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오픈AI가 만든 새로운 힘의 균형, 구글∙MS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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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jin Kim 2024.06.14 15:05 PDT
애플-오픈AI가 만든 새로운 힘의 균형, 구글∙MS가 움직인다
애플 WWDC2024에 나타난 샘 알트만 오픈AI CEO (출처 : @MacGeneration 엑스 계정)

[테크브리핑]
애플, 공짜로 챗GPT 쓴다. 오픈AI에 손해인가?
시리가 챗GPT 쓰면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는 시작일 뿐
미국서 여자 스포츠 인기…케이틀린 클라크 광고 스타로
각종 신기록에 여성 스포츠과학 스타트업도 부상

애플, 공짜로 챗GPT 쓴다. 구글에 미치는 영향

애플과 오픈AI가 최근 체결한 파트너십에 대해 금전적인 대가가 오고 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애플은 지난 10일 개막한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자사의 음성 비서 '시리'(Siri)에 챗GPT를 접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시리가 사용자의 요청을 처리하지만, 필요할 경우 사용자의 동의를 얻고 챗GPT를 연결해 주는 방식이죠. 13일 블룸버그, 더인포메이션 등은 오픈AI의 서비스를 애플의 하드웨어 기기에 기본 탑재하지만, 애플은 오픈AI에 기술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보도했습니다.

👉 오픈AI 손해? 단정하긴 일러

차후 오픈AI에게 손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오픈AI는 챗GPT를 운영하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애저 클라우드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어 이에 따른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많은 사람이 챗GPT를 사용할수록 비용도 더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정하긴 이릅니다. 오픈AI는 수억대의 애플 기기에 서비스를 탑재해 사용자를 확대하는 게 금전적 보상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애플 제품에서 챗GPT를 무료로 제공하지만, 이후 애플 이용자들을 챗GPT 유료 계정으로 전환하는 방법으로 돈을 벌 계획이죠. 챗GPT에는 무로 버전이 있지만, 월 20달러짜리 챗GPT플러스를 결제하면 더 빠르고 고도화된 기능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까지 오픈AI는 수익화에 순항 중입니다. 최근 첫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영입한 오픈AI는 6개월여 만에 전년 한 해 매출의 2배 이상이 넘는 매출을 달성했습니다.

13일 디인포메이션,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샘 알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직원들과 만나 오픈AI의 지난 6개월간 매출 34억 달러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픈AI의 지난 한 해 연간 매출이 16억달러란 점과 비교하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오픈AI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매출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수익모델 다각화에 집중해서입니다. 그간 생성형 AI 개발 및 서비스 비용 폭등으로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느꼈으나, 개인 구독을 넘어 최근 B2B 사업을 강화하면서 수익 개선에 숨통이 트인 분위기죠. 애플과 파트너십을 맺고 애플의 AI 음성 비서 '시리'에 챗GPT를 접목하는 데 대해서는 직접적으로 받는 수수료는 없지만 오픈AI 내부에서는 애플 사용자가 챗GPT 결제로 이어지는데 기대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픈AI는 점차 상업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넥스트도어' 전 CEO였던 사라 프라이어를 최근 CFO로 영입하기도 했습니다. 이 자리는 2년간 공석이었던 자리죠. 블룸버그는 "오픈AI가 기업에 서비스를 판매하는 등 AI 수익을 늘려야 하는 중요한 순간에 새로운 고위 임원을 영입했다"며 "보다 강력한 AI 모델(GPT-5)은 자금력이 풍부한 경쟁사(구글)보다 앞서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오픈AI의 수익은 스타트업 경쟁사를 상회합니다. 앤트로픽은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연간 1억달러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2024년 말까지 연간 수익이 8억 5000만달러 이상에 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코히어는 4월 연간 수익이 2200만달러에 불과했습니다.

👉 애플의 새로운 수익모델, 구글에 의미는?

애플은 오픈AI 협업을 계기로 AI 기업과의 수익공유모델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용자들이 애플을 통해 챗GPT 유료 버전을 결제하게 되면 애플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습니다. 애플은 자사 앱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결제할 경우 30%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죠. 애플은 오픈AI와 독점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으며, 구글의 AI챗봇 서비스인 제미나이, 앤트로픽의 클로드 탑재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애플-오픈AI 연합은 구글이 애플 사파리의 기본 검색엔진에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는 계약과 다른 형태입니다. 20년 넘게 애플은 자사 사파리 브라우저의 기본 검색엔진으로 구글을 택했습니다. 애플의 막대한 사용자는 구글 검색 사업에 막대한 트래픽을 유도했죠. 이 대가로 구글은 아이폰 제조사에 연간 약 180억달러를 지불합니다.

애플의 아이폰에 챗GPT 기능이 탑재되면 구글 검색 사용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시리와 상호작용하기 시작하면 사파리 대신 시리와 챗GPT로 검색하게 될 수 있죠. 검색의 기본값이 구글에서 챗GPT로 바뀌게 되는 셈입니다. 오픈AI가 수많은 뉴스 미디어 기업 및 커뮤니티 데이터를 끌어오는 이유기도 하죠.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팀 쿡 애플 CEO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는 시작에 불과하다

애플-오픈AI 연합에 긴장하는 기업이 또 있습니다. 오픈AI의 가장 큰 파트너이자 투자자인 마이크로소프트입니다.

애플의 협업 발표에 12일 애플의 시가총액은 3조 3800억 달러(주당 218달러 기준)로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이 3조 2900억 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10일 기조연설 이후 처음에는 주가가 급락했지만 기기 교체 주기가 도래하면서 상당한 수요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 힘입어 반등했죠. 애플이 미국 모바일 기기 시장의 60%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애플의 행보는 소비자 행동과 시장 경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월가의 중론입니다.

👉 새로운 힘의 균형, 술레이만과 코히어

인공지능(AI)이 부상하기 전 통 크게 오픈AI에 투자했던 사티아 나델라 CEO는 더 큰 그림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오픈AI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오픈AI의 기술을 활용, 자체 AI 기술 개발에 집중할 가능성이 나옵니다.

현재 윈도우를 비롯한 MS 프로그램에 탑재된 ‘코파일럿’(Copilot) 등의 인공지능 기능은 오픈AI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MS는 지난 3월 무스타파 술레이만을 MS 수석부사장 겸 AI 부문 최고책임자로 영입한 게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죠.

술레이만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공동창업자로, 인공지능 업계에서 샘 알트만의 라이벌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MS는 당시 술레이만의 스타트업 ‘인플렉션AI’를 인수하고 직원 대부분을 고용하는 등 그를 파격적으로 대우했죠. 링크트인에 따르면 오픈AI 기술을 회사의 검색엔진 빙(Bing)에 통합하는 AI 엔지니어팀을 이끌던 사우라브 티와리(Saurabh Tiwary)는 11여년 만에 구글로 이직했습니다.

술레이만이 이끄는 AI팀은 빙, 윈도우용 코파일럿 등 소비자(컨슈머) 제품을 담당하고, 나델라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제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보도에 따르면 나델라 CEO는 최근 오픈AI 기술을 대대적으로 적용했지만, 빙의 점유율이 개선되지 않은 점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죠. 직원들은 술래이만과 알트만이라는 두 개의 큰 AI 조직 사이 갈팡질팡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MS는 이외에도 다국어 언어모델 개발에 강점을 보이는 ‘코히어’(Cohere)와 프랑스의 대표 스타트업 ‘미스트랄 AI’(Mistral AI)에 대규모 투자한 바 있습니다. 아랍에미리트 국영 AI 기업 ‘G24’에 15억달러를 투자하면서 자사 클라우드 애저를 사용하게 했죠. 모두 오픈AI의 경쟁사입니다. 사티아 나델라 CEO가 재직하는 10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은 10배 이상 상승,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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