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인텔리전스는 AI와 무엇이 다른가? 4대 차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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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4.06.10 10:56 PDT
애플 인텔리전스는 AI와 무엇이 다른가? 4대 차별점
팀 쿡 애플 CEO가 WWDC24 기조연설에 앞서 청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출처 : Apple)

[WWDC 2024] 애플 인텔리전스(AI) 발표
ⓛ개인 데이터 보호 전면에… 행동하는 AI 비서 나온다
②온디바이스 AI 넘어 ‘비공개 클라우드 컴퓨팅’ 혁신
③오픈AI 손잡고 시리에 챗GPT 탑재… 확장성 노려
④앱 전반에 글쓰기, 이미지 생성 기능 탑재... OS 통합의 힘
팀 쿡 CEO “애플 인텔리전스는 게임 체인저... 애플만 가능”

강력한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 AI) 기능은 애플만의 방식으로 구축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입니다
팀 쿡 애플 CEO

팀 쿡 애플 CEO는 10일(현지시각) 쿠퍼티노 본사에서 진행된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WWDC 2024’에서 “애플 인텔리전스는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생성 AI 경쟁에서 다소 뒤처져 있던 애플이 ‘애플 인텔리전스’를 선언, AI 기능을 적용한 대대적인 운영체제(OS) 업데이트를 공개한 것이다.

애플은 이날 자체 설계 반도체인 ‘애플 실리콘’ 기반으로 기기 내부에서 주로 AI 기능을 구동, 강력한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애플 인텔리전스의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또 오픈AI와 협업, 챗GPT를 자체 음성 비서 ‘시리(Siri)’에 탑재한다는 내용도 공식화했다.

다만 애플의 청사진 제공에도 시장은 다소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WWDC 2024 키노트가 시작된 오전 10시(미국 서부 시간)부터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 2% 가까이 떨어진 가격에 거래를 마감했다. 

애플 발표가 예상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투자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 개인 데이터 보호를 앞세운 AI

스마트폰 내 개인 데이터가 보호된다는 점을 강조한 이미지 (출처 : Apple)

크레이그 페더리기 애플 수석 부사장은 이날 애플 인텔리전스의 세부 기능을 발표하기 전 다섯 가지 주요 특징을 강조했다.

애플식 AI인 '애플 인텔리전스'는 강력하고 직관적이며 통합된 경험 및 개인화,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까지 제공한다는 것이다. 

AI 비서가 정말 똑똑하게 작업을 수행하려면 개인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어야 하는데, 아이폰은 ‘A17 프로’ 칩 기반 온디바이스(on-device, 기기 내) 프로세싱과 강력한 개인 정보 보호 정책으로 프라이버시 보호가 가장 철저한 기기라는 논리다. 페더리기 수석 부사장은 이를 ‘새로운 AI 분야 프라이버시 표준’이라고 표현했다. 

예컨대 보호된 개인 데이터 기반으로 알림의 중요도를 AI가 스스로 판단해 우선순위를 정해주거나 내 친구의 사진을 바탕으로 친구 얼굴과 비슷한 이모티콘을 생성, 생일 축하 메시지로 보낼 수 있는 식이다. 

기존 AI는 환각현상(할루시네이션)을 벗어날 수 없고 이용자의 데이터와 AI 결과값을 맞바꿈하면서 개인정보에 대한 불안감을 주지만 애플 인텔리전스는 '개인 보안 우선' AI라는 것이 가장 다르다는 설명이다.

팀 쿡 CEO는 “가장 안전한 방식으로 정보에 접근하며 사용자가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이것은 애플만이 제공할 수 있는 AI다고 강조했다.

애플 인텔리전스 기반으로 알림 우선순위가 조정된 화면 예시. (출처 : Apple)

② 온디바이스 AI 넘어 ‘비공개 클라우드 컴퓨팅’ 혁신

이날 업계의 관심을 끌었던 업데이트 중 하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Private Cloud Compute, 비공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였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보호하면서 더 복잡한 요청에 대해 서버 기반 모델을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방식이다. 아이폰 내부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작업, 즉 더 큰 컴퓨팅 성능(Compute power, 연산력)이 필요한 요청은 클라우드 서비스로 옮겨 애플 데이터센터에 위치한 컴퓨터가 처리한다. 

페더리기 부사장은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에 사용되는 서버는 애플이 특별히 제작한 애플 실리콘 기반 서버”라며 “아이폰 칩에서 서버까지 개인 정보 보호와 보안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 방식은 기존 온디바이스 AI의 한계를 넘어서는 시도다. 온디바이스 AI는 지연이 거의 없다는 점,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부족한 연산력 때문에 한계가 많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애플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디바이스 AI와 클라우드를 혼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취했다. 

페더리기 부사장에 따르면 사용자가 요청을 하면 애플 인텔리전스가 기기 내에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 필요시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를 연결해 연산을 진행한다. 사용자가 요청한 작업과 관련한 데이터만 보내서 연산을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WWDC 2024 현장에 참석한 신정규 래블업 대표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는 상상할 수 있는 보안 처리를 다 동원했다. 애플처럼 클라이언트(사용자 기기), 서버(데이터 센터) 양측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술을 다 가지고 있어야 구현 가능한 방식”이라며 “외부에서는 비슷하게 따라가기도 불가능하다. 애플 특유의 엄청난 집착이 느껴진다”고 했다.

다양한 애플 제품군에 걸쳐 복잡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애플 메일(Mail, 이메일 앱), 메시지(문자 앱), 연락처, 사진, 캘린더, 지도, 전화 등에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AI 조합해 활용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조즈(Joz)가 지난주에 나에게 공유해줬던 파일 좀 찾아줘” 같은 부탁을 자연어(natural language)로 하면 애플 인텔리전스가 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챗GPT로는 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애플 인텔리전스 작동 방식 도식화 (출처 : Apple)

더밀크의 시각: ③오픈AI 손잡고 시리에 챗GPT 탑재… 확장성 vs 안전

애플의 음성 AI ‘시리(Siri)’ 업데이트도 큰 주목을 받았다. 관측대로 오픈AI와 손잡고, 시리에 챗GPT를 연동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자체 AI 기능을 강조하면서도 필요시 가장 우수한 성능을 가진 외부 AI 모델을 활용할 수 있도록 확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예컨대 사용자가 챗GPT 사용 권한을 부여한 후 ‘여러 취향에 맞춘 5개 코스 요리 아이디어’를 알려달라고 시리에게 요청하면 시리가 자동으로 챗GPT에 정보를 전달, 답변을 알려준다. 

챗GPT 또는 오픈AI 계정을 만들 필요 없이 무료로 기능이 제공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챗GPT에는 최근 공개된 오픈AI의 최신 모델인 ‘GPT-4o’가 적용되며 기존 챗GPT 유료 사용자는 오픈AI가 유료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기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 챗GPT 통합 기능은 올해 말 iOS 18, iPadOS 18, macOS 세쿼이아를 통해 제공될 예정이다. 

페더리기 부사장은 또 기조연설에서 “추후 더 많은 AI 모델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추후 구글 제미나이, 엔트로픽 클로드 등 사용자가 원하는 AI 모델을 선택할 수 있게 시리에 새로운 AI 모델이 추가될 가능성이 있다. 샘 알트만 오픈AI CEO는 이날 무대에 오르지는 않았으나 WWDC 현장에 참석해 기조연설 영상을 시청했다. 

외부 AI 모델을 사용할 경우 아이폰의 강력한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이 퇴색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대해 애플 측은 시리 통합 제품의 경우 개인 정보 보호 기능이 내장돼 있으며 사용자의 요청이 오픈AI에 저장되지 않고, 사용자의 IP 주소가 가려진다고 설명했다.

시리 통합 챗GPT 사용 사례 (출처 : Apple)

④ 앱 전반에 글쓰기, 이미지 생성 기능 탑재... OS 통합의 힘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 사례로 애플 앱 전반에 통합된 기능으로 글쓰기와 이미지 만들기도 소개했다. AI가 애플 플랫폼(OS)과 통합했기 때문에 가능한 기능이었다.

예컨대 애플 메일 앱에서 입사지원서, 자기소개서 등의 글을 작성할 때 글쓰기 스타일을 ‘친근하게, 전문적으로, 간략하게’ 등으로 골라 자동 조정할 수 있다. 요약, 키포인트 정리도 가능하다.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 기능은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레이션, 스케치 중 하나의 스타일을 골라 몇 초 만에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이다. 메시지 앱에 통합돼 있어 상대방과 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를 사용할 수 있다. 별도의 전용 앱도 제공한다.

‘젠모지(Genmoji)’라는 이름의 이모티콘 생성 기능도 공개했다. 간단한 설명을 입력하면 이모티콘이 만들어진다. ‘레이싱카 운전자’, ‘오이를 눈에 붙이고 있는 스마일 이모티콘’ 등을 만들어 메시지 앱으로 주고 받을 수 있다. 문자 뿐 아니라 메일, 메모 앱 등에서 필요한 이모티콘을 즉시 생성해 붙일 수 있다.

애플 인텔리전스 기반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 화면. 애플 메시지 앱 등에서 바로 실행,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다. (출처 : Apple)

AI 강조된 iOS 18… 아이폰 통화 녹음 기능도 추가

애플 매출 50%를 차지하는 아이폰의 새로운 운영시스템 ‘iOS 18’에도 AI 기능이 대거 추가됐다.

아이폰 내부에 탑재된 AP 칩 기반으로 작동하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능을 강화한 게 특징이다. 아이폰 자체 사진(Photo) 앱을 업데이트, 더 정밀한 인물 및 장소 기반 분류가 가능하도록 만든 게 대표적이다. 

자체 이메일 앱 ‘메일’ 역시 항공편 예약 관련 이메일을 모아서 보여주는 등 특정 목적에 맞게 자동 분류되도록 업데이트했고, 메시지 앱에는 다양한 효과를 추가해 글씨체를 바꾸거나 폰트가 움직이게 만들 수 있게 했다. 이모티콘을 자유롭게 생성해서 회신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했다. 

개인 정보 보안 강화를 위해 애플 ‘페이스 아이디(Face ID)’를 활용, 특정 앱을 잠그거나 감출 수 있는 기능도 발표해 개발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세상에 등장한 이후 최초로 ‘통화 내용 녹음’이 가능해졌다는 점도 화제가 됐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적용된 iOS 18 업데이트가 완료되면 전화 앱에서 오디오 녹음, 전사(transcription) 및 요약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통화 중 녹음을 시작하면 상대방에게 녹음 사실이 고지된다.

iOS 18 기능 업데이트 (출처 : 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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