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물가 도대체 얼마나 올랐기에.. 과연 일시적일까?

송이라, 2021.07.18 16:26 P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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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hutterstock)

미국 현지 물가실태 현장 르포 + 분석
관광지에 넘쳐나는 사람들…일자리 부족 아우성
중고차·렌터카 수요 폭발…고객 불만 치솟아
연준 "일시적 현상" 입장 유지 VS 시장 "물가상승기 대비해야"

현재 미국 경제 최대의 화두는 단연 '인플레이션'입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발표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3년 만에 최대폭의 상승세를 보이며 월가 예상치를 4개월 연속 비껴갔습니다. 연준은 현재의 물가 상승은 '일시적'이라며 비둘기파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사뭇 다릅니다. 인플레가 결코 일시적인 현상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란 겁니다. 이에 더밀크는 지난 3주간 미국 여러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물가 실태를 집중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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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씨가 판매한 중고차 닛산 로그 (출처 : 송이라 기자)

#사례1. 중고차 판매 (미 보스톤)

지난 2019년 남성환(38·가명)씨는 닛산의 SUV차량 로그(Rogue)를 중고로 매입했다. 당시 1만8000마일을 달린 중고차를 1만8000달러에 구입, 2년간 3만3000마일까지 사용했다. 차를 판매하려 시세를 알아보던 남씨는 깜짝 놀랐다. 1만7500달러를 주겠다는 것. 온라인으로 판매의사를 등록하자마자 여러 업체로부터 연락이 왔고 판매를 결심하고 내놓자 마자 차가 팔리고 계좌에 입금이 됐다. 결국 2년간 500달러 주고 탄 셈이 됐다. 남씨는 "중고차 시세가 이정도 일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사례2. 렌터카, 휘발유 가격 (라스베이거스)

1일(현지시각)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베네치안 리조트 로비는 체크인을 기다리는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겨 '죽음의 도시'로 불렸던 라스베가스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특히 렌터카 대란 현상이 벌어졌다. 허츠(Hertz)에서 렌터카를 예약한 남씨는 출발 직전 예약한 차가 없다는 일방적인 문자 통보를 받은 것. 허츠 이스트사하라(East Sahara) 지점 직원 카를로스씨는 "렌터카 수요가 많아 차가 없다. 어쩔 수 없다. 기다리라"고만 했다. 50달러에 인터넷으로 예약한 남씨는 180달러에 SUV 차량을 겨우 빌릴 수 있었다. 기름값은 갤런당 4달러가 넘었다.

#사례3. 식당 직원 부족 (하와이)

12일(현지시각) 오후 6시. 하와이 오하우섬에 위치한 한식당 '야키니쿠 서울'은 손님들로 넘쳐났다. 식당 주인까지 투입돼 음식을 나르고 있었지만 직원 수는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식당 주인 A씨는 "요즘 손님은 늘어나는데 직원을 구할 수 없어서 너무 힘들다. 정부 실업급여 혜택이 끝나는 8~9월이 되면 떠났던 직원들도 다시 돌아오기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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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라스베가스에 위치한 베네치안 리조트 로비 (출처 : 송이라 기자)

6월 소비자 물가 급등…주요 상품가격 줄줄이 인상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숫자로도 즉시 확인된다. 지난 13일(현지시각) 미 노동부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5.4% 급등, 2008년 8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것. 5% 상승을 예상했던 월가 전망을 비웃듯 상승세를 이어갔다. 같은 날 나온 생산자물가지수(PPI)도 7.3% 폭등, 11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소비자들의 경제 체감도와 소비 의향을 보여주는 미국의 대표적인 소비자 신뢰지수 중 하나인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도 전달보다 크게 하락했다. 물가가 갑자기 크게 오르자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미시간대에 따르면 7월 소비자태도지수는 80.8로 전월 85.5보다 하락했다. 팬데믹 이후 경기 회복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약화했다는 의미다.

물가상승 압력은 결국 상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펩시콜라는 최근 실적발표 자리에서 인플레가 가속화됨에 따라 일부 재료와 화물, 인건비가 높아졌다며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맥도날드와 던킨도넛, 타코벨은 올해 각각 8~10%의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역대 최대 수준의 가격 인상이다. 고든 해스켓(Gordon Haskett)이 24개 레스토랑 체인을 조사한 결과 17개 체인점이 올해 가격을 올렸고 가격 인상의 규모와 빈도 모두 증가했다.

팬데믹을 거치며 필수 서비스로 자리매김한 스트리밍 서비스업체들도 줄줄이 가격인상에 나서고 있다. 넷플릭스가 올초 가격인상을 단행한 데 이어 ESPN플러스는 오는 8월 13일부터 구독료를 인상할 방침이다. 올해 들어서만 두번째 가격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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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hutterstock)

질문1 : 물가는 왜 오르는 것일까?

그렇다면 물가는 왜 오르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인플레이션 원인으로 인건비 상승과 공급망 부족, 소비 증가가 결합해 가격 인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영국의 주간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이션의 요인을 세가지로 분석했다. 먼저 자동차와 가구, 가전제품 등 상품에 대한 수요 붐이다. 특히 팬데믹 중 외부활동이 금지되면서 집 안에서의 더 나은 생활을 위한 상품 위주의 수요가 급증했다는 설명이다. 두번째는 이 상품들 중 일부에서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이 나타나고 있어서다. 예컨대 반도체 부족은 컴퓨터부터 자동차까지 심각한 공급난 불러일으켰다. 세번째는 서비스 가격의 상승이다. 경기부양을 위한 미국 정부의 기록적인 돈 풀기에 주머니가 두둑해진 소비자들은 백신 보급과 경제재개로 빠르게 소비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실업급여 혜택이 연장되면서 식당과 술집, 미용실 등 일선 노동자들은 아직 직장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 그 사이 나타나는 미스매치가 결국 서비스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상기후와 수에즈 운하 해킹사건 등도 공급압력의 한 요인이다.

질문2 : 인플레이션 일시적인가? 항구적인가?

지금까지 물가 인상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지속 될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다. 한번 오른 물가는 좀처럼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또 물가인상은 개인의 행복에도 영향을 미친다. 삶의 질 하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물가다.

때문에 장기간 지속된다면 결국 연준은 금리를 인상해 유동성을 줄이는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 반면 팬데믹에 따른 일시적으로 수급 불일치에 따른 현상이라면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안정될 것이다. 금리 인상 여부는 실물자산 및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기에 시장은 연준의 발언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현재 인플레가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상·하원 청문회에 등장한 그는 "낮은 공급과 높은 수요가 만난 퍼펙트 스톰"이라며 "팬데믹이 초래한 일시적 현상으로 우린 곧 사라질 것에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분의 3분의 1이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차량 관련비용이었고 그 외에도 경제재개에 수혜를 입은 호텔, 항공, 여행, 외식 등이 상승을 주도했는데 이는 팬데믹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다는 점이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만약 이들 비용의 상승분이 없었다면 소비자물가는 5월 이후 하락세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15일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 역시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몇 달 더 이어지겠지만 중기적으론 정상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입장을 같이 했다. 그는 하락 중인 미 10년물 국채금리를 예로 들며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통제 속에 있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이날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0.055%포인트 하락해 1.301%를 기록했다. 6월 CPI 직후 1.4%대로 올랐던 국채금리는 이후 다시 하락 추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반대 논리도 팽팽하다. 같은 날 실적발표를 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인플레 급등은 일시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로나 델타 변이로 아시아 일부 지역들의 생산이 둔화하고 이는 결국 공급망 부족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주장이다. 그는 "유가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붕괴, 연준의 일자리 증가에 초점을 맞춘 정책 때문에 인플레이션은 3%를 웃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물가 상승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과 대비되며 이날 주식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결국 지난 주 다우지수는 0.52% 밀렸고 S&P500 지수는 0.97%, 나스닥지수는 1.87% 각각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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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cnbc)

더밀크의 시각: '장기적' 인플레 과연 가능할까

미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광범위한 물가 상승 현상은 팩트다. 미국에서 이처럼 단기간에 장바구니 물가가 오른 적은 없었다. 체감 물가의 핵심인 기름값과 육류값도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인플레이션은 주식과 채권, 주택, 심지어 암호화폐 시장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금리인상은 부채비율이 높고 성장성에 기대 주가가 형성된 성장주에는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인플레가 과연 연준의 주장대로 '일시적'일지 여부다. 현 상황에서는 정확한 예측이 힘들다.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히는 반도체 부족 현상이 향후 2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은 현재의 인플레 현상이 결코 단기적이지 않을 것이고 연준은 금리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하지만 다른 한 편에선 저성장, 저물가 기조가 변하지 않는 한 장기적 물가 상승압력은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물가상승이 발생하려면 ①수요가 공급보다 지속적으로 많아야 하고 ②증가한 노동비용을 판매가격이 지속적으로 전가해야 하며 ③중앙은행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없어야 하는데 그 어느 한쪽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 특히 거스를 수 없는 추세인 고령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소비를 줄이고 경제활력을 떨어뜨린다. 기록적 수준의 부채율은 소비를 저해할 수밖에 없다. 즉, 현재의 물가 상승은 야구장에서 경기가 끝난 후 관객이 우르르 몰리면서 출입구 주변이 막히는 병목현상일 뿐 꾸준히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대표적인 디스인플레이셔니스트인 래이시 헌트(Lacy Hunt) 전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성장, 저물가 시대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은 지속되기 어렵다"며 "(현재 나타나고 있는) 수요와 공급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반기에 사라지고 (디스인플레이션을 초래하는) 장기적 문제들이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다.이처럼 현재 시장은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엇갈린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다름 아닌 '불확실성'이다. 델타 변이 확산은 또다른 현재의 불확실성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건 물가 상승과 무관하게 생산성을 높이고 있는 기업들은 살아남을 것이란 점이다. 가격결정력이 있고 꾸준하게 펀더멘털을 키우고 있는 기업 투자만이 불확실한 인플레이션 전망에 대응하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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