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2024 대선 최대 쟁점 떠오른 '전기차'... 트럼프되면 IRA 폐지 유력
[ESG 비즈니스] 2024년 미 대선 쟁점으로 떠오른 EV 전동화
트럼프 전 대통령 "자동차 산업 죽인다... IRA 폐지" 공언
바이든, 기후변화 주도 IRA, 노조 등 두 마리 토끼 잡아야
트럼프 집권 시 더 강력한 IRA 나올수도... "K배터리 속도조절해야"
당선되면 첫 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금 공제부터 폐지하겠다.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공화당 유력 대선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기차(EV) 전환과 전미자동차노조(UAW)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하면 트럼프식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나올 것이라는 예상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시간주 클린턴 타운십에 있는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클린 자동차 보조금 항목인 '섹션 30D'를 언급하면서 "이 보조금이 자동차 산업을 죽음을 불러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백악관 탈환에 성공하면 취임 첫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제 혜택부터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이같은 연설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초로 UAW 파업의 피켓라인에 선지 하루만에 열린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확성기를 들고 "노조는 임금인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계속 전진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력한 두 대선 후보가 미시간을 찾은 이유는 '블루칼라' 표심이 내년 미국 대선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미국 최대 자동차 노조인 UAW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동화에 반기를 들고, 포드, GM, 스텔란티스 등 '빅 3'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첫 동시 파업에 들어갔다. 전기차 우대 정책이 노동자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지만, 바이든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는 불만의 표시였다.
'노조 만능주의'를 주장해 온 바이든 대통령 입장에서는 자동차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는 한편, 전기차 중심의 산업재편을 이뤄내야만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노조의 요구대로라면 완성차 업계가 EV를 생산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UAW가 바이든의 지지를 유보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노조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등 블루칼라 표심 공략에 나선 것이다.
[핵심 요약]
공화당 유력 대선후보 트럼프 전 대통령, EV 산업 대선 승리 위한 쟁점 채택
일자리 감소 우려한 노조 반발 틈타 블루칼라 표심 공략
트럼프 "IRA가 자동차 산업 죽인다... 폐지해야" 주장
바이든 재선 앞두고 노조 불만에 고심... 'IRA + 노조' 두 마리 토끼 잡아야
EV, 배터리 업계는 예의 주시 ... "트럼프식 IRA 나올 것" 예상
👉 조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변화를 막고,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시행, EV, 배터리 등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배터리 부문은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우리 기업들이 미국 완성차 업체들과 손을 잡으면서 IRA 세제 혜택을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자동차 노조가 EV 전환에 따른 생산직 일자리 감소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면서 주요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파업에 돌입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텃밭인 블루칼라 노조로부터 지지를 얻는 한편, EV 전동화를 성공적으로 이뤄내야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공화당 대선주자들 "IRA 폐기" 한 목소리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IRA 폐기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러 후보들이 백악관의 EV 전환 정책을 2024년 선거 캠페인의 핵심 쟁점으로 삼고 있다.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지사는 IRA를 "세금 인상과 친환경 보조금으로 가득 찬 공산주의 선언문"이라고 비난하면서 "IRA 내용의 대부분, 혹은 전부를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또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전기차 보조금이 "우리의 행동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완성차 업체가 2032년까지 신차 판매량의 3분의 2를 전기차로 만들도록 사실상 강제하는 규제를 없애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트럼프의 선임 선거 고문인 제이슨 밀러는 디인포메이션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자동차 산업을 죽일수 있는 이 미친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중단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또는 가솔린 차량을 원한다면 그것은 소비자에게 달려있다. 의무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IRA 과실은 공화당 텃밭서 가져간다
IRA 폐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공화당 출신 대통령 하에서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혜택을 받는 방식과 투자가 이뤄진 지역을 통해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 바이든 행정부는 공화당이 양원을 장악하고 있는 8개 주를 포함한 12개 주에서 진행된 배터리 프로젝트에 28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웰슬리 대학이 조사한 최근 데이터에 따르면 IRA 제정 이후 기업들은 43건의 배터리 산업 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중 35건이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에서 이뤄졌다. 기업들 입장에서 노조에 적대적이고,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이유 때문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에 매력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조지아주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차그룹, 기아, 리비안 등 완성차 기업이 수섭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와 EV 배터리 공장 건설에 투자했다. 공화당 출신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도 IRA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켐프 주지사가 법을 폐지하자는 요구를 하지 않았으며, 정부 보조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그렇게 요구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권의 이런 움직임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수요'에 있다.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이 유권자들을 향해 '전기차는 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울수록, EV에 대한 대중의 지지와 수요는 급격히 감소할 수 있다. 팩트 여부를 떠나 EV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레이브 교수(미시간대)는 "대선 후보자들은 계속해서 전기차, 배터리 친화 정책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공화당원들 사이에서는 이 문제가 일종의 쐐기를 박을 수 있는 이슈다. 정치적으로 (공화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미시간주와 같은 격전지에서는 현재까지 전기차 채택률이 매우 낮고,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고 부연했다.
디인포메이션은 IRA 보조금을 축소하는 안이 나올 수 있지만, 보조금 자체를 완전히 없앨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했다. 다만 트럼프의 고문인 밀러는 "트럼프가 환경보호국이 감독하는 테일파이프(2032년까지 미국 신차 판매의 3분의 2를 차지하도록 추진하는 내용) 규제는 확실히 사라질 것"이라고 언급하면서도 "보존 가능한 IRA 조항과 인프라 세금 공제, 보조금 등의 처리 방안은 아직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와 기업들은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 속도전을 펴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정책 변화가 있기 전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더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산업군의 추진력은 물건을 만들기 시작하는데서 나온다"라며 "내년 대선 투표 전에 유권자들이 그 영향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는? "트럼프식 IRA 나온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공화당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전동화를 강제하는 환경보호청(EPA) 규정이 폐지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나 완성차 입장에서 전동화를 늦출 수는 없다. 유럽과 중국에서 EV를 판매하려면 여전히 적극적인 EV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정책전환을 추진한다면 미국 내 전기차 보급은 더 천천히 진행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디인포메이션은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EV 대신) 대당 판매 수익이 1만 5000달러 이상인 대형 SUV와 픽업트럭을 계속 판매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발 신재생에너지 업계 개발 지원 정책도 예고된다. 네바다에서 리튬 프로젝트를 개발 중인 리튬 아메리카스의 존 에반스 CEO는 디인포메이션과의 인터뷰에서 "채굴 프로젝트에 대한 규제 개혁과 재정 지원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가 재선되면 모든 전기차 프로그램에 트럼프의 이름을 올리려고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시나리오 따르면 트럼프는 특정 프로그램을 보존하되 네이밍에 EV나 배터리 대신, 채굴이나 정제 프로젝트와 같은 다른 명칭을 붙이면서 바이든 정권의 색채를 지우는데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익명을 요구한 채굴업계 관계자는 "트럼프가 IRA 명칭을 변경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정책 내용은 동일하지만 트럼프화 된 '반중' 계획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더밀크의 시각: 전동화 이미 대세... 단,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의 전동화에 대한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이미 전동화는 돌이킬 수 없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글로벌 기후 변화에 대한 각국의 우려가 이를 반영한다. 이에 반대하는 진영에 호소해 표심을 자극할 수는 있겠지만, 대통령이 된 후에도 글로벌 기후변화 흐름에 역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IRA 폐지 공약과 관련해서는 오바마 전 정권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당선 후 전 국민의 의료보험 가입 의무화 내용을 담은 '오바마케어'를 추진, 시행했다. 두번의 재선 이후 힐러리 클린턴과 맞붙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오바마케어' 폐지를 타깃으로 삼고, 반대 진영의 표심을 공략해 결국 백악관에 입성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 이후 철저하게 공약을 이행했다. 오바마케어 폐지를 첫 행정명령으로 내걸고, 대신 자신의 이름을 딴 이른바 '트럼프케어'를 추진한 것이다. 건강보험 의무가입조항을 삭제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보조금을 폐지하는 대신, 연령에 따른 세액공제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케어는 결국 상원을 통과하지 못해 무산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약 이행'이라는 인상을 남겼고, 지지세력을 구축하는 동력을 얻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다수의 미국 국민들과 관련 업계는 무수한 혼란을 겪어야만 했다.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하면 공약한대로 IRA 폐지를 위한 행정명령과 관련 정책들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를 비롯한 공화당 진영에서는 EV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필수 광물 채굴 분야에서 중국의 지배력을 넘어설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전동화 자체가 중국에 도움을 주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대안이 나오기는 쉽지 않다. IRA에서 수정 가능한 부분을 트럼프식 법안으로 다시 상정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국익에 우선한 공급망 재편은 지속될 것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결국 누가 백악관에 입성하든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보호무역주의 기조는 더욱 견고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만약 주인공이 트럼프라면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고율 관세 부과 등으로 중국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를 압박할 것이다.
중국과의 '디커플링'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 초기, IRA 폐지와 같은 행정명령이 잇따를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 배터리 3사의 공격적인 대미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 시기를 잘 조절해야 한다. 또 정책 전환에 따른 EV수요가 낮아질 수 있는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미국의 전동화와 공급망 재편은 한국과 우리 기업에게는 틀림없는 위기이자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