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미국 공략, 이보다 더 좋은 타이밍이 있을까?

reporter-profile
권순우 2022.08.07 09:48 PDT
한국 기업 미국 공략, 이보다 더 좋은 타이밍이 있을까?
신정수 애틀랜타 무역관장 (출처 : 더밀크 권순우 )

[K트라이앵글, 왜 주목받나] 3회 신정수 코트라 애틀랜타 무역관장
"애틀랜타 역동성 갖춰... 무역관 개설, 공급망 위기속 대응 기반 마련"
"투자진출 관련 문의가 90% ...이르면 연내 투자 진출 조사단 꾸릴 것"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비롯된 공급망 혼란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정권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부터 중국과의 무역분쟁 시작했다. 이후 바이든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중국과의 기술패권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공급망 위기가 불러온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미국 기업들의 '리쇼어링(Reshoring)'이다. 해외로 나간 기업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는 현상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기존의 밸류체인을 무너뜨렸고, 한국 기업들은 미국 중심의 밸류체인에 속속 편입하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2차 전지와 반도체 등에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중국과의 기술패권 경쟁을 위한 미국의 중요한 파트너가 됐다.

최근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보면 이해가 쉽다. 코트라 댈러스 무역관이 올 초 내놓은 2022년 미국 경제 동향 및 전망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투자 규모는 2016년 이후 연 100억달러(약 12조3340억원)를 매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지난 3년간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는 가속화됐다. 더밀크가 한국무역협회 뉴욕지부, 코트라 뉴욕무역관, 애틀랜타 총영사관 등에 요청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2021년까지 3년간 한국 기업 대미 투자는 금융, 보험 등 서비스업이 329억달러를 기록했다. 제조업은 전년대비 16% 증가한 186억달러로 조사됐다.

한국기업이 채용한 인력은 올 1월을 기준으로 텍사스와 미 남동부 지역에서 4만 9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2021년 대비 고용이 가장 많이 늘어난 주는 6000명을 기록한 텍사스였고, 조지아주가 3000명, 그리고 앨라배마주가 2000명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 기업들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 속에서 큰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투자 대비 안정적으로 효과를 누릴 수 있는 미국으로의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도 김진표 국회의장 등과 회동을 갖고 한미동맹 강화와 경제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지난 3월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무역관을 개설했다. 지난 2006년 무역관을 폐쇄한 지 16년 만의 일이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8년에도 무역관 재개설을 추진한 바 있으나 무산됐다가 올해가 되어서야 승인을 받고 개소식을 개최했다.

미 남동부 지역에 전기차(EV), EV 배터리, 그리고 태양광 모듈과 같은 혁신기술 거점인 'K트라이앵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애틀랜타에 무역관이 다시 문을 여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애틀랜타 무역관 초대 관장으로 부임한 신정수 관장에게 그 의미와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 가속화 트렌드,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 등에 대해 들어봤다.

👉 기획: K트라이앵글, 왜 주목받나

1회 SK 29조 추가투자 공장 '러시'..K트라이앵글 속도낸다

2회 (인터뷰1)김윤희 조지아주경제개발국 차관

3회 (인터뷰 2)신정수 코트라애틀랜타 무역관장

주별 대미투자기업 고용 인원. (출처 : 한국 무역협회 뉴욕지부 )

"역동성 갖춘 애틀랜타, 한국과 닮아"

- 코트라에서 그간 어떤 일을 했나?

"2003년에 입사해 기획조정실, 전시컨벤션실 등 여러 부서에서 20여 년 간 근무했다. 파리 무역관에서 2번 근무했고, 코트디부아르의 아비장 무역관장을 역임했다."

- 코트디부아르에 무역관이 왜 필요한가?

"코트디부아르는 서 아프리카 지역 경제 신흥 강국이다. 아프리카 개발은행 본부가 들어서 있다. 아비장(Abidjan)은 코트디부아르 남동부 최대의 항만도시로 한때 수도이기도 했다. 지금도 최대 경제도시로 꼽힌다. 지난 2011년 내전이 끝나고 연평균 경제 성장률이 7~8%로 급성장하는 지역이다. 시장 규모는 나이지리아와 같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보다 작지만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대형 건설 프로젝트가 많아서 한국 기업들과 연계하는 일들을 했다."

- 다른 해외 지역과 애틀랜타와 어떤 차이가 있나? 남동부 관할 지역에 대한 인상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애틀랜타를 비롯한 미 남동부 지역은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가령 파리의 경우 유럽의 경제 강국인 프랑스에 속해있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조용한 편이다. 반면 애틀랜타는 상당히 역동적이다. 한국과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

- 애틀랜타 무역관 인력 구성과 주요 업무는?

"지난해 7월 말에 부임해서 3월 개관식을 했다. 부임한 지 약 1년이 됐다. 현재 애틀랜타 무역관에 총 6명이 근무하고 있다. 본사에서 2명이 파견 나오면서 기존 4명에서 늘어났다. 업무는 조사담당, 투자담당, 그리고 마케팅 담당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관할 지역은 조지아주, 플로리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앨라배마, 푸에르토리코, 버진아일랜드, 버뮤다 등이다."

"코트라의 업무 중 가장 중요한 업무는 무역 진흥이다. 한국의 중소, 중견기업이 해외 바이어들을 만나서 수출을 늘리고, 수출을 통해서 한국 경제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현재 공급망 위기가 심각하다. 한국의 중소, 중견기업이 해외 주요 공급기업들과 잘 소통하도록 해서 수출입에 문제가 없도록 지원하는 일들을 한다. 지난해 반도체 공급 위기 당시 원자재 등 수급난이 있을 때 현지 공급망과의 연계를 통해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지원하는 역할 등이 우리의 일이다. 그다음은 투자 유치다. 한국 기업의 미국 등 해외 진출뿐 아니라 해외의 기업이 한국에서 사업을 잘할 수 있도록 한국의 투자정보를 제공하고 기업이 궁금해하는 부분 등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코트라 애틀랜타 무역관 개관식에서 현판식을 마친 뒤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섰다. 사진 맨 왼쪽이 신정수 무역관장. (출처 : 더밀크 권순우 )

"무역관 재개설, 공급망 위기 속 현지 대응기반 마련 의미"

- 애틀랜타 무역관이 16년 만에 재개설됐는데 어떤 의미가 있을까?

"미 남동부에 한국 기업 진출이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애틀랜타에 무역관이 개설하게 됐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현지 기반이 마련되었다는 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코로나19와 지정학적 위기로 심화하고 있는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물류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일부터 시작했다. 미국 내 기관과의 협력하면서 '미 남동부 투자 진출 거점센터'를 상시 운영하게 되는데 이를 기반으로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와 진출을 지원하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된다는 의미도 있다."

- 애틀랜타와 진출 기업은 어떤 특성이 있나?

"애틀랜타는 무역과 투자유치 이외에도 현지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많다는 점에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다. 진출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현재까지는 현대차그룹, 기아 조지아, SK그룹 등 이미 진출해있는 한국 대기업과 동반 진출한 기업들이 많다. 이미 한국 기업에 부품 공급 등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고 있지만, 협력사들이 미국에 더욱 잘 정착하려면 현지의 새로운 바이어를 찾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현재 (자동차 생산 허브가 조성된) 디트로이트 지역과의 협업을 통해서 진출 기업들이 새로운 거래처를 찾을 수 있게끔 마케팅 지원 노력도 하고 있다. 주로 한국 기업들이 초기에 미 관할 지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업무를 지원한다고 보면 된다. 현지 분위기나 법률, 세무, 인센티브 관련 정보들을 제공한다. 이런 측면에서 조지아주 경제개발국과는 좋은 관계를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 최근 3년간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이 잇따랐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 베팅하는 이유는?

"결과적으로 한 기업이 해외에 투자하는 이유는 같다.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하는 이유는 시장성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할 때도 한국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진출하는 것이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 미국 시장의 중요성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다. 특히 미국, 남동부에 투자한 대부분의 한국 기업이 자동차 섹터와 관련되어 있다. 미국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로 봤을 때 어쩌면 당연한 투자다. 미국은 다양한 차종이 판매되는 다이내믹한 시장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 입장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시장이다. 한국에서 차를 만들어서 수출하는 것보다는 관세나 무역 규제 등 거시적인 측면에서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것이 당연하다. 자동차 업계 특징이 완성차 공장과 부품사들의 클러스터가 조성되어 있어야 한다."

- 그럼 왜 미 남동부 지역일까?

"국가가 결정됐다면 그 이후는 이제 주정부 간 경쟁이다. 개인적으로 보면 주정부에서 제공하는 인센티브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조지아주와 앨라배마주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 하나의 장점은 바로 저렴한 남부 지역의 인건비다. 이밖에 주재원들의 생활비나 물류 등의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결과가 남동부 지역으로 몰리는 이유다. 특히 물류 측면에서는 확실히 강점이 있다. UPS, 델타항공과 같은 물류, 항공 기업 본사가 있고 사바나 항구와 애틀랜타 하츠필드 국제공항과 같은 물류 인프라가 잘 조성되어 있다. 한국에서 필요한 부품을 적시에 조달할 수 있고, 중남비 지역으로의 접근성도 뛰어나다. 향후 중남미 시장 진출을 고려한다면 리스크가 적은 남동부가 기업이 진출하기에 적절한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조지아주에 조성될 K 트라이앵글 지역 (출처 : 그래픽: 김현지)

"투자진출 관련 문의 90% ... 향후 조사단 꾸릴 것"

-경기침체 우려가 나온다. 한국 기업들의 진출 문의가 여전히 활발한가?

"여전히 활발하다. 최근 무역관에 들어오는 기업 문의는 90% 이상이 현지 투자진출 관련 문의다. 법인 설립 절차나 주 세금 관련, 특수 화학제품 관련 규제 등의 문의도 많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우리 기업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차가 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부임 이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추진해온 사업은?

"일단 지난 7월 말 마이애미에서 열린 의료기기 전시회(플로리다국제의료박람회, FIME)를 지원했다. 한국관을 따로 만들어 한국 기업들의 수출상담이나 바이어 연결 등의 업무를 지원했다. 중남미 의료기기 바이어들이 많이 참가하는 엑스포다. 그해 사업계획이 전년도에 예산을 받아서 이뤄지기 때문에 올해 체계적으로 기획한 사업은 아니다. 신설 무역관이기 때문에 수출 마케팅 지원하기 위한 직원 역량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초적인 국내 기업들에 대한 해외시장 조사 요청 등은 이미 수행하고 있다. 소정의 수수료를 받고 해외시장조사 서비스와 같은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현지 시장 조사를 통해 바이어를 발굴하고, 대행이나 출장도 대신 지원하는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사화 사업도 대표적인 사업이다. 이런 사업들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생각이다."

"내년에는 투자 진출 조사단을 꾸릴 계획도 갖고 있다. 10~15개 한국 기업들을 꾸려 직접 조지아주나 관할 지역에 와서 공장 후보지를 살펴보고, 현지의 법률이나 조세, 노무 등 전문가들과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할 생각이다. 막연했던 미국 진출 계획을 현실감 있게 검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르면 오는 11월, 늦어도 내년 1분기에 시행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관할 지역에 항공 우주 관련 기업들이 포진해있는데, 한국의 항공우주 분야 사절단 파견이나 상담회 등도 열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단순히 한국 기업의 수출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밸류체인에 한국기업이 파트너사로 편입될 수 있는 사업들을 지원할 생각이다. 항공 우주분야나 바이오산업과 같은 섹터에서 공동 연구개발과 같은 다양한 파트너십을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미국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 기업들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미국과 같은 선진국은 공략하는 방식이 다르다. 너무 조급하면 안 된다. 너무 빨리 성과를 얻으려고 하면 실망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무엇보다 해외에 물건을 수출하기 이전에 국내 시장에서 역량이 검증되었는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 미국에 진출하려면 확실히 미국에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계획을 세워야 한다. 무작정 진출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현지 시장 규모를 잘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진출 문의가 많기는 하나 현지에 시장이 있어서 미국에 진출하려는 것인지 잘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런 부분을 잘 고려해보는 것이 좋겠다."

👉관련기사

미 애틀랜타, 뉴 울산 되나.. 한국 제조업, 미국행 가속 왜?

미국에 'K트라이앵글' 생긴다... 현대차 7조원 투자 EV 공장

한국 대미투자 3년간 최소 36조원... 韓 공장 美 진출 가속 왜?

美 조지아주 한국 '전기차 산업단지' 된다... 현대차 SK 신공장 건설

K트라이앵글, 공급망 재편의 핵심 부상.. 한국 이민자 대거 받아야

미국내 중국 태양광, 한국이 대체.. 한화의 강드라이브 왜?

지난 7월 마이애미에서 열린 FIME 박람회장의 한국관. (출처 : 출처 애틀랜타 무역관)

회원가입 후 뷰스레터를
주 3회 무료로 받아보세요!

단순 뉴스 서비스가 아닌 세상과 산업의 종합적인 관점(Viewpoints)을 전달드립니다. 뷰스레터는 주 3회(월, 수, 금)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