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월가는 왜 ‘코리아 디스카운트’ 대신 프리미엄을 택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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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6.07.10 22:16 PDT
SK하이닉스, 월가는 왜 ‘코리아 디스카운트’ 대신 프리미엄을 택했나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왼쪽), 고승범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 겸 사외이사(오른쪽)가 단상에 올라 나스닥 시장 오프닝벨 버튼을 누르고 있다. (출처 : SK하이닉스(SK hynix))

[SK하이닉스 나스닥 상장 완료] 의미와 전망
‘완판된 프리미엄’… 이례적 가격이 말해주는 것
월가가 다시 쓴 정체성… 코리아 디스카운트 아니라 프리미엄
향후 관전 포인트: 나스닥 100 지수 편입 유력... 패시브 자금 유입
2027년 이후 반도체 지수 편입 전망… TSMC 넘을까
더밀크의 시각: AI 인프라, 대체 불가능성의 가치

7월 10일(현지시각) 오전 9시 30분, 뉴욕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마켓사이트.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 고승범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 겸 사외이사가 단상에 올라 버튼을 눌렀다. 우렁찬 종소리와 함께 현장에 모인 관계자들의 함성과 박수가 울려 퍼졌고, 꽃가루가 날렸다. 대한민국의 SK하이닉스가 중국 알리바바의 218억달러(를 넘어 미국 증시 역대 최대 외국 IPO(기업공개)에 등극하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SK하이닉스 ADR(미국주식예탁증서) 거래 개시를 알리는 나스닥 오프닝벨 행사 후 최 회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드디어 꿈이 현실이 됐다”고 했다. 15년 전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했을 당시를 돌아보며 소회를 밝힌 것이다.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는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수익률을 제공하고, 주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ADR 추가 발행을 검토할 수 있다는 언급도 했다. 

이날 나스닥 시장에서 SK하이닉스(티커명 SKHYV)의 거래 열기도 뜨거웠다. 공모가 149달러 대비 껑충 뛴 170달러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장중 177달러까지 오르다 168.01달러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상승률은 12.76%. 이번 상장으로 SK하이닉스가 조달한 금액은 총 265억달러(약 39조8100억원)에 달했다. 미국 IPO 전체를 통틀어도 최근 기록적인 매각을 단행한 스페이스X(857억달러)에 이어 역대 2위 규모에 해당하는 초대형 자본 조달 사례다.

역대 최대 규모 외국 기업 IPO (출처 : APP ECONOMY INSIGHTS, 더밀크 편집)

‘완판된 프리미엄’… 이례적 가격이 말해주는 것

이번 상장에서 시장이 가장 주목한 대목은 가격이다. 통상 대규모 ADR을 새로 발행할 때는 투자자를 유인하기 위해 국내 본주 가격보다 할인된 가격으로 결정되는 사례가 많다. 한데 SK하이닉스는 반대로 움직였다. 

ADR 1주가 한국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모가 149달러는 9일 한국거래소에서 마감한 SK하이닉스 보통주 종가(218만6000원) 대비 약 2.9% 높은 가격(환율 1509.9원 기준)이었다. 

수요 자체도 압도적이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보도를 종합하면 SK하이닉스 ADR 북빌딩에는 공모 물량의 7배가 넘는 주문이 몰렸고, 총 주문 규모는 약 2000억달러(약 300조68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기관 주문 가운데는 2억달러 단위로 시작해 10억달러를 넘는 대형 주문도 다수 포함됐다. 

글로벌 탑티어 자산운용사인 베일리기포드 오버시즈, 기술주 중심의 대표적 헤지펀드 코튜 매니지먼트, 오픈AI 출신 레오폴드 아셴브레너가 설립한 AI 인프라 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파트너스 3곳이 수요예측 기간 앵커 투자자로 나서 최대 70억달러 규모의 매수 의향을 밝힌 것도 화제가 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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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에 따르면 실제 공모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최종 배정에서는 이들 3개 기관에 총 50억달러가 배정됐고, 나머지 20억달러어치는 다른 투자자들에게 돌아갔다. 앵커 투자자 외 일반 기관 수요도 두터웠다는 의미다.

일반 기관 중에는 장기 투자 성향의 글로벌 롱온리(long-only) 펀드, 테크 전문 펀드, 국부펀드, 아시아 특화 글로벌 투자자 등 폭넓은 유형의 기관이 포함됐다.

GTC 2026 SK하이닉스 부스를 방문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왼쪽)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 (출처 : 더밀크 박원익)

월가가 다시 쓴 정체성… 코리아 디스카운트 아니라 프리미엄

이번 상장을 단순한 자금 조달 이벤트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가격과 수요, 두 지표가 동시에 시장의 인식 변화를 가리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SK하이닉스는 세계 최대 HBM(고대역폭메모리) 공급사이면서도 미국 경쟁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에 거래돼왔다. 상장 직전 기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5~5.8배 수준으로, 마이크론의 6.66~7배와 뚜렷한 격차를 보였다.

상장 전 곽노정 대표가 “ADR 상장을 통해 투자자 저변을 다변화하고, 기업가치를 온전히 반영하는 밸류에이션을 기대한다”고 밝힌 내용이 현실화된 셈이다. 

SK하이닉스의 프리미엄 공모와 완판은 일단 글로벌 투자 시장의 기대감이 확인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월가에서는 이번 상장이 신규 투자 수요를 창출하는 것인지, 아니면 기존 메모리 관련 종목 투자자를 흡수하는 데 그칠 것인지를 주시하고 있었는데, 일단 시장의 초기 반응이 긍정적으로 나온 것이다. 

흔히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범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미흡한 주주환원, 저조한 수익성·성장성 등이 지목돼 왔는데, SK하이닉스는 이번 ADR 상장으로 이런 걸림돌을 해소한 가장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었다. 

SK하이닉스 같은 글로벌 반도체 및 AI 인프라 생태계 핵심 기업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접근 가능한 창구’를 제공했을 때 저평가가 얼마나 빠르게 해소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공급망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하드웨어 파트너로 평가받고 있으며 AI 가속기(칩)에 필수적인 HBM 점유율 56.4%를 차지하며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을 장식한 SK하이닉스 로고 (출처 : SK하이닉스)

향후 관전 포인트: 나스닥 100 지수 편입 유력... 패시브 자금 유입

자본 조달 측면에서 구조적인 변화도 이뤄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이제 미국 상장 종목만을 편입 대상으로 삼는 각종 지수와 그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의 편입 후보가 됐다. 

이전까지 글로벌 대형 인덱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들은 원화 환전 장벽, 한국 시장의 야간 거래 시차, 까다로운 국내 외국인 투자자 등록 제도 등으로 인해 일정 부분 투자 제약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달러화로 직접 결제되고 표준 미국 예탁원 시스템을 통해 청산되는 ADR 상장으로 이런 장벽이 소멸됐다. 

가장 먼저 편입이 유력시되는 지수는 기술주의 상징인 나스닥 100(Nasdaq-100) 지수다. 과거 대만 TSMC의 경우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선택해 나스닥 100 지수 진입 자체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전략적으로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Nasdaq Global Select Market)을 최종 낙점, 나스닥 100 편입 경로를 선제적으로 확보했다. 나스닥 100 지수는 매년 11월 말 기준 시가총액과 거래량 데이터를 바탕으로 12월 셋째 주 금요일 장 마감 후 연간 정기 구성 종목 리밸런싱(Reconstitution)을 단행한다. 

SK하이닉스는 7월에 상장을 완료했으므로 정기 검토 시점인 11월 말까지 4개월 이상의 거래 이력을 충분히 쌓게 된다. 이에 따라 오는 2026년 12월 정기 조정을 통한 나스닥 100 지수 편입이 유력한 상황이다. 나스닥 100을 추종하는 대표 ETF인 인베스코 QQQ(운용자산 약 3000억달러 이상)에 편입될 경우, 이 지수를 추종하는 전 세계 패시브 자금의 기계적 매수가 뒤따르게 된다.

SK하이닉스의 12단 적층 HBM (출처 : 더밀크 박원익)

2027년 이후 반도체 지수 편입 전망… TSMC 넘을까

전 세계 반도체 투자의 기준점이 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 및 NYSE 반도체 지수(ICE Semiconductor Index) 등 반도체 테마 전문 지수 편입은 정기 리밸런싱 주기와 까다로운 거래 이력 규정을 고려할 때 다소 긴 호흡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NYSE 반도체지수 편입 시기를 빠르면 2027년 9월 정도로 예측하고 있다. 신규 종목이 편입되려면 최소 시가총액(1억달러), 유동성 요건(최근 6개월 각 월 150만 주 이상 거래) 등을 충족해야 한다. 

자산운용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향후 SK하이닉스가 주요 3대 반도체 지수(NYSE 반도체 지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 MVIS 25)에 모두 이름을 올리게 될 경우 유입될 글로벌 패시브 자금의 총합은 약 45억5000만달러(약 6조8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들이 인덱스 복제를 위해 기계적으로 매수해야 하는 자금이 유입되는 것이다.

대만 TSMC 역시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통해 대형 패시브 펀드의 핵심 구성 종목으로 안착하며 안정적인 자금 유입 기반을 확보해 온 전례가 있다. SK하이닉스가 향후 지수 편입 절차를 밟아갈 경우 어느 정도 규모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선례다.

레오폴드 아셴브레너의 투자 포트폴리오 AI 인프라 기업에 집중돼 있다. (출처 : InvestingVisual, 편집=ChatGPT Images)

더밀크의 시각: AI 인프라, 대체 불가능성의 가치

SK하이닉스의 사상 최대 규모 외국 기업 IPO 기록은 단순한 자금 조달 성공 사례를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글로벌 기술 공급망과 국제 자본시장의 판도가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한국의 첨단 제조 기업들이 가야 할 생존 전략의 이정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글로벌 자본시장의 밸류에이션 문법은 ‘제조 역량의 물리적 규모’에서 ‘AI 인프라 대체 불가능성’으로 이동 중이다. 

과거 관점에서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PC와 스마트폰 출하량 주기에 연동되어 호황과 불황을 극단적으로 오가던 전통적 시클리컬(Cyclical) 원자재 사업에 가까웠다. 글로벌 투자자 관점에서는 한국 기업과 제조 공장이 지정학적 경계선 밖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 가치 평가의 감점 요인(디스카운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라는 거대한 신대륙이 열리며 병목을 해결하는 핵심 고부가가치 반도체인 HBM은 고도의 엔지니어링 솔루션으로 본질이 바뀌었다. 월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무시하고 오히려 한국 원주 가격보다 더 비싼 프리미엄을 기꺼이 지불하며 ADR 공모에 뛰어든 본질적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량 한국 기업이 글로벌 자본시장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창구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저평가 해소의 실마리를 만들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재명 대통령(사진 가운데)과 최태원 회장, 이재용 회장이 6월 29일 청와대에서 '메가 프로젝트' 국민보고대회에서 발표한 후 손을 맞잡고 있다 (출처 : 청와대)

유입된 거대 달러 자금의 적시성 있는 집행을 통한 ‘자본 효율성’의 제고도 중요하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경쟁사 대비 설비투자 효율성이 가장 뛰어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매출액 대비 연간 설비투자 비중을 뜻하는 자본집약도 분석에서 SK하이닉스가 약 11% 수준을 기록, 미국 마이크론(21%)이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25%~30%), 중국 정부의 보조금 하에 공격적으로 설비를 늘리고 있는 CXMT(77%) 등에 비해 압도적인 고효율 자본 집행을 자랑해 왔다. 

이번 상장으로 조달한 265억달러를 고스란히 국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단계 팹 건설(31조원), 청주 P&T7 첨단 후공정 패키징 라인 증설(19조원), ASML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12조원) 등에 즉각 집행하기로 결정한 것 역시 매우 정교하고 과감한 결정이다. 

마지막으로 상장은 시작이지 완성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나스닥 100, SOX, NYSE 반도체지수 등 주요 지수 편입은 상장 이후 최소 1년 안팎의 거래 이력과 유동성 요건을 충족해야 가능하다. 미국 상장을 검토하는 다른 한국 기업들은 상장 직후의 단기 모멘텀과, 지수 편입에 따른 중장기 패시브 자금 유입이 서로 다른 시간표로 움직인다는 점을 구분해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더밀크 AI 인사이트 리포트 (출처 : 더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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