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쇼' 였던 WAIC… 중국은 지금 ‘일하는 AI’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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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2026.08.02 17:18 PDT
'AI 에이전트쇼' 였던 WAIC… 중국은 지금 ‘일하는 AI’ 열풍
WAIC가 열린 중국 상하이 엑스포 전시장 (출처 : 더밀크 (손재권))

[더밀크 인텔리전스 : 디코드 차이나] WAIC 2026에서 본 중국 AI 9대 발견 ②
중국 빅테크와 공기업은 에이전트를 오피스·금융·전력·의료 등 실제 산업 현장에 투입
중국 AI는 ‘얼마나 똑똑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일을 맡길 수 있는가’로 이동 중

상하이 WAIC 2026은 단순한 AI 전시회가 아니었다.

더밀크는 사흘 동안 800개가 넘는 기업과 수백 개 부스를 직접 취재하며 한 가지 질문을 붙잡았다. '중국 AI는 지금 어디까지 왔는가.'

하지만 현장에서 얻은 답은 예상과 달랐다. 화웨이의 AI 칩이나 휴머노이드 로봇 몇 대가 중국 AI의 본질이 아니었다. 중국은 AI 모델 하나를 잘 만드는 경쟁을 넘어 산업과 기업, 도시, 국가 운영체계 전체를 AI 중심으로 다시 설계하고 있었다.

미국과 중국의 AI 경쟁도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방식과는 달랐다. 미국이 프런티어 모델과 컴퓨팅 기술을 앞세워 새로운 지능을 만들어가는 데 집중한다면, 중국은 그 지능을 현실 산업과 사회 전체에 빠르게 배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이번 시리즈는 WAIC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중국 AI의 9가지 발견을 정리한 기록이다. 모델과 반도체, 산업 AI, 빅테크, 스타트업, 휴머노이드, 그리고 중국식 AI 문명까지, 전시장 곳곳에 흩어져 있던 조각들을 하나의 그림으로 연결했다.

각 글은 하나의 주제를 독립적으로 다루지만, 모두 읽으면 하나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중국은 왜 이런 방식으로 AI를 발전시키고 있는가?

이 시리즈는 중국을 따라가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중국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자는 이야기다. 중국을 이해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질서 속에서 한국이 어떤 나라가 되어야 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중국을 제대로 이해해야 미국의 전략도 더 선명하게 보이고, 그 사이에서 한국이 선택해야 할 길도 비로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더밀크 디코드 차이나] WAIC 2026 더밀크의 9대 발견

▶ 서론 : 중국 AI 9대 트렌드

▶ 발견1 : 치인이불치어인, 중국은 그들만의 새판을 짰다

▶ 발견2 : 중국 AI의 공통 언어는 '에이전트'였다

▶ 발견3 : 휴머노이드는 로봇 산업이 아니라 제조업의 재편이다

▶ 발견4 : 중국 AI 칩 국산화의 실체 : 칩해전술

▶ 발견5 : 중국은 ‘AX’라 부르지 않았다… 전력망부터 우유 공장까지 AI로 운영

▶ 발견6 : 카메라도 석유도 커피도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든다

▶ 발견7 : 중국 빅테크는 같은 전쟁을 하지 않는다

▶ 발견8 : 넥스트 AI 빅씽은 여기에서 나온다 : 중국의 AI 스타트업

▶ 발견9 : 중국은 그들만의 AI 문명을 만들고 있었다

▶ 결론 : 그래서 우리는 한국에서 무엇을 발견할 것인가?

발견 2. 중국 AI의 공통 언어는 '에이전트'였다

"가장 가까운 전기차 충전소를 찾아줘. 충전이 거의 끝날 때쯤 내가 늘 마시던 커피를 집으로 배달시켜줘"

WAIC 2026 전시장 H1홀. 제웨싱천(StepFun) 부스 직원이 스마트폰을 향해 말했다. 몇 초 뒤 화면에 카드 두 장이 나타났다. 충전소 안내와 커피 주문·배송지 정보였다. 여기까지는 지난 3년간 수없이 반복된 AI 시연과 다르지 않았다.

차이는 마지막 단계였다. 결제가 필요한 순간 확인창이 떴다. 직원이 승인 버튼을 누르자 실제 주문과 결제가 완료됐다. AI는 충전소와 커피를 추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도와 충전 서비스, 주문과 배달, 결제 앱을 차례로 호출해 하나의 일을 끝냈다.

이 짧은 시연이 WAIC 2026 전시장 전체를 관통한 변화를 압축하고 있었다. 올해 WAIC 부스에서 가장 많이 본 단어는 대형언어모델도 생성AI도 아니었다.

바로 AI 에이전트(Agent)다.

알리바바는 쇼핑과 기업 업무 에이전트를, 앤트그룹은 결제 에이전트를, 텐센트는 위챗과 업무를 잇는 에이전트를 내놓았다. 바이두는 검색과 지도, 이동을 실행으로 잇는 에이전트를, 킹소프트오피스는 문서와 회의, 발표자료를 만드는 오피스 에이전트를 전시했다. 궈타이하이통증권은 리서치와 자산관리를 수행하는 금융 에이전트를 보여줬고, 전력회사에는 송배전 계획 에이전트가, H4 스타트업관에는 기업 업무와 연구실, 공장을 자동화하는 에이전트 기업들이 빼곡했다.

전시장을 둘러보면 에이전트를 내놓지 않은 중국 대기업을 찾기가 더 어려웠다. 스마트폰은 이 변화가 가장 눈에 잘 보였을 뿐이다.

2-1. 에이전트화를 가속화 중인 중국 대기업들

지난 몇 년간 생성AI 경쟁의 중심은 모델이었다. 누가 더 많은 파라미터를 갖고 있는가, 누가 벤치마크에서 높은 점수를 얻는가가 평가 기준이었다.

에이전트 시대에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1) 사용자의 목적을 정확히 이해하는가, (2) 복잡한 일을 여러 단계로 나눌 수 있는가, (3) 외부 앱과 데이터베이스를 호출할 수 있는가, (4) 주문과 결제를 실제로 실행할 수 있는가, (5) 문제가 생기면 계획을 수정할 수 있는가.

모델은 에이전트의 두뇌일 뿐이다. 일을 끝내려면 검색과 데이터, 앱과 클라우드, 인증과 결제, 기업의 업무 시스템과 현실 세계의 장치가 연결돼야 한다. WAIC에서 벌어진 경쟁은 누가 가장 뛰어난 챗봇을 갖고 있느냐가 아니었다.

누가 더 많은 서비스와 산업 시스템을 연결해 사용자를 대신해 실제 행동을 완결할 수 있느냐였다. 중국 AI의 무게중심이 지능의 성능에서 실행의 범위로 이동하고 있었다.

2-2. 결제가 먼저 깔렸다

앤트그룹의 AI페이는 2025년 출시돼 2026년 2월 사용자 1억 명을 넘어섰다. AI 네이티브 결제 제품이 이 규모에 도달한 것은 세계 최초다. 5월 말 기준 누적 거래는 3억 건을 넘었다. 사용자가 음성으로 결제 기능을 켜고 신원을 인증해두면, 그다음부터는 에이전트가 허용된 범위 안에서 구매를 진행하고 사용자는 최종 승인만 한다.  

앤트그룹은 WAIC 2026에서 토큰 페이도 선보였다. 에이전트가 언제 어디에서 얼마를 지출했는지 보여주는 통제 장치다. 토큰 페이는 기업 간 정산 제품으로, 한 에이전트가 다른 회사의 모델·번역·이미지생성 서비스를 호출할 때 발생하는 비용을 기록하고 정산한다.

에이전트 경제에서는 사람만 돈을 쓰지 않는다. 에이전트가 다른 에이전트와 모델, 클라우드를 구매한다. 이 연쇄를 자동으로 정산하는 장부가 없으면 산업이 확장되기 어렵다.

앤트는 소비자 결제와 기업 간 정산을 동시에 쥐려 한다. 여기에 더해 아이콘을 골라 들어가던 홈 화면을 대화창으로 바꾼 '아바오' 인터페이스까지 내놨다. 사람이 앱을 고르는 구조에서, 사람이 말하면 앱이 불려 나오는 구조로 뒤집은 것이다.

앤트그룹은 결제회사에서 에이전트 행동의 인증·권한·결제·정산을 담당하는 신뢰 인프라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국 소비자가 알리페이 AI 결제 솔루션을 이용해 커피를 주문하며 결제하고 있다. (출처 : 앤트그룹)

2-3.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는 이미 에이전트 회사

알리바바가 그리는 에이전틱 커머스는 상품 추천 개선이 아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걸 말하면 에이전트가 검색하고 가격·후기를 비교하고, 필요하면 판매자에게 묻고, 주문·결제·배송 확인, 필요시 환불까지 처리한다.

기존엔 타오바오에서 검색하고 알리페이에서 결제하고 물류 앱에서 배송을 확인해야 했다면, 이제 이 과정이 하나의 대화창 안에서 끝난다. 알리바바는 큐원이라는 모델만 가진 회사가 아니라 커머스·결제·물류·클라우드를 함께 가진 회사이고, 그 경쟁력은 벤치마크 점수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거래를 끝낼 수 있느냐에서 나온다.

텐센트의 가장 큰 자산은 모델이 아니라 위챗이다. 메시지와 콘텐츠, 결제와 미니프로그램, 기업 업무가 이미 하나의 관계망으로 연결돼 있다. 이번 대회에서 텐센트는 훈위안 모델과 에이전트를 이 관계망 안에 심었다.

대표 제품 워크버디는 3월 출시 4개월 만에 중국 내 DAU 1위 업무 에이전트가 됐고, WAIC에서는 iOS·안드로이드·훙멍 동시 독립 앱으로 출시돼 훙멍에 상륙한 첫 범용 에이전트 앱이 됐다. 알리바바가 상품과 거래의 실행 경로를 장악하려 한다면, 텐센트는 사람이 이미 열어놓은 대화와 업무 공간 안으로 에이전트를 들여보낸다.

2-4. 바이두는 검색을 답변에서 행동으로 확장한다

생성AI는 검색기업에 기회이자 위협이다. 사용자가 클릭 없이 AI 답을 바로 받으면 검색광고 사업모델이 흔들릴 수 있다.

바이두는 검색 자체를 에이전트화하는 쪽을 택했다. 범용 에이전트 '바이두다즈(百度搭子)'는 검색·클라우드·지도·문심을 하나로 묶었고, 이번 대회 조직위가 선정하는 '전시관 대표 전시품'에 뽑혔다. 출시 이후 일일 질의량이 20배로 늘었다고 회사는 밝혔다.

바이두는 아폴로(Apollo) 자율주행과 로보택시, 지도와 도시 데이터까지 갖고 있어, 검색 에이전트가 디지털 정보만이 아니라 자동차와 도로, 도시 인프라를 호출할 수 있다. 검색회사가 현실 세계의 이동을 실행하는 행동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셈이다.

WAIC 2026 텐센트 클라우드 부스. 텐센트는 AI 에이전트 개발 플랫폼 ADP, 관리 플랫폼 ClawPro, 경량 클라우드 서비스 Lighthouse를 앞세워 기업용 AI 활용 전략을 소개했다. 관람객들이 부스 앞에서 시연 화면을 살펴보고 있다. (출처 : 사진/ 더밀크)

2-5. 킹소프트는 ‘기업 두뇌’로 마이크로소프트를 대체하려 한다

에이전트 경쟁은 커머스와 검색, 결제에만 머물지 않았다. 매일 쓰는 오피스 소프트웨어도 재편되고 있었다.

중국이 자국의 마이크로소프트로 키우고 있는 킹소프트오피스는 'AI 오피스 효율 파트너'로 참가해 신제품 두 가지를 선보였다. 개인용 '링시 전문가판(靈犀專業版)'과 조직용 'WPS Comate'다.

링시 전문가판은 문서·브라우저·코드 도구를 직접 호출, 스프레드시트, 표준 차트가 적용된 프레젠테이션처럼 바로 이어서 편집할 수 있는 정식 오피스 파일을 만들어낸다. WPS Comate는 기업용으로, WPS 365를 하나의 AI로 업그레이드해 '기술·전문가·애플리케이션' 세 모듈로 기업의 지식과 데이터, 시스템을 연결한다.

킹소프트가 '기업 대뇌(企業大腦)' 개념을 업계 최초로 실제 제품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전시장에서 만난 킹소프트 관계자는 "AI가 재구성하는 건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업무가 완결되는 방식이다. 과거엔 사람이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면, 이제는 사람이 목표를 제시하고 AI가 참여해 완결한다"고 말했다. 여느 실리콘밸리 SaaS 기업이 내세우는 목표와 같았다.

이 회사가 내세운 근거는 추상적 구호만이 아니었다. 7월 11일, WPS의 AI 표 에이전트가 스프레드시트벤치(SpreadsheetBench)의 전문가 검증 400문항 부문에서 98.25% 점수로 세계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통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코파일럿으로 오피스 제품군을 하나의 AI 업무환경으로 묶으려 한다면, 킹소프트는 WPS와 중국 기업의 업무 데이터, 중국산 모델과 클라우드를 결합해 독자적인 업무 운영체계를 만들려 한다.

이 회사는 이미 업무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중국내 PC 버전 점유율 약 50%, 모바일 버전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 공무원과 국영기업 직원은 보안 규정상 WPS만 쓰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중국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중국 땅에서 멀어지게 하려고 키우는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중국 시장을 이미 대체한데 이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에이전트'를 키우는 것이다.

WAIC 2026 WPS/킹소프트 전시관. 위쪽은 ‘AI 대모델 클라우드 플랫폼’과 WPS Comate를 내세운 부스 전경이고, 아래쪽은 ‘AI-Native @Work’와 WPS AIPPT를 직접 체험하는 시연 공간이다. 전시 규모와 실제 업무형 AI 활용 장면을 함께 보여준다. (출처 : 사진/ 더밀크 (손재권))

2-6. 궈타이하이통은 금융 업무, 전력망은 관리를 에이전트로 대체

“에이전트를 도입한 뒤 현재 이 업무는 네 명이 수행합니다.”

중국남방전망의 부스에 가서 관계자에게 물으니 충격적인 답이 돌아왔다. 4명이 중국의 그 넓은 땅을 관리한다는게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실행 중이라는 말이 놀라웠다. 실제 전시장 곳곳에 'AI Every kWh'를 내걸고 송배전 계획과 전력 거래, 설비 점검을 AI 에이전트로 운영했다.

이 에이전트는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송배전망 투자계획을 세우며 설비 고장 가능성을 분석한다. 정확한 진위는 더 확인해야 하지만 AI 에이전트가 중국의 공기업에 까지 뿌리내리고 있었다는 사실은 확실해 보였다.

페트로차이나(중국석유)는 자사 전문 지식과 산업 데이터를 학습시킨 특화 모델인 쿤룬(昆侖) 산업 대형모델을 축으로 석유·가스 탐사 데이터 분석과 시추 계획 최적화, 설비 이상 탐지를 전시했다. 시추 계획과 설비 운영을 지원하는 산업 에이전트로 확장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용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시간을 절약한다면, 산업 에이전트는 자본과 에너지, 설비의 배분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증거다.

이 두 국유기업은 "우리는 범용 모델의 고객이 아니라 우리 데이터로 우리만의 대모델을 만들었다" 며 "남들이 가질 수 없는 데이터가 우리의 자산이다"고 입을 모았다. 국유기업조차 스스로를 AI 에이전트 회사라 불렀다.

궈타이하이통증권(國泰海通證券) 부스에서는 리서치 자료를 검색·요약하고 투자보고서 초안을 작성하는 금융 에이전트가 시연됐다. 시장·기업 데이터를 분석해 리스크 신호를 감지하고 자산관리를 지원하는 기능도 있었다.

금융은 자동화 효과가 크면서도 투자 판단과 고객 자산, 규제 준수가 걸려 답변의 근거와 책임 추적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다. 증권사가 AI 챗봇을 고객센터에 붙이는 수준을 넘어, 리서치와 투자은행, 자산관리와 리스크 관리의 업무 흐름 전체를 에이전트 중심으로 재설계하려 한다는 걸 보여줬다.

궈타이하이통은 지난 2025년 4월 11일 국태군안(國泰君安)이 해통증권(海通證券)을 흡수합병하며 새로 출범한 회사다. 중국 내에선 '세기의 합병'으로 불렸다. 합병 이후 자산 규모가 2조1143억 위안, 자기자본 3304억 위안으로 업계 1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합병은 몸집을 키워 '세계 일류 투자은행'을 만들겠다는 중국 공산당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서 나왔다. 리서치·기관영업, 투자은행, 자산관리, 채권, 신용, 핀테크 등 7개 사업본부를 두고 있고 상하이·베이징·선전 등에 44개 지사를 운영 중이다. 미국의 JP모건이나 모건스탠리 같은 회사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합병시켰다.

이 회사도 중국내에선 1위이지만 글로벌 경쟁력은 아직 미지수다. 글로벌로 뻗어 나가기 위해 AI 에이전트에 베팅하는 것이다.

WAIC 2026에 참가한 중국남방전망과 중국석유 전시관. 중국남방전망은 배전망 계획과 설비 관리에 활용되는 전력 AI 에이전트를, 중국석유는 지질 탐사와 소재 연구, 플랜트 운영에 적용되는 산업용 AI 모델을 선보였다. 중국의 AI가 국가 핵심 인프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처 : 사진/ 더밀크(손재권))

2-7. 에이전트폰, 그리고 표준 경쟁

이 거대한 전환이 소비자에게 가장 직접적으로 보인 곳이 스마트폰이었다.

누비아 나비X 울트라는 세계 최초 양산형 에이전트폰을 표방했다. ZTE 산하 누비아가 바이트댄스의 더우바오를 운영체제 깊숙이 통합한 제품이다.

제웨싱천(스텝펀)의 STEPX Neo에는 안드로이드 호환 에이전트 운영체제 스텝AOS와 개인 에이전트 '아무(Amoo)'가 탑재됐다. 알리페이 결제, 트립닷컴 예약, 디디추싱 차량 호출, 메이퇀 배달을 넘나들며 요청을 처리한다. 텐센트가 투자한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100억 달러다.

아너의 로봇폰은 카메라를 작은 로봇 팔 위에 올려 사람의 몸짓과 주변 환경을 읽고 반응하도록 했다. 제품 형태는 저마다 달랐지만 목표는 같았다. 사람이 앱을 고르고 조작하는 기기에서, 목적을 말하면 에이전트가 여러 앱과 서비스를 호출해 일을 끝내는 기기로 스마트폰을 다시 정의하는 것이다.

에이전트가 여러 기업의 앱과 서비스를 넘나들려면 공통 규격이 필요하다. 알리페이는 큐원 앱과 타오바오 즉시배송, 로키드 스마트글래스, 알리바바클라우드 바이롄 플랫폼을 하나의 규격으로 묶었다.

징둥닷컴은 에이전트 자율결제 프로토콜(A2P2)을 발표했고, 유니온페이커머스는 중국은련의 APOP 표준에 기반한 제품을 내놨다. 전자상거래 1위, 2위 사업자와 국가 결제 인프라가 서로 다른 규격을 들고 부딪힌 셈이다.

모바일 시대에 iOS와 안드로이드가 앱 생태계의 규칙을 정했다면, 에이전트 시대에는 에이전트가 사용자 권한을 위임받는 방식, 결제·정산 규격, 오류의 책임과 감사 기록이 그 규칙이 된다. 중국 기업들은 좋은 에이전트를 만드는 경쟁과 함께, 에이전트가 행동할 수 있는 규칙 자체를 선점하는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2-8. 풀스택 AI 에이전트 경제 엑스포였던 WAIC

WAIC 2026에서 확인한 것은 중국은 에이전트 생태계도 이미 풀스택으로 갖췄다는 것이다. 전시장 자체가 풀스택 AI 에이전트 이코노미 엑스포였던 것이다.

(1) 두뇌는 큐엔과 훈위안, 더우바오, 문심, 딥시크 같은 모델. (2) 실행 플랫폼은 스마트폰과 위챗, 알리페이, WPS, 검색과 기업 업무 시스템. (3) 산업 현장은 금융과 전력, 에너지, 제조와 연구실. (4) 신뢰와 규칙은 인증과 결제, 정산과 책임 추적, 데이터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 네 겹을 모두 연결하는 기업이나 생태계가 에이전트 시대의 새로운 플랫폼이 된다. 알리바바는 커머스·클라우드·물류를, 앤트그룹은 인증·결제·정산을, 텐센트는 위챗의 관계망을, 바이두는 검색·지도·자율주행을, 킹소프트는 WPS를, 궈타이하이통은 금융 업무 흐름을 각자 이 네 겹 위에서 자기 자리를 만들었다. WAIC 전체가 하나의 에이전트 경제 전시장처럼 보였던 이유다.

한국에는 에이전트가 사용자를 대리해 결제하고, 그 권한을 한도로 제한하고, 오작동의 책임을 배분하는 표준이 아직 없다. 중국은 그 표준을 알리페이와 징둥, 은련 세 곳에서 동시에 만들고 있다.

표준이 굳고 나면 후발주자에게 남는 선택지는 남의 규격을 채택하는 것뿐이다. 챗봇 시대의 경쟁이 누가 더 좋은 답을 내놓는가였다면, 에이전트 시대의 경쟁은 누가 더 많은 일을 끝내는가다.

중국은 '똑똑한 AI'를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고, 빅테크와 금융사, 오피스 기업과 전력회사, 단말 제조사와 스타트업이 동시에 뛰어들어 '일하는 AI'의 경제 시스템을 만들고 있었다.

WAIC 2026 문샷AI의 Kimi 전시관. Kimi 부스 앞에 서비스를 체험하려는 관람객들이 몰려 있다. 왼쪽에는 중국 AI 스타트업 면벽지능, 오른쪽에는 구글 부스가 자리해 중국 토종 AI 기업과 글로벌 빅테크의 경쟁 구도를 보여준다. (출처 : 사진/ 더밀크 (손재권))

[더밀크 인텔리전스 : 디코드 차이나] WAIC 2026에서 본 중국 AI 9대 발견 ③

발견3 : 휴머노이드는 로봇 산업이 아니라 제조업의 재편이다

다음 편(발견3)에서는 WAIC 2026 전시장을 가득 메운 휴머노이드의 진짜 의미를 살펴봅니다.

중국에서 휴머노이드는 더 이상 일부 로봇 기업의 신제품 경쟁이 아닙니다. 완성차와 전자·배터리·물류 기업, 부품업체와 지방정부까지 하나의 생태계로 결합하면서 제조업의 생산 방식과 공급망을 다시 짜는 산업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휴머노이드는 로봇 산업이 아니라 제조업의 재편이다.” 수백 대의 로봇 뒤에서 움직이는 중국의 공장과 부품망, 자본과 정책의 구조를 현장에서 분석합니다.

더밀크가 8월에도 중국에 갑니다! WRC 2026

더밀크가 WRC 2026 참관단을 모집합니다!

휴머노이드와 피지컬 AI의 최전선, 베이징으로 갑니다. WRC(World Robot Conference)는 중국 로봇 산업의 기술 수준과 양산 속도, 공급망 경쟁력을 한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대표 로봇 행사입니다.

중국식 수직 통합 AI 구조부터 휴머노이드, 핵심 부품, 산업 적용 사례까지. WRC 2026을 더밀크의 전문가이드와 함께 기술 관람이 아닌 비즈니스 인사이트로 경험하세요.

👉 참가신청하시면 개별 안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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