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을 위한 하나의 뇌”... 구글, 피지컬 AGI로 간다: 제미나이 로보틱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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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6.07.30 15:20 PDT
“로봇을 위한 하나의 뇌”... 구글, 피지컬 AGI로 간다: 제미나이 로보틱스 2
구글 딥마인드의 제미나이 로보틱스 2 기반으로 작동하는 앱트로닉의 휴머노이드 로봇. 램프에서 전구를 빼고 있다. (출처 : Google DeepMind)

[구글 딥마인드 제미나이 로보틱스 2 분석]
“모든 로봇을 위한 하나의 뇌”... 구글 딥마인드의 야심
무엇이 새로워졌나: 세 개의 모델로 구성된 ‘지능층’
수치로 본 성능… 쉬운 일은 잘하지만, 섬세한 일은 아직
로봇 안전 문제도 함께 강조… 중국과 차별화
더밀크의 시각: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국제 표준 구축해야

흰색 휴머노이드 로봇이 걸음을 옮겨 바닥에 놓인 물뿌리개를 집어 든다. 자세를 낮춰 선반 위 박스에 놓인 야구 글러브, 탁구 라켓을 정확하게 집어 다른 가방에 옮기고, 책상 위 램프에서 전구만 정교하게 돌려서 빼고, 사람처럼 쓰레기 봉투의 끈을 야무지게 묶는다. 

구글 딥마인드가 7월 30일(현지시각) 공식 블로그와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에 등장한 시연 장면이다.

상반신, 팔·손끝을 넘어 다리와 허리, 균형 감각까지 아우르는 ‘전신’으로 AI 기반 로봇의 제어 범위가 확장된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 영상이 ‘실시간(real-time)’으로 촬영된 ‘완전 자율(fully autonomous)’ 로봇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로봇을 위한 하나의 뇌”... 구글 딥마인드의 야심

“모든 로봇을 위한 하나의 뇌(One brain. For any robot.)”

이날 새로운 로봇용 파운데이션 모델 ‘제미나이 로보틱스 2’를 공개한 구글 딥마인드의 비전은 이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로봇 제조 자체에 경쟁력을 가진 중국, 한국, 일본, 유럽, 미국의 수많은 기업에 그 로봇을 구동할 단 하나의 두뇌를 공급하겠다는 야심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제미나이 로보틱스 2를 “휴머노이드에 전신 지능을, 고급 손동작 제어를, 다중 로봇 협업 등을 제공하는 차세대 피지컬 AI”라고 소개했다. 최근 피지컬 AI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중국이 놀라운 약진을 거듭하는 가운데, 구글이 내놓은 대답인 셈이다. 

👉WAIC 2026에서 본 중국 휴머노이드 쇼크... 이미 사람의 일을 하고 있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도 자신의 X 계정에 글을 올려 이번 발표의 의미를 강조했다. 

허사비스 CEO는 “제미나이 로보틱스 2 모델을 활용해 로봇이 모든 동작을 추론하며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과제, 이를테면 섬세한 매듭 묶기 같은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심지어 여러 로봇이 팀을 이뤄 복잡한 작업 흐름(workflows)을 함께 처리할 수도 있다”며 제미나이 로보틱스 2의 성능을 치켜세웠다.

무엇이 새로워졌나: 세 개의 모델로 구성된 ‘지능층’

구글 딥마인드는 이번 발표에서 하나의 로봇 전용 AI가 아니라 서로 역할이 다른 세 가지 모델을 하나의 패키지로 내놓았다.

‘제미나이 로보틱스 2’는 시각·언어 입력을 모터 제어 신호로 바꾸는 비전-언어-행동(VLA) 모델이다. 구글 딥마인드가 지금까지 내놓은 모델 중 가장 발전된 형태다. 

이 모델은 발끝부터 손끝까지 휴머노이드 전신을 제어할 수 있으며 양팔 로봇 등 다른 형태의 로봇도 다룰 수 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OS(운영체제)가 다양한 스마트폰에 적용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특정 폼팩터의 로봇에만 작동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범용 파운데이션 모델인 것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와 함께 ‘제미나이 로보틱스 ER 2’도 공개했다. ER은 ‘체화된 추론(Embodied Reasoning)’의 약자로 로봇의 ‘상위 두뇌’ 역할을 한다. 사람의 지시를 이해하고 방 안 상황을 관찰하며 여러 단계로 이뤄진 작업을 계획하고, 다른 로봇과 소통해 협업을 조율할 수 있는 모델이다. 

마지막 ‘제미나이 로보틱스 온디바이스 2’는 인터넷 연결 없이 로봇 기기 안에서 직접 구동되도록 최적화 설계됐다는 게 특징이다. 가장 효율적인 VLA 모델이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전 모델들은 주로 탁상 위 작업을 위해 로봇의 상반신만 제어했지만, 제미나이 로보틱스 2는 물리적 AI를 전신 동작 영역으로 확장한다”고 설명했다. 

제미나이 로보틱스 2 모델군을 활용한 다양한 로봇 활용 사례 (출처 : Google DeepMind)

실제 시연에서 로봇업체 앱트로닉(Apptronik)의 휴머노이드 ‘아폴로 2’에게 “물뿌리개를 맨 아래 선반의 초록색 수납함에 넣어달라”고 지시하자 로봇이 테이블로 걸어가 물뿌리개를 집고, 다시 몇 걸음을 옮겨 선반에 정확히 내려놓는 과정을 그대로 수행했다. 

가장 어려운 작업 중 하나인 손끝 동작도 새로운 수준으로 올라섰다. 아폴로 2에 장착된 5개 손가락, 22개 자유도를 가진 ‘샤르파웨이브(SharpaWave)’ 손을 이용해 매듭을 묶거나 지퍼백을 봉하는 등 섬세한 동작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프랑카 듀오(Franka Duo) 플랫폼의 표준 2지(집게) 그리퍼로도 정밀한 부품 삽입 등 복잡한 포장·조립 작업을 처리할 수 있었다.

여러 로봇이 팀을 이뤄 일하는 ‘다중 로봇 협업’ 기능도 중요하다. ER 2 모델이 상황을 관찰하고 다음 행동을 계획해 VLA 모델과 조율하는 방식으로 한 대의 로봇이 할 수 없는 작업을 여러 로봇이 나눠 완수하도록 하는 새로운 기능이다. 

ER 2는 구글 검색 같은 외부 도구를 호출할 수 있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로봇 ‘스팟(Spot)’을 조종해 물건을 가져오게 하는 시연도 수행할 수 있었다.

온디바이스 모델의 이식 편의성도 강조됐다. 구글 딥마인드는 “제미나이 로보틱스 온디바이스 2는 기존 모션 트랜스퍼 기술을 계승해 형태와 센서, 자유도가 완전히 다른 새로운 양팔 로봇에도 200개 미만의 예시 데이터, 단 몇 시간의 적응 시간만으로 이식될 수 있다”고 밝혔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모델을 이식할 수 있다는 점은 작업 현장에서의 활용 및 배포, 확산 측면에서 큰 장점이 된다.

제미나이 로보틱스 2 세 가지 모델 (출처 : Google DeepMind)

수치로 본 성능… 쉬운 일은 잘하지만, 섬세한 일은 아직

구글 딥마인드는 모델을 발표하며 세부 과제별 성공률 데이터도 함께 공개했다. 앱트로닉 아폴로 2(인스파이어 손 장착) 기준 전신 작업에서는 테이블 위 물건 집기 68.4%, 바닥 물건 집기 45.7%, 선반 위 물건 집기 76.3%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모델 사용 기업이 어느 정도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있도록 통계 데이터를 제공한 것이다. 실제 로봇 업계에서는 여러 번 시도한 후 성공한 단 한 번의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해 공개하는 행태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은데, 이런 비판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폴로 2(샤르파 손 장착) 기준으로는 다섯 손가락 정밀 동작 전구 해체 작업에서 92%로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 전구 끼우기는 36%, 쓰레기봉투 묶기는 44%, 쓰레받기 사용은 32%, 지퍼백 밀봉은 40% 수준이었다. 프랑카 듀오 그리퍼 기준으로는 일반 집기·놓기 74.2%, 다양한 공구 정리 78.9%, 정밀 삽입 작업 89.6%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카니슈카 라오 구글 딥마인드 로보틱스 디렉터는 더넥스트웹과의 인터뷰에서 “진짜 손재주는 아직 먼 목표”라며 한두 번의 실수만으로 동작을 교정하는 인간에 비해 로봇은 여전히 학습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고 했다.

ER 2 모델의 정교함도 구체적 수치로 제시됐다. ER 2는 특정 사건이 발생한 순간을 짚어내는 ‘모먼트 파인딩’ 과제에서 91.3%의 정확도와 0.96초의 평균 오차를 기록했으며 기존보다 4배 빠른 처리 속도로 이를 달성했다.

제미나이 로보틱스 2 전신 조작 정확도 (출처 : Google DeepMind)

로봇 안전 문제도 함께 강조… 중국과 차별화

구글 딥마인드는 이번 발표에서 안전성 확보 노력도 별도로 소개했다. 새 벤치마크 ‘아시모프 에이전틱(ASIMOV-Agentic)’을 도입해 ER 2 모델이 VLA 모델의 안전하지 않은 도구 호출을 거부할 수 있는지, 과제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스스로 사람의 개입을 요청할 수 있는지를 측정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내놓은 로보틱스 모델 중 ER 2가 안전 제약 준수 및 인간 근접 상황 대응에서 가장 안전한 모델이라는 게 딥마인드의 설명이다. 예컨대 사람이 가까이 접근하면 이를 감지해 안전 정지를 실행한다. 정해진 행동 양식을 따르는 게 아니라 모델이 그때그때 상황을 판단해 추론을 하기 때문에 변칙적인 상황에서도 안전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로봇을 더 다양한 상황에 투입할수록 불확실성도 높아지므로 안전 문제가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중국 휴머노이드에 대한 보안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안전성을 앞세워 차별화를 강조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구글 딥마인드가 제공한 이번 시연은 ‘실시간·완전 자율’ 로봇이라는 점에서 원격조종 기반의 화려한 다른 로봇 시연과 다른 의미를 지닌다. 작업 현장과 우리의 일상에 휴머노이드가 들어올 날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시그널이다. 

제미나이 로보틱스 ER 2는 구글 AI 스튜디오(Google AI Studio)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고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트 플랫폼’에는 비공개 프리뷰로 제공된다. VLA·온디바이스 모델은 앱트로닉, 보스턴 다이내믹스, 어자일 로봇(Agile Robots) 등 일부 협력사를 포함한 얼리 액세스 파트너에게만 우선 공개된다.

WAIC 2026에 등장한 휴머노이드 로봇들. (상단 왼쪽부터) 갤봇의 G1, Ex-Robots의 휴먼 터치 감성로봇, 수두테크의 마니포머. (하단 왼쪽부터) 킨론 휴머노이드 군단, DH-Robotics의 양팔 정밀 조작 로봇, 수두테크의 자율 파지 휴머노이드 (출처 : 더밀크, 전진수)

더밀크의 시각: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국제 표준 구축해야

구글 딥마인드는 제미나이 로보틱스 2의 성과를 ‘피지컬 AGI(physical AGI)’로 가는 이정표로 표현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수행하는 ‘AGI(범용인공지능)’를 피지컬 AI, 즉 물리 세계에서 이루겠다는 비전이다. 

구글의 제미나이 로보틱스 2가 단지 새로운 모델 출시 이벤트가 아니라 로봇 산업 전체의 길목을 차지하는 플랫폼 전략인 이유다. “모든 로봇을 위한 하나의 두뇌”라는 슬로건 역시 이런 전략을 함축한다. 

구글은 이미 안드로이드 OS를 통해 스마트폰 하드웨어 제조사들의 운영체제를 통합한 경험이 있다. 독자적인 스마트폰 운영체제를 개발했던 삼성전자 역시 결국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포함됐다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구글이 더 적극적으로 휴머노이드·양팔로봇·4족로봇 등 물리적 형태가 전혀 다른 로봇들에 제미나이 로보틱스 모델을 적용하려는 움직임을 펼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이미 피지컬 AI를 수출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피지컬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실데이터·합성데이터를 범부처 차원에서 확보하는 체계 구축에 나선 건 바람직하다. 

데이터의 양과 질이 곧 모델 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에 이 데이터 확보 전략을 기반으로 강력한 피지컬 AI 모델을 확보하는 일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소수 빅테크의 ‘두뇌’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하드웨어 경쟁력에 더해 글로벌 수준의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을 발전시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온디바이스 구동을 전제로 하는 제미나이 로보틱스 온디바이스 2처럼 앞으로 로봇 두뇌가 클라우드가 아닌 로봇 기기 안에서 직접 돌아가는 방향으로 발전할수록 저전력·고효율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수요는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부품 생태계는 이런 변화를 기회로 붙잡아야 한다. 

안전 규범을 둘러싼 국제 표준 경쟁도 서둘러 대비해야 할 사안이다.아시모프 에이전틱 벤치마크나 인간 근접 안전 정지 기능처럼 글로벌 빅테크들은 로봇 안전성 평가 기준을 선제적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한국도 글로벌 AI, 반도체, 제조 생태계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표준 수립에 동참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향후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이나 휴머노이드를 수출할 때 국제 안전 벤치마크에 대응하는 인증·규제 체계를 함께 갖출 수 있으며 국제 표준 미비로 글로벌 시장에서 불이익을 보는 일도 피할 수 있다.

글로벌 AX 혁신: 맥락의 시대로 대전환 (출처 : 더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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