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내 IP 함부로 건드리지 마!”... 90년생 CEO가 제시한 미래
이승윤 PIP랩스 CEO, 빅테크 및 AI 기업 비판
“창작자에 정확한 보상 지급 없이 콘텐츠 도용”
금융 위기 이어 AI 위기 시작... “웹3 두 번째 단계”
“모든 IP, 라이선스·로열티 조건 명시된 IP 레고 될 것”
내 IP(지식재산권) 함부로 건드리지 마!(Don’t Fuck with My IP!)이승윤 PIP랩스(PIP Labs) 대표
이승윤 PIP랩스(PIP Labs) 대표는 8월 21일(현지시각)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빅테크와 빅테크의 후원을 받는 AI 기업들이 동의 없이 IP를 도용, 모든 수익을 챙기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AI의 출현은 인터넷 문화 전체를 위태롭게 하는 실존적 문제라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특히 빅테크를 비롯한 AI업계의 행태가 바람직하지 않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비판의 핵심은 다수의 빅테크 및 AI 기업들이 퍼블리셔(publisher, 출판 매체), 크리에이터(creator, 창작자) 등 콘텐츠 제작자에게 정확한 보상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대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PIP랩스를 설립, 스토리 프로토콜을 통해 전 세계 IP 블록체인을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빅테크는 AI 모델을 위해 여러분의 IP를 먹어 치운다”며 “잠재적인 트래픽을 모두 빨아들여 창작자들의 미래 수익 기반을 가로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적어도 과거에는 구글이 (콘텐츠 제작자에게) 콘텐츠 트래픽을 일부 유도했지만, 이 역시 (직접적 보상이 아니므로) 많은 지역 신문의 폐간으로 이어졌다”며 “AI 훈련(training)에 사용할 독창적 콘텐츠를 만들 유인이 없다면 장기적으로 AI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금융 위기 이어 AI 위기 시작... “웹3 두 번째 단계”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블록체인에 있다. 인터넷 크리에이터 문화의 붕괴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IP 인프라’가 시급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인터넷을 일컫는 ‘웹3(Web3)’의 첫 번째 단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시작됐다”며 “AI 기술 발전으로 인한 IP 위기는 웹3의 두 번째 단계를 촉발할 것”이라고 했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 스타트업 PIP랩스가 개발한 스토리 프로토콜은 데이터와 IP의 소유권을 사람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정확한 보상 지급이 가능한 IP 인프라를 목표로 한다.
라이선스 비용 및 로열티 공유 계약과 같은 IP 조건은 블록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에 포함된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실행되는 디지털 계약으로,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최초 적용된 이후 블록체인 업계에서 널리 활용돼 왔다.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IP를 스토리 프로토콜 네트워크에 등록, 자신이 해당 IP 소유자임을 증명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스토리 프로토콜을 활용하면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IP에 대한 권리 및 라이선스를 공표할 수 있으며 AI 모델 개발사 역시 변호사, 법률 문서 없이 크리에이터 데이터에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쉽게 보상을 제공할 수 있다.
창작자가 만든 창작물을 캐릭터, 관계, 줄거리 등 레고 블록처럼 쪼개서 블록체인 시스템에 등록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팬, 혹은 다른 크리에이터가 특정 스토리에 기반한 2차 창작물을 제작, 자신의 IP로 추가 등록할 수도 있다. 블록체인의 특성상 누구나 저작권을 확인할 수 있고, 조작이 어렵다는 점도 장점으로 평가된다.
“모든 IP, 라이선스·로열티 조건 명시된 IP 레고 될 것”
이 대표는 “스토리는 중개자 없이 크리에이터(IP)와 AI 모두에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인터넷의 창의성을 위한 지속 가능한, 번성의 길을 보장한다”며 “스토리는 IP 소유자, AI 기업 모두가 윈윈하는 방법이다. 모든 IP는 라이선스 및 로열티 공유 조건이 명시된 IP 레고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차세대 크리에이터는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가수 ‘그라임스(Grimes)’를 예로 들기도 했다. 자신의 목소리와 아트 스타일을 사용하되 수익을 공유해달라고 밝힌 그라임스의 발언을 인용하며 ‘라이선스와 로열티 공유 조건이 내장된 IP 레고’가 콘텐츠 및 창작업계 표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그는 “생성 AI가 등장하기 전에는 IP 레고로 할 수 있는 최고의 작업이 팬픽션(Fan Fiction)과 팬아트(Fan Art)였다”며 “그러나 생성 AI의 마법을 통해 IP 레고는 크리에이터에게 새로운 수익원과 새로운 유통 경로를 열어줄 수 있다”고 했다.
아블로 등 200개 이상의 팀 활동... 기업가치 약 3조원
이 대표에 따르면 현재 스토리 프로토콜에서는 이미 200개 이상의 팀, 200만 명의 아티스트가 활동하고 있으며 2000만 개 이상의 IP가 구축됐다. AI 패션 디자인 도구 ‘아블로(Ablo)’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발망, 돌체앤가바나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중인 아블로는 IP를 레고처럼 활용해 새로운 디자인을 만드는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인 창업가 이승윤 대표가 이끄는 PIP랩스는 이날 8000만달러(107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 소식도 발표했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서 PIP랩스의 기업가치는 22억5000만달러(약 3조원)로 평가됐다. 실리콘밸리 대형 벤처캐피털(VC) a16z가 초기 투자(seed) 라운드부터 시리즈A, 이번 시리즈B 라운드까지 세 번 연속으로 투자를 이끌었다.
이 대표는 첫 번째 스타트업인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Radish)’를 5000억원 규모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매각한 경험이 있는 스타 창업가다. 1990년생인 이 대표는 옥스퍼드대 토론클럽 첫 한인회장 출신으로 2016년에 포브스 아시아 30세 이하 30인 아시아(Forbes 30 Under 30 Asia)에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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