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 리더십 개편, 왜 지금인가… ‘두뇌 유출’이 한국에 던지는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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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6.08.05 14:22 PDT
구글 AI 리더십 개편, 왜 지금인가… ‘두뇌 유출’이 한국에 던지는 시사점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출처 : 편집=ChatGPT Images)

[구글 AI 리더십 교체 분석] 허사비스 이사회 의장 겸 알파벳 최고과학자로
AI 기반 신약 개발에 무게… 2인자 코라이 역할 커져
‘전설’ 제프딘의 퇴사… 디스커버리 루프 창업
왜 지금인가: 경쟁사 대비 뒤처진다 우려… 인재 유출 지속
더밀크의 시각: 구글 AI 인프라 투자 지켜봐야… 과학 자동화 트렌드 주목

구글이 AI 조직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 경영진을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일상적 경영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 겸 알파벳(구글 모회사) 최고과학자(Chief Scientist)로 자리를 옮기고, 순다 피차이 구글·알파벳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코라이 카부쿠오을루 구글 딥마인드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신설된 수석부사장(SVP) 직함으로 제미나이 모델 개발과 프런티어 연구를 총괄하게 됐다. 

같은 날 구글 수석과학자 제프 딘은 27년간의 구글 재직을 마치고 회사를 떠나 새 스타트업을 창업한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진 뒤 뉴욕 증시에서 알파벳 주가는 4% 넘게 하락했다.

구글 I/O에서 발표하는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공동창업자 (출처 : Google)

허사비스, AI 기반 신약 개발에 무게… 2인자 코라이 역할 커져

“AI 모멘텀의 다음 장(The next chapter of our AI momentum)”

구글 AI의 다음 챕터라는 제목으로 5일(현지시각) 발표된 이번 개편 공식 성명에는 피차이 CEO와 허사비스가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가 포함됐다. 

피차이 CEO는 메모에서 “우리는 AI 풀스택 전반에서 놀라운 진전을 이뤄왔다”며 “제미나이 앱은 월간 이용자 9억5000만 명을 넘어섰고, 지난주 공개된 제미나이 로보틱스처럼 우리의 AI 연구는 계속해서 업계를 정의하는 돌파구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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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어 “우리는 이 모든 작업을 가속화하고 AI 프런티어에 집중해야 한다. 동시에 지금이야말로 AGI(범용인공지능)와 과학의 미래를 만들어갈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구글이 AI 분야에서 이룬 업적을 강조하며 경영진 변동에 따른 내부 우려를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데미스 허사비스의 역할 변경이 가장 두드러진 변화다. 허사비스는 구글 딥마인드 CEO직에서 물러나 구글 딥마인드 이사회 의장과 알파벳 최고과학자를 겸임하게 된다. 신약 개발 자회사 아이소모픽 랩스(Isomorphic Labs) 대표직은 계속 유지한다. 허사비스는 런던의 딥마인드 신사옥 ‘플랫폼37’을 거점으로 삼아 코라이, 조시 우드워드 등 경영진에게 전략적 자문을 제공하게 된다. 

피차이 CEO는 이와 관련 “허사비스는 AGI와 과학적 발견의 미래를 만드는 데 시간과 역량을 쏟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는 알파벳과 인류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데미스보다 이 일을 더 잘 해낼 사람은 상상할 수 없다”고 적었다. 경영보다 연구 역할에 무게 중심을 싣는 것으로 해석된다. 

허사비스 본인도 X를 통해 “나는 평생 AGI를 향해 나아갔고, 중대한 순간에 접어들며 구글 딥마인드 의장 겸 알파벳 최고과학자라는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됐다”며 “이를 통해 장기 전략과 과학적 돌파구를 가속화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됐다. 질병 치료를 돕기 위한 아이소모픽에서의 작업에도 더 힘을 쏟을 것”이라고 밝혔다. 

알파폴드 개발로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허사비스는 AI의 최우선 응용 분야가 인간의 건강을 개선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믿어왔다. 구글 딥마인드 CEO를 내려 놓고, 암 치료 같은 그가 꿈꿔오던 건강 분야에 몰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딥마인드 경영 업무를 내려놓으면서도 아이소모픽 CEO직을 유지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딥마인드 2인자였던 카부쿠오을루 CTO의 부상도 의미가 있다. 그는 구글 딥마인드 CTO 겸 구글 수석 AI 아키텍트(chief AI architect)로서 신설된 SVP 직함을 받아 제미나이 모델 개발, 프런티어 AI 연구, 제미나이 앱과 개발자 팀 전반을 총괄하며 피차이에게 직접 보고한다. 그는 딥마인드 초창기부터 13년간 재직하며 딥러닝팀을 만들었으며 웨이브넷(WaveNet), DQN 같은 돌파구를 이끈 인물이다.

피차이 CEO는 “코라이는 13년간 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문가”라며 “구글 딥마인드는 훌륭한 손에 맡겨졌다. 다음 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제프 딘 구글 수석 과학자가 11일 세바스찬 무가잠비 구글 클라우드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출처 : 더밀크 박원익)

‘전설’ 제프딘의 퇴사… 디스커버리 루프 창업 

개발자 중심인 AI 업계에서 가장 큰 변화로 받아들여진 건 제프 딘 수석과학자의 퇴사와 신규 창업이다. 딘은 구글에 27년간 재직하며 맵리듀스(MapReduce), 빅테이블(Bigtable) 등 구글의 핵심 분산시스템을 설계하고 2011년 구글 브레인을 공동 창립한 전설적 인물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AI 업계 전반에서 큰 존경을 받아 왔다. 

그는 사내 동료인 산자이 게마와트 구글 시니어펠로우, 오리올 비니알스 구글 딥마인드 연구 부문 부사장(제미나이 공동 기술리더), 쿽 레 구글 브레인 공동창업자와 함께 회사를 떠나 ‘디스커버리 루프(Discovery Loop)’라는 공익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퇴사한다고 구글과의 인연이 끊어진 건 아니다. 구글은 이 신생기업에 창업투자자 겸 클라우드 파트너로 참여한다.

딘은 X에 “오랜 친구이자 협업자인 산자이 게마와트, 오리올 비니알스, 쿽 레와 함께 머신러닝·과학·엔지니어링 발견을 자동화하고 가속화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공익법인 디스커버리 루프를 설립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우리 네 사람은 14년에서 30년간 함께 일해왔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제품과 인프라, AI 모델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이제 야심찬 도전에 관심을 쏟게 돼 기대된다”고 밝혔다.

디스커버리 루프는 팰로앨토에 본사를 두며 라디컬벤처스와 코슬라벤처스가 시드 투자를 공동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딘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구글이라는 상장기업을 떠남으로써 얻는 이점에 대해 “우리는 회사의 순수한 재무적 이익에 반드시 부합하지는 않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미 많은 것을 이뤘기 때문에 앞으로는 재무적인 목적보다 인류 전체를 위한 과학 발견 등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공익법인(PBC) 형태는 오픈AI, 앤트로픽 등 다른 프런티어 AI 연구소들도 채택한 구조다. 공익법인은 주주 이익 극대화 의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사명 중심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왜 지금인가: 경쟁사 대비 뒤처진다 우려… 인재 유출 지속

핵심은 조직 개편 시점에 있다. 구글이 오픈AI, 앤트로픽 등 경쟁사와의 AI 경쟁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개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 딥마인드의 최신 제미나이 모델 플래그십 버전은 6월 출시 계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앤트로픽이 클로드 페이블 5, 미토스 5 등 강력한 모델을 공개하고, 오픈AI 역시 GPT-5.6 솔(Sol)을 선보이며 모델 성능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구글은 경쟁사 대비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구글을 떠나 앤트로픽과 오픈AI에 합류하는 AI 인재들이 늘어난 것도 시장의 우려를 증폭시킨 대목이다. 구글 딥마인드 부사장을 지냈던 노벨화학상 수상자 존 점퍼가 지난 6월 앤트로픽에 합류한 게 대표적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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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나이 3.5 프로 출시가 수개월 지연되며 부분적으로 사내 사기도 저하된 것으로 전해진다. 개편 발표 직후 뉴욕 증시에서 알파벳 주가가 4% 이상 하락한 것 역시 이런 업계와 시장의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구글의 추론 전용 8세대 TPU ‘TPU 8i’ 실물 (출처 : 더밀크 박원익)

더밀크의 시각: 구글 AI 인프라 투자 지켜봐야… 과학 자동화 트렌드 주목

구글의 AI 리더십 개편은 한국 기업과 투자자, 정책 당국에도 여러 갈래의 시사점을 던진다.

이번 개편으로 구글의 다음 프런티어 모델인 제미나이 4 개발 지휘 체계가 코라이 코라이 카부쿠오을루 SVP 중심으로 변경됐다. 차세대 모델 개발 및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지속 여부는 알파벳의 향후 자본지출(Capex) 규모와 직결된다. 

이번 리더십 교체가 구글이 최근 실적발표에서 밝힌 연간 자본지출 확대 방침에 영향을 미칠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구글의 AI 인프라 투자는 TPU·GPU 서버향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를 공급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조직 개편이 제미나이 로드맵 지연으로 이어질 경우, 구글의 AI 인프라 투자 우선순위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메모리 업계, 관련 투자자들은 구글의 자본지출 가이던스 변화를 주시해야 할 것이다.

구글의 이번 AI 리더십 개편은 빅테크 내부에서조차 최고 수준 AI 인재들이 ‘독립 후 자율적 연구’를 택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국내 AI 기업들도 대형 모델 개발과 동시에 핵심 연구인력의 처우·자율성 확보 경쟁에 직면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리콘밸리 사례를 참고해 AI 인재 유출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시그널은 정책적인 부분이다. 디스커버리 루프처럼 ‘과학적 발견 자동화’를 표방하는 신생 AI 연구기업이 실리콘밸리에서 잇따라 등장하는 것은 AI 기술의 다음 경쟁 무대가 챗봇·검색을 넘어 신약 개발·소재 연구 등 ‘과학 자동화’ 영역으로 확장하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소버린 AI 및 국가 AI 연구 인프라 전략에서도 이런 흐름을 반영해야 한다. 과학 발견은 국가 전략, 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어젠다이기 때문이다. 소비자용 애플리케이션을 넘어 과학 연구용 AI 인프라 투자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더밀크 인뎁스 리포트 A.I.R. 28호 <WAIC 2026: AI 메이드 인 차이나> (출처 : 더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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