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돈 되는 전공'을 고르는 시대: 살아남을 전공은?
“돈 못 버는 전공엔 학자금 없다” 미국 대학에 닥친 새 평가 기준
미국 대학, 이제 ‘간판’보다 ‘졸업 후 연봉’으로 평가받는다
“돈 되는 전공만 살아남나” 미국 대학에 닥친 AI발 구조조정
AI 시대, ‘돈 되는 전공’의 기준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미국은 졸업 후 연봉, 한국은 입시 배치표… ROI 전쟁이 시작됐다
📌 더밀크의 AI 핵심 브리핑
미 교육부가 연방 학자금 심사 단위를 '대학'에서 '개별 전공'으로 내리고, 졸업 4년 차 연봉으로 프로그램의 생존을 가르는 152쪽 규정을 공표했다. AI가 초급 일자리를 잠식하는 흐름과 맞물려, 대학의 가치가 '어디에 붙느냐'가 아닌 '졸업 후 얼마를 버느냐'로 재정의되고 있다.
“돈 못 버는 전공엔 학자금 없다” 미국 대학에 닥친 새 평가 기준
미국이 대학 전공을 '졸업 후 연봉'으로 심사한다.
미 교육부가 7월 1일(현지시각), 연방관보(Federal Register)에 152쪽짜리 새 규정을 공표했다. 단순한 학자금 관련 행정 개정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미국 대학이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조치다.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이제 연방 학자금을 받을 자격은 대학이 아니라 전공으로 결정된다. 그리고 그 전공을 졸업한 학생이 돈을 얼마나 보느냐로 연방 학자금을 계속 받을지가 결정된다."는 것.
지금까지 연방 학자금은 인가받은 대학의 프로그램이면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교육부가 발표한 새 규정(STATS·소득 책무성 체계)은 오래된 상식을 깬다. 핵심은 두 가지다.
연방 학자금을 허용하는 심사 단위가 '대학 전체'에서 '개별 전공'으로 내려온다. 예전엔 학교 단위로 봤다면 이제는 같은 대학 안에서도 전공마다 따로 성적표를 받는 셈이다. 성적표의 기준은 '졸업생의 연봉'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졸업 후 4년 차 시점의 중위소득을 측정해 기준선과 비교한다. 기준선은 학부 전공일 경우 같은 주의 25~34세 고졸자 평균 소득과 비교하고 대학원 전공일 경우 학사 학위 소지자의 평균 소득과 비교한다.
대학원은 특히 불리하다. 석사까지 했는데 학사 졸업자보다 확실히 더 못 벌면 그 프로그램은 실패로 간주하는 것이다.
미국 대학, 이제 ‘간판’보다 ‘졸업 후 연봉’으로 평가받는다
물론 한 번 실패했다고 학자금 프로그램이 바로 끝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3년 중 2년을 통과 못 하면 해당 전공은 '저소득 프로그램'으로 낙인찍히고 연방 학자금 대출(Direct Loan) 자격을 잃는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이런 저소득 프로그램에 학교 전체 학자금 수혜자의 절반 이상이 몰려 있거나 학자금의 절반 이상이 그쪽으로 나간다면 펠 그랜트(저소득층 무상 장학금)를 포함한 학교 전체의 지원 자격까지 위태로워진다.
대학 졸업자들의 ROI(투자 대비 소득)가 전체적으로 부진할 경우 그 대학의 실효성 자체가 의심을 받는 것이다. 전공 프로그램 단위의 규제가 대학 전체의 생존 문제로 전이되는 구조다. 게다가 이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교육부 규정에 따르면 대학들은 이미 올해 10월 1일까지 관련 데이터를 제출해야 한다.
첫 소득 테스트는 2027년 초에 계산되어 2027~2028 회계연도에 적용되고 일부 프로그램은 2027~2028년에 연속 실패 시 2028~2029년부터 저소득 성과 프로그램으로 지정될 수 있다.
이 변화가 중요한 이유는 '좋은 대학 가면 전공은 나중 문제'라는 믿음이 깨졌가는데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미국의 고등교육은 몇 가지 암묵적인 믿음이 있었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면 전공은 나중에 조정하면 된다는 것과 대학의 이름값, 즉 브랜드가 곧 학위의 가치를 보증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학위는 그 자체로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제 국가는 대학 교육의 가치를 '얼마나 배웠나'가 아니라 '얼마나 버는가'로 다시 재정의하고 있다. 국가에서 제공하는 연방 학자금을 상환 능력 없는 졸업자에게 계속 보증할 수 없다는 재정 논리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돈 되는 전공만 살아남나” 미국 대학에 닥친 AI발 구조조정
대학 입장에선 이제 학과 운영이 학문의 문제 뿐 아니라 돈 문제가 됐다. 성적이 나쁜 전공을 놓고 대학은 세 갈래의 갈림길에 선다. 그냥 유지할 것인가, 대출을 포기하고 펠 그랜트만 지킬 것인가, 아니면 아예 폐지할 것인가.
그 결과 대학 사회는 둘로 갈라진다. 기부금이 넘치는 최상위 사립대만이 정부 지원을 포기하면서까지 순수 인문과 예술 학과를 지키는 '여유 있는 소수'로 남고 나머지 대다수 대학은 학자금을 지키기 위해 ROI가 낮은 전공 중심으로 재편한다.
여기에 변수가 발생한다. 바로 AI가 불러올 직업의 미래다.
AI가 가장 먼저 잡아먹는 건 특정 직업으로 들어가는 계단의 첫 단계, 즉 '초급 일자리'다. 예전엔 신입이 자료 조사와 문서 정리, 기초 코딩 및 초안 작성과 같은 일을 하면서 실력을 쌓고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바로 그 초급 업무를 AI가 대신하면서 전문직으로 가는 사다리의 첫 칸이 사라지고 있다. 실제 뉴욕 연준의 통계를 보면 2026년 1분기 최근 대졸자의 실업률은 5.7%인데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하는 비율'은 무려 41.5%에 달했다. 대학을 나와도 학위가 필요없는 일자리로 흘러가는 경우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컴퓨터공학(CS)이 대표적인 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연봉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스탠퍼드대의 연구에 따르면 22~25세 신입 개발자 고용은 2022년 말 최고점 대비 2025년 9월까지 약 20%나 줄었다.
전공이 나빠진게 아니라 그 전공이 제공하던 '신입 일자리'의 문이 좁아진 것이다.
AI 시대, ‘돈 되는 전공’의 기준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돈이 되는 전공과 안되는 전공의 차이는 어떻게 나뉘는가.
단순히 AI를 만들거나, AI가 만들 걸 검증하거나, 현장에서 몸으로 책임지거나, 면허가 필요한 전공은 오르고 반대로 AI가 비슷하게 뽑아낼 수 있고, 면허도 현장 책임도 약한 전공은 ROI가 악화된다.
그래서 컴퓨터 공학도 단순히 '코드만 짜는 사람'은 위태롭고 반대로 인문 및 예술도 AI 윤리와 정책, UX디자인, 콘텐츠 전략, 데이터 해석과 결합하면 오히려 강해진다.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한다. 조지타운대 CEW 기준 STEM 전공군의 중위소득은 약 9만 8000달러로 교육과 공공 서비스 전공군의 5만 8000달러를 크게 앞선다. 초기 실업률도 영화, 영상, 사진 계열은 11%인 반면 운영, 물류, 전자상거래 분야는 1.3%로 낮다.
면허와 현장이 결합된 분야는 AI와 규제 양쪽에 모두 강하다. 미 노동통계국(BLS)은 2024~2034년 전체 고용이 3.1% 늘어나는 동안 헬스케어와 사회서비스는 8.4% 성장, 약 20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간호사나 의사보조(PA)와 같은 면허형 직종은 소득 기준을 여유롭게 통과한다. AI가 서류 작업은 대신해도 환자를 돌보고 임상적 판단을 내리는 책임까지 가져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명문대라는 간판은 계속 힘이 있을까?
상위권 대학은 탄탄한 취업 네트워크와 낮아진 실질 학비, 그리고 높은 졸업률 덕분에 같은 전공이라도 졸업생의 소득이 높다. 조지타운대에 따르면 교양 과목의 40년 장기 ROI는 약 91만 8000달러로 전체 대학의 평균인 72만 3000달러를 웃돈다.
하지만 이번 규정은 '간판'이 아니라 '졸업생의 소득'을 본다는 점에서 명문대 간판이 저수익 전공을 살려주는 경우는 딱 하나, 실제 소득이 오르거나 실질 학비가 크게 낮아질 때뿐이다. 임금이 원래 낮고, 학비는 비싸고, 대학원까지 가야 하는 분야라면 아이비리그 간판도 대출 리스크를 없애지는 못한다는 의미다.
더밀크의 시각: 미국은 졸업 후 연봉, 한국은 입시 배치표… ROI 전쟁이 시작됐다
대학의 '입학'이 중요하던 시기는 끝났다.
이제 대학의 무게 중심은 '졸업 후 소득의 성과'로 옮겨간다. 대학에서부터 ROI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의 막대한 부채가 기본값으로 작용한다. 이는 미국도 한국도 마찬가지다. 부채의 부담이 증가하는만큼 정부도 효율성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AI가 노동시장을 재편하는 흐름이 겹치면서 전공의 가치를 가르는 기준이 바뀌고 있다. 기준은 단순히 '문과냐, 이과냐'가 아니라 'AI가 결과를 만들어내는 시대에 경쟁해 충분한 가치를 창출해 낼 수 있느냐'가 된다.
이제 미국에서 중요한 질문은 "어느 대학에 붙는가"가 아닌 "이 전공이 빚을 감당할 만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가"가 된다. 대학은 명성이 아닌 전공별 소득으로 검증받고, 학생은 대학 합격이 아닌 소득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흥미로운 점은 한국은 미국의 이 변화에 아직 멀리 떨어져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이미 미국보다 더 빠르게 대학의 ROI를 다른 방향으로 추구했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이번 구조의 변화는 '대학 간판보다 전공별 소득'이 더 중요해지는 변곡점이라면 한국은 여전히 대학 서열(SKY 및 의치한약수), 즉 브랜드가 전공 ROI를 압도한다. 미국에서 "일단 좋은 대학을 붙고 전공은 나중에"라는 전략이 위험해졌다면 한국에서는 여전히 합리적인 선택인 셈이다.
하지만 역설은 여기에 있다. 한국은 이미 이런 변화가 '졸업후'가 아니라 '입시 단계'에서 이미 배치표와 경쟁률로 더 빠르고 잔인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공계·의대 쏠림, 반수·재수를 통한 의대 재진입은 시장이 전공 ROI를 이미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는 신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핵심은 무게중심이 '입학'에서 '졸업 후 성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국가까지 나서 강제하고 있다는 점이 변화의 시그널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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