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3대로 시작 6000만불 만들다... '트럭킹 한상' 윤 만 대표
[한상대회 2023] 윤 만 뉴 커넥트 프레이트 대표
트럭 3대로 트럭킹 회사 시작... 작년 6000만불 매출 기록
트럭킹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강점... 실시간 트래킹 가능
대기업 20년 경험 자산...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이 성장 비결
EV트럭 전환 필수... "비용, 인프라 대응 유연성 갖춰야 생존"
미국에선 설렁탕을 먹어도 20달러는 듭니다. 세금, 서비스 차지, 팁도 들어가죠. 한국에서 기업 진출 하시는 분들은 '코스트(Cost)'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합니다.윤 만 뉴커넥트프레이트(New Connect Freight) 대표.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서 열린 제21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에 참석한 윤 만 공동대회장은 미국 진출을 꿈꾸는 한국 기업인들을 향해 이렇게 조언했다.
그는 지난 2009년 컨테이너 트럭 운송 회사인 '뉴 커넥트 프레이트(New Connect Freight)'를 설립, 대표를 맡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윤 대표는 "미국에 진출하면서 한국인 만의 '막무가내 정신'만으로는 어렵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세밀하면서도 고도화된 미국 사회에서 이런 접근법은 오히려 신뢰를 잃기 쉽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집을 살 때도 에스크로를 통해 유예 기간을 두고 집을 점검한다. 여기에 보험, 부동산, 융자 에이전트 등 여러 전문가들이 이 프로세스에 참여한다"며 "집을 살 때 소위 전문가들에게 지불하는 비용이 다 포함되는데, 한국은 간단한 것만 자랑한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프로세스를 건너뛰고 도전 정신 만으로 미국 기업과 사회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은 절대 호락호락한 시장이 아니다"라며 "'코스트'에 대한 개념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윤 대표로부터 최근 미국의 물류 트렌드와 향후 전망 등을 들어봤다.
2009년 금융위기로 창업 "살기 위해 회사 차려"
- 언제 미국에 왔나? 도미한 이유는?
"2001년에 미국에 왔다. 미국에 오기 전에는 삼성전자에서 20년간 근무했다. 퇴사 전까지 서울 본사의 구매전략실에서 일했다. 삼성에서 근무하면서 구매, 생산기술, 해외공장 관련 사업들을 담당했다. 1990년대 삼성이 해외 공장을 많이 건설했다. 현장 지원을 많이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물류 분야에 대한 지식이 쌓였다. 거래하던 물류회사에서 미국에 법인을 맡아달라는 요청에 덥석 미국에 건너왔다."
- 창업 계기가 궁금하다.
"먹고살려고 시작했다. 도미 후 3년 정도 법인장으로 있다가 다른 회사로 가게 됐다. 2009년까지 프레이트 포워드(Freight forward) 분야에서 일했다. 2009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회사를 나와야만 했다. 내 나이 40대 후반의 일이다. 남들은 안정되어 갈 시기에 아무것도 없이 나오게 됐고, 살기 위해 창업했다."
- 뉴 커넥트 프레이트는 어떤 회사인가?
"주 업종이 컨테이너 트럭 운송이다. 롱비치에 컨테이너가 들어오면 이를 픽업해서 손님들 창고로 운반한 후 다시 터미널로 가져다주는 역할을 한다. 자체 웨어하우스도 보유하고 있다.
트럭 3대로 시작해서 70여 대의 트럭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보다는 미국 등 해외 기업들을 주 고객사로 두고 있다. 독일의 물류회사 쿤안나겔(Kühne & Nagel), DHL, 그리고 선박회사 머스크(MAERSK) 등이 주요 고객이다.
지난해 60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는 언급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 포스트 팬데믹의 영향이다. 롱비치 항구 컨테이너 물량이 전년대비 30% 이상 감소했다.
현재 미국 경기는 '착시현상'이 있는 것 같다. 실제 상품이 움직이고 판매되는 것은 크게 줄었다. 그런데 고용지표 등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나쁘지 않다. 금융이나 주식시장이 원인이 아닐까 싶은데, 실물경기는 굉장히 좋지 않다."
트럭킹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강점... 실시간 트래킹 가능
- 다른 기업들과 비교해 어떤 강점이 있나?
"TMS 시스템, 즉 트럭킹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우리의 장점이다. 창업 초기부터 트럭킹 회사를 운영한 것은 아니다. 일을 잘 모르고 시작하다 보니 시스템을 어떻게 하면 효율성 있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내부에 IT 개발 팀을 주고 3~4년간 꾸준히 업데이트하면서 자체 운영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를테면 수주를 받으면 내부 오퍼레이션을 거쳐 진행 과정등이 고객에게 리포트된다. 이어 인보이스가 나가고, 고객에게 필요한 결과 분석 리포트 등이 제공된다. 일련의 프로세스를 갖추고 나니 맞춤형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가능해졌다.
이를 통해서 고객들은 실시간으로 컨테이너 도착 시간, 터미널 픽업 가능 여부, 현재 위치 등을 웹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실 트럭킹은 '블루칼라' 일이다. 우리 정도 규모의 회사가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 자체가 모험이었다.
그러나 이제 트럭킹도 첨단 산업으로 바뀌고 있다. 전기 트럭으로 바뀌어야 하고, 무인 트럭도 나온다. 이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내부 자원과 지식을 갖췄다는 것이 우리의 큰 장점이다."
-어떻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나?
"경험 때문에 가능했다. 대부분 좋은 학교를 나오고 좋은 백그라운드가 있으면 사회에서 훌륭할 일을 할 수 있는 찬스가 생긴다. 내 경우엔 달랐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삼성이라는 회사에서 20년을 꾸준히 일했다. 그냥 그 자리에서 노력하다 보니 저절로 훈련이 됐던 것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조직 구성, 업무 방법 등 노하우를 많이 익혔다. 돈을 받으면서 경영 훈련을 받은 것이다. 내 인성이 만들어진 이후에 세상을 살아가는 지식을 삼성을 통해서 배웠다고 생각한다. 삼성에 고맙다.
삼성에서 배운 것들을 내 회사에 도입해 나갔다. 다른 물류 회사들보다 IT나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많은 노력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비는 가급적이면 새것에 투자했다. 뭘 하려면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배움의 결과다. 시스템에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이를 구축했더니 미국 기업들이 먼저 알아보더라.
지금도 고객의 90%는 미국 회사다. 시스템 투자와 조직력을 갖췄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서비스 마인드까지 좋은 평가를 받았다. 창업 초기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고객들과 거래했다. 한국 기업 특성이 일처리에 대한 기준이 무척 까다롭다. 이 기준을 맞추다보니 마이크로소프트, DHL 같은 기업에서는 무척 우리의 일처리 능력에 감동한다. 이 경우엔 한국식이 통한다."
- 고객사 입장에서 물류는 비주얼이 중요하다. 어떻게 이를 구현했나?
"고객 입장에서는 내 물건이 어디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작업 순간순간이 시스템에 업데이트된다. 24시간 회사가 돌아간다고 보면 된다. 아침에 출근하는 직원은 5분이면 밤 사이에 어떤 프로세스로 일이 진행됐는지 한눈에 파악한다. 초기엔 이렇게 공개하는 게 두려웠다. 그러나 투명하게 우리의 현 상황을 고객과 공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 운임 요율을 낮추고, 조직을 효율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트럭킹 회사는 회사 소유 차량과 인디펜던트 드라이버를 통한 두 가지 운영 방식이 있다. 우리는 100% 자차로 운영한다. 코스트가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운송회사의 가장 큰 비용은 디젤 가격이다. 그리고 운전자 급여와 보험료가 가장 많이 든다. 운전자 보험은 급여의 30%나 든다. 우리는 미국 대형 캡티브 보험에 가입했다. (캡티브보험은 모기업의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이다. 모기업은 캡티브보험 자회사에 보험료를 납부하고, 보험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캡티브보험사는 자사의 위험담보능력을 초과할 경우 이를 재보험사에 전가한다.) 이를 통해 지급 보험료를 크게 낮췄다. 인건비를 최대 20% 이상 낮출 수 있었다.
최근 캘리포니아의 트럭킹은 모든 직원을 풀타임 직원으로 두는 법안이 최대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트럭킹 회사 대부분이 인디펜던트 운전자들을 많이 고용하기 때문에 힘들어졌다. 우리는 100% 자차를 통해서만 운영하기 때문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EV트럭 전환 필수... "비용, 인프라 대응 유연성 갖춰야"
- 최근 물류 트렌드는? 앞으로의 전망은?
"물류 전체 말고 트럭킹 분야만 놓고 보면 세밀화, 다양화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아마존의 온라인 판매가 늘면서 물건을 받을 때 중국에서 온 물건을 창고에 넣을 수 있는 스펙으로 다시 만들어서 가져오라고 한다. 우리는 자체 창고에서 재패킹이 이뤄진다. 또 최근 EV 배터리 등 위험한 물질에 대한 운송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데 여기에 대응가능한 전문화가 되어 있는가가 중요한 역량이 됐다.
초미의 핫이슈는 전기차(EV)다. 내년 1월 1일부터 캘리포니아 항구는 신규 등록 차종은 '제로이미션' 트럭만 가능하다. 전기나 수소만 가능하다는 뜻이다. 굉장히 챌린징 한 법이다.
문제는 아직 전기 트럭이나 수소 트럭이 보편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령 전기 트럭은 한 번 충전으로 200마일 내외를 간다. 그때마다 충전소를 찾아야 하고, 가격도 디젤보다 훨씬 비싸다. 차값도 마찬가지다. 디젤 트럭이 15만달러라면 EV트럭은 40만달러다. 정부 보조가 있어도 비용을 안고 가야 한다.
우리는 70대의 차량이 있는데 4년마다 새 차로 교환한다. 결과적으로 3년 내에 모든 트럭을 EV로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투자가 가능한 회사, 그리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됐다."
- 미국에 진출하려는 스타트업, 혹은 창업가들을 위한 조언이 있을까?
"기본이 갖춰진 후에 창업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기술도 중요하고 도전정신도 중요하다. 그러나 사업에 대한 '기본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내 경우 20년간 삼성에서 배운 것들이 기본 자산이 됐다. 기본에 충실해야 다른 것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얼마나 기본이 있는지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지금 현재 상황에 충실하면 나중에 다 도움이 된다. 비즈니스 기회도,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도 기본에 충실하면 온다.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없다. 갑자기 떨어진 것은 성공해도 오래 못 간다."
윤 만 대표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이용해 물류 솔루션을 제공하는 트럭킹 회사 '뉴 커넥트 프레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현 오렌지카운티 한인상공회의소 수석 부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21차 세계한상대회 공동대회장을 맡았다. 국제관세무역자문센터(ICTC) 조합원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플랫폼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