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송이 사장 “AI 주권 잡아야”... 소버린 AI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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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jin Kim 2024.01.10 22:56 PDT
윤송이 사장 “AI 주권 잡아야”... 소버린 AI 강조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 (출처 : 더밀크)

[CES2024] 서울이노베이션포럼(SIF)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 기조연설
“챗GPT,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로 표현 하기도... 주요 AI모델, 서구권 관점 반영”
'AI 국산화' 경쟁 이미 시작... “생성형 AI는 자본∙시간집약적 산업... 정부가 지원해야”

대부분 AI 모델은 서구권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훈련됩니다…(중략) 우리가 모델에 대한 접근 권한이 없다면, 어떤 관점을 반영하는지 논의할 여지도 없이 이들이 판단하는 결과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칩니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이 “한국이 AI 모델 개발을 위해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분의 AI 모델이 서구권 가치관을 주로 반영한다는 이유에서다.

윤 사장은 9일(현지시각) 더밀크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이 공동 주최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팰리스호텔에서 열린 ‘서울이노베이션포럼’에 참석해 한국 정부가 나서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잡고 지원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자본, 시간 집약적인 생성형 AI 산업 특성상 개별 기업 차원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운 탓이다. 현재 생성형 AI 산업은 미국이 주도하고 있고, 중국, 유럽, 중동 등 세계 각국이 AI 국산화를 추진 중이다.

주요 생성형 AI 모델 서구권 가치관 반영

특히 생성형 AI 서비스를 만들 때 기반이 되는 대형언어모델(LLM) 개발을 미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나 이들로부터 막대한 자금과 인프라를 지원받은 오픈AI, 트로픽, 코히어 등이 대표적이다. 윤송이 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AI 경쟁에서 뒤쳐지면 안 된다고 했다.

배경에는 데이터 편향성에 있다. 주요 AI 모델들은 대부분 서구권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훈련이 됐다. 윤 사장은 “이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치관을 반영하지는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표적으로 구글 산하 유튜브의 노란딱지 제도를 들었다. 최근 한국에서 노란 딱지 관련 공정성 논란이 인 적 있다. 노란딱지는 유튜브가 선정성, 폭력성, 혐오 조장, 정치적 편향성 등의 운영 기준에 위배되는 콘텐츠에 붙이는 노란색 달러 모양의 아이콘이다. 광고주들이 논란이 되는 영상에 자사 제품 광고가 노출되는 것을 꺼리면서 2017년 8월 도입했다.

이 딱지를 받으면 광고비를 정산받을 수 없기 때문에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규정 위반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유튜브 본사의 답변은 ‘규정 위반의 판단은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기계가 했기 때문에 검토의 여지가 없고 잘못될 일은 없다’였다.

윤송이 사장은 “챗GPT가 안중근 의사를 테러리스트라고 지칭하고 독도를 분쟁지역이라고 답했다. 이건 모델 학습에 사용한 인터넷 자료들이 그런 관점을 포함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런 이슈가 발생했을 때 실제 문제가 있었는지 여부를 떠나서 모델에 대한 접근 권한이 없다면 그냥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어떤 데이터로 모델이 트레이딩 됐는지 어떤 관점을 반영하는지는 논의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데이터 편향성은 국가 안보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AI 국산화’ 경쟁 시작. 한국 정부도 나서야

이에 각국 정부는 기술 공유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 기업에 AI반도체칩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가 미국 AI 반도체칩 스타트업 지분을 사자 지분 매각을 강요했다. 중국도 AI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자체 LLM 개수가 6월 79개에서 10월 238개로 늘었다.

윤송이 사장은 “이렇게 소수의 플레이어가 주도하는 AI 기술 시장에서 발생하는 소외 현상을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가 안보의 영역에서도 LLM 보유 여부가 중요해지고 그렇지 못한 나라는 소외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모델 개발에는 많은 자본과 시간이 필요하다. AI모델의 기반인 LLM을 훈련하려면 최대한 많은 곳으로부터 훈련 데이터를 끌어오고 훈련에 드는 클라우드 비용, 인건비 등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에겐 인적, 기술 인프라를 갖추는 건 언감생심이다. 이에 윤송이 사장은 정부가 AI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민간 투자 비중이 높지만 정부에서 60년대부터 투자하며 기술 기반 발전을 유도했다. 2015년 이후 AI R&D 투자가 40% 이상 증가 추세다. 2023년 CB인사이트데이터 기준 2023 미국에서 이뤄진 AI 기업에 대한 투자는 66억달러로 전세계 투자금 70% 이상이 집중돼 있다.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은 9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서울이노베이션포럼’에 참석, 한국 정부가 나서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주도권을 잡고 지원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출처 : 더밀크 김세진)

확실한 승자 있는 시장도, AI로 판 깰 수 있다

윤송이 사장은 AI가 시장의 판을 깰 수 있는 도구로 봤다.

그는 “이미 분명한 리더가 있는 시장에서도 디지털 퍼스트, 디지털 네이티브 전략으로 새로 진입한 회사들이 기존 위원들을 대체하거나 이를 크게 뛰어넘은 성과를 냈다”면서 “지난 30년간 이런 디지털 네이티브를 기반으로 구글, 메타, 넷플릭스 등 이 기업들이 산업과 경제 발달을 주도해 왔다면 이제는 AI 네이티브 기업이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시기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2023년 7월 현재 나스닥 상위 10대 기업 중 5곳이 2000년대 이후 즉 인터넷이 보급된 후에 나타난 기업들이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 보급이 투입되도록 기업들은 수많은 리소스를 투입해서 디지털 대전환을 이뤘다.

윤 사장은 ‘AI 네이티브 기업’이 데이터와 AI에 기반한 의사결정, 프로세스 자동화 등 기업 비즈니스가 구동되는 모든 과정을, AI를 중심으로 운영, 경쟁이나 우위를 선점할 수 있게 될 것이고 전망했다. 그는 “기존 기업들도 AI를 단순히 자사 제품이나 솔루션에 탑재하는 것을 넘어 비즈니스 전반에 적용하는 체질의 변화를 통해서만 이 AI 네이티브로 가는 흐름에 탑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이노베이션포럼은 서울경제진흥원(SBA)과 크로스보더 미디어 더밀크가 세계 최대 기술 컨퍼런스 CES 개막에 맞춰 진행한 행사다. CES에 참가하는 한국 기업, 정부 관계자, 교수를 비롯해 미국 현지에서 활약하는 기업가, 창업가, 투자자가 모여 기술, 산업, 비즈니스 전략과 미래를 논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오세훈 서울시장, 존 켈리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 부사장,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박석원 두산디지털이노베이션 대표,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장재민 서울경제신문 회장, 곽영길 아주경제 회장, 김현우 서울경제진흥원(SBA) 대표이사 등이 자리했다. 다른 세션에서는 정세주 눔 의장, 팀 황 피스컬노트 대표가 강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개회사에서 “CES에서 한국 기업들의 활약을 보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총성 없는 전쟁’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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