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즉시 화제…제너레이티브 AI 뤼튼, 글로벌 무대 노크
[CES2023 우리가 주인공] 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
청소년 글쓰기 훈련 소프트웨어 ‘뤼튼트레이닝’, CES2023 혁신상
고등학생부터 1만명 규모 학술대회 이끈 이 대표 “AI는 창의성 확장의 기폭제”
“제너레이티브 AI, 선캄브리아 시대…폭발적 성장 목도할 것”
“1인 창작 시대 가속화…글로벌 확장 가능 킬러앱 만들고 싶어”
구글은 인류에 영구적 영향을 끼쳤습니다. 구글 검색이 등장하기 전 지식의 습득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암기력’이었지만, 구글 이후엔 ‘정보 탐색력’으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제너레이티브 AI는 구글과 같은 영향력을 미칠 만큼 잠재력을 지닌 기술입니다. 폭발적 성장이 일어날 것입니다이세영 뤼튼테크놀로지스 대표
세계 최대 IT・가전쇼 CES에는 떠오르는 기술의 경연장이다. 인류의 삶을 바꿔놓은 인터넷, 스마트폰도 모두 CES를 거쳐갔다. 그렇다면 2023년을 주름잡을 새로운 기술은 무엇일까.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인공지능(AI)이 그 중 하나다. 이세돌을 이긴 알파고로 이름을 알린 AI는 이제 세상에 없는 콘텐츠를 생성하는 제너레이티브 AI(Generative AI)인 챗GPT로 더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넘어 오디오와 영상까지 만들어주는 제너레이티브 AI는 모바일 등장과 견줄 만한 혁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를 두고 유명 투자사 세콰이어캐피탈은 “경주가 시작됐다”고 했다. 2023년은 제너레이티브 AI가 폭발적으로 발전할 원년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 중에서도 발빠르게 이 시장에 뛰어든 기업이 있다. 국내 최초 제너레이티브 AI 서비스 ‘뤼튼(wrtn.ai)’를 만든 뤼튼테크놀로지스다. 단어 몇 개만 입력하면 상황에 맞는 글귀를 5초 만에 만들어준다.
뤼튼이 개발한 또다른 소프트웨어인 ‘뤼튼트레이닝(training.wrtn.ai)’은 CES2023에서 혁신상을 거머쥐었다. 단 사흘 만에 개발한 엔진이 어떻게 내로라하는 출품작들이 즐비한 CES에서 주목받을 수 있었을까. 더밀크가 지난 12월 30일 뤼튼테크놀로지스를 창업한 이세영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학술대회 이끌던 고등학생, AI에서 가능성을 찾다
테너톤의 낮은 목소리의 이 대표는 보통의 20대에게선 잘 보이지 않는 무게감이 느껴졌다. 학창시절부터 글쓰기에 남다른 재주를 가졌던 이 대표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자신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되지 못하고 사라지는 게 늘 아쉬웠다. 이에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13개국에서 연 1만명이 모이는 ‘한국청소년 학술대회’를 직접 만들었다. 30개 이상 세션을 운영하며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 분야를 발표하고 이들의 아이디어를 논문 등으로 현실화되는 작업을 도왔다.
그러다 팬데믹이 터졌다. 3억원을 들여 준비했던 2020년 학술대회 직전이었다. 결국 하루 전에 대회를 취소했고 이 대표 앞에 남겨진 건 취소에 따른 환불금 1억원이었다. 당시 그는 대학생이었다. 뤼튼테크놀로지스 초기 멤버들은 이 돈을 갚기 위해 모두 휴학하고 매일 15시간씩 글쓰기 과외를 했다.
과외를 하다보니 아이디어를 글로 정교하게 다듬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람간의 상호작용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했다. 공교롭게도 당시 기술업계에서는 초거대 AI 모델인 GPT3가 주목받고 있었다. 이 모델이라면 기계가 인간의 창의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조력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뤼튼테크놀로지스의 시작이었다.
블로그・광고・책 초안까지…5초만에 뚝딱
뤼튼테크놀로지스는 지난해 4월 설립, 이제 1년이 막 지난 신생기업이다. 초기투자 전문 VC 매쉬업엔젤스의 시드 투자 등 4개월 사이 4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아울러 삼성전자 씨랩 최종 선정, 서울캠퍼스타운페스티벌 서울시장상, 2021 도전! K-스타트업 최우수상, 중기벤처부 팁스(TIPS) 선정까지 그야말로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표 서비스인 콘텐츠 생성 플랫폼 ‘뤼튼’은 간단한 키워드를 입력하면 광고문구부터 이메일, 블로그 포스팅까지 상황에 맞는 글을 최대 5초 안에 만들어준다. 지난 10월 오픈베타 서비스 출시 후 현재까지 6만명의 유저가 11억단어를 생성했다. 해외 유사 서비스들의 초기 사용량으로 예측한 전망치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같은 반응에 30여곳의 대기업과 커머스 플랫폼 등에서 도입 문의가 빗발쳤다. 이 대표는 “예상보다 사용량이 많아 요즘엔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재밌는 건 CES2023에서 혁신상을 받은 서비스는 정작 뤼튼이 아닌 사이드 프로젝트로 만들었던 글쓰기 훈련 소프트웨어 ‘뤼튼 트레이닝’이라는 점이다. 오랫동안 글쓰기 교육에 도가 튼 전문가들이 모여 영종도에서 사흘 동안 합숙하며 해커톤을 벌인 끝에 나온 작품이다. 초거대 AI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면서도 뤼튼의 언어 확장 가능성을 글로벌 무대에서 증명해보이고 싶었다. 뤼튼 트레이닝에서 AI의 역할은 글의 첨삭과 완성이 아닌 ‘질문’이다. 24시간 내 옆에 있는 AI 논술 선생님이 사용자의 글을 바탕으로 한 질문을 통해 인간의 창의성을 배가시켜주는 셈이다.
사람 돕는 AI가 목표…단기간에 창의성 구현 가능
이 대표는 제너레이티브 AI의 개발 단계가 초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과 상당히 닮아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기 앱 시장은 스마트폰이란 신문물의 기본적 기능을 소개하는 앱으로 사용자를 모은 후 그들의 반응을 통해 보다 고도화된 앱 서비스를 만들어가는 방식이었다”며 “제너레이티브 AI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마치 선캄브리아시대처럼 폭발적 성장을 앞두고 잠들어있는 시기와 같다는 것. 그는 “운이 좋게도 초기에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기업으로서 글로벌로 확장할 수 있는 킬러앱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간보다 더 뛰어난 AI가 출현할수록 되레 인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AI가 수많은 직업을 대체하고 결국 인류의 삶을 더 팍팍하게 만들 거라는 주장 말이다.
이 대표는 “직업의 흥망에 대한 전망은 조심스럽다”면서도 “근본적으로 AI는 창의성을 확장해주는 도구로서 기능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즉, 인간의 창의성이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하는 작업이라면 인간은 상상력 극대화에 집중하고 이를 구현해주는 데 AI가 사용될 것이란 설명이다.
예컨대 지금의 소설이나 드라마 각본은 한두명의 메인작가와 수많은 보조작가의 집단 창작의 결과다. 하지만 AI의 능력을 빌린다면 메인작가뿐 아니라 수년간 견습과정을 거쳐야 했던 보조작가들도 자신만의 AI 보조작가를 거느리며 창작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
컴퓨터 개발 분야 역시 과거엔 개발팀이 모두가 코딩에 열중했다면 이제 인간은 더 큰 설계나 검수 영역에 집중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대표는 “AI의 도움으로 창의성의 구현까지 걸리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짧아지면서 1인 창작 시대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아울러 가짜 정보나 비윤리적 정보 생산 가능성에 대해서는 “AI 모델을 다루는 사람들은 기획부터 설계, 응용까지 전 분야에 걸쳐 사람 중심의 사고와 윤리적 문제 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촘촘하게 대비해야 한다”며 “뤼튼은 과학기술정통통신부와 함께 윤리 자율점검표를 만들어 자체적으로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제너레이티브 AI라고 하는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기술을 발전시키되 발생 가능한 문제에 끊임없이 대응하고 보완해나가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구글의 검색 기술이 인간의 뇌 구조를 변화시켰다는 논문이 있다”며 “제너레이티브 AI로 인간이 지닌 창의성에 대한 기준을 바꾸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