스타트업 겨울’이라고 불리는 지금 같은 시기에 오히려 투자해야 한다는 언급도 했다. 벤처 활황 때 만들어진 펀드는 출자자 자금 조달은 잘 되지만,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조건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유동성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선별된 스타트업에 더 좋은 조건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IMF, 글로벌 금융위기 등 스타트업 침체 사이클을 겪으면서 남들이 투자 안 할 때 투자하고, 남들이 투자할 때 회수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한국에 있는 회사가 미국 기업에 전략적 투자를 통해 글로벌 확장에 나서는 것도 쌍방향으로 도울 예정”이라고 했다.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은 아델파이벤처스가 투자한 포트폴리오 스타트업 전담 액셀러레이팅 ‘아델파이 익스클루시브’, 더 많은 스타트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글로벌 런치패드 이니셔티브’, 바이오·헬스케어 전문 버티컬 액셀러레이팅 ‘섹터 특화 프로그램’ 세 가지다.
액셀러레이팅을 총괄하는 김동환 COO는 “미국에 진출한 스타트업 창업가를 관련 산업 핵심 관계자들과 연결, 실용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며 “아델파이벤처스의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 글로벌 창업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