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AI를 발명하고, 중국은 AI시장을 만든다… MWC26 상하이에 가보니
[MWC상하이 26 현장취재] 중국, 토큰경제 선도국 이동 움직임
-눈에 보이는 휴머노이드와 AI 안경이 전부가 아니었다.
-중국 정부는 보조금으로 AI 소비시장을 만들고, 화웨이는 통신사가 바이트가 아니라 AI 토큰을 팔아야 한다고 주장.
-미국이 AI를 발명하는 동안 중국은 AI가 쓰일 시장을 국가적으로 설계하고 있는 현장이 드러나
중국이 인공지능(AI) 제품을 사는 국민에게 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휴머노이드 로봇과 AI 안경, AI폰, 스마트홈, 커넥티드카를 살 때 개인 소비 대출의 이자를 정부가 보태주고, 낡은 기기를 새 AI 단말로 바꾸면 보조금까지 얹어준다.
중국 상무부를 비롯한 8개 부처가 지난 6월 18일 내놓은 'AI 플러스 소비(AI+消費)' 계획의 골자다. 'AI를 수백만 가구와 수백만 상점으로' 들여보낸다는 것이다.소비를 살리려 정부가 보조금을 푸는 일은 많다. 그러나 그 대상이 자동차나 TV가 아니라 휴머노이드 로봇과 AI 안경이라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그리고 이 발표가 나온 지 엿새 뒤, 그 계획을 실현할 무대가 펼쳐졌다. 지난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상하이 신국제엑스포센터(SNIEC)에서 열린 MWC 상하이 2026이다. 정부가 수요를 깔고, 다른 한쪽에서 산업이 공급을 펼쳤다.
더밀크가 현장에서 그 의미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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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노이드, MWC26 상하이 기조연설 무대에 올랐다
전시장의 첫 장면부터 그 설계를 압축해 보여줬다. 개막식 무대에 처음 오른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인간 연사가 한마디를 꺼내기 전에 휴머노이드 로봇 두 대가 먼저 걸어 나왔다. 아너(HONOR)가 만든 '플래시(Flash)'와 '비타 보이(Vita Boy)'다. 플래시는 지난 4월 베이징 이좡 하프 마라톤을 50분 26초에 완주해 인간 세계기록을 앞질렀던 그 로봇이다. 통신 전시회의 문을 스마트폰도 기지국도 아닌 휴머노이드가 연 것이다.
연출은 정확했다. 올해 행사가 내건 주제 'IQ 시대(The IQ Era)'는, 통신이 더 이상 사람을 잇는 일이 아니라는 선언이다. 비벡 바드리나트(Vivek Badrinath) GSMA 사무총장은 기조연설에서 통신 산업의 임무가 바뀌었다고 못 박았다.
"얼마 전까지 우리의 핵심 임무는 사람과 기기를 연결하는 것이었다. 그것은 여전히 필수적이지만 더 이상 전부가 아니다. 오늘날 통신사는 로봇과 드론, 커넥티드 차량을 가능하게 하는 전략적 디지털 파트너다"
지난 6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린 MWC 상하이 2026이 내건 주제 'IQ 시대(The IQ Era)'는, 통신이 더 이상 사람을 잇는 일이 아니라는 선언이었다. AI 시대 통신의 역할은'사람만이 아니라 기계까지' 잇는 것으로 재정의된다.
AI가 소프트웨어 안에 머물 때는 클라우드가 전부였다. AI가 로봇과 드론, 자율주행차라는 몸을 입고 현실로 나오면 통신망은 신경망이 된다. 그리고 이 전환을 관통하는 단 하나의 사업 언어가 바로 '토큰 경제(Token Economy)'다. 중국은 AI를 넘어서 '토큰경제'의 선도국으로 올라겠다는 것이다.
휴머노이드, AI 안경 풍년 .. 이유 있었다
MWC 상하이 2026 플로어 곳곳에서 머리로 샐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휴머노이드 로봇과 AI 안경을 볼 수 있었다. AI 토큰 수요의 새 입구다. 사람이 앱을 열어 명령을 입력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보고 말하고 움직이는 것만으로 끊임없이 AI 추론을 부르는 단말이기 때문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AI 안경이었다. 구글과 엑스리얼(XREAL), 퀄컴이 협력한 프로젝트 아우라(Project Aura)는 연산 장치를 안경 밖 별도 기기로 분리, 안경은 가볍게 두면서 고성능 공간 컴퓨팅을 구현했다.
알리바바는 큐원(Qwen) 기반 안경을, 타임케틀(Timekettle)은 실시간 번역 안경을 내놨다. 메타의 레이밴이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항상 켜진 음성·카메라형과 시야에 정보를 띄우는 광학 투과형이라는 두 갈래 경쟁이 동시에 무르익고 있다.
실시간 번역과 영상 인식, 맥락 안내는 모두 업링크 성능과 지연에 민감하다. 사용자가 보는 세계를 AI가 함께 보고 해석하려면 단말과 엣지 사이의 연결 품질이 곧 토큰 생성량을 좌우한다. 안경이 시야로 토큰을 부른다면, 휴머노이드는 현장에서 토큰을 부른다.
그래서 토큰경제가 중요한 것이다.
전시장 한복판의 '휴머노이드 로봇 축구 페널티 챌린지'에서는 부스터 로보틱스(Booster Robotics)와 유니트리(Unitree)의 로봇이 사전 프로그래밍 없이 골대와 골키퍼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읽고 슛을 시도했다.
골대를 인식하고 각도를 계산하고 자세를 잡는 그 짧은 순간마다, 로봇은 센서가 보내온 데이터를 연산으로 바꿔야 한다.
차이나 모바일은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나르는 접객 로봇을 차이나 유니콤은 화학 현장의 위험을 점검하는 로봇을 시연했다.
모두 사람이 일일이 조작하지 않는 대신 매 순간 판단을 위한 추론을 소비한다. 즉, 토큰은 데이터센터 안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보는 곳과 기계가 일하는 곳, 곧 현실의 가장자리에서 폭발적으로 생성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가장자리를 두뇌와 잇는 것은 결국 통신망이다. 안경이든 로봇이든, 새 단말이 늘어날수록 청구서는 망으로 돌아온다.
그것이 이번 MWC26 상하이의 숨은 뜻이었다.
[중국의 로봇 혁명 예측하기]
시장도 만들려는 중국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제 미국과 한국, 일본 등 서방 국가들의 AI 전략과 중국의 AI 전략을 가르는 결정적 차이는 기술이 아니라 '시장 중심'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됐다. 서방은 더 좋은 칩과 더 똑똑한 모델을 누가 먼저 만드느냐는 공급 경쟁에 몰두해 왔다. 반면 중국은 그 기술을 사 줄 시장까지 국가가 직접 만들어내는 단계로 넘어갔다. 중국이 표방하는 '중국식 자본주의'가 AI까지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상무부를 비롯한 8개 부처가 MWC26 상하이 개막을 엿새 앞둔 6월 18일에 조용히 발표한 'AI 플러스 소비(AI+消費)' 실시 지침이 신호탄이다. 이 계획은 인공지능을 소비재와 서비스, 유통 전반에 심어 새로운 소비 동력을 만들겠다는 것으로, 다섯 개 영역에 걸친 17개 조치로 구성됐다.
중국 상무부 발표에 따르면 정부차원에서 로봇과 AI 안경 등 생활 비서 시장을 만들어낼 계획이다. 휴머노이드와 사족보행·바이오닉 로봇부터 노인 돌봄·반려 로봇까지, 감정적 동반자 역할과 건강 모니터링, 이동 보조, 스마트 가사를 수행하는 기계를 가정에 들여보낸다.
여기에 AI폰과 스마트홈, 커넥티드카, 웨어러블, AI 안경 같은 차세대 스마트 제품이 더해지고, '수백만 가구로 들어가는 AI' 캠페인을 통해 소비자들과 만난다.
적용 범위는 제품에 그치지 않는다. 관광과 요식, 교육은 물론 소매와 전자상거래, 물류까지 AI를 깊숙이 엮고, 자율 배송차와 드론을 끌어들이며, 전자상거래 플랫폼에는 'AI 플러스 소비' 전용관을 열도록 독려하기로 했다.
압권은 정부가 이 전환에 직접 돈을 대겠다고 못 박은 대목이다. 기존 기금을 활용하고, 이구환신(trade-in) 보조금을 차세대 스마트 단말까지 확대하며 AI 제품 구매에 쓰는 개인 소비 대출에는 이자를 보조한다. 국가 AI 산업 기금과 금융기관까지 'AI 플러스 소비' 쪽으로 방향을 틀게 했다.
소비자가 AI 제품을 직접 만져 볼 수 있도록 대도시와 시범 구역의 쇼핑몰과 박물관, 요양원에 AI 체험관과 소비 클러스터를 세우는 계획도 담겼다. 동시에 사이버보안과 데이터·콘텐츠 보안, 소비자 정보 보호, 알고리즘 남용과 소비 사기 방지 같은 안전장치를 함께 깔아, 시장을 키우되 통제의 끈은 놓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 계획이 나온 배경에는 꺾인 내수가 있다. 5월 중국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0.6% 줄며 2022년 말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그 침체를 되살릴 지렛대로 베이징이 고른 것이 다른 무엇도 아닌 AI였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린젠(Lin Jian)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합작연구원은 "AI의 도입이 높은 인건비와 낮은 표준화에 막혀 있던 서비스 소비의 병목을 뚫을 것이다"고 말했다. 기술을 국가가 키워 온 중국이 이제 그 기술을 소화할 수요까지 국가가 인위적으로 조성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공급에 이어 시장마저 정부가 설계하는 이 이중 전략 앞에서, 더 좋은 모델을 먼저 만드는 데만 매달려 온 서방식 접근은 전혀 다른 종류의 경쟁에 직면하게 됐다.
화웨이 "이제 데이터가 아니라 토큰을 팔아라"
중국의 대기업들은 '토큰경제'를 설계에 몰두하고 있다. 이 장면도 MWC26 상하이에서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화웨이가 주인공이다. 데이비드 왕(David Wang) 화웨이 부회장 겸 순환회장은 MWC26 상하이 기조연설에서 "모바일 산업의 경제학 자체가 다시 쓰이고 있다"며 "통신사가 지금까지 소비자가 내려받는 데이터, 즉 바이트(bytes)에 과금해 왔다면, 앞으로 10년은 그 위에 얹힌 AI 에이전트가 생성하는 인공지능 토큰(tokens)을 함께 수익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로벌 통신사들이 '데이터 용량'을 팔던 것에서 벗어나 5G 단독모드(SA) 전환, 네트워크 슬라이싱, 엣지 컴퓨팅 등을 통해 '성능 보장'으로 스토리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자율주행차에는 초저지연을, 스마트팩토리에는 고신뢰를, 병원과 금융에는 보안 강화 전용망을 따로 파는 슬라이싱 전략이다. 데이터를 나르는 멍청한 파이프(dumb pipe)라는 오명을 씻고 산업별로 다른 품질을 보장하고 그 보장에 값을 매기는 사업자가 되야 한다는 것.
데이비드 왕 부회장은 "AI 서비스와 에이전트가 퍼질수록 사람들은 데이터를 더 내려받는 것이 아니라 AI 추론을 더 소비한다. 이 흐름을 놓치면 통신사는 인프라만 깔고 수익은 플랫폼 기업이 가져가는 구조를 반복하게 된다"며 "미래 네트워크는 통신과 컴퓨팅, 지능을 하나의 구조 안에 통합, 데이터를 전달하는 망에서 AI 연산을 배분하고 보장하는 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익화 그림도 구체적었다. 에릭 양(Eric Yang) 화웨이 캐리어 비즈니스 사장이 제시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① 실시간 번역과 예약, 스팸 차단을 수행하는 개인 통화 어시스턴트를 프리미엄 구독으로 묶고 ② 중소기업에는 디지털 가상 직원과 AI 토큰 사용권, 전용 회선을 한 패키지로 파는 방식을 수익 모델로 제시했다.③ 대기업에는 공장과 물류, 금융, 고객센터에 특화된 AI 네트워크 서비스를 내장(임베디드)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통신사는 망 임대업자가 아니라 AI 서비스 운영자로 변신하게 된다.
토큰을 팔겠다는 선언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통신망 자체를 사고팔 수 있는 단위로 쪼개야 한다. 그 장치가 GSMA가 미는 오픈 게이트웨이(Open Gateway)와 카마라(CAMARA) API다.
통신망에는 강력한 기능이 많았다. 사용자의 위치를 검증하고, 회선 품질을 보장하고, 본인 인증과 보안을 제공한다. 문제는 그동안 이 기능들이 통신사 내부에 갇혀 있었다는 점이다.
오픈 게이트웨이는 이를 표준 API로 노출해 외부 개발자가 클라우드 기능 쓰듯 가져다 쓰게 만든다는 구상이다.
금융사는 네트워크 기반 인증 API로 사기를 줄이고, 게임사는 품질 보장(QoD) API로 특정 사용자에게 저지연 연결을 팔며, 물류사는 위치·상태 API로 드론과 차량을 관리한다. 통신망이 '판매 가능한 능력의 묶음(Network-as-a-Service)'으로 재정의되는 것이다.
이 모델이 토큰 경제의 정산 인프라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다만 함정도 있다.
API를 공개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가격 체계와 정산, 글로벌 호환성, 무엇보다 개발자 생태계가 필요한데 개발자 생태계는 이미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하이퍼 스케일러가 쥐고 있다.
통신사가 API로 풀어도, 그 API를 묶어 최종 제품으로 파는 관계를 또다시 클라우드 플랫폼이 중개한다면 통신사는 '덤 파이프 시즌2'가 된다.
MWC 상하이가 APAC을 주목한 이유는 분명하다. 중국과 일본, 한국, 동남아는 5G 보급률이 높고 서비스 생태계가 빨라 네트워크 API의 초기 실증이 일어나기 좋은 시장이다. 문제는 실증을 누가 수익으로 전환 하느냐다.
중국 통신 빅3, 기지국 예산을 깎아 GPU 사재기
토큰을 팔려면 토큰을 찍어낼 연산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돈의 흐름을 보면 산업의 방향이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또렷한 흐름은 중국 통신 3사의 자본적 지출(CapEx) 구조가 통째로 뒤집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전통 네트워크 투자를 줄이고, 그 재원을 컴퓨팅 인프라와 AI 데이터센터로 돌렸다.
실제 차이나 모바일은 전체 설비투자(CapEx)를 약 9% 줄이면서도 컴퓨팅 부문 투자는 큰 폭으로 늘렸다고 밝혔으며 차이나 텔레콤과 유니콤도 자본 지출의 3분의 1가량을 서버와 데이터센터에 직접 배정했다고 밝혔다. 이 결과는 지난 1분기 중국 통신 3사의 실적에 반영됐다.
중국 통신 3사의 전통적 매출은 정체했지만 컴퓨팅·클라우드 매출이 뛰며 전체 실적을 떠받쳤다. 단순 접속망 사업자에서 '풀스택 AI 서비스 제공자'로 넘어가고 있으며 이미 수익 공식으로 안착하고 있다.
5G-어드밴스드, 물리적 AI의 신경망이 되다
AI의 '두뇌'는 데이터센터 안에 머물렀다. 챗봇에게 질문을 던지면 그 추론은 멀리 떨어진 서버에서 일어나고, 사용자는 1, 2초쯤 기다렸다 답을 받는다. 화면 속 대화에서는 그 지연이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같은 두뇌가 로봇과 드론, 자율주행차라는 '신체'에 실리는 순간 사정이 달라진다. 이들은 현실 공간에서 움직인다. 물체가 떨어지고, 사람이 끼어들고, 다른 기계가 다가오는 상황이 1초도 안 되는 사이에 벌어진다.
화면 속 AI에게는 허용되던 1, 2초의 지연이, 현실에서 움직이는 AI에게는 사고이거나 멈춤이 된다. 그래서 두뇌와 신체를 거의 지연 없이 잇는 중추 신경, 곧 통신망이 필요해진다.
문제는 이 신체들이 모든 판단을 자기 안에서 끝낼 수 없다는 데 있다. 로봇 한 대에 데이터센터급 연산을 통째로 넣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게와 전력, 발열의 한계 탓에 로봇이 몸에 지고 다니는 연산(온보드 연산)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휴머노이드가 물류 창고에서 물건을 집어 들고 종류를 가려 내려놓는 작업을 하면 단순한 동작은 몸 안의 칩으로 처리하지만, 처음 보는 물체를 인식하거나 창고 전체의 재고 상황을 갱신해 받아야 하는 무거운 연산은 자체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이때 로봇은 그 계산을 가까운 엣지 서버로 넘기고, 답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 바로 이 '넘기고 기다리는' 왕복에 걸리는 시간이 로봇의 움직임이 매끄러울지 덜컥거릴지를 가른다.
업계에서는 이 왕복이 30밀리초 걸리면 동작 파이프라인은 초당 30여 차례 끊기고, 5밀리초면 제어 시스템이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30밀리초와 5밀리초의 차이가 덜컥거리는 로봇과 매끄러운 로봇을 가른다는 것이다. 평균 지연 20~30밀리초대인 기존 5G와 1~10밀리초를 노리는 5G-어드밴스드(3GPP 릴리스 18)의 격차가 상업적 임계점인 이유다.
중국은 이 분야에서도 앞서간다. 이미 330개 넘는 도시에 5G-A를 상용 구축해 세계 최대 규모의 통신망을 완성했다.
MWC 26 상하이에서 차이나텔레콤은 로봇기업 아지봇(AgiBot)과 함께 항공 물류 '라스(RaaS, Robotics-as-a-Service)'를 추진단다고 밝힌 것은 5G-A를 설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이나 유니콤은 화학 현장의 위험 점검 로봇을 시연했다.
중국이 '드론 강국'이 된 것도 5G-A 망을 선도적으로 깔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등록 드론만 300만 대를 넘겼고, 수천 대가 동시에 뜨는 하늘에서 충돌 없이 움직이는 드론쇼를 시연하고 있는데 이 것이 가능하려면 각 기체의 위치와 속도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5G-A 관제망이 필수다.
6G 패권, 진짜 승부는 주파수에서 갈린다
더 긴 게임은 6G다. 그리고 중국은 이미 한 수 앞서 두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세계 최초로 U6GHz 대역(6425~7125MHz) 전체를 IMT(5G/6G 포함)용으로 할당하고 이를 6G 현장 실증에 투입하고 있다.
넓은 대역폭과 도심 커버리지를 두루 갖춰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이 대역에서 중국 통신사들은 전 세계 누구보다 먼저 전파 특성과 간섭 데이터를 쌓고 있다. 이 실증 데이터는 곧 2027년 세계전파통신회의(WRC-27) 협상 테이블에 제출될 기술 자료가 된다.
주파수 표준은 가장 많은 현장 데이터를 들고 온 나라가 이긴다. 차이나 모바일이 3GPP에서 첫 6G 시나리오·수요 표준화 프로젝트의 수석 보고자를 맡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이 '6G가 무엇을 위한 기술인가'를 정의하는 단계부터 펜을 쥐고 있음을 보여준다.
퀄컴(Qualcomm)은 6G를 'AI 시대의 무선 기술'로 규정했다. 존 스미(John Smee) 수석부사장은 2028년 사전 상용 단말, 2029년 6G 상용 출하를 예고하며 단말부터 텔코 엣지, 데이터센터까지 맥락 인지 AI가 분산되는 구조를 그렸다.
'6G는 디지털 세계와 물리 세계를 합치고, 맥락을 아는 AI를 어디에나 둘 것이다.
여기에 위성과 지상망을 잇는 비지상 네트워크(NTN)가 더해지면 6G 경쟁은 지상 기지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위성과 저고도 항공망, 지상망이 결합한 3차원 네트워크 전쟁이 된다.
더밀크의 시각 : 미국이 발명하면 중국이 적용하는 세계
MWC 상하이 2026을 여러바퀴 돌고 든 생각은 '절반의 혁신'이었다. CES와 MWC 바르셀로나, GTC라면 당연히 마주쳤을 미국과 유럽의 빅테크가 이번 상하이엔 거의 없었다.
부스도 무대도 관람객 손의 제품도 대부분 중국산이었다. 화웨이와 ZTE, 차이나 모바일·텔레콤·유니콤, 아너와 비보, 에이지봇과 유니트리가 짠 생태계는 완결적이었지만 바깥 세상과 '따로 노는' 전시였다. 세계가 모인 무대가 아니라, 세계 없이 중국만으로 돌아가는 무대였다.
풍경의 설계도는 '국가(중국 공산당)'이 설계한다. 중국 상무부 등 8개 부처의 'AI 플러스 소비(AI+消費)' 17개 조치다.
휴머노이드와 AI 안경, AI폰을 사는 국민에게 정부가 소비대출 이자를 보태주고 보조금을 얹어, AI를 '수백만 가구와 수백만 상점'으로 밀어 넣겠다는 계획이다.
더밀크의 판단은 분명하다. 단순한 내수 부양책이 아니라, 미국이 그어 놓은 기술 봉쇄선을 시장 확대로 우회하려는 전략이라고 평가한다.
오랫동안 '미국이 이끌면 중국이 만든다'는 말은 중국이 미국의 설계도를 조립하는 제조공장이라는 뜻이었다. 이제 그 말의 의미가 바뀐다. 미국이 AI 기술을 만들면, 중국은 AI 시장과 기업을 만든다로 바뀌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중국이 시장 만들기를 기술 만들기의 대안이 아니라 수단으로 택했다는 점이다. 수출통제가 최고의 칩을 막자, 중국은 '충분히 좋은' 국산 칩과 모델이 규모와 데이터를 확보할 거대한 온실을 국가가 지어 주는 길을 골랐다.
개방된 세계시장에서 실력으로 1등과 겨뤘다면 결코 얻지 못했을 시간이다. 시장은 기술을 끝내 따라잡기 위한 무기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새 분업 시스템이 옛 분업 시스템보다 위험한 까닭은 그 불안정성에 있다. 미국이 설계하고 중국이 조립하던 시절의 분업은 서로가 필요해 안정적이었다. 지금은 양쪽이 상대의 절반을 내재화하려 한다. 미국은 파운드리와 배치를 리쇼어링으로 되찾으려 하고, 중국은 칩과 모델을 시장의 힘으로 키우려 한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이 구조가 곧 두 개의 AI 세계로 갈라지는 디커플링이다.
더밀크가 보기에 가장 불편한 가설은 이것이다. 로봇이 현실에서 일할수록 똑똑해지는 체화된 AI의 세계에서, 진짜 우위는 복리로 쌓이는 데이터다.
태양광과 전기차가 그랬듯, 보조금이 부른 과잉과 치킨게임 끝에 살아남은 소수의 중국 챔피언이 세계를 원가로 장악하는 각본이 휴머노이드에서 반복될 수 있다.
이 구도에서 한국의 자리를 묻는 일은 그래서 더 아프다.
한국은 세계화된 분업에 부품을 대며 번영했다. 미국의 기술층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HBM을 팔고, 중국의 시장에는 부품과 장비를 댔다. 양쪽에 무기를 파는 상인이었다.
그러나 두 세계가 각자의 절반을 내재화하며 벽을 높이면, 한국은 양 끝에서 동시에 밀려난다. 한국은 프런티어를 발명하는 나라도 아니고, 국가가 깔아 주는 거대 시장을 가진 나라도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이 발명하면 중국이 적용하는 세계'가 도래하고 있다. 여기에 아직 '한국'이라고 적힌 의자가 반도체 외에는 없다. 한국이 AI 선도 국가라는 의자에 앉으려면 부품 공급자라는 익숙한 자리를 넘어, 칩과 모델이라는 설계층에 자본을 걸거나, 흩어진 몸과 뇌와 신경을 하나로 꿰는 통합 사업자를 길러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한국은 두 개의 AI 세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양쪽에 부품을 대다 양쪽에서 내쳐지는 가장 위험한 자리에 남게 된다. 이번 상하이가 확인해 준 것은, 그 선택에 남은 시간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