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돈 안되는 일 하냐구요? 가슴 뛰기 때문입니다"
[새시대 새설계자 / 더밀크 인터뷰] 법무법인 미션 김성훈 대표 변호사
'스타트업의 따뜻한 이웃’이 목표
법률 자문으로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 함께 해
실패가 실패로 남지 않기 위한 재기 프로그램 ‘아크(Ark)’ 프로젝트 가동 계획
더밀크는 2024년을 맞아 AI 시대에 새로운 룰을 만들고 개척하는 인물을 소개하는 '새 설계자'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기존의 관행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시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미있는 결과를 내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입니다. 한글과 영문기사로 동시에 나가서 한국 뿐 아니라 글로벌 오디언스에게 노출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새 설계자'로 꼽힐만한 인물 추천도 환영합니다.
사람들이 물어보더군요. 왜 돈 안되는 일을 하냐구요. 스타트업과 일 하다 보니 미래를 다루는 일을 한다는 것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점점 인정받기 시작했고 비즈니스도 만들어졌습니다.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변호사
법무법인 미션의 김성훈 대표 변호사는 전통 법조계 시각으로 보면 '아웃사이더'에 가깝다.
보수적인 국내 법률 시장에서 대형 로펌 입사 후 신입시절 부터 변화와 혁신 전략을 외쳤다. 변호사 4-5년 차에 전략 보고서를 작성, "세상이 바뀌고 있다. 보수적인 법조계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며 일부 선배들과 임원진들로 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한 선배들의 도움으로 전략 기획 담당을 맡았고, 그 중에서 맡았던 프로젝트 하나가 스타트업 지원 센터였다. 스타트업들에게 법률 자문을 제공하던 중 그는 "스타트업과 일 하다 보니 미래를 다루는 일을 한다는 것에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고 한다. 성수동에서 주로 활동하던 시절 무료 법률 자문을 해주기도 하다 보니, ‘성수동 호구’라는 별명이 붙은 적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경영진의 변화가 있고, 스타트업 지원 업무에 대한 회의론이 일자 그는 대형 로펌을 나와 미션을 세웠다.
기존 법률시장은 주로 대기업이나 정부와 거래하는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다. ‘돈이 되지 않는’ 스타트업 법률 서비스는 수임하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은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소규모 기업에게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역량은 있지만 법률적인 문제에 부딪히며 시도하기도 전에 포기 하는 것이다.
기업들, 정부기관들이 "국내는 좁다.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글로벌 진출로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언어적인 문제도 있지만 상당수는 글로벌 진출을 시도하기 전에 법률, 행정적 문제가 큰 벽으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미션은 전통 법조계 시각으로 보면 ‘돈 안되는’ 스타트업 법률 자문이 핵심 사업이다. 그것도 글로벌이라는 장벽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이미 국내 스타트업 신에서는 '법률계의 이단아'로 불린다. 동시에 떠오르는 '스타트업' 로펌으로 유명세를 날리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성수동 호구’ 라고 불릴 만큼 스타트업들에 진심이다.
지금도 기존 로펌이라면 ‘저희가 맡을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이 비용으로는 어렵다’라는 등 거절 할 만 어려운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알아보고, 해결방안을 고객과 함께 모색하고 있다. 외부에서 보면 스타트업인지 로펌인지 헷갈릴 정도이다.
김성훈 미션 대표는 더밀크와의 인터뷰에서 "미션은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스타트업의 진정한 이웃이 되고자 한다"며 "해외 진출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최소화하고, 해외 진출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전했다.
‘크로스보더 비즈니스는 선택이 아닌 필수’
많은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겠다고 선언하지만, 재정적 자원을 충분히 갖춘 스타트업 이외에는 효과적으로 글로벌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는 곳은 소수에 불과하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행정 및 법적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다른 국가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극히 일부이다. 일단 시작하면 고용, 자본 교환, 계약 등 수많은 법적 문제를 맞이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은 사내 법률 전문가 또는 대리인을 고용하여 본국과 글로벌 시장 모두에서 법률 문제를 해결한다. 일반적으로 각 글로벌 시장의 현지 로펌에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해외 시장에 있는 법률 대리인에만 의존하면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한다. 각기 다른 지역에 있는 로펌이 해결하기 힘든 영역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국가 간의 상충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안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의사 결정권자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과 독일의 로펌은 각 지역의 현지 법률에 따라 동일한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관점을 제시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김 대표는 여러 지역의 다양한 법률을 검토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춘 단일 기관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션은 미국 시장에 진출한 스타트업을 위해 법률 자문 뿐 아니라 인사 관련 규정 등 미국 시장에서 필요한 기업 규정을 포함하는 맞춤형 온보딩 매뉴얼을 수립하기도 했다. 이런 업무들은 일반 로펌이라면 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미션은 ‘한번도 해보지 않거나,’ ‘어려운 문제’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나선다고 전했다.미션의 스타트업 마인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정부나 민간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스타트업들에게 "한 줄기 빛"이 된다.
미션은 업무 메뉴얼 제작 등 ‘사소할 수도 있는’ 문제 해결을 통해 글로벌 시장 사업 확장에 귀중한 경험을 얻고 있다. 미션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국내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해외 기업들에게도 종합적인 글로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또한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국가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미션은 기술과 사회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법 체제에 대한 변화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뛰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는 많은 산업에서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노동법은 빠르게 변화하는 근무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한국의 구시대적인 비자 규정은 여러 국가를 오가며 일하는 노마딕(Nomadic) 근로자들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오늘날 많은 기업가들이 여러 나라에서 사업을 운영하며 전 세계에서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법률이 주로 현지의 관점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기 때문에 현행 비자 및 세법은 때때로 장애물이 되기도 한다,"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김 대표는 글로벌 기업가들에게 보다 우호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가 주최하는 포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아산나눔재단 등 국내 스타트업 단체와 협력하고 있다. 이들은 함께 국내 기업 관련 법안을 바꾸기 위해 법률 제안을 계획 중이다.
아크 프로젝트를 론칭하다
최근 스타트업들은 ‘겨울’을 지나고 있다. 생존을 위한 추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중이다. 고금리 기조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계속되는 분쟁으로 인해 투자 심리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김 대표는 이러한 어려운 환경으로 인해 최근 몇 년 동안 수많은 한국 스타트업이 쓰러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스타트업들이 실패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기업가 정신은 인정 받아야 한다. 이러한 선구자들에게 다시 튀어 오를 수 있는 ‘리바운드,’ 즉 재기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파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가들은 채무불이행자로 분류되어 개인에 대한 모든 금융 서비스가 막히는 경우가 많다. 어떤 경우에는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파산을 선택하지 않고 재정적 손실을 감내하면서 사업을 지속하라는 압박을 투자자들에게 받기도 한다.
이는 파산으로 인해 투자 포트폴리오가 손상되는 것을 원치 않는 일부 투자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기업가들은 시장에서 소외되고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된다.
김 대표는 "실패를 완충하고 실패한 기업가의 재기를 지원할 수 있는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뢰에 기반한 조건부 재투자'를 성경의 '아크'에서 착안해 '아크 프로젝트'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아크 프로젝트는 파산했거나 파산 직전의 기업가에게 투자자가 새로운 벤처기업의 지분을 제공하는 대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기업가들의 도산은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유예기간을 두는 것이 잃는 것 보다 얻는 것이 많다고 주장한다. 그는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와 협력해 서울시와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스타트업들의 좋은 이웃' 김성훈 대표 그는 누구?
국내 10대 대형 로펌 중 하나인 로고스에서 변호사로 시작했다. 새로운 시대에 로펌도 변화해야 한 다는 신념으로 주니어 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 로펌 전략 보고서’를 만들기도 했다. 변화에 대한 열정을 인정받고, 스타트업 지원 센터장을 맡았고,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최연소 파트너 변호사로 사내에서도 인정을 받았지만, 21년 3월 로고스 퇴사했다.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후 스타트업과 같은 혁신가들을 돕기 위해, 법무법인 미션을 설립한다. 설립 당시 약 20여 곳이었던 클라이언트가 이제는 200곳이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스타트업들이 세계 어느 곳을 진출하더라도 친근한 이웃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김성훈 대표. 법률 컨설팅 제공뿐만 아니라 함께 새로운 길을 개척하겠다는 목표로 미션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