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2개월 일을 1개월에”…63조원 코그니션이 말하는 AI 생산성
[인터뷰] 코그니션 제프 왕 신사업부문 대표
AI 코딩 경쟁이 ‘코드를 얼마나 잘 쓰나’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끝까지 수행하나’로 이동…클라우드 에이전트 다음은 능동형 AI 에이전트
코그니션, 업무별로 모델 선택…기업 AI의 핵심 경쟁력으로 ROI·토큰 경제성 강조
한국 금융·제조시장 진출 검토… 한국 소버린AI의 파트너 되겠다
생성AI가 소프트웨어 개발에 들어온 지 불과 2년만에 양상이 크게 바뀌고 있다. 코파일럿과 바이브 코딩이 개발 문법을 바꾸더니 클로드 코드가 등장한 이후 개발의 민주화가 이뤄지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지금 세상이 6개월마다 변한다는 말이 정설로 통하고 있다.
벌써 '다음 혁신은 무엇인가(What's next?)'에 눈이 쏠리고 있는 것. 강력한 후보로 등장한 회사가 코그니션(Cognition)이다.
코그니션은 'AI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개념을 내세우며 기업가치 약 460억달러(약 63조4800억원으로 신규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지난 5월 260억달러 가치였는데 3달만에 2배 가까이 뛴 것이다. 기업 매출이 폭증하고 있는데다 현존 코딩 툴이 대기업에 인수합병 되면서 '주인'이 있는데 코그니션이 거의 유일하게 '독립적' 위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 배경이다.
더밀크는 실리콘밸리 AI 업계의 '신성'으로 떠오른 코그니션의 제프 왕(Jeff Wang) 신사업 부문 사장(President of New Enterprise, 전 윈드서프 대표)과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제프 왕 사장은 더밀크와 인터뷰에서 “지금은 AI가 코드를 얼마나 잘 쓰는가 여부가 관심이라면 이제는 얼마나 많은 일을 사람 대신 끝까지 수행할 수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다"며 "AI 에이전트는 이제 사람이 시키기 전 문제를 발견하고 움직이는 능동형 AI 에이전트 시대가 올 것이다"고 예측했다.
또 AI 도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모델 성능 자체가 아니라 ROI와 업무 설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기업이 AI가 좋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실제로 얼마만큼의 ROI를 얻고 있는지는 모른다”며 “무슨 일을 에이전트에게 맡길지, 무엇을 성공의 기준으로 볼지를 명확히 정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제프 왕 사장과의 일문일답이다.
“특정 AI 모델에 묶이지 않는 독립성이 강점”
🅼 더밀크(손재권 대표) : AI 코딩 시장이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금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나?
🅲 제프 왕(코그니션 사장) : 거의 6개월마다 사용 방식이 바뀌고 있다. 처음에는 코파일럿 같은 자동완성이 있었다. 이후 AI와 대화하는 방식이 나왔고 코드베이스 전체의 컨텍스트를 이해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그 다음이 에이전트다. 과제를 주면 완료할 때까지 계속 수행하는 형태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에이전트로 이동하고 있다. 우리가 보는 데이터에서도 IDE 사용보다 클라우드 에이전트 사용이 늘고 있다. 개발자가 계속 화면 앞에 있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일을 넘겨놓고 노트북을 닫을 수도 있다.
지금 AI 코딩의 성격 자체가 바뀌고 있다. 깃허브 코파일럿의 초기 모델은 개발자의 ‘타이핑’을 빠르게 만드는 데 가까웠다. 이후 커서, 윈드서프, 클로드 코드 등장으로 AI가 개발자의 작업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클라우드 에이전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사람이 AI를 계속 조작하는 구조에서 사람이 과제를 정의하고 AI가 일정 시간 독립적으로 실행하는 구조로 바뀔 것이다.
🅼 손 : 코그니션이 다른 AI 코딩 기업들과 비교해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
🅲 왕: 우리는 독립적이다. 현재 시장을 보면 오픈AI와 앤트로픽은 상장을 준비하고 있고, 커서는 이미 스페이스X 안에 있다. 코그니션이 현재 유일하게 남은 독립된 대형 비상장 AI 기업이다.
독립성은 중요하다. 코딩에 가장 좋은 모델은 매주 바뀌는데, 특정 랩에 속한 도구는 그 랩의 모델에 묶인다는 것이다. 어느 주에는 앤트로픽 모델이 최고여서 클로드 코드가 앞서지만, 다음 주 오픈AI가 새 버전을 내놓으면 앞서게 된다. 우리는 특정 모델 하나를 밀기보다, 그때그때 가장 적합한 모델을 사용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커서가 스페이스X에 인수된 이후 오픈AI가 커서 이용을 재검토하겠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독립성은 중요한 것이다.
우리 매출의 상당 부분이 엔터프라이즈 고객에서 나온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단순한 셀프서비스 매출보다 장기 계약을 통해 기업의 복잡한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픈웨이트 모델도 라우팅 대상이다. 성능이 같고 비용이 10분의 1이면서 고객이 수용하면 쓸 수 있고, 반대로 특정 모델을 원하지 않는 고객은 차단할 수도 있다.
🅼 손 : 최근 코그니션의 추가 투자 유치와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 있다. 시장의 관심을 어떻게 보고 있나?
🅲 왕: 많은 사람이 우리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 코그니션의 성장과 향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현재 나오고 있는 투자나 기업가치와 관련한 추측에 대해서는 언급할 수 없다.
대신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나 매출 1억 달러라고 하는 회사들이 있다. 셀프서브이거나, 한 달 매출에 12를 곱한 숫자일 수 있다. 우리는 기업과 계약을 맺는다.
👉(해설) 인터뷰 당일 오전, 코그니션은 최근 약 400억~450억달러 수준의 기업가치로 신규 자금 조달을 논의 중인 것으로 보도됐다. 석 달 전 시리즈 D의 260억 달러에서 거의 두 배다. 연환산 매출은 이달 8억 달러를 넘어섰고, 일부 매체는 9억 달러에 가깝다고 보도됐다. 왕 CEO는 이에 대한 코멘트를 하지 않았지만 실질적 B2B 매출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AI 도입의 병목은 모델보다 업무 정의”
🅼 손 : 클라우드 에이전트란 무엇인가? 기존 코딩 에이전트와 다른 점은?
🅲 왕 : 지금은 사용자의 노트북에서 AI가 움직인다. 개발자가 AI와 계속 상호작용하면서 결과를 만든다.
클라우드 에이전트는 별도의 컴퓨터 환경이 생긴다고 보면 된다. 운영체제가 있고, 브라우저가 있고, 개발도구와 코드 저장소, 의존성, 로그, 데이터베이스가 있다. 그래서 코드를 작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애플리케이션을 실제로 실행하고 문제를 재현하고 테스트하면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생성AI가 작성한 코드의 가장 큰 약점 중 하나는 ‘그럴듯한 코드’와 ‘실제로 작동하는 코드’가 다르다는 점이다. AI가 독립적인 실행환경을 갖게 되면 실행에서 오류 발견, 수정, 재실행의 반복 과정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수행하는지가 더 중요하하다.
🅼 손 : 한 명이 여러 에이전트에게 일을 나눠주는 구조로 바뀌는 것인가?
🅲 왕 : 그렇다. 하나의 에이전트만 사용할 필요가 없다. 20개의 클라우드 에이전트를 띄울 수도 있다.
큰 프로젝트를 여러 작업으로 나누고 각각 다른 에이전트가 수행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대규모 프로젝트의 전체 소요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AI 코딩의 생산성 논리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기존엔 ‘개발자 한 명이 얼마나 빨라지는가’로 측정됐다. 클라우드 에이전트에서는 한 사람이 동시에 몇 개의 작업을 위임하고 관리할 수 있는가가 중요해진다.
코그니션도 내부 개발 조직에서 데빈(Devin) 활용이 확대되면서 개발 속도가 크게 증가했고 현재 내부 코드 작성의 90%를 데빈이 담당한다.
데빈(Devin)은 무엇?
데빈은 코그니션이 개발한 AI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다. 단순히 코드를 추천하거나 개발자와 대화하는 코딩 도구를 넘어, 별도의 클라우드 가상머신(VM)에서 코드 작성, 실행, 디버깅, 테스트, 수정까지 하나의 작업을 끝까지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핵심은 ‘코드 생성’보다 업무 위임에 있다. 개발자가 해야 할 일을 정의하고 완료 조건을 주면, 데빈이 독립적으로 작업을 수행한 뒤 결과를 검증해 돌려주는 방식이다. 여러 데빈을 동시에 띄워 대규모 프로젝트를 병렬로 처리할 수도 있다.
🅼 손 : 에이전트가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통제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오픈AI와 앤트로픽 사례에서도 장시간 실행되는 에이전트의 예상 밖 행동이 논란이 됐다. 어떻게 통제하나?
🅲 왕 : 데빈 세션을 시작하면 별도의 하네스(harness)가 세션을 감독하면서 에이전트가 과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한다. 작업에서 이탈하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면 이를 감지한다.
다만 인간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어떤 작업을 맡기는지, 그리고 무엇을 성공으로 볼 것인지 매우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우리는 각 작업을 독립된 가상머신(클라우드 안에 따로 띄운 독립적인 컴퓨터)에서 실행하고 실제 결과를 검증할 수 있기 때문에 에이전트를 더 신뢰할 수 있다고 본다.
🅼 손 : 한국 기업도 AI 에이전트를 도입하려 하지만 아직 사내에서 정책도 확정되지 않았고 확신도 부족한 편이다.
🅲 왕 : 에이전트에게 프로젝트를 그냥 주는 것보다 무엇이 완료된 상태인지 명확하게 정의해야하는데 그게 부족했기 때문이다.
AI 에이전트는 “이 기능을 만들어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유닛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 “앱을 직접 실행해 테스트해야 한다” 등 성공 조건을 줘야 한다. 프로젝트를 에이전트에게 줄 수 있는 단위로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
“ROI를 측정하지 못하면 AI도 IT 비용이 된다”
🅼 손 : 기업들이 AI 사용량을 늘리면서 토큰 비용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 왕 : 실제로 많은 고객이 처음에는 페이블 같은 최상위 모델부터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바로 예산을 날려버린다. 청구서 충격을 겪지 않은 회사가 없다.
모든 작업에 가장 비싼 모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복잡한 계획을 세울 때는 강력한 모델이 필요할 수 있다. 반면 단순한 실행 작업에는 더 저렴한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떤 업무에 어떤 모델이 적합한지를 계속 평가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모델이 최선인지 판단하기 위한 평가 체계와 기술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답은 거의 매주 바뀐다
코그니션은 작업별 모델 라우팅을 한다. 클로드, 챗GPT, 제미나이, 자체 모델, 오픈소스까지 후보에 두고 태스크마다 최적을 고른다. 모든 작업에 최상위 모델을 쓰면 비용이 10배가 된다. 비용과 성능 사이에서 어디에 지출할지를 고르는게 중요하다.
🅼 손 : 미국 기업의 CEO들이 가장 많이 묻는 것은 무엇인가?
🅲 왕 : 투자 대비 성과(ROI)다.
모두가 AI에 큰돈을 쓰지만 변화를 못 보고 있다. AI가 좋다는 건 다 안다. 얼마나 회수되는지를 모를 뿐이다. 그래서 코그니션은 각각 데빈 세션이 어떤 종류의 작업이었는지 분류하고, 사람이 했다면 몇 시간이 걸렸을지를 계산한다.
그리고 실제 결과가 프로덕션에 반영됐는지도 본다. 우리는 이 계산을 ‘사람 환산 작업시간(Human-equivalent hours)’로 표현한다. AI가 수행한 업무를 사람이 수행했다면 필요한 엔지니어링 시간을 추정하고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는 지표다.
일부 엔터프라이즈 계약에는 최대 1000만달러(약 138억 원) 한도의 생산성 보증도 도입했다. 약속한 가치에 못 미치면 회사가 차액을 부담한다.
👉 (해설) 지금 기업의 AI 경쟁이 ‘가장 좋은 모델을 누가 쓰느냐’에서 어떤 업무에 어떤 모델을 얼마나 경제적으로 배치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AI 시대의 비용 관리가 단순한 클라우드 비용 최적화에서 모델 라우팅과 토큰 배분 문제 등 토큰 경제로 뀌고 있다는 뜻이다.
코그니션의 생산성 보증 정책은 지금 AI 소프트웨어 판매방식의 변화를 만들고 있다. 기존엔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는 좌석 수나 라이선스 수를 기준으로 판매했다.에이전트 시대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용했는가’보다 얼마나 많은 일을 완료했는가가 가격과 계약의 기준으로 이동한다는 것이 코그니션의 주장이다.
🅼 손 : 코그니션이 12개월 프로젝트를 한 달에 끝낼 수 있다고 설명하는 것을 들었다. 그런 ROI가 실제 가능한가?
🅲 왕 : 가능하다. 하지만 일을 제대로 정의해야 한다.
우리는 고객에게 먼저 “이 프로젝트를 사람이 하면 얼마나 걸립니까?”라고 묻는다. 12개월짜리 프로젝트를 한 달 만에 끝낼 수 있다면 시간 측면에서는 12배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데빈에게 무슨 일을 줘야 할지 모른다면 기간은 줄어들지 않는다. 그래서 고객과 일할 때 어떤 프로젝트가 중요한지부터 함께 정한다.
AI가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생산성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AI에게 넘길 업무가 정리돼 있지 않고, 내부 코드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으며, 검증 기준이 없다면 강력한 모델을 도입해도 효과는 제한될 수 있다.
🅼 손 : 한국에서도 최근 FDE라는 직무가 많이 언급된다. 코그니션의 FDE는 무엇이고 중요하게 보는가?
🅲 왕 : 우리는 매우 뛰어난 프로그래머를 FDE(Forward Deployed Engineer)로 뽑는다. 직접 회사를 창업해도 될 정도의 엔지니어들이다.
이들은 단순히 제품을 설명하거나 설치를 지원하는 역할이 아니다. 고객 조직 안으로 들어가 대규모 마이그레이션, 레거시 현대화처럼 코드베이스와 업무 맥락을 깊이 이해해야 하는 어려운 프로젝트를 직접 맡는다.
단순한 코딩 업무에서는 여러 AI 도구의 차이가 크게 보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오래된 시스템을 분석하고, 서로 얽힌 코드와 데이터를 이해하고, 실제 운영환경에서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문제에서는 차이가 커진다.
FDE는 프로젝트를 대신 수행하고 끝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고객과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데빈에 어떤 업무를 맡길지 설계하지만, 이후에는 고객 조직이 같은 방식으로 스스로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목표다. 코그니션이 계약 이후 전환 관리자(Transformation Manager)와 적용(Applied AI) 인력을 함께 투입해 활용법과 업무 프로세스를 정착시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갈수록 기업 내부의 복잡한 업무와 레거시 시스템을 이해하고, AI가 맡을 수 있는 단위로 문제를 재설계한 뒤 실제 운영환경에 적용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전통적인 솔루션 엔지니어나 SI 인력이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사람’에 가까웠다면, AI 시대의 FDE는 고객의 문제를 AI가 해결할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사람이 되고 있다.
🅼 손 : 코그니션에는 국제정보올림피아드(IOI) 등 프로그래밍 대회 출신 인력이 많다고 했다. 왜 그런 인재를 많이 채용하나?
🅲 왕 : 우리는 창업팀 자체가 IOI 같은 프로그래밍 올림피아드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이후 엔지니어를 뽑을 때도 이런 대회에서 메달을 딴 사람들을 많이 채용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들은 어려운 문제를 푸는 데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드는 시스템은 단순히 코드를 생성하는 수준이 아니다. 대규모 코드베이스를 이해해야 하고, 인프라의 제약이나 소프트웨어의 한계를 파악해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문제는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고, 여러 제약을 동시에 풀어야 한다.
예를 들어 회사의 코드베이스와 내부 지식을 이해하는 지식그래프 시스템도 매우 복잡한 문제다. 이런 종류의 기술을 만들려면 결국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그래서 사람들이 “왜 올림피아드 출신들이 다 코그니션에 가 있느냐”고 농담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유는 명확하다. 그들은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을 좋아하고, 우리는 어려운 문제를 풀어야 하는 회사이기 때문이다.
고객사의 복잡한 레거시 시스템을 이해하고 AI가 처리할 수 있는 문제로 재구성하려면, 제품 지식보다 구조적 사고와 디버깅 능력이 더 중요하다.
“개발자의 역할도 ‘작성’에서 ‘위임과 판단’으로”
🅼 손 : 코딩 툴의 발전으로 개발자 역할도 지금도, 앞으로도 상당히 바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 왕 : 그렇다. 소프트웨어를 매우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세계가 되면 “어떻게 코드를 쓸 것인가”보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중요해진다.
AI가 코드를 더 많이 작성한다고 해서 소프트웨어 조직에서 인간의 역할이 단순히 사라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사람의 역할이 상위 단계로 이동한다.
요구사항 정의, 아키텍처, 우선순위 설정, 품질 기준, 리스크 판단 등이다. 역설적으로 코딩 비용이 급격히 낮아질수록 ‘무엇을 만들지 잘못 결정했을 때의 비용’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손 : 하지만 AI가 개발자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 왕 : 같은 양의 일만 하겠다면 사람은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AI를 이용해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면 기업은 더 많은 것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실제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는 최근엔 반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이 감원을 걱정했지만 실제로는 더 많이 뽑으려 한다.
그래서 지금 중요한 것은 더 야심찬 목표를 갖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업자들에게도 새로운 기술부터 시작하지 말고 고객의 고통스런 부분(Pain Point)을 찾으라고 이야기한다. AI 때문에 그것을 만드는 장벽은 훨씬 낮아졌다. 이 대목은 AI 생산성 논쟁에서 중요한 갈림길이다.
생산성이 10배 올라갔을 때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다. 같은 일을 더 적은 사람으로 하거나, 같은 사람으로 더 많은 일을 하는 것이다. AI가 실제로 기업의 성장을 만들어낼지는 기술 자체보다 경영진이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제조업도 결국 소프트웨어 문제”
🅼 손 : 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에서 특히 관심 있는 산업 분야는 어디인가?
🅲 왕 : 코그니션에게 한국은 아직 초기 시장이다. 이미 회사 안에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들도 있다. 현지 팀이 한국 고객에 집중하는 형태도 가능하다. 한국은 아직 초기 시장이지만, 고객 기반이 충분히 커질 경우 현지 팀이나 오피스 설립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은 자연스러운 시장이라고 본다. 기존 시스템을 현대화하고 다른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프로젝트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골드만삭스, 씨티를 포함한 대형 금융기관들과 일하고 있다. 특히 코볼(COBOL)과 메인프레임에서 벗어나는 문제가 크다. 기존 시스템을 만든 엔지니어가 이미 회사를 떠났을 수도 있고 전체 코드를 이해하는 사람이 부족할 수도 있다.
데빈을 이용하면 코드베이스를 분석하고 새로운 시스템으로 옮기는 작업을 지원할 수 있다. 한국 금융권에서도 가능성이 있는 분야라고 본다.
미국 금융과 기술기업에서 검증한 방식을 한국의 금융·제조 환경에 그대로 이식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한국 기업은 대규모 레거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보안과 규제 요구가 강하고, 시스템통합(SI) 기업의 역할도 미국과 다르다.
금융에서 AI 에이전트가 확산되려면 접근권한, 감사로그, 데이터 경계와 책임소재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 손 : 한국 제조업에서도 적용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 왕 : 우리는 지금 자동차 기업들과도 많이 일한다. 메르세데스도 사례 중 하나다.
제조와 피지컬 영역에도 비슷한 소프트웨어 워크로드가 많다. 한국의 제조기업들도 만나보고 싶다.
자동차와 제조업이 AI 코딩 회사의 시장이 된다는 점은 흥미롭다. 공장과 자동차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면서 제조기업도 방대한 코드베이스를 보유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제품 개발, 테스트, 생산 시스템, 차량 소프트웨어, ERP와 MES, 유지보수까지 제조 경쟁력에서 소프트웨어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결국 IT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 손 : 한국에서는 소버린 AI에 대한 관심도 높다. 일본과 다른 점이다.
🅲 왕 : 미국 정부를 위한 연방정부용 환경과 일한 경험이 있고 EU와도 일하고 있다. 여러 정부와 소버린 형태의 데빈 배포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과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관심이 있다. GPU와 인프라가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어떤 형태의 환경이 필요한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소버린 AI를 자체 LLM을 만드는 문제로만 볼 필요는 없다. 에이전트 시대에는 어떤 모델을 사용할지뿐 아니라 기업 데이터가 어디에 머무는지, AI가 어느 시스템까지 접근할 수 있는지, 실행 기록을 누가 통제하는지도 소버린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한국 기업에는 오히려 이 문제가 더 현실적일 수 있다.
“AGI보다 중요한 것은 연결된 지능”
🅼 손 : 앞으로 AI 에이전트는 어디까지 발전할 것으로 보는가.
🅲 왕 : 다음은 클라우드 에이전트 다음은 능동형 에이전트(Proactive Agent)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요청하지 않아도 먼저 움직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슬랙에서 여러 사람이 같은 버그를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면 AI가 그것을 감지할 수 있다. 보안 취약점이나 생겼을 때도 자동으로 조사하고 수정할 수 있다.
코그니션이 개발 중인 자동화도 이런 방향이다. 취약점이 발견되면 문제를 확인하고 패치를 만들거나, 오류가 발생하면 원인을 재현하고 수정안을 제시하는 식이다.
보안은 특히 중요하다. 계속 패치해야 한다. CIO들과의 대화에서 두 번째로 자주 나오는 주제가 코드베이스 보안이다. 이미 다른 소프트웨어로 수천, 수백만 건의 취약점을 탐지해놓고 이걸 어떻게 다 처리하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
AI 에이전트의 문제는 생산성만이 아니다. 권한과 책임이 핵심이 된다.
사람이 요청하지 않은 AI가 기업 시스템을 수정하기 시작한다면 무엇까지 허용할 것인지, 어떤 작업은 사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지, 오류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지가 새로운 경영 이슈가 된다.
🅼 손 : AGI가 언제 온다고 보는가?
🅲 왕 : 개인적으로 AGI라는 정의를 항상 이해하기 어려웠다. GPT-4가 나왔을 때도 “이 정도면 AGI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이미 모델이 사람보다 뛰어난 영역이 많다.
오히려 부족한 것은 기업의 데이터를 알고 있는가, 비즈니스와 연결돼 있는가, 필요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가다. 모델이 그 정보를 알고 있다면 훨씬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다만 접근권한이 많아지면 위험도 커진다. AGI가 실재하는데 비밀번호를 바꿀 권한까지 갖고 있다면 문제다. 그래서 먼저 거버넌스와 가드레일이 필요하다. 거버넌스와 가드레일, 시스템을 보호할 방법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그다음에 이 지능을 풀어놓을 수 있다.
지능이 아무리 높아도 기업 내부의 데이터와 도구, 시스템에 연결되지 않으면 실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 반대로 너무 많이 연결하면 보안과 통제 문제가 발생한다.
AI 에이전트의 경쟁력과 위험이 같은 곳에서 생기는 셈이다.
제프 왕(Jeff Wang)은 누구?
제프 왕(Jeff Wang)은 AI 코딩 스타트업 윈드서프(Windsurf)의 전 CEO이자 현재 코그니션 대표로 신사업과 엔터프라이즈 확장을 맡고 있다.
그는 원래 AI 코딩 도구 코디움(Codeium)의 사업을 이끌었고 코디움이 윈드서프로 브랜드를 전환한 뒤 회사의 성장과 기업 고객 확대를 주도했다. 윈드서프는 개발자가 IDE 안에서 AI 에이전트와 함께 코딩할 수 있는 ‘에이전틱 IDE’를 앞세워 커서와 함께 AI 코딩 시장의 주요 경쟁자로 부상했다.
2025년 7월 윈드서프는 큰 변곡점을 맞았다. 오픈AI와 약 30억달러 규모의 인수 논의를 진행했지만 거래가 무산됐고 창업자와 주요 연구진이 구글 딥마인드로 전격 이동한 것. 구글은 이 과정에서 약 24억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및 인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사업 책임자였던 왕이 윈드서프의 CEO를 맡았고, 불과 며칠 뒤 코그니션이 남은 사업과 제품, 지식재산권(IP), 인력을 인수했다.
당시 왕은 직원들에게 “지난 72시간은 내 커리어에서 가장 극적인 롤러코스터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코그니션과 윈드서프가 결합하면서 AI 코딩 시장의 두 흐름도 합쳐졌다. 윈드서프가 개발자가 직접 사용하는 AI 기반 IDE에 강점이 있었다면, 코그니션은 사람이 업무를 맡기면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자율형 AI 소프트웨어 에이전트 '데빈'을 개발해왔다.
2026년에는 윈드서프 브랜드도 단계적으로 데빈으로 통합됐다. 왕은 이에 대해 AI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아지고 있으며, 클라우드 에이전트·IDE·CLI·코드리뷰 등을하나의 플랫폼 아래 묶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왕의 경력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AI 코딩 인터페이스의 변화’다. 코드럼의 코드 자동완성에서 시작, 윈드서프의 에이전틱 IDE를 거쳤고, 지금은 코그니션에서 클라우드 에이전트와 자율형 소프트웨어 개발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