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하드웨어 시장을 다시 열다… K 아이디어, 선전 제조로 8주 만에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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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2026.08.23 01:27 PDT
AI가 하드웨어 시장을 다시 열다… K 아이디어, 선전 제조로 8주 만에 검증
(출처 : 더밀크 )

[주목! AI 스타트업] 최형욱·전진수 패스트B 공동창업자
AI 만나 다시 열린 하드웨어 시장… 한국 아이디어- 선전 제조 생태계 연결
"프로토타입 8주 내 검증"… 소프트웨어 기업·중견 제조사도 AI 하드웨어로 확장
중국과 가격 경쟁 대신 AI·서비스·비즈니스 모델에서 부가가치 확보

10년 전에 기획했던 기능들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어렵게 만들어도 실용성이 떨어졌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냥 됩니다.

AI 하드웨어 액셀러레이션 플랫폼 패스트B(Fast.B) 공동창업자인 최형욱 대표가 AI 하드웨어 시장에 다시 뛰어든 이유를 이렇게 답했다. 생성AI가 소프트웨어를 넘어 안경과 로봇, 자동차, 각종 디바이스에 들어가면서 과거에는 사업성이 없던 하드웨어가 다시 기회를 얻고 있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실제 중국에서는 이 변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베이징 월드로봇컨퍼런스(WRC) 2026에는 300개가 넘는 기업이 참여해 2000개 이상의 로봇과 150개 이상의 신제품을 공개했다.

중국 휴머노이드 기업 유니트리(Unitree Robotics)는 지난 19일 상하이 증시에 상장하며 약 500억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중국은 이미 AI 하드웨어를 연구개발과 부품, 제조, 실증, 자본시장까지 연결된 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반도체와 전자·자동차 분야에서 세계적인 제조 역량을 갖고 있지만, 스타트업이나 소프트웨어 기업이 아이디어를 빠르게 제품으로 만들어 시장에서 검증하기는 여전히 어렵다.

최형욱 대표와 전진수 최고전략책임자(CSO)가 '패스트B'를 만든 이유도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한국에서 AI와 제품 콘셉트,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중국 선전의 디자인·부품·제조 생태계를 활용해 프로토타입을 빠르게 만든다. 검증된 제품은 소량 생산과 양산까지 연결한다.

패스트 B라는 사명에도 사업 방향을 담았다.

패스트 빌드, 패스트 비즈니스(Fast Build. Fast Business)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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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B(Fast.B)는 어떤 기업?

AI와 소프트웨어 아이디어를 실제 하드웨어 제품으로 빠르게 구현하는 AI 하드웨어 액셀러레이션 플랫폼이다. 한국에서 제품 콘셉트와 AI·소프트웨어를 설계하고, 중국 선전의 디자인·부품·제조 생태계를 연결해 프로토타입 제작부터 소량 생산, 양산까지 지원한다.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새로운 AI 디바이스를 빠르게 검증하고 사업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최형욱 패스트B 창업자 겸 대표 (출처 : 더밀크)

AI가 하드웨어의 가치를 다시 올린다

최 대표에 따르면 한국에서 하드웨어 스타트업이 어려웠던 이유는 개발 기간과 초기 비용 때문이다.

인쇄회로기판(PCB, Printed Circuit Board)과 기구 설계, 배터리, 센서, 펌웨어, 운영체제, 애플리케이션까지 함께 개발해야 하고, 이후에는 금형과 양산, 사후서비스까지 이어진다.

전진수 패스트B CSO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신사업을 경험하며 이 구조를 직접 겪었다.

“하드웨어를 만들려면 펌웨어와 시스템 소프트웨어, 미들웨어, UI·UX, 스마트폰 앱까지 필요했습니다. 고급 개발자가 많이 필요했고 비용도 컸죠. 지금은 AI로 소프트웨어 개발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하드웨어의 상품성도 달라지고 있다. 최형욱 대표는 과거 IoT 사업에서 스마트 앰프와 스마트 데스크, 스마트 인솔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개발했다. 당시에도 ‘스마트’를 내세웠지만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은 제한적이었고, 가격을 높일 만큼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치도 크지 않았다.

AI가 이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것이 최 대표의 주장이다. 그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은 것은 AI 안경. 과거 구글 글래스는 디스플레이와 사용성, 가격 문제로 대중화에 실패했지만, 최근 AI 안경은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번역하거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사용 가치를 만들고 있다.

"예전에는 하드웨어 자체만으로 높은 가격을 받기 어려웠습니다. 비슷한 기능의 중국 제품이 훨씬 낮은 가격에 나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I가 들어가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하면 제품의 가치와 수익모델까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패스트B도 이 기준으로 프로젝트를 고른다. 기존 제품을 값싸게 복제하는 ODM·OEM보다, AI가 들어간 뒤 제품의 기능과 사용성, 사업 모델이 달라질 수 있는지를 먼저 본다. 즉 AI가 하드웨어의 부가가치를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는지가 첫 번째 판단 기준이다.

👉 72조 유니트리가 깨운 ‘로봇 전쟁’… 중국, 가격 낮추고 두뇌를 심다

상하이 MWC2026에서 전시관을 마련한 중국 알리바바의 큐웬 AI 글래스. (출처 : 더밀크 )

선전의 힘은 생태계… "K뷰티처럼 아이디어만 있으면 만든다"

두 창업자가 인터뷰에서 가장 자주 언급한 단어는 '생태계'였다.

최형욱 대표는 중국 심천(선전)의 경쟁력을 설명하며 한국의 K뷰티 산업을 예로 들었다.

가령 한국에서 화장품 브랜드를 만들 때 창업자가 직접 공장을 지을 필요 없이 한국콜마나 코스맥스 같은 ODM 기업과 원료·용기·패키징·유통 기업을 통해 아이디어와 브랜드가 있으면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

“아이디어를 빠르게 눈앞의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산업 안에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한국의 K뷰티에 그런 구조가 있고, 선전에는 하드웨어에서 그 구조가 있습니다.”

패스트B는 선전의 산업디자인, 부품 소싱, 하드웨어 개발, 소량 생산 네트워크를 활용해 제품 콘셉트부터 프로토타입 제작과 제조까지 연결한다.

한국에도 PCB 업체와 금형·디자인 회사가 있지만 각 기능이 흩어져 있다. 스타트업이 직접 업체를 찾아 연결해야 하고, 생산 단계에서는 높은 최소주문수량(MOQ, Minimum Order Quantity)도 부담이다.

전진수 CSO는 “한국 제조 생태계는 대기업 중심으로 형성돼 있어 소량 생산이 어렵다”며 “시장 검증도 끝나기 전에 대량 생산을 시작하면 투자비와 재고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반면 선전에서는 몇 대에서 수십 대 규모로 먼저 만들어보고, 수정과 검증을 반복한 뒤 수백 대와 수천 대 생산으로 넘어갈 수 있다. 초기 실패 비용을 낮추고 제품 개선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최 대표는 중국의 경쟁력을 낮은 인건비로만 설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도 인건비가 많이 올랐다"며 "중요한 건 싸게 만드는 게 아니다. 같은 비용으로 더 빠르게 만들고,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제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STK2026 부대행사인 대한민국가상융합대전 둘째날 기조강연을 하고 있는 전진수 CSO

아이디어를 8주 안에 검증한다… 패스트B의 두 개 트랙

패스트B의 역할은 제조업체를 연결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프로젝트가 접수되면 제품 콘셉트와 AI 적용 방식, 고객 가치, 개발 가능성, 예산과 일정을 먼저 검토한다.

사업은 두 개의 트랙으로 운영한다. 트랙 V(Verification Track)​는 빠른 검증이 목적이다. 사양 검토와 팀 구성을 거쳐 엔지니어링 검증 프로토타입(EVP)을 만들고, 기능 검증과 개념증명(PoC), 소량 생산까지 약 8주 안에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트랙 C(Commercialization Track)​는 실제 판매를 염두에 둔 과정이다. 산업디자인과 사용자환경(UI·UX), 소프트웨어 개발, 금형, 생산 검증을 거쳐 양산까지 연결한다. 예상 기간은 약 12~36주다.

전진수 CSO는 트랙 V가 스타트업뿐 아니라 대기업에도 활용도가 높다고 봤다. 대기업 신사업은 하드웨어 개발비를 투입하기 전에 내부 검토가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때 실제 작동하는 제품을 먼저 만들어보면 사업 추진 여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패스트B는 현재 피지컬 AI, 공간 AI, 인공지능 사물인터넷(AIoT), 로보틱스, 웨어러블, AI 글래스, 스마트홈 등 AI가 물리적 제품에 적용되는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전진수 CSO는 개발에 앞서 시장과 기술을 먼저 살피는 과정을 '인사이트 엔진'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에 유사 제품이 있는지, 활용 가능한 부품과 기존 솔루션은 무엇인지 먼저 확인한 뒤 개발 범위를 정하는 것이다.

중국은 정부 차원의 투자를 통해 기술 생태계 전반을 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WAIC 전시회에 전시된 휴머노이드 로봇의 손 제품들. (출처 : 더밀크 )

중국을 쓰되 핵심은 한국에… 미중 기술전쟁 속 ‘선택적 디리스킹’

중국 제조 생태계를 활용하면 피하기 어려운 질문도 있다. 기술 유출과 지식재산권(IP), 그리고 미중 기술 갈등이다.

최형욱 대표는 프로젝트 초기 기술 개발과 핵심 설계는 한국에서 진행한다는 원칙을 설명했다. 제품 개발 초기부터 특허 가능성을 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출원한 뒤 중국 파트너와 협업한다는 것. 현지에서도 글로벌 기업과 오랫동안 거래해 NDA와 IP 보호 체계를 경험한 업체를 중심으로 파트너를 선정한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가 더 강조하는 방어 수단은 ‘속도’다.

“제품을 공개하는 순간 정말 좋은 제품이면 누군가는 따라옵니다. 그때까지 모든 것을 숨기는 데 에너지를 쓰기보다 먼저 만들어 검증하고 시장에 들어가는 속도가 중요합니다.”

미중 기술 갈등은 또 다른 변수다. 2026년 들어 미국의 중국 로봇과 전략 기술에 대한 견제는 더 강해지고 있다.

패스트B는 프로젝트 초기부터 미국 수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는 통신·AI·반도체 등 전략 부품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한국, 미국, 일본, 대만 등 다른 공급처의 부품으로 대체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PCB의 수동 부품부터 모든 공급망을 중국 밖으로 옮기는 방식은 현실성이 낮다는 게 최 대표의 판단. 제품의 전략적 부품과 범용 부품을 구분하고 목적 시장에 따라 공급망을 설계하는 ‘선택적 디리스킹’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역할도 생긴다. 패스트B가 구상하는 모델에서 중국은 빠른 프로토타이핑과 제조 역량을 제공한다. 한국은 AI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UX, 제품 콘셉트와 비즈니스 모델을 맡는다. 제품이 검증된 뒤에는 한국 생산업체와 연결하거나 양국 공급망을 조합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진수 CSO는 "우리가 잘 못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부분은 잘하는 파트너에게 맡기면 된다. 그 시간에 AI와 서비스, 클라우드를 연결해서 제품 가치를 몇 배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로봇 청소기 회사 드리미가 CES 2026에서 공개한 슈퍼카 '네뷸라 넥스트 01'. 청소기 회사가 슈퍼카를 제작할 수 있었던 배경엔 중국의 풀스택 기술 생태계가 비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출처 : 드리미)

"1년에 AI 하드웨어 100개"… 패스트B가 키우려는 창업 생태계

최형욱 대표는 한국 하드웨어 산업의 약점으로 ‘시도 자체가 적다’는 점을 꼽았다. 소프트웨어는 작은 팀도 제품을 만들고 시장에 바로 내놓을 수 있지만, 하드웨어는 초기 개발비와 생산 부담이 커 아이디어 단계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패스트B가 세운 단기 목표는 '연간 100개 이상의 한국발 AI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이다. 모든 제품을 양산하는 방식은 아니다. 프로토타입으로 기술 가능성을 확인하거나 투자 유치를 위한 제품을 만들고, 시장성이 확인된 프로젝트만 실제 생산으로 연결한다.

이를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아우르는 팀도 꾸렸다. 최형욱 CEO는 삼성전자에서 모바일 디바이스 개발을 거쳐 IoT 제품 사업을 경험했고, 전진수 CSO는 삼성전자와 SK텔레콤에서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신사업을 담당했다.

최선규 CTO는 25년 이상 제품 개발을 해온 엔지니어로 실제 제품 구현을 맡는다. 선전에서 활동하는 공동창업자 마이클 정 CDO는 산업디자인과 현지 제조 네트워크를 담당한다. 여기에 선전의 AI·로봇·제품 개발 전문가들이 멘토와 파트너로 참여한다.

프로젝트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관리 과정에도 AI를 도입할 계획이다. 패스트B는 부품 조달과 일정, 제작, 검증 과정을 AI 에이전트로 관리하는 '에이전틱 AI 프로젝트관리시스템(PMS)'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레퍼런스 확보다. 최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가운데 실제 제품을 만들어 CES와 MWC 등 글로벌 무대에 선보일 사례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대표는 "스타트업과 대기업, 중견기업이 이미 갖고 있는 역량을 연결해 새로운 사업으로 확장할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전진수 CSO는 "한국에서 1년에 100개의 AI 하드웨어를 만들고 싶다. 그중에서 유니콘도 나오게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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