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광 속 카나리아?"...3조 달러 사모신용, '유동성 환상' 깨지다
“돈을 못 돌려준다?”…블루아울 결정에 3조 달러 사모신용 시장 ‘패닉’
“시한폭탄이 터졌다”…사모신용 리테일화의 대가, 뱅크런 촉발했다
에이전틱 AI의 나비효과...총알이 되어 사모신용 유동성 위기로
환매→자산매각→주가폭락…공포가 공포를 부르는 위험한 고리
📌 더밀크의 AI 핵심 브리핑
사모신용 대형 운용사 블루올이 14억 달러 자산을 급매하고 리테일 펀드 환매를 영구 폐지하면서, 3조 달러 사모신용 시장의 구조적 취약점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이를 초래한 트리거는 AI로 인한 소프트웨어 산업의 붕괴였다. AI의 '파괴적 혁명'은 어디까지 향할 것인가?
“돈을 못 돌려준다?”…블루아울 결정에 3조 달러 사모신용 시장 ‘패닉’
우리는 환매를 중단한 것이 아니다. 환매의 형태를 바꾼 것이다.크레이그 패커, 블루아울캐피털 공동 창업자
2월 19일(현지시각) 크레이그 패커는 투자자에게 돈을 돌려줄 수 없어서 '돌려주는 방식'을 바꿨다는 궤변으로 시장을 충격에 빠뜨렸다. 문제는 그의 발언이 한 사모펀드 운용사의 변명이 아니라 3조 달러 사모신용(Private Credit) 시장 전체에 드리워진 유동성 위기의 가능성을 보였다는데에 있다.
블루아울은 최근 자사 비즈니스개발회사(BDC)의 3개 펀드에서 직접대출 자산 14억 달러어치를 북미 연기금과 보험사에 매각했다. 가격은 액면가의 99.7%로 거의 제값을 받은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128개 기업과 27개 산업에 걸친 대출이었고 경영진 역시 이를 "자산 건전성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라 자평했다.
하지만 그 후의 조치가 강력한 반발을 초래했다. 블루아울은 동시에 개인투자자 대상 비상장 펀드인 'OBDC II'의 분기별 환매를 영구 폐지하고, 대신 향후 45일 안에 순자산가치(NAV)의 30%를 자본 분배 형태로 돌려주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기존에는 투자자가 분기마다 순자산의 5%까지 환매, 즉 투자금의 회수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 제도를 폐지하면서 대신 블루아울이 자산을 팔거나 회수하는 대로, 알아서 자본을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할 때 돈을 뺄 수 있던 권리'가 갑자기 '회사가 줄 때까지 기다리는 구조'로 순식간에 바뀐 것이다.
시장은 즉각 이를 유동성 위기의 전조로 판단했다. 블루아울의 주가는 즉시 10% 수준으로 폭락했고 같은 사모펀드 계열의 회사인 아폴로글로벌 매니지먼트와 블랙스톤의 주가도 동반 급락했다. 문제는 이런 기조가 일시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 한 해동안 블루아울의 주가는 50%가 넘게 떨어졌다.
에버코어 ISI의 글렌 쇼어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포트폴리오의 30%를 액면가에 팔았다는 건 훌륭한 일이지만 그것이 동시에 사람들로 하여금 나머지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의심하게 만들었다"며 회사가 항상 가장 좋은 자산을 먼저 내놓는다고 분석했다. 결국 블루아울의 장부에 남아 있는 대출은 매각된 것보다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것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위기의식을 촉발한 트리거가 된 것이다.
“시한폭탄이 터졌다”…사모신용 리테일화의 대가, 뱅크런 촉발했다
문제는 이 사태의 본질이 블루아울 한 곳에 국한되지 않다는 점이다. 사모신용 업계가 2020년 중반 내내 밀어붙인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리테일화 전략 자체가 내장하고 있던 시한폭탄이 터졌다는 분석이다.
사모신용 펀드의 작동 원리는 단순하다.
투자자가 장기간 자금을 묶어두면, 펀드는 그 돈으로 정크등급 기업에 대출을 실행하고 만기까지 보유하면서 높은 이자를 배당으로 돌려준다. 비유동적인 자산을 비유동적인 자본으로 운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그동안 사모신용이 은행의 뱅크런 리스크에서 자유롭다고 주장해온 핵심 논리였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그렇다는 의미다.
문제는 사모신용 업계의 탐욕이 이 논리를 스스로 배신하도록 만들었다는 데 있다. 블라아울을 비롯해 블랙스톤이나 아폴로와 같은 대형 운용사들은 기관 투자자만으로는 펀드를 확장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그들은 '세미리퀴드(Semi-Liquid)'라는 하이브리드 구조를 설계했다. 월가의 탐욕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이들은 분기마다 순자산의 5%까지 환매를 허용해며 개인 부유층 투자자들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비유동성 원칙이 깨진 것이다.
열기는 뜨거웠다. 일부는 401(k) 퇴직연금에까지 사모신용 상품을 편입시키려 하고 있을 정도다. 듀크대학교 푸쿠아 경영대학원의 연구에 따르면 상장 BDC의 기관투자자 지분은 25%에 불과하다. 이미 75%가 개인 투자자라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비유동 자산을 보유한 펀드에 유동성을 기대하는 자금을 받은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자산이 꾸준히 우상향한다는 전제, 즉 맑은 날에만 작동하는 약속이다.
환매 요청이 5% 한도 안에 머무는 정상적인 시장에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주가가 하락하고 자산의 가치가 떨어지며 공포가 퍼지면 환매 요청이 한도를 초과하고 게이트가 닫히며 투자자는 자금이 묶인다. 당연히 은행 예금보장보험같은 안전장치는 없다. 공포는 더 크고 빠르게 확산된다.
실제로 로버트 A. 스탱거의 데이터가 이 공포의 속도를 보여줬다.
운용자산 10억 달러 이상의 BDC들이 2025년 4분기 환매 요청 총액은 29억 달러로 전 분기 대비 무려 200%나 폭증한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블루아울의 기술 중심 BDC에서는 환매 요청이 순자산의 15%에 달했다.
블랙스톤이 운용하는 업계 최대 세미리퀴드 펀드의 월간 유입액은 2025년 11월의 11억 달러에서 올해 1월 6억 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세미리퀴드 BDC 전체의 자금 유입은 최근 3개월 동안 평균 15%가 줄었다.
유입은 줄고 유출은 급증하는 현상, 즉 유동성 위기의 교과서적인 전조가 나타난 것이다.
에이전틱 AI의 나비효과...총알이 되어 사모신용 유동성 위기로
흥미로운 점은 블루아울을 비롯한 사모펀드의 유동성 스트레스를 촉발한 직접적 원인이 바로 AI로 인한 소프트웨어 산업의 붕괴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트리거는 환매 압력이지만 그 환매 압력을 만든 근본적 원인은 바로 AI 혁명이 소프트웨어 산업에 가져온 밸류에이션 충격이다.
실제 블루아울 대출 포트폴리오의 70% 이상이 소프트웨어 기업에 집중되어 있다.
이번 14억 달러의 매각분 중에서도 13%가 인터넷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기업에 대한 대출이었다. 공개시장에서 소프트웨어 기업 레버리지론은 현재 액면가의 약 91센트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블루아울이 99.7센트에 매각했다는 건 매각 대상으로 삼은 자산이 포트폴리오 내에서도 상대적으로 양호한 것들이었다는 의미다.
투자자들의 의구심은 여기에서 시작됐다. 그럼 남은 것들은 과연 양호한가?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목격되는 에이전틱 AI로 인한 소프트웨어 산업의 붕괴는 구조적이라는 것이다. 일시적인 밸류에이션의 축소가 아닌 AI로 대체되는 기업들은 사업 모델 자체가 사라지는 구조적 조정이다.
이는 사모신용 투자자들에게는 특히 치명적이다. AI가 기업의 경쟁우위 자체를 근본적으로 위협한다는 시장의 인식이 커지면서 즉시 포지션을 청산할 수 있는 주식이나 채권 투자자와는 반대로 그렇게 할 수 없는 사모신용 투자자의 공포는 더 커진다.
자산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공포와 그 자산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구조적 제약이 결합되면 투자자들은 가능한 모든 탈출구에 사람들이 몰리게 된다. 일종의 뱅크런 현상이 사모신용 시장의 '분기별 환매'로 나타난 것이다.
더밀크의 시각: 환매→자산매각→주가폭락…공포가 공포를 부르는 위험한 고리
이번 사모신용 사태의 가장 큰 위험은 바로 '자기실현적' 공포의 확산 사이클이다.
페드워치의 벤 애몬스는 "시장이 반응하면 그것 자체가 자기실현적 아이디어가 된다. 환매가 더 늘고, 그럼 회사는 더 많은 대출을 팔아야 하며, 그것이 다시 주가를 끌어내린다"는 것이다.
문제는 위기는 규모가 아니라 '신뢰의 균열'에서 시작된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자신의 장부 가치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그리고 자신의 자산을 원할 때 다시 돌려받을 수 없다는 공포가 퍼지면, 실제 부실 여부와는 무관하게 위기는 자기실현적으로 확대된다.
베르다드캐피털의 댄 라스무센은 "좋을 때는 캐시플로우가 정상적인 환매 요청을 감당할 수 있지만 상황이 나빠지면 환매 요청이 쏟아지고 결국 바닥을 향한 경주가 시작된다"고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일부는 현 블루아울 사태를 2007년 8월 BNP파리바가 3개 펀드의 환매를 동결시킨 사건에 비교하고 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전 핌코 CEO는 "지금이 탄광 속 카나리아의 순간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물론 현재 사모신용의 총 운용자산(AUM) 3조 달러 규모는 2008년 당시 서브프라임 파생상품 규모에 비하면 작다. 대부분의 자본이 폐쇄형 펀드에 잠겨 있어 전면적인 뱅크런의 가능성은 제한적이고 레버리지도 은행 대비 훨씬 낮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작금의 시장은 마진부채가 닷컴버블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만큼 부채와 레버리지에 쩔어있는 시장이다. 모두가 한 방향만을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AI가 초래한 소프트웨어 산업의 붕괴와 이로 인한 사모신용 시장의 균열은 나비효과가 시장을 흔드는 하나의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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