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미 K3 쇼크... 미국은 왜 중국 오픈소스 AI를 두려워하나
[AI 모델의 지경학]
데이비드 색스 “중국 AI, 우려스러운 일... 미국, 스스로 발목 잡아”
실리콘밸리는 왜 이렇게까지 반응하나: 가격, 비용 구조의 문제
중국의 전략: 미국의 보완재를 상품화하라
워싱턴, 비공개 전쟁 돌입하나… 보안 우려 앞세워 규제할 수도
더밀크의 시각: 안전성과 신뢰, 제3의 길을 찾아라
“우려스러운 일이다. 중국산 모델인 ‘키미 K3(Kimi K3)’가 처음으로 코드 아레나에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는 동안 미국은 스스로 발목을 잡고 있다.”
데이비드 색스 미국 대통령 과학기술자문위원회(PCAST) 공동의장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적으로 중국 AI 모델에 대한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
데이비드 색스 의장은 17일(현지시각) X에 올린 글에서 “정치인과 관료들은 새로운 데이터 센터를 금지하고, 주 차원의 규제를 쏟아부으며 최첨단 모델을 사전 승인할 새로운 연방 기관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러면 AI 경쟁에서 뒤처진다. 우리가 스스로 발목을 잡는다면 선두 입지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허가 없이 이뤄지는 혁신이 미국을 기술 강국으로 만든 비결이었는데, 이런 장점이 사라질 위험에 놓여 있다는 주장이다.
데이비드 색스 의장의 반응은 미국이 중국 AI를 얼마나 경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실제로 16일 중국 스타트업 문샷 AI가 오픈웨이트(Open-weights, 공개 가중치) 모델 키미 K3를 공개하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주말 내내 격론이 벌어졌다. 2.8조 개 매개변수를 가진 이 모델은 프런트엔드 코딩 평가에서 앤트로픽의 ‘페이블 5’와 오픈AI의 ‘GPT-5.6 솔’ 등 미국의 최첨단 AI 모델을 앞섰기 때문이다.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의 지능 지수(Intelligence Index) 순위에서는 두 모델에 이어 3위를 차지했으며 작업당 비용은 0.95달러로, 클로드 페이블(2.75달러)의 34% 수준에 불과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오픈웨이트 모델로, 66% 낮은 비용으로 이런 성과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딥시크 사태’와 비슷한 충격이 전해졌다.
문샷 AI뿐만이 아니다. 19일에는 알리바바가 2.4조 개 매개변수 규모의 차기 주력 모델 ‘큐원3.8 맥스 프리뷰(Qwen3.8-Max-Preview)’를 공개하며 “앤트로픽의 페이블 5에 버금가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에 20일 뉴욕 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장 초반 5% 넘게 급등했다.
중국 AI의 약진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미국에서는 두 갈래의 반응이 지배적이다. 하나는 실리콘밸리의 ‘오픈소스 대 폐쇄형’ 노선 논쟁이고, 다른 하나는 워싱턴 정가에서 고개를 든 ‘중국산 AI 모델 규제’ 움직임이다.
실리콘밸리는 왜 이렇게까지 반응하나: 가격, 비용 구조의 문제
IT 분석가 벤 톰슨은 실리콘밸리의 공황 반응이 경제적인 이유에서 비롯됐다고 지목했다. 앤트로픽과 오픈AI 모델의 공급이 극도로 제한돼, 수요를 충족시킬 만큼 충분한 공급이 있는 경우 대비 훨씬 더 높은 요금을 부과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산 모델이 저렴해 보인다는 분석이다.
그가 자신의 매체 스트래테커리에 올린 분석에 따르면 컴퓨팅 자원 부족으로 앤트로픽, 오픈AI 모델의 공급이 제한된 탓에 ‘가격 우산(price umbrella, 시장을 주도하는 1위 기업이 높은 가격을 유지할 때, 군소 경쟁기업들이 그 높은 가격 덕분에 쉽게 이윤을 남기게 되는 현상)’이 형성됐고, 이것이 결국 ‘중국 모델이 더 싸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프런티어 랩들은 차기 AI 모델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추론 수익 극대화에 나서고 있으며 이는 추론 서비스에 매우 높은 요금이 부과되는 근본적 원인이다. 미국 프런티어 AI 랩들이 중국 AI 모델을 경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렴하고 강력한 중국 AI가 미국 프런티어 AI 랩들의 가격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토큰(token, AI가 생성하고 처리하는 데이터의 최소 단위)’은 일반적인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 AI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예컨대 키미 K3가 GPT-5.6 솔과 같은 정답을 도출했다고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키미가 더 많은 토큰을 사용한다면 (토큰 가격 자체는 더 싸더라도) 이런 가격 경쟁력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톰슨은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키미와 중국산 모델에 대한 반응은 전반적으로 상당히 과장됐다”며 “앞으로는 추론 시장이 훈련 비용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므로 규모 확대를 통해 이 비용 구조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클로드 코드(Claude Code)와 코덱스(Codex)는 상당한 충성도(stickiness)를 보여주고 있다”며 “사용자들이 특정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그 도구를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모델 성능 자체도 중요하지만, 프런티어 AI 랩들이 모델과 통합된 고객 경험을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평가다.
중국의 전략: 미국의 보완재를 상품화하라
놓치지 말아야 할 건 중국이 국가 전략의 일환으로 오픈소스 생태계 육성을 추진 중이라는 점이다.
시진핑 주석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WAIC 2026’ 기조연설에서 “개방과 상생의 원칙을 견지하고 혁신 주도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며 “오픈소스, 개방, 협력과 공유를 장려해야 한다”고 이 원칙을 재차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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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주석의 이 발언은 매우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 앞으로 AI는 디지털 세계에서 물리 세계로 이동할 것이기 때문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업 등 물리적 세계에서 우위를 가진 중국이 개방형 AI 모델 확산 전략을 계속 유지할 경우 미국이 오히려 추격하는 형국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개방형 AI 모델을 앞세워 더 많은 기업, 개발자들을 사용자로 확보한다면 물리 데이터 규모와 품질 면에서 앞서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알리바바가 최상위 모델 가중치 비공개 방침을 뒤집고 큐원3.8 맥스를 오픈웨이트로 전환한 건 매우 중요한 시그널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문샷 AI가 최고 성능의 오픈웨이트 모델인 키미 K3를 발표한 것도 WAIC 개최 직전이었다.
톰슨은 “중국의 전략은 명백하다. (미국에) 상호 보완적인 요소를 상품화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미국이 AI 분야에서 비대칭적 우위를 차지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워싱턴, 비공개 전쟁 돌입하나… 보안 우려 앞세워 규제할 수도
키미 K3가 일으킨 충격은 워싱턴에까지 여파를 미쳤다. 트럼프 행정부가 첨단 중국산 AI 모델 금지 준비에 나선 것.
악시오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과거 복수의 중국 AI 랩을 ‘진입통제목록(Entity List)’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는 라이선스 없이 미국 내 중국 AI 모델 접근을 차단하는 조치다.
국가안보국(NSA)과 백악관 국가사이버국장실은 중국 AI 랩의 위협에 대한 권고문 발표를 검토했으며 백악관은 미국 기업이 중국산 모델을 호스팅하려면 보안을 보장하고, 침해 시 책임을 지도록 하는 행정명령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무부는 또 국내 공급망 보호 권한을 활용해 중국산 오픈소스 모델을 겨냥하는 규정 초안을 지난 여름 행정부 내에서 회람했다.
혁신 저해를 우려한 행정부 관료들이 그동안 이런 시도를 모두 무산시켜왔지만, 현재는 스리람 크리슈난 전 백악관 자문역 등 개방론자들이 퇴장하면서 국가안보 분야 매파의 목소리가 커진 상태다. 특히 키미 K3의 부상과 새로운 사이버보안 우려가 맞물리며 금지 논의가 다시 힘을 받고 있다는 관측이다.
중국 AI 모델에 대한 노골적 금지에 나서지 않더라도 중국 모델의 백도어 의혹, 보안 취약성, 거버넌스 문제 등을 부각해 사실상 규제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이와 별개로 최근 미국에서는 중국 AI 모델 사용이 급증하는 추세다. 코인베이스, 버셀 등 중국 AI를 활용해 비용 절감에 성공한 사례도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다양한 기업의 AI 모델을 하나의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키와 통합된 인터페이스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인 오픈라우터에서는 주간 토큰 사용량 상위 5위를 모두 중국 오픈웨이트 모델(텐센트·샤오미·딥시크·미니맥스·즈푸AI)이 차지했다.
더밀크의 시각: 안전성과 신뢰, 제3의 길을 찾아라
AI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앞으로 더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의 최상위 모델 ‘미토스 5’와 ‘페이블 5’를 외국인이 쓰지 못하도록 요구한 직후, 중국 지방정부 자금을 지원받는 즈푸AI가 최신 모델 ‘GLM-5.2’를 유료 코딩 요금제 전 구간에 전면 개방하며 글로벌 개발자 생태계를 파고든 사례가 대표적이다.
즈푸AI는 이를 두고 “프런티어 지능은 소수에게만 속해서도, 소수의 규칙에 의해 언제든 회수돼서도 안 된다”고 공개 논평하기도 했다. 오픈소스 AI 모델 플랫폼 허깅페이스에서는 2025년 2월부터 2026년 2월까지 1년간 중국산 오픈소스 AI 모델의 다운로드 비중이 미국산 모델(36.5%)을 넘어선 41%를 기록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한국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한국 정부는 이미 자체적인 ‘소버린 AI(주권 AI)’ 전략을 가동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하에 ‘독자 AI 파운데이션모델(독파모)’ 사업을 통해 LG AI연구원, SK텔레콤, 업스테이지, 모티프테크놀로지스를 선발해 초거대 언어모델, 멀티모달 모델 자체 기술력 확보를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으로 개발된 모델은 오는 8월 허깅페이스 등 세계 최대 오픈소스 플랫폼에 전면 공개, 국내외 누구나 내려받아 쓸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최종 선발된 팀은 2027년 상반기까지 엔비디아 최신 GPU ‘B200’과 데이터 공동 구축 지원을 받게 된다. 정부는 2027년까지 총 53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관건은 오픈 소스 생태계에서 중국 AI 모델이 치고 나가는 상황에서 한국 모델이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중국 모델 사례에서 발견할 수 있듯이 성능 자체도 중요하지만, ‘가격 구조를 어떻게 가져가느냐’, ‘얼마나 대규모로 모델을 서비스할 수 있느냐’ 등 모델 인프라도 매우 중요하다.
특정 해외 생태계에 종속되는 것을 막고 자국 내 AI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움직임이지만,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사용자의 선택을 받는 것 역시 필수적이다.
이번 사태를 관통하는 논쟁의 한 축이 ‘안전성’에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있다. 한국 AI 모델이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면 심각한 우려가 제기된 중국 AI 모델의 대체제로 부상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 모델보다 저렴하며 중국 모델 보다 안전하다는 점이 한국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미국이 실제로 중국산 모델에 조달 제한이나 규제 리스크를 부과할 가능성도 신중히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피지컬 AI를 앞세운 중국의 전략에도 힌트가 있다. 한국은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이는 미국도 가지고 있지 않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신뢰의 피지컬 AI’ 공급자, 즉 데이터 주권 우려 없는 AI 단말기, 보안 감리를 거친 스마트홈, 국제 인증 기반의 산업용 AI 등을 구축한다면 미국과 중국의 사이에서 한국만의 제3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