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무기를 만들 때: 팔머 럭키와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전쟁
[CEO 스토리] 안두릴 창업자 CEO 팔머 럭키
2014년 21세에 오큘러스를 페이스북에 20억달러에 매각한 VR 업계 전설
정치 기부 논란으로 페이스북에서 해고된 후 2017년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 창업
2025년 6월 기준 기업가치 305억달러, 2024년 매출 10억달러로 2배 성장
AI 기반 자율무기 시스템으로 록히드마틴 등 전통 방산업체 도전장
부모님 차고에서 시작된 VR 혁명
팔머 럭키(Palmer Luckey)는 1992년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태어났다. 자동차 딜러였던 아버지와 홈스쿨링을 담당한 어머니 아래서 자란 그는 어릴 때부터 전자공학에 집착했다. 14세에 지역 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한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부모님 차고에서 50개가 넘는 VR 헤드셋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2012년, 19세의 럭키는 킥스타터에서 오큘러스 리프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목표액의 974%인 240만달러를 모으는 데 성공한 그는 곧바로 브렌던 아이리브를 CEO로 영입하며 본격적인 기업화에 나섰다. 당시 VR 업계는 사실상 죽은 시장이었다. 무겁고 비싸며 멀미를 유발하는 헤드셋들은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럭키의 오큘러스는 달랐다. 밸브의 개발 수장 게이브 뉴웰은 킥스타터 캠페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할 사람이 있다면 팔머일 것이다." 2014년 3월, 마크 저커버그는 이 신생 기업을 20억달러에 인수했다. 럭키는 21세에 약 7억달러의 재산을 손에 쥐었다.
[더밀크 리포트] AI와 전쟁
더밀크 AI인사이트리포트(AIR) 16호는 이스라엘-이란전에서 부상한 AI 주도 전쟁을 [AIR 커버스토리]로 다뤘습니다. 실리콘밸리의 전략적 우클릭, AI 국방 유니콘에 베팅하는 VC들의 움직임을 확인하세요.
9000달러 기부가 바꾼 인생
오큘러스 인수 후 러키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2016년 대선 당시, 그는 친트럼프 단체인 '님블 아메리카'에 1만달러를 기부했다. 이 단체는 힐러리 클린턴을 조롱하는 밈을 제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 비스트가 이를 보도하자 실리콘밸리는 발칵 뒤집혔다.
기술 블로거 아닐 대시는 59만 팔로워에게 트윗했다. "이 사람은 페이스북 돈 일부를 백인우월주의에 쏟아부었다." 오큘러스 개발자 일부는 기기 지원 중단을 선언했다. 러키는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분위기는 돌아서지 않았다. 2017년 3월, 그는 페이스북을 떠났다.
2019년 CNBC 인터뷰에서 러키는 솔직하게 말했다. "아무 이유 없이 해고당했다. 트럼프 단체에 기부한 것과 관련 있다고 생각한다." 2025년 5월 CBS의 간판 시사프로 60분(60 Minutes) 인터뷰에서 그는 더 명확히 했다. "모두가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핵심은 이거다. 트럼프를 지지하고 힐러리를 반대하는 정치 단체에 9000달러를 기부했다."
페이스북은 정치적 견해 때문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럭럭키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리어를 떠나 오렌지 카운티로 이주했다. 그리고 2017년 6월,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 도전장을 던졌다.
"가상에서 현실로" 안두릴의 탄생
럭키는 팰런티어 출신 트레이 스티븐스, 브라이언 쉼프, 맷 그림, 그리고 오큘러스 초기 하드웨어 리드였던 조셉 첸과 함께 안두릴 인더스트리즈를 창업했다. 회사명은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검 이름으로 '서쪽의 불꽃'을 의미한다.
안두릴의 목표는 명확했다. 미국 국방부가 쓰는 무기 체계를 소프트웨어와 자율주행 기술로 혁신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방산업체는 정부가 요구사항을 내면 그에 맞춰 개발하는 '주문 제작' 방식이다. 하지만 안두릴은 자체 자금으로 먼저 제품을 개발한 뒤 정부에 판매하는 실리콘밸리 방식을 택했다.
2018년 3월, 안두릴은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인신매매와 마약 밀수를 탐지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첫 12일간 55명의 불법 입국 시도자를 검거했다. 이 성과로 안두릴은 수억달러 규모의 '자율 감시 타워 프로그램' 계약을 따냈다.
2020년 9월, 럭키는 트위터를 통해 미 공군의 첨단 전투관리 시스템(ABMS) 프로젝트에서 9억6700만달러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2022년 2월에는 미 특수작전사령부로부터 10억달러 규모의 대무인기 시스템 개발 계약을 따냈다.
라티스 OS, 전쟁의 두뇌
안두릴의 핵심은 '라티스(Lattice) OS'라는 AI 운영체제다. 이것은 드론, 잠수함, 타워 등 다양한 하드웨어를 통합 제어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 NPR 인터뷰에서 럭키는 안두릴의 알티우스 드론을 설명했다. "라티스 두뇌를 가진 이 드론은 목표물을 스스로 찾아내고 식별하며 충돌할 수 있다. 적이 전파 방해를 해도 작동한다."
이 기술은 실전에서 증명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고 2주 만에 안두릴의 드론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됐다. 소프트웨어는 원격으로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됐다. 럭키는 직접 우크라이나에 가서 군 요원들을 훈련시켰다. "러시아인들이 정말로 신경 쓰는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그는 말했다.
안두릴의 제품 라인업은 다양하다. 로드러너는 재사용 가능한 대드론 미사일이다. 퓨리는 자율 전투기다. 바라쿠다는 자율 어뢰다. 모두 라티스 OS로 제어되며 기존 무기보다 훨씬 저렴하게 대량 생산할 수 있다. 마치 아이폰의 iOS가 다양한 앱을 구동하듯, 라티스는 다양한 무기 플랫폼을 작동시킨다.
305억달러 가치의 방산 유니콘
지난 2025년 6월, 안두릴은 피터 틸의 파운더스 펀드가 주도한 시리즈 G 라운드에서 25억달러(약 3조 6,609억원)를 조달했다. 파운더스 펀드는 10억달러를 단독 투자했는데 이는 펀드 역사상 최대 규모다. 투자 수요는 공급의 8~10배에 달했다. 기업가치는 305억달러(약 약 44조 6,562억원)로 2024년 8월의 140억달러에서 2배 이상 뛰었다.
안두릴의 2024년 매출은 약 10억달러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계약액 기준으로는 15억달러를 확보했다. 2025년 2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맡았던 220억달러 규모의 군용 증강현실 헤드셋 프로그램(IVAS)을 인수했다. 안두릴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전직 고용주였던 메타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럭키는 이렇게 말했다. "메타와 손을 잡는 이유는 우리가 갈등을 해소했고 그들의 기술이 안두릴과 결합되면 미군에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투자자 명단도 화려하다. 샌즈 캐피털, 안드레센 호로위츠, 제너럴 캐털리스트, 피델리티, 베일리 기포드 등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의 거물들이 포진해 있다. 특이하게도 J.D. 밴스 부통령도 과거 투자자였다는 기록이 있다.
전쟁에서 지금까지 개인의 영웅심과 희생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 사람을 희생시키지 않고도 올바른 전략적 움직임을 할 수 있는 능력, 그것이 우리 미래 전투이다.팔머 러키, 안두릴 CEO
괴짜에서 전쟁왕으로
럭키는 여전히 괴짜다. 그는 폐기된 미사일 사일로, 잠수함, 심지어 애완용 상어까지 소유하고 있다. 하와이안 셔츠와 샌들을 즐겨 입는다. 2022년에는 게임에서 죽으면 실제로 죽는 VR 헤드셋을 만들어 화제가 됐다(물론 실제로 쓰진 않는다고 했다).
2014년 오큘러스를 팔고 억만장자 클럽에 입성한 그는 '10억 보이즈 클럽'이라는 초대형 톡방 멤버가 됐다. 10억달러 이상에 회사를 판 창업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인스타그램의 케빈 시스트롬, 왓츠앱의 잔 쿰, 슬랙의 스튜어트 버터필드 같은 거물들이 이 톡방 멤버다.
럭키는 자신을 "급진적 시온주의자"라고 부른다. 이스라엘이 안두릴의 자동 방어 시스템을 사용하길 원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정치적으로는 리버테리언(자유지상주의자)을 자처하지만 트럼프를 적극 지지한다. 이런 논란에도 그는 자신의 신념을 숨기지 않는다. "나는 선전가다. 사람들이 내가 믿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을 믿도록 진실을 왜곡하고 내 버전만 내세울 것"이라고 말한 적도 있다.
IPO, 그리고 그 너머
2025년 6월 CNBC 인터뷰에서 럭키는 안두릴의 상장 계획을 밝혔다. "우리는 분명히 상장할 것이다. 우리는 이 회사를 상장기업의 모양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는 안두릴 같은 회사가 수조달러 규모의 국방 계약을 따내려면 상장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안두릴의 305억달러 기업가치는 이미 일부 전통 방산업체에 육박한다. 노스롭 그루먼과 제너럴 다이내믹스 시가총액의 절반 수준이다. 2017년 창업 이후 총 62억달러 이상을 조달한 안두릴은 이제 미국에서 13번째로 가치 있는 비상장 기업이다.
경쟁자는 만만치 않다. 록히드 마틴, 보잉, 레이시온 같은 거대 방산업체들은 수십년간 쌓은 정부 관계와 제조 능력을 갖췄다.
하지만 안두릴은 속도와 혁신으로 맞선다. 미시시피주 고체 로켓 모터 공장은 2026년까지 연간 6000개의 전술 모터를 생산할 예정이다. 로드아일랜드의 로봇 잠수함 시설, 조지아의 발사체 공장, 호주의 대형 무인 잠수함 공장까지 글로벌 제조 네트워크를 구축 중이다.
2025년 10월, 안두릴은 적외선 카메라 제조사 AIRS를 인수해 수직 계열화를 강화했다. 센서부터 AI, 제조까지 모든 것을 내재화하는 전략이다. 테슬라가 자동차 산업에서 했던 것처럼 안두릴은 방산 산업의 수직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AI 시대, 질문의 힘이 다른 결과를 만듭니다 : 더밀크의 질문
더밀크의 시각 : 실리콘밸리가 무기를 만들 때
👉 팔머 럭키는 “전쟁에서 더 이상 인간의 희생은 필요 없다”고 말합니다.
→ AI 자율무기는 ‘인간의 희생을 줄이는 기술’일까요, 아니면 ‘전쟁을 더 쉽게 만드는 기술’일까요?
👉 팔머 럭키는 자신을 “선전가(Propagandist)”라 표현했습니다.
→ 리더가 기술과 이념을 함께 전파할 때, ‘선전(propaganda)’과 ‘비전(vision)’의 경계는 어디일까요?
🚀 방산은 규제가 강하고 시장 진입이 어려운 산업입니다.
→ 한국 스타트업이 안두릴처럼 국방 혁신에 진입하기 위해선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 실리콘밸리가 무기를 만든다면, 한국의 테크 생태계는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요?
→ AI 시대, 기술이 ‘국가안보’와 ‘평화’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아야 할까요?
🚀 안두릴은 AI로 ‘하드웨어 산업’을 재정의했습니다.
→ 이 사례에서 일반 산업(제조, 에너지, 의료 등)이 배워야 할 혁신 원칙은 무엇인가요?
팔머 럭키의 스토리는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방향을 상징한다. 한때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를 외치던 테크 업계가 이제 전쟁 무기를 만든다. 러키만이 아니다. 팰런티어의 알렉스 카프, 마이크로소프트의 국방 계약, 메타의 군사 프로젝트 참여까지 트렌드는 명확하다.
이것이 좋은 일일까? 논란의 여지가 많다. 비평가들은 억만장자들이 전쟁광이 됐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지지자들은 미국과 동맹국의 안보를 위해 최첨단 기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러키 자신은 이렇게 말한다. "미국에게 당신은 이길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하는 도구를 만들고 있다."
투자자와 의사결정권자들이 주목해야 할 점은 이것이다. 방산 산업이 70년 만에 처음으로 실리콘밸리식 혁신을 맞이하고 있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지배하고 자율성이 인력을 대체하며 대량 생산이 맞춤 제작을 이긴다. 이 변화의 최전선에 안두릴이 있다.
럭키는 21세에 가상현실(VR) 산업을 사실상 만들었다. 32세가 된 지금 그는 방산 산업을 재정의하려 한다. 오큘러스는 게임의 미래를 바꿨다. 안두릴은 전쟁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2027년이면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