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마는 어떻게 ‘3조 유니콘’이 됐나… AI 시대 기회를 잡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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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5.11.10 15:53 PDT
감마는 어떻게 ‘3조 유니콘’이 됐나… AI 시대 기회를 잡는 법
감마(Gamma) 공동창업자들. (왼쪽부터) 제임스 폭스, 존 노로냐, 그랜트 리. (출처 : Gamma, 편집=Gemini)

감마, 기업가치 3조 돌파... MS가 지배하던 프레젠테이션 혁신
비결①: 파도에 올라타라… AI, 모든 하이프를 삼키다
비결②: 30년 ‘빈 슬라이드’의 종말… 감마는 무엇을 해결했나
비결③: LLM 없어도 문제없다… “영업 사이클 40% 단축”
더밀크의 시각: 한국은 어떻게? 3가지 AI 액션플랜

2023년 3월, 실리콘밸리는 혼란에 휩싸여 있었다. 벤처 대출로 성장한 ‘실리콘밸리은행(SVB)’의 갑작스러운 파산이 기술 생태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것. 2020년 샌프란시스코 투룸 아파트에서 시작된 스타트업 ‘감마(Gamma)’도 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랜트 리(Grant Lee) 감마 CEO는 JP모건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큰 제품 출시를 불과 2주 앞두고 당장 직원들의 급여를 줄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감마의 모든 자금이 SVB 파산 사태로 묶여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절체절명의 순간, 감마는 AI 통합 기능을 계획대로 출시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결과는 놀라웠다. AI 기능 출시 이후 감마는 불과 9개월 만에 10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위기 속에서 단행한 결정은 시장의 필요를 꿰뚫었고, 회사의 운명을 바꿨다. 

감마는 10일(현지시각) 6800만달러(약 990억6000만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하며 다시 한번 시장을 놀라게 했다. 실리콘밸리 최대 벤처캐피털(VC)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가 투자를 주도했고, 이 투자 유치 과정에서 감마는 21억달러(약 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더 놀라운 건 매출 성과다. 감마는 50여 명의 소규모 팀으로 연간 반복 매출(ARR) 1억달러(약 1400억원)를 돌파했고, 2023년 이후 2년 이상 흑자를 내고 있다. 오픈AI, 구글처럼 자체 LLM(대규모 언어 모델)도 없는 작은 스타트업이 설립 5년 만에 어떻게 이런 성과를 이룰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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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섹터 투자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출처 : PitchBook)

비결①: 파도에 올라타라… AI, 모든 하이프를 삼키다

3조원이라는 기업 가치는 ‘AI 웨이브’라는 거시적 맥락 없이 설명될 수 없다. 현재 실리콘밸리 VC 업계는 사실상 AI 이외의 모든 분야를 외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AI 스타트업에 전례 없는 수준으로 자본을 집중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 데이터 분석 기관 피치북이 3분기에 발표한 보고서는 이런 트렌드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피치북 데이터에 따르면 AI 관련 투자가 미국 전체 VC 투자 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3.3%라는 기록적인 수치에 도달했다. 이는 과거 그 어떤 기술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 신기술이 시장에 등장해 성숙해지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기대치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모델)’을 뛰어넘는 압도적인 집중도다.

시장 전체가 AI에 대한 거대한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에 빠져 있으며 투자자들은 ‘코어위브(CoreWeave)’ 사례처럼 큰 규모의 투자 회수(exit)를 기대하며 AI 스타트업의 높은 기업 가치를 감수하고 있다는 상황이다. 

중요한 건 감마가 단순한 하이프의 수혜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감마는 2년 이상 수익성을 유지하며 AI 스타트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스스로 증명했다. 

감마는 50여 명에 불과한 소규모 팀과 이번 투자 이전까지 확보한 2300만달러(약 335억원)의 초기 자금만으로 1억달러 ARR을 달성했다. ‘성장을 위한 적자’라는 AI 스타트업의 일반적인 공식을 깨는 극도의 자본 효율성과 빠른 성장 속도를 보여준 것이다. 

a16z 역시 이에 대해 “감마는 2500만달러 미만의 자금으로 5000만 달러 매출을 달성했다”며 “AI 스타트업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속도가 경쟁 우위를 만드는 해자(moat)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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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Gamma)

비결②: 30년 ‘빈 슬라이드’의 종말… 감마는 무엇을 해결했나

감마가 경쟁하는 시장에는 거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파워포인트가 존재했다. 1990년대부터 30년 이상 시장을 지배했지만, 파워포인트의 근본적인 문제는 기능 부족이 아니었다. 사용자가 매번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마다 마주해야 하는 ‘비어 있는 슬라이드(blank slides)’ 그 자체가 걸림돌이었던 것.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비주얼 디자이너가 아닙니다.”

리 CEO는 문제의 핵심을 이렇게 정의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아이디어(내용)’를 전달하는 것보다 텍스트 박스를 정렬하고 어울리는 폰트를 고르는 ‘디자인’ 작업에 80%의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솔루션은 AI였다. 사용자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하지 않는다. 프롬프트(명령어) 창에 만들고 싶은 내용을 입력하면 감마가 1분 안에 전문적인 디자인, 레이아웃, 심지어 관련 이미지까지 포함된 ‘초안(first draft)’을 생성해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 감마의 혁신이 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고통스러운 작업이 AI가 만든 초안을 다듬는 일로 전환됐다. 

감마는 전통적인 ‘슬라이드’ 대신 ‘카드(Card)’라는 모듈식 레이아웃을 사용한다. 창업자 존 노로냐(Jon Noronha)는 이를 “노션(Notion)과 캔바(Canva)의 하이브리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카드는 페이지를 넘기는 방식이 아니라 웹페이지처럼 ‘스크롤(Scroll)’ 방식으로 작동한다. 웹 우선, 모바일 친화적인 작업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정적인 슬라이드가 아닌, 유튜브 비디오, 인터랙티브 차트, 라이브 웹페이지 임베드 등을 손쉽게 포함할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이 카드라는 매체 때문이다. 슬라이드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웹 기반의 스크롤 가능한 카드’로 매체를 재정의했고, 이를 구현하는 가장 완벽한 엔진으로 AI를 활용했다. “작업 시간이 10배 단축된다”는 사용자들의 열광적 반응을 얻은 배경에는 이와 같은 정확한 문제 정의, 틀을 깨는 접근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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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결③: LLM 없어도 문제없다… “영업 사이클 40% 단축”

감마가 자체 LLM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술 업계 일각에서는 감마 같은 스타트업을 ‘다른 기업의 AI 모델에 의존하는 래퍼(Wrapper, 포장지)’라고 비판해 왔는데, 이런 회의적인 시각을 성과로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a16z의 분석에 따르면 감마는 챗GPT 같은 범용 AI 비서(General Assistants)와 다르다. 특화된 업무에 집중해 차이를 만들어 냈다는 설명이다. 범용 AI가 콘텐츠 중심의 보고서를 생성한다면 감마는 ‘프레젠테이션’이라는 단일 워크플로우에 대한 ‘시각적 품질 및 생성 후 편집 제어(Visual quality and post-generation control)’ 능력에 집중함으로써 전문성을 강화했다. 

감마가 오픈AI, 앤트로픽, 구글이 제공하는 여러 AI 모델을 골라서 사용하는 것은 약점이 아니라 정교한 ‘AI 네이티브’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러 모델을 용도와 비용에 따라 최적화하는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감마가 비용 효율적이면서도 창의적인 결과물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전문 미디어 사스터(SaaStr)는 감마가 B2B(기업 간 거래) 고객에게 명확한 ‘ROI(투자수익률)’를 제공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감마를 사용하면 기존 영업 자료를 쉽게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B2B 영업팀이 감마를 사용할 때 슬라이드 생성 시간이 80~90% 감소했고, 잠재고객 참여도가 35~50% 증가했다”며 “이는 영업 사이클을 25~40% 단축해 거래 속도를 60~70% 향상시킨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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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적, 수평적 작업흐름에 따른 AI 스타트업 분류 (출처 : a16z)

더밀크의 시각: 한국은 어떻게? 감마의 3가지 교훈

감마 사례는 자체 LLM을 보유하지 않은 많은 한국 기업, 스타트업, 개인에게 현실적이고 강력한 액션플랜(실행 계획)을 제공한다.

AI 액션플랜① 경험을 지배하라

감마는 GPT나 제미나이를 이기려는 경쟁에 뛰어드는 대신 프레젠테이션이라는 매우 구체적인 ‘수직적 작업 흐름(workflow)’을 선택하고 30년 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특히 자원이 제한된 스타트업, 개인은 우리 회사나 내가 가장 잘 아는 특정 산업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찾아 그 경험을 10배 좋게 만드는 데 AI를 활용하는 접근법을 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편집자’로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AI가 만든 80%의 초안을 ‘탁월함’으로 만드는 나만의 플러스 20%가 AI 시대의 경험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AI 액션플랜② 당신의 ‘빈 슬라이드’를 정의하라

감마의 성공은 기술을 위한 기술에서 시작된 게 아니다. 프레젠테이션의 빈 슬라이드라는 문제 정의에서 시작했다.

한국의 기업과 스타트업은 자사의 고객 혹은 직원이 매일 마주하는 ‘빈 슬라이드’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정의할 필요가 있다. 반복적인 주간 보고서 작성, 복잡한 재무 데이터 분석 혹은 신규 고객 응대가 될 수도 있다. 

명확한 문제 정의를 위해 “우리 고객은 ‘네모’라는 빈 슬라이드 때문에 고통받는다”는 문장을 완성해 보라. 이 네모가 나의 고객, 시장이 될 것이다. 

AI 액션플랜③ 속도가 중요… 가장 효율적인 전략으로 승부하라

감마는 여러 LLM을 부품처럼 사용하며 비용과 성능을 최적화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스타트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효율적인 자원 배분 구조를 만든 것이다. 

현재 가진 자원이 부족하다면 기존의 AI 모델을 활용하고, 추후 안정적인 자원을 갖춘 후에 자체 모델을 구축해도 늦지 않다. 

ROI를 측정하고 전파하는 것도 중요하다. AI 도입의 조직적 저항은 많은 경우 불명확한 성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예컨대 ‘영업 사이클 40% 단축’과 같은 구체적 성과나 정량 지표를 확보할 수 있다면 AI 전환을 빠르게 확장하고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는 긍정적 효과로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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