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칼날인가?...월가가 숨긴 '기관들의 600억 달러 풋 델타의 진실'
"호르무즈는 핑계일 뿐"… 월가가 입 다문 800pt 폭락의 '진짜 뇌관'
2010년 이후 최대 순매도: 600억 달러의 '폭락 보험'을 미리 든 기관들
기관, 공매도 2016년 이후 최대...스마트머니가 '하락 보험'에 올인한 이유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 '연준 풋' 종말...'출구 없는 공포' 시작된다
📌 더밀크의 AI 핵심 브리핑
파생상품 시장의 역대급 풋 델타 헤징, 헤지펀드 공매도 기록, 호르무즈 봉쇄발 에너지 충격이 동시에 맞물리며 '구조적 투매'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딜러의 감마 트랩과 시스템 펀드의 기계적 매도가 하락을 폭락으로 증폭시키는 메커니즘이 작동 중인 시장을 분석한다.
"호르무즈는 핑계일 뿐"… 월가가 입 다문 800pt 폭락의 '진짜 뇌관'
시장은 어디를 향하는 것일까?
3월 3일(현지시각), S&P500은 장중 2.5%까지 급락했다가 손실을 대폭 회복하며 0.9% 하락으로 마감했다. 4일 증시는 강력한 회복세로 1% 가까이 상승했지만 5일 시장은 다시 다우가 장중 800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풀썩 무너졌다. 방향을 알 수 없는 널뛰기 장세다.
아시아 증시의 변동성은 더 크다. 최근 글로벌 증시의 희망으로 떠오른 한국 코스피는 12%가 폭락 후, 다시 10% 가까이 급등하는 극악의 변동장을 연출했다.
시장의 공포는 아직 현재진행중이다. VIX 변동성 지수는 25를 돌파하며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여전히 20 위에서 거래되며 흔들림이 계속 유지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원인은 지정학적 리스크지만 이번에는 일시적인 '이벤트'로 치부하기에는 사안이 심각하다. 여전히 월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지정학적 공포가 원인이라는 해석이지만 동시에 이를 일시적인 단기 이벤트로 인식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몇 일 만에 풀려 곧 정상화될 것이란 전망을 제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의 의견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맞다고 할 수도 없다.
수면 아래의 구조적 문제가 이미 쌓여왔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는 트리거가 되었을뿐이다. 거시적으로 볼 것도 없다. 파생상품 시장의 미시적 구조만 봐도 시장은 뇌관이 당겨지기를 기다리고 있던 폭탄이었다.
호르무즈는 불꽃이었을 뿐, 이미 화약은 수 개월 전부터 쌓여있었다.
2010년 이후 최대 순매도: 600억 달러의 '폭락 보험'을 미리 든 기관들
현재 시장의 변동성을 이해하려면 지난 수 개월간 파생상품 시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초, S&P500에 대한 풋 델타 포지셔닝이 약 500억 달러에서 600억 달러 수준으로 수직 낙하하며 2010년 이후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순매도 상태를 기록했다. 이는 시장 참여자들이 지수 하락에 대비해 미리 천문학적인 규모의 금액을 투입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이런 규모의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세력들은 기관 뿐이라는 점이다. 이른바 스마트 머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풋/콜 비율은 0.72 수준에 머물렀다. 분명 높은 수준이었지만 2022년의 성장주 붕괴 당시나 2023년 초의 극단적인 스파이크(1.5~2.0) 당시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시장의 하락과 상승에 베팅하는 계약 건수로만 보면 시장은 평온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반대로 달러 기준으로 실제 하락에 베팅하는 실질 금액의 규모는 역대급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시장의 모습은 평온했지만 수면 아래에는 전례없는 수준의 대비가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시장의 오판을 초래했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풋/콜 비율의 안정감을 근거로 "큰 공포는 없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진짜 리스크는 계약 수가 아니라 그 계약에 실린 달러 델타의 규모에 있었던 것이다.
헤지 규모가 거대해진 이유는 구조적인 데에 있다.
단순히 기관들이 전쟁의 가능성을 보고 대규모 헤지에 나선 것이 아니라 S&P500 지수 자체의 레벨과 시가총액이 극도로 비대해지면서 기관들이 포트폴리오를 방어하기 위해 체결해야 하는 풋 옵션의 명목 금액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특히 매그니피센트 7 기업들의 지수에 대한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서 패시브 자금이 집중됐다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적은 계약 수로도 막대한 비용, 즉 '델타 가중치'가 만들어지는 구조인 셈이다. 문제는 이 정도 규모의 헤지라면 개인 투자자의 투기적인 풋 매수가 아니라 거대 기관 자금의 구조적인 위험에 대한 보험, 즉 헤징이 수면 아래에서 진행되고 있었다는 의미다.
기관, 공매도 2016년 이후 최대...스마트머니가 '하락 보험'에 올인한 이유
실제로 골드만삭스의 기관 거래를 추적하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데이터에 따르면 개별 주식 단위의 명목 공매도 규모가 2016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1월 30일부터 2월 5일 사이 공매도 규모가 매수의 두 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디스럽션에 대한 공포가 시작된 시기다. 당시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금융 서비스와 자산운용 분야의 164개 기업에서 일주일 만에 6110억 달러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그 중 IT 섹터가 가장 큰 순유출을 기록했고 소프트웨어 주식이 섹터 내에서 순매도의 75%를 차지할 만큼 에이전틱 AI발 충격의 대부분을 감수해야 했다.
문제는 레버리지를 활용한 베팅이다. 1:1이 아닌 마진을 활용한 두 배, 혹은 세 배 수준의 뻥튀기 베팅이다. 실제 당시 데이터에 따르면 총 레버리지는 프라임 브로커리지 장부 전체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본 100달러 당 약 300달러 규모의 롱/숏 포지션이 구축됐다. 문제는 포트폴리오 덩치가 이 정도면, 시장이 1~2%만 흔들려도 마진콜 위험이 현실화된다는 점이다. 이에 헤지펀드들이 선택한 옵션은 깊은 외가격(Deep OTM) 폿 옵션 매수였다.
풋 옵션은 일종의 보험이다. 보험료(프리미엄)는 나가지만 시장이 폭락하면 그때 보상받을 수 있는 권리를 미리 사둘수 있다. 헤지펀드를 포함한 기관들이 주식을 매각해서 시장 충격을 유발하기보다, 깊은 외가격 풋 옵션을 대량 매집하여 자본 효율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중요한 것은 이 공매도의 성격이다.
국제결제은행(BIS) 리서치에 따르면 기관들의 숏 포지션은 지수 하락 자체에 베팅하는 투기가 아니었다. 이들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롱 포지션을 보유한 상태에서 하방을 방어하는 베이시스 트레이드이자 포트폴리오 보험의 성격이었단 것이다.
스마트머니는 겉으로는 지수를 따라가면서도 수면 아래에서는 AI 혁신의 '패배자'를 솎아내 역사적 규모의 공매도를 구축하고 있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반도체와 반도체 장비, IT 서비스 등 일부 하드웨어 기술 관련 영역은 같은 기간 오히려 순매수를 기록했다. 모든 기술주에 보험을 걸어둔 것이 아니라 AI로 인해 해자가 무너질 기업과 수혜를 입을 기업 사이에 극단적인 수준의 양극화를 보여준 것이다.
호르무즈 봉쇄 장기화 = '연준 풋' 종말...'출구 없는 공포' 시작된다
그리고 블랙스완이 출현했다.
2월 28일(현지시각),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동 군사 작전을 개시했고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이란은 즉각 '레드라인이 없어졌다'고 선언하며 중동 지역 전체를 전장으로 삼아 전장을 확대했다.
여기에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4분의 1이 지나가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세계 원유 흐름 자체를 실질적으로 끊어놓았다. 미국은 해협을 지나가는 유조선에게 호위와 보험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는 사실상 지켜볼테니 지뢰밭을 건너라는 의미와 다를바 없다.
근본적인 해결방안, 즉 이란과의 협상이나 휴전 소식이 전해지지 않는 이상 봉쇄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것이란 전망이 강화되는 가운데 이 사태가 단순한 지정학적 리스크를 넘어서는 이유가 있다.
바로 앞서 언급했던 금융시장의 구조적인 취약점을 가장 아픈 지점에서 정확히 타격하기 때문이다. 중동지역의 에너지 충격은 공급의 붕괴로 인한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증시가 폭락하고 경기가 침체되어도 연준은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인하를 공격적으로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는 사실상 지난 20년 동안 위기가 터질 때마다 시장을 결국 회복시켰던 '연준 풋(Fed Put)'이 작동하지 않는 환경에 처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투자자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구원자'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 사태가 빠르게 봉합되지 않으면 시장의 충격파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2026년은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의 부채 만기가 1조 달러를 상회하는 이른바 '만기 벽(Maturity Wall)'이 가장 정점에 도달하는 시기다. 지금까지 시장은 금리인하만 기다리며 버텨왔지만 유가 급등으로 국채 금리가 다시 치솟으면 차환에 실패하는 기업과 지역은행의 연쇄 디폴트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블루아울과 블랙록의 사모신용 '펀드런' 사태를 감안할때 지정학적 위기가 에너지 충격을 거쳐 신용 위기로 전이되는 경로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숏 스퀴즈는 없다"… 개미들 뒤통수 친 600억 달러 '유리 천장'의 실체
흥미로운 점은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일반적으로 극단적인 풋 포지셔닝을 보면 언제나 역발상 매수 기회를 떠올린다는 점이다. 실제 2022년 이후 일부 기관들의 투기적인 공매도는 이른바 '숏 스퀴즈 랠리'로 인해 강제 청산으로 이어졌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지수 단위의 기관 헤지를 밈 주식의 네이키드 숏(Naked Short) 방식의 투자와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가 될 수 있다.
현재의 기관들이 보유한 천문학적인 규모의 풋 델타는 이들이 거대한 메가캡 롱(상승) 포지션을 보유한 채 하방의 잠재적 위험에 걸어둔 보험이다. 이는 주가가 올라도 이들의 포지션은 수익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이전에 일부 공매도 기관들이 한 것처럼 마진콜에 쫒겨 풋을 급히 청산하거나 주식을 추격 매수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강제 청산의 압력 자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숏 스퀴즈' 랠리도 없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상황은 정반대다.
숏 스퀴즈 랠리는 공매도 세력이 예상치 못한 주가 상승에 궁지에 몰리면서 강제로 주식을 사들이면서 주가가 치솟는 현상이다. 하지만 지금은 천문학적인 규모의 풋 옵션을 판 딜러들이 '숏 감마' 상태에 진입했다. 지수가 하락하면 딜러들은 손실을 상쇄하기 위해 선물을 매도해서 손실분을 상쇄해야 하고 지수가 오르면 중립 포지션을 맞추기 위해 다시 또 매도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시장이 올라갈 때마다 딜러의 기계적 매도가 작용하고 이것이 천장처럼 시장을 눌러주는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퀄 월(Call Wall)'이라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유리 천장이 지수 위에 깔려 있는 셈이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숏 스퀴즈는 보통 특정 종목에서 발생하고 비교적 빨리 끝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S&P500 지수 전체에 걸려 있고 딜러 뿐 아니라 CTA와 변동성 펀드의 기계적 매도까지 겹쳐 있어서 규모와 지속력이 훨씬 클 가능성이 있다. 기계적 힘이 한 방향으로 몰리고 있는 구간에서는 그 힘이 소진될 때까지 맞서지 않는 것이 바로 생존 전략이다.
더밀크의 시각: VIX 선물 커브가 말해주는 '진짜 바닥'의 시그널
3월 5일(현지시각), 시장은 다시 밀리고 있다.
S&P500은 중요한 기술적 지점인 20일과 50일 이평선이 위치한 지점에서 저항을 받고 급락했다. 현재 시장은 뉴스의 '헤드라인'에 의해 흔들리는 전형적인 변동장세다. 하지만 지금은 뉴스가 아닌 시장의 시그널을 봐야할 시기다.
바닥은 호재의 등장이 아니라 매도자의 소진에서 형성된다. 가장 큰 악재가 반등의 시작점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현재 VIX 변동성 지수의 선물 커브는 백워데이션에 있다.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변동성이 미래의 변동성보다 더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의미다.
VIX3M/VIX 비율은 현재 1.00 아래로 다시 재진입하려 하고 있다. 이는 당장의 변동성이 더 클 것으로 전망하는 투자심리를 보여주는 지표다. 이 지표가 바닥을 형성하고 다시 뚜렷하게 올라올 때, 기관의 패닉이 끝났음을 보여줄 수 있다.
사모신용의 균열이 목격되는 상황에서 신용 스프레드도 주시해야 할 지표다. 하이일드 스프레드(OAS)가 이전의 추세를 꺾고 상승한다면 신용 위기의 가능성을 시장이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징후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지표가 다시 꺾여 완연한 하락세를 보인다면 이는 신용 경색 우려가 해소되고 있다는 신호다.
블랙스톤의 대표 사모신용펀드는 최근 분기 중 37억 달러의 환매가 발생했고 환매 요청율은 7.9%에 달했다. 블루아울 사태로 촉발된 사모신용 균열이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으로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신용시장의 균열이 주식이 아닌 사모 신용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 2008년과 같은 패턴이다.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내러티브는 두 가지다. 하나는 AI가 모든 생산성을 해결하고 연준이 경제를 연착륙시킬 것이라는 골디락스와 다른 하나는 호르무즈발 에너지 공급 충격이 일시적 소음에 그칠 것이란 낙관이다.
하지만 데이터는 기관들을 필두로 제3의 시나리오도 대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AI로 정보의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개인들 역시 만약의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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