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미국 진출 어려운 이유... 돈∙기술 아닌 소통∙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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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2022.11.13 01:27 PDT
한국 기업, 미국 진출 어려운 이유... 돈∙기술 아닌 소통∙보상
조지아주 현대차EV 공장 기공식. 정의선 회장과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가 첫삽을 뜬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출처 : 현대차그룹)

한미상의-ATL 총영사관-트룹 카운티 상의 주최
차세대 인력 개발 포럼... 더밀크 미디어 후원
현대기아차, SK배터리, 부품사 등 150명 참가
문화 공감하고, 직원 목소리 들어야 지속 가능

직원들은 정서적 공감을 원합니다. 성과와 노력에 대한 감사도 잊지 마세요.
조나단 마틴 '콘스탄지 브룩스, 스미스 앤드 프로핏 법률그룹' 파트너

미국 제조업이 '메이드 인 USA' 정책을 국가적으로 시행하고 주력 노동자의 세대 교체도 급격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한국 대중소기업의 미국 진출 상황을 점검하고 미래를 점검하기 위한 포럼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한국 기업이 미국에서 안착하기 위해서는 소통과 보상 문제가 해결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애틀랜타 총영사관(총영사 박윤주)과 미 한미 동남부 상공회의소(회장 김재천), 라그란지 드룹 카운티 상공회의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차세대 인력 개발 포럼(The Next Generation Workforce Development Forum)'이 지난 9일(현지시간) 기아조지아공장 인근의 기아 트레이닝센터에서 개최됐다.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노동법 전문가 조나단 마틴 파트너(콘스탄지 브룩스, 스미스 앤드 프로펫 법무법인)는 미국의 인사관리 문화와 최근 트렌드 변화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미국의 달라진 HR 환경에 대해 언급했다.

마틴 파트너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서는 아마존, 스타벅스, 켈로그, 존디어와 같은 대기업들에서 노조 결성이 잇따르고 있고, 새로운 기술의 출현, 노동법, 인력 수급 등 거시적인 노동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특히 많은 기업에서 노조 결성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가 집계한 현황에 따르면 1965년 이후 미국의 노동조합 승인율이 68%를 기록하면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고, 상반기 중 관련 청원이 전년대비 57%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만한 점은 노조 설립을 위해 움직인 세대가 주로 20대였다는 점이다. 마틴 파트너는 "스타벅스와 아마존 모두 노조 건립을 움직인 이들은 20대였다"며 "행동주의 문화에서 자란 세대임을 감안할 때 이해가 간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 변화에도 한국 기업들의 '소통 부재'는 심각한 상황이다. 마틴 파트너는 조지아주 서부와 동부 앨라배마 지역의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에 대한 실사 결과를 인용, "감사 대상이었던 기업의 상당수가 '임시 고용직'을 채용하고 었었다"라고 설명했다. 대개 전체 직원의 38~53%가 임시직원이었으며, 대다수는 히스패닉계\다.

한국 기업들이 겪는 소통의 부재는 리더십과 관리자, 생산라인 근무자가 각각 따로 구성 돼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리더십은 한국말을 사용하고, 중간 관리자는 영어를 쓰는 미국인들이 대다수다. 여기에 생산라인 근무자는 히스패닉계가 많다. 마틴 파트너는 "동시에 3개 언어를 거쳐 소통하다 보니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히스패닉계 직원들의 회사를 대상으로 한 소송이 종종 발생하는 이유도 '소통의 부재'에서 시작된다. 그는 "히스패닉계 직원이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에 따라 개설된 TN 비자를 통해 '엔지니어'로 고용됐지만, 정작 생산 라인에서 근무했다고 주장한다"며 "적은 급여를 받으면서 긴 시간을 일하면서 차별을 받았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건을 맡은 변호사들은 유사한 소송의 대상이 될만한 한국 기업들을 찾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마틴 파트너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매니저와 직원 간의 '동상이몽'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급여, 개인사에 대한 회사의 공감, 성과에 대한 칭찬, 좋은 근무여건, 근로자에 대한 신뢰, 성장의 기회, 고용 안정성 등 사측을 향한 조합의 요구는 한결같기 때문. 다만 이런 요구들 중 매니저와 직원이 바라는 것이 달랐다.

실제 700명의 여러 산업군에 있는 매니저를 대상으로 10가지 항목을 놓고 설문조사 결과, 관리직급에 있는 슈퍼바이저들은 직원들에 대한 우선순위 4가지를 좋은 임금, 직업 안정성, 승진과 성장의 기회, 그리고 좋은 근무 환경으로 꼽았다. 반면 3만 4000명의 직원들을 대상으로 같은 10개 항목에 대한 우선순위를 묻자 결과는 크게 달랐다.

직원들은 성과 달성에 대한 회사와 관리자들의 감사(Appreciation), 소속감(Feeling 'in' on things), 개인적으로 겪는 어려운 상황에 대한 공감적인 도움(Sympathetic help), 그리고 고용 안정 등 4가지를 가장 우선순위로 꼽았다.

마틴 파트너는 이런 결과를 근거로 "기업은 신중하고 사려 깊은 고용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들이 공감대를 갖고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차세대 인력 개발 포럼 (출처 : 더밀크 권순우 )

한국식 스타일, 미국선 안통한다

패널 토의에서도 '소통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패널 토의에서는 짐 윗콤 상의 의장이 사회자로 나선 가운데, 기아의 미국 거점인 기아 조지아공장 스튜어트 카운테스 CEO, 스티븐 장 SK 배터리 대외협력 이사, 그리고 줄리어스 최 지누스(ZINUS) 대표 등이 참석했다.

줄리어스 최 지누스 USA 대표는 "정보의 형평성이 중요하다. 많은 구성원들에게 동일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유롭게 의사소통하는 것이 건강한 일터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스티븐 장 SK배터리 대외협력 이사는 "우리는 이전에 없었던 기술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에 경험이 전무한 직원들과 일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지역 기술대학과 퀵스타트 등 주의 프로그램 등이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인들은 목표가 있으면 목표를 향해 빠르게 돌진하는 것으로 교육받았다면, 미국은 소통의 교육을 받아왔다. 계획을 공유하고, 누가 어떤 일을 하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함께 하자'고 말하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아 조지아공장 스튜어트 카운테스 CEO "코로나 이후 고용 측면에서 기존에 해왔던 것들과 달라진 환경을 목격하고 있다"며 "모두의 목표는 다른 생각과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과 함께 회사를 성공적인 방향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떻게 소통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차세대 인력개발 포럼에서 패널토의가 진행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권순우 )

퇴사자 56% "존중받지 못한 느낌이었다"

채용한 인재들을 지속 가능한 인재로 키울 수 있는 '리텐션(Retention)' 방안을 고민하는 토론도 이어졌다. 핵심은 '공정한 보상'을 통해 성장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미국 보험사 NFP의 카일 힐리 부사장은 미국의 '리텐션' 환경을 소개하면서 서문을 열었다. 힐리 부사장에 따르면 지난 2021년 11월에만 440만 명의 미국인이 현 직장에 퇴사 사실을 통보했고, 2022년 말 기준으로 미국 근로자의 40%가 3~6개월 이내에 직장을 그만둘 것이라고 설문을 통해 답했다. 그는 "2011년 11월 200만 명이 직장을 그만뒀다. 10년 새 사직자가 125%나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퓨리서치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직장을 떠난 가장 큰 이유는 급여였다. 설문 응답자 63%가 급여 때문에 퇴사했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 15년간 직원 퇴사와 관련한 고민을 상담하는 고용주를 향해 '현금부터 올려야한다'고 조언한다"면서 현 급여수준이 시장에서 적절한지 여부를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퇴사자들의 63%는 승진 기회 부족을 이유로 꼽았고, 56%는 존중받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답했다. 힐리 부사장은 "급여가 가장 큰 이유이기는 하지만, 직속 상사와의 상호작용, 경력 방향 등에 관심을 둔 직원에게는 급여보다도 성장 가능성 등이 더 큰 퇴사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포브스의 HR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인용 "응답자의 98%가 번아웃을 경험했고, 94%는 지난 6개월 동안 일에만 파뭍혀서 지냈으며, 88%는 일이 두려울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응답자의 29%만이 역할과 업무가 조직 내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답한것으로 조사됐다.

힐리 부사장은 "HR 담당자들은 피플 리더로서 먼저 자신을 돌봐야 한다"며 "시간을 할애하고, 지원 시스템을 확인하고, 어려움을 겪는 비슷한 생각을 가진 전문가와 소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DEI&B(Diversity, equity, inclusion, and belonging)를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직장에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소속감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설문조사를 통해 피드백을 받고, 피드백을 기반으로 정책과 프로세스를 조정하고, 왜 직원들이 우리 회사에 남아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퇴사 이유 대신, 체류 이유를 찾고 이를 모든 구성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힐리 부사장은 마지막으로 "모든 직원들에게 업무에 대해 경력 개발과 발전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제시해야 한다"며 "보너스와 같은 현금 보상 뿐아니라 직원을 칭찬하고 직원에게 감사할 수 있는 보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퇴사 이유 (출처 : NFP, 그래프: 장혜지)

이어진 패널 토의는 제이미 잭슨 탤런트 키넥트(TalentKinect) 창업자 겸 CEO가 사회자로 나선 가운데 로버트 번즈 현대차앨라배마공장 부사장, 제럴드 와이어트 싱크(THINC) 대표, 에디 메이브 현대 트랜시스 HR 시니어 매니저, 데이비드 김 KB 오토시스 최고 인사책임자 등이 참석했다.

로버트 번즈 부사장은 자사의 급여와 혜택이 경쟁력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현대에 지원자들에게 물어보면 '처우가 좋다'는 말이 나오지만 급여보다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하는지, 제대로 훈련은 받고 있는지, 직원들과 상사와의 상호 간에 좋은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새로운 직원들의 온보딩을 위해 그룹, 팀 리더와 5~6시간 동안 작업의 이해를 돕는데 할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김 KB 오토시스 최고 관리책임자는 "최근 핵심 인력이 되는 MZ세대는 구글 검색 등을 통해 회사에 대해 많은 정보를 취합하고 기업의 리더십 스타일을 파악한다"며 "그래서 기업이 명확한 직무와 자격에 대해 명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근로자들은 자신이 지원한 직무와 실제 업무가 일치할 때, 또 해당 기술, 지식, 그리고 경력이 성장할 때 만족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럴드 와이어트 싱크(THINC) 대표는 "리텐션의 핵심 전략은 다양성, 형평성, 그리고 포용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또 "가족 같은 기업 문화와 리더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NFP의 카일 힐리 부사장 (출처 : 더밀크 권순우 )

한편 이번 포럼에는 한국 정부, 지역 상공회의소,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부품사, 지역 대학 핵심 관계자 등 150여 명이 모였다.

박윤주 애틀랜타 총영사는 "조지아주에는 130여 개 한국 기업이 진출해있고, 또 여러 한국 기업이 미국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이 좋은 고용주로서 미국과 미국의 노동자들과 성공신화를 만들어갈 수 있기 위해서는 차세대 인력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천 한미상의 회장은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형태의 인력을 개발하고 채용하고, 이들을 유지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속에서 포럼을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인사말을 하고 있는 박윤주 애틀랜타 총영사 (출처 : 더밀크 권순우 )

이번 '차세대 인력 개발 포럼'은 미국의 여러 지역에서 최신 기술과 자본 동향을 취재해 다양한 콘텐츠로 제공하고 있는 더밀크가 '미디어 후원사'로 참여했습니다. 여러분들의 소중한 구독료는 미국의 정보를 한국에 전달하는데 그치지 않고,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발전과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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