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관객 둘 중 한 명은 C레벨… CES에서 한국 기업이 놓치는 진짜 기회
[CES 2027] CES 이렇게 공략하라
CES2026 한국인 참가 1만3509명… "이제 성과를 증명해야 할 때"
미디어 7037명, 기사는 준비된 기업에게만 간다... "스토리 발굴에 전력 기울여야"
한국 기업의 CES 2027 전략? "전시보다 미팅, CES 이후 90일이 진짜 성과"
CES에서 좌우를 둘러보면 둘 중 한 명은 C레벨이라고 봐야 한다.손재권 더밀크 대표, CES 전략 세미나 중에서
손재권 더밀크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마포구 SVC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진흥원, KOTRA가 공동으로 주최한 CES혁신상 수상전략 교육 및 역량지원 강화 세미나 기조 강연에서 “제품을 당장 구매하거나 투자하거나 의사결정할 수 있는 사람들이 현장에 온다”며 이렇게 말했다.
마주친 상대를 명함만 주고받을 대상으로 여기는 순간 정작 그 순간에도 구매 및 투자 결정을 하라 수 있는 사람들을 놓치게 된다는 의미다.
실제 CES를 주최하는 CTA의 CES2026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참석자 14만8392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7만7197명이 사장(President), 창업자(Founder), C레벨(C-Level) 이상의 의사결정권자였다. 부스 앞을 지나가는 두 사람 중 한 명이 그 자리에서 계약서에 서명하거나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이 수치는 CES라는 행사의 성격 자체를 다시 규정한다. CES2026에는 산업 관계자 8만6679명, 전시업체 관계자 5만4676명, 미디어 7037명이 참석했다. 해외 참석자는 5만5841명, 전체의 37.6%를 기록했다. 포춘(Fortune) 500대 기업 중 307곳도 현장에 있었다. TV와 가전제품의 트렌드를 파악하러온 사람보다, 계약과 파트너십과 투자를 만들러 온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 행사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한국 기업은 CES를 '행사(쇼케이스)'로만 받아들인다. 부스를 둘러보고, 신제품을 확인하고, 트렌드를 학습하고, 이후 언론 보도를 기다리는 방식이다. 반면 미국과 글로벌 기업이 CES에 오는 이유는 처음부터 다르다. 물건을 사고팔거나, 투자처를 찾고, 파트너를 찾기 위한 '실무' 목적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는 데이터와도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산업 참석자의 고객 기반을 보면 B2B가 42.6%, B2B와 B2C를 모두 대상으로 하는 참석자가 35%였다. 두 그룹을 합치면 77.6%가 B2B 목적을 가진 참석자다. 순수 B2C 성격보다 B2B 성격이 압도적으로 강한 행사라는 뜻이다.
손재권 대표는 "이 구조가 이미 바뀌었다면,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도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스 방문객 수와 일반 관람객 반응만으로 CES 참가의 성패를 가늠해서는 안 된다는 것.
기업이 실제로 확인해야 할 지표는 따로 있다. 사전 미팅 수, 바이어 접촉 수, 투자자 후속 미팅, PoC 제안, 파트너십 후보, 유통 가능성, 미디어 인터뷰, 그리고 CES 이후 90일 안의 실질 전환이다.
한국 기업이 여전히 “신제품 트렌드를 확인하는 자리”로만 CES에 접근한다면, 그 판단은 절반의 사실만 보고 있는 셈이다. 나머지 절반, 즉 '7만7197명의 의사결정자를 어떻게 만나고 무엇을 거래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핵심 전략으로 삼아야한다.
CES2026 한국인 참가 1만3509명… "이제 성과를 증명해야 할 때"
아마존 1817명, 월마트 362명… 그들은 왜 CES에 오는가
CES 2026에서 한국은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국가별 참석자 수를 보면 미국이 9만2551명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은 1만3509명으로 2위를 기록했다. 중국은 1만2175명, 일본은 5819명, 대만은 2044명이었다. 미국을 제외하면 한국이 CES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보인 국가였던 셈이다.
이는 한국 기업과 기관이 미래 기술과 글로벌 시장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는 증거다. 동시에 무거운 책임도 따른다. 참가 인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입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부스 운영비, 항공·숙박, 정부와 공공기관 지원 사업 등을 모두 합하면 한국이 CES에 투입하는 비용이 연간 약 1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손재권 대표는 "한국은 CES에 가장 많이 가는 나라 중 하나다. 이제는 얼마나 갔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가져왔는지를 증명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정부 지원 사업이나 공공기관 파견으로 CES에 참가하는 경우라면 책임은 더 커진다. 그는 "이곳에 투입되는 예산은 결국 국민의 세금"이라며 "기업이든 기관이든 투자한 비용만큼 계약과 파트너십, 투자 유치, 시장 정보 등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가 가장 경계한 것은 '한국인만 만나고 돌아오는 CES'다. CES 현장에는 글로벌 기업의 C레벨 임원, 바이어, 투자자, 미디어 등 전 세계 의사결정자가 모인다. 이들과 연결되지 못하고 한국 기업끼리만 네트워킹하다 돌아온다면 CES의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그는 내년 CES에서는 경쟁 환경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2027년에는 중국 참가자가 한국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며 "참가 규모 자체를 경쟁하기보다, 얼마나 많은 글로벌 계약과 협업을 만들어냈는지가 한국 기업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ES 2026 통계를 글로벌 바이어와 플랫폼 기업들이 얼마나 큰 규모로 현장을 찾는지 보여준다. 주요 기업 참석자 수를 보면 아마존이 1817명으로 가장 많았고, 레노버 970명, 마이크로소프트 492명, HP 365명, 월마트 362명, 애플 247명, 델 테크놀로지 140명, 베스트바이 133명이 라스베이거스를 찾았다.
이들이 CES를 찾는 이유는 전시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다.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발굴하고, 공급망과 파트너를 찾고, 투자 기회를 검토하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CES는 세계 주요 기업의 의사결정자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거대한 비즈니스 시장이다.
손 대표는 "아마존은 1800명 넘는 직원을, 월마트도 300명 이상을 CES에 보낸다"며 "그런데 한국 기업 가운데 이들을 실제로 만나고 왔다는 사례는 많지 않다. 만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찾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준비의 문제가 아니라 마인드셋의 문제라고 진단했다.
"왜 정부에 연결해 달라고 하고, 왜 에이전시가 대신 찾아주길 기대하는가. 내 고객은 결국 내가 찾아야 한다."
CES는 스스로 기회를 만드는 현장이라는 뜻이다. 아마존과 월마트가 수백 명의 담당자를 현장에 보냈다는 것은, 준비만 돼 있다면 충분히 접촉할 수 있는 상대가 이미 같은 공간에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성패는 전시장보다 전시 이전에 결정된다. 부스에서 방문객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참가 전부터 목표 기업을 선정하고, 담당자를 찾아 미팅을 요청해야 한다. 영문 원페이지와 데모 자료를 미리 전달하고, 전시 기간에는 약속된 미팅을 실행하는 일정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CES는 미리 준비한 비즈니스를 현장에서 완성하는 협상장이다. 준비 없이 참가하면 전시를 보고 돌아오지만, 준비를 마친 기업은 계약과 파트너십을 가지고 돌아간다.
미디어 7037명… 기사는 준비된 기업에게만 간다
CES 2026에는 전 세계 82개 국가와 지역에서 기자, 애널리스트, 콘텐츠 크리에이터 등 7037명이 참석했다. 행사 기간 CES 관련 소셜미디어 도달 규모(Reach)는 578억 회, 언급량은 38만3000건에 달했다.
이처럼 글로벌 미디어가 한자리에 모이는 행사는 흔치 않다. 손 대표는 "7000명의 해외 기자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는 CES를 제외하면 월드컵이나 올림픽 정도"라며 "산업별 전시회에도 기자들은 오지만, 이 정도 규모의 글로벌 미디어가 동시에 모이는 행사는 사실상 CES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CES는 한국 기업에게 세계 시장에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미디어 노출 역시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기자는 기사를 쓰기 위해 현장을 찾지만, 기사거리는 기업이 제공해야 한다.
손 대표는 "기자들은 기사를 쓰려고 CES에 온다. 그런데 우리 회사 기사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 수억원을 들여도 얻기 어려운 글로벌 언론 노출 기회가 현장에는 열려 있는데, 정작 많은 기업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를 위해선 기자가 쓸만한 스토리를 던져야한다. 왜 이 기술이 지금 중요한지, 기존 시장의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 글로벌 독자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하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여기에 객관적인 수치와 고객 사례, 시장 데이터가 더해질 때 비로소 기사 가치가 생긴다고 손 대표는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전시 개막 전에 영문 보도자료와 고해상도 이미지, 제품 소개 영상, 창업자 인터뷰, 고객 사례, 미디어 키트 등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기자와의 미팅도 현장에서 처음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연락하고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CES에서 가장 중요한 미디어 전략은 '기사가 될 만한 이야기를 미리 설계하는 일'이다. 전시는 그 스토리를 세계 언론에 전달하는 플랫폼으로 바라봐야 한다.
관의 KPI와 기업의 KPI는 다르다
한국 기업이 CES에서 흔히 범하는 실수는 지원기관의 핵심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 이하 KPI)와 기업의 KPI를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데 있다. 지원기관은 참가 기업 수와 부스 방문객, 언론 노출, 혁신상 수상 실적을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CES에서 얻어야 할 성과는 전혀 다르다.
기업이 따져야 할 지표는 사전 미팅을 몇 건 성사시켰는지, 바이어와 후속 논의를 시작했는지, 투자자와 두 번째 미팅으로 이어졌는지, PoC 제안서를 보냈는지, 유통·기술 파트너를 확보했는지, 그리고 전시 이후 90일 안에 실제 사업 기회로 연결됐는지다.
손재권 대표는 "관람객 수와 언론 노출은 기관의 KPI일 수 있지만 기업의 KPI는 사전 미팅, PoC, 딜 메이킹이어야 한다"며 "기업이 왜 기관의 KPI를 자신의 성과처럼 받아들이는지부터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준이 중요한 이유는 CES의 성격 자체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CES가 TV와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 소비자 제품을 선보이는 무대였다면 이제는 산업과 기업 전략을 논의하는 B2B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CES 2026의 핵심 주제는 피지컬 AI, 로보틱스, 디지털 헬스, 모빌리티 등이었다. 키노트 역시 엔비디아 젠슨 황, AMD 리사 수, 레노버 양위안칭, 지멘스 롤랜드 부쉬, 캐터필러 조 크리드 등 산업 생태계를 이끄는 리더들이 중심에 섰다.
참가자들의 관심도도 비슷한 트렌드를 보였다. CES 2026에서 가장 높은 관심을 받은 분야는 AI(3만9929명)였으며, 로보틱스(1만9605명), 컴퓨팅(1만7468명), IoT(1만6921명), 모빌리티(1만5457명), 스마트홈(1만4005명), 디지털 헬스(1만2056명)가 뒤를 이었다.
손 대표는 "이제 CES에서 제품 하나를 팔겠다는 생각으로 오는 회사는 거의 없다"며 "CES는 산업의 방향을 만들고 파트너십을 설계하는 자리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는 기업이 가져가야 할 성과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이 많이 왔고 부스가 붐볐다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항공과 숙박, 부스 운영, 물류와 인력까지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만큼 얼마나 많은 전략적 파트너와 연결됐고, 그 만남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졌는지가 CES의 진짜 성적표가 되고 있다.
한국 기업의 CES 2027 전략: 전시에서 미팅으로... CES 이후 90일이 진짜 성과
한국 기업이 CES 2027을 준비한다면 가장 먼저 손봐야 할 것은 부스보다 우선순위 자체다. 먼저 만나야 할 기업 목록이 있어야 하고, 먼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인지에 대한 정의가 있어야 한다. 현장 운영 계획보다 사전에 확보한 미팅이 더 중요하고, 제품 기능 설명에 앞서 고객이 얻을 비즈니스 가치와 투자 대비 효과(ROI)를 제시해야 한다.
손재권 대표는 CES 전략이 최소 6개월 전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 6개월 전에는 제품 메시지를 재정리하고 혁신상 지원 카테고리를 확정해야 한다. 영문 원페이저와 데모 시나리오도 이 시기에 완성해두는 것이 좋다.
3개월 전부터는 바이어와 투자자, 미디어를 향한 실질적인 접촉이 시작돼야 한다. 이메일을 보내고 미팅을 제안하고 현장 일정을 확정하는 단계다. 한 달 전에는 미팅 캘린더와 PR 키트, FAQ, 후속 이메일 템플릿까지 준비돼 있어야 한다. CES 현장은 미리 만들어 놓은 기회를 실행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현장 운영 방식도 여기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 부스는 미팅 공간으로 기능해야 한다. 방문객이 부스를 지나가는 짧은 순간 안에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인지 이해시키고, 데모로 차별성을 보여주고, 고객이 얻을 비즈니스 가치까지 전달해야 한다. 이때 목표는 후속 미팅의 확보다.
손 대표가 강조한 진짜 승부는 전시가 끝난 뒤에 시작된다. 기업 입장에서 CES 행사가 끝난 뒤의 90일이 실제 성과가 더 중요하다. 현장에서 만난 바이어와 투자자, 미디어, 잠재 파트너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CES 투자의 성패가 갈린다.
첫 7일 안에는 모든 미팅 내용을 정리하고 후속 이메일을 보내야 한다. 30일 안에는 PoC 제안서와 추가 자료를 전달해야 한다. 60일 안에는 파일럿 프로젝트와 공동 개발 가능성을 구체화해야 한다. 90일 안에는 투자 유치, 유통 계약, 기술 협력, 실증사업, 언론 보도 가운데 최소 하나 이상의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돼야 한다.
손 대표는 “CES에서 받은 박수는 성과가 아니다. 명함도 성과가 아니다. 글로벌 미디어와 사진을 찍는 것도 출발점일 뿐"이라며 "진짜 성과는 딜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더밀크 CES2027 프로그램]
2027 현장을 가장 가까이에서 전달하는 크로스보더 플랫폼으로서 다섯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참관단: 라스베이거스 4박 7일 일정으로 전문가 그룹과 함께하는 맞춤형 전시장 투어, 프리뷰쇼·K-이노베이션 나이트 참가, 총정리 리포트(약 300만원 상당)까지 제공하는 통합 프로그램
VIP 플로어 투어: 정부·기관·기업 VIP를 위한 현장 투어로, 10년 이상 CES를 취재해온 전문가들이 직접 안내
필드가이드: 매년 1만 명 이상이 내려받는 무료 사전 가이드로, 전시별 핵심 내용과 비전을 국문·영문으로 정리
프리뷰쇼 & K-이노베이션 나이트: CES 핵심 트렌드를 미리 짚는 사전 스터디와 국내 정·재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VIP 네트워킹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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