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미국 진출 전략... 류현진 웨이 vs 추신수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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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4.03.12 08:52 PDT
스타트업 미국 진출 전략... 류현진 웨이 vs 추신수 로드
음재훈 GTF벤처스 대표가 롯더-더밀크 글로벌 앙트러프러너십 프로그램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롯데-더밀크 엘캠프 실리콘밸리] 음재훈 GFT벤처스 대표 강연
“미국에서 비즈니스 하는 건 불리한 원정 경기하는 격... 전략적 판단 중요”
성공 확률 높은 게임 해야... 일본 등 다른 해외 시장 먼저 공략하는 것도 방법
손재권 더밀크 대표 “실리콘밸리에서는 허슬 해야... 지금은 편집광 정신 필요”

류현진, 추신수 두 선수의 커리어에서 미국 진출을 위한 두 가지 성공 방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음재훈 GFT벤처스 대표

음재훈 GFT벤처스 대표는 11일(현지시각) 미국 레드우드 쇼어에서 열린 ‘2024 L-Camp(엘캠프) 실리콘밸리’ 프로그램에 참여해 “스타트업이 미국에 진출하려면 성공 확률이 높은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음 대표는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MBA를 거쳐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27년째 활동해 온 대표적인 한국계 벤처투자자다. 2023년 9월에는 AI, 데이터과학 등 첨단 기술 분야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1억4000만달러(약 1800억원) 규모의 신규 펀드를 설립해 운용하고 있다. 

실리콘밸리 현지 스타트업뿐 아니라 쿠팡, 눔, 타파스미디어 같은 한국계 창업가가 설립한 글로벌 스타트업에도 성공적으로 투자해 왔다. 엘켐프 실리콘밸리는 롯데벤처스가 크로스보더 미디어 더밀크와 함께 국내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사업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에이스였던 류현진 선수와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뛰어 올스타에 선정된 추신수 선수. 한국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방식도 2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미국에서 비즈니스 하는 건 불리한 원정 경기하는 격... 전략적 판단 중요”

한국을 평정하고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류현진 선수, 한국에서 대학도 안 가고 미국에 바로 진출해 마이너리그부터 거쳐 결국 메이저리그까지 승격한 추신수 선수의 방식을 스타트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게 음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전 세계 스타트업이 미국에 진출하려고 하지만, 사실 미국에서 성공하는 게 쉽지 않다”며 “영국에서 시작한 반도체 회사 ARM, 스웨덴에 설립된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 등 손에 꼽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 현지에서 능력 있는 인재를 뽑으려면 스톡옵션을 지급해야 하는데, 해외 기업은 현지인에게 스톡옵션 주는 것조차 쉽지 않다. 결국 원정경기처럼 절대적으로 불리한 환경에서 경쟁하게 된다”고 했다. 

한국 창업자들의 역량은 우수하지만, 미국에서의 인재 채용, 현지 VC로부터의 자금 조달 등이 쉽지 않기 때문에 미국에 진출하려면 철저한 전략하에 움직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류현진 선수는 국내 프로야구 리그를 평정하고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 미국에서도 최정상급 투수로 군림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입단한 이정후 선수도 같은 사례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저 '잘하는' 수준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가 국내로 유턴한 사례도 많다. 스타트업도 미국 진출을 성공리에 하려면 '쿠팡' 처럼 한국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미국에서 상장한 후 대만 진출을 노린 것처럼 글로벌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음 대표를 이를 '류현진 웨이'로 규정했다.

추신수 선수는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부터 시작, 단계를 밟고 결국 텍사스 레인저스의 최고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됐을 뿐 아니라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스타트업도 추신수 선수처럼 아예 일찍부터 미국으로 와서(예를들어 미국에서 먼저 법인 설립) 단계를 밟아서 결국 '올스타'가 된 것처럼 전국적인 서비스로 커가는 방식이 있다. 추신수의 길(추신수 로드)을 밟아간다는 것이다.

음 대표는 “냉정하게 얘기하면 국내 프로리그 주전도 안 되는데, 메이저리그 도전을 하면 100전 100패”라며 “내부 역량 강화, 외부 환경 극복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게임을 피하라”고 했다. 처음부터 미국에서 법인을 설립하고 오피스를 임대하고 공격적으로 채용하는 등 '하드랜딩'을 시도하기 보다 그 시간에 한국 사업 집중, 결과적으로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음 대표는 한국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이라면 한국에서 역량을 더 키워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을 때 해외로 확장하는 류현진 웨이를 택하는 게 성공 확률이 높다고 강조했다.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 대표가 과거에 창업한 아이디인큐로 실리콘밸리 진출에 도전했을 때 기간과 마일스톤을 정해놓고 도전, 과감히 접고 한국에 집중 성공한 사례도 공유했다.

음재훈 대표가 강연 후 창업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음 대표는 눔의 정세주 의장, 몰로코 안익진 대표, 센드버드 김동신 대표 같은 창업가들의 사례도 언급했다. 이들은 추신수 전략으로 처음부터 미국에서 시작해 인도계, 중국계, 영국계 창업자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며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에 등극했다.

음 대표는 “일본 시장의 경우 메신저, 보안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 기업 및 스타트업들이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며 “미국에 진출하기에 앞서 한국보다 시장 규모가 5~6배 큰 일본 시장 진출을 먼저 시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성공 확률 높은 게임 해야... 일본 등 다른 해외 시장 먼저 공략하는 것도 방법

이날 이어진 세션에서는 ‘실리콘밸리의 허슬(hustle) 문화’를 주제로 손재권 더밀크 대표가 강연했다. 손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는 인도, 중국계 이민자들은 적극적인 행동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는 사례가 많이 목격된다”며 “한국 기업가, 창업가들 역시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하고, 네트워킹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전설이 된 인텔 창업자 앤디 그로브가 쓴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는 책이 있다. 편집광이란 항상 깨어 경계하는 사람 또는 그런 자세”라며 “올해는 AI라는 굉장히 큰 산업 변화가 벌어지고 있는 만큼 이런 태도가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가 '실리콘밸리 허슬 문화'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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